2010년 2월 20일 토요일

'From Paris With Love', 제목은 그럴싸 했는데...

어지간한 사람들은 'From Russia With Love'를 적어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숀 코네리(Sean Connery) 주연의 1963년작 제임스 본드 영화 말이다.

'From Russia With Love'라는 제목의 제임스 본드 영화가 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더라. 하지만 '007 위기일발'이라고 설명해 주면 '아하~!' 한다. 원제가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인데 곧 죽어도 '어나더 데이'라고 해야 맞다며 우기는 인간도 본 적 있으니 이 정도는 양반이라고 할 수 있을 듯.

그런데 'From Paris With Love'는 또 뭐냐고?

'From Paris With Love'는 프랑스의 룩 베송(Luc Besson)과 피에르 모렐(Pierre Morel)이 만든 스파이 액션영화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CIA 허드렛일을 하는 프랑스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 제임스 리스(조너단 리스 마이어스)가 CIA 스페셜 에이전트, 찰리 왁스(존 트라볼타)의 파트너가 되어 중동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막는다는 게 전부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제일 먼저 눈길을 끈 것은 머리를 삭발하고 커다란 귀걸이까지 한 존 트라볼타의 모습이었다. 그의 모습은 CIA 스페셜 에이전트가 아니라 무슨 갱단 두목처럼 보였다.

그렇다. 주인공인 CIA 스페셜 에이전트, 찰리 왁스는 문어머리에 과장이 심한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였고, 그의 파트너 제임스 리스는 쇼타임(Showtime)의 TV 시리즈 '튜더(The Tudors)' 세트에서 바로 튀어나온 것처럼 보였다.

여기까지만 봐도 'From Paris With Love'가 빈 디젤(Vin Diesel)의 'xXx'와 클라이브 오웬(Clive Owen)의 'Shoot'em Up'을 합쳐놓은 나름 스타일리쉬한, 그러나 바보스러운 액션영화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이런 스타일의 영화가 액션은 풍부하지 않냐고?

그렇긴 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만족스럽지 않았다. 지금이 80년대도 아닌데 양손에 총을 든 터프가이가 징징거리는 록음악에 맞춰 총을 쏘는 걸 보며 '멋지다!'고 할 관객들이 얼마나 될까? 아직도 많다면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은 싸구려 액션영화 만들기 참 좋은 세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From Paris With Love'에 등장하는 적들이 중국인 마약딜러, 흑인 스트릿갱, 중동 테러리스트 등 모두 프랑스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라는 것이다. 유독 이 점이 눈에 띈 이유는 룩 베송의 지난 번 영화 '테이큰'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두 편 모두 반-이민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영화라는 건 아니다. 그런데 자꾸 반복하는 걸 보니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From Paris With Love'는 이런 것까지 진지하게 따져가면서 볼 만한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존 트라볼타가 연기한 찰리 왁스라는 캐릭터가 머리를 민 '스킨헤드'라는 점도 재미있다.



또하나 기억에 남는 장면은 찰리 왁스(존 트라볼타)가 "미국이 프랑스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구해줬는데도 프랑스인들은 미국을 싫어한다"며 깐깐하게 구는 프랑스 공항직원에게 "Motherfucker"라고 하는 대목이다.

미국영화에 이런 장면이 나왔다면 그리 웃기지 않았을 것이다. 윌 스미스(Will Smith) 주연의 수퍼히어로 영화 '핸콕(Hancock)'에서 주인공 핸콕이 심술궂은 프랑스 소년을 하늘로 날려버리는 장면이 약간 불편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From Paris With Love'는 프랑스 영화다.

그런데 이런 씬을 왜 넣은 것일까? 미국시장을 타겟으로 만든 영화이기 때문일까? 미국인 비위를 슬쩍 맞춰주면서 흥행성공만 하면 그만이니 말이다. '테이큰'이 비슷한 수법으로 미국에서 흥행성공하자 이번엔 좀 더 노골적으로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번엔 흥행성공하기 힘들 것 같다. 엉성한 스토리, 우스꽝스러운 캐릭터, 유치한 액션씬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가 한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제목부터 클래식 제임스 본드 영화 패로디인 게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했는데 역시 거진 재앙수준에 가까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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