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일 월요일

'본드23'가 성공하려면...(2) - 본드걸

지금까지 본드걸 없는 제임스 본드 영화는 단 한 편도 없었다. 가젯, 본드카가 나오지 않은 영화는 있어도 본드걸이 빠진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그만큼 본드걸은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런데 본드걸이 갈수록 이상해지고 있다. 본드걸들이 제임스 본드 못지않게 툭하면 총을 꺼내드는 것. 본드걸인지 여자판 제임스 본드인지 헷갈릴 정도다.

물론 시대가 바뀌면서 제임스 본드의 'Love Doll'이라는 본드걸 이미지를 바꾸려 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잘못됐다. 미모 뿐만 아니라 제임스 본드에 뒤지지 않는 여러 재능을 갖춘 만능 본드걸을 탄생시키고자 한 것은 좋은데 그렇다고 항상 여전사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 대표적인 예로 '투모로 네버 다이스(Tomorrow Never Dies)'의 양자경,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의 할리 베리를 들 수 있다.

'카지노 로얄(Casion Royale)'의 에바 그린(Eva Green)이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의 올가 쿠릴렌코(Olga Kurylenko)보다 나은 본드걸로 기억되는 이유도 간단하다. 에바 그린이 맡았던 본드걸, 베스퍼 린드는 총을 들고 액션의 중앙에 서지 않으면서도 본드에 많은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했던 충격까지 안기는 멋진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콴텀 오브 솔래스'의 올가 쿠릴렌코는 총을 들고 설치는 값싼 본드걸로 돌아갔다.



그렇다고 무술과 무기사용에 능한 터프한 여자가 싫다는 건 아니다. 솔직히 말해 별로 안 좋아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캐릭터들이 본드걸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정도까지는 넘어갈 수 있어도(예: '골든아이'의 이자벨라 스코럽코) 여자판 제임스 본드, 또는 라라 크로프트 워너비(Lara Croft Wannabe)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액션 본드걸'은 적합하지 않다. 액션은 본드걸의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본드걸보다는 차라리 과거 몸매 빼곤 볼 것 없던 과거의 본드걸들이 차라리 낫다.

전세계 남성들이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열광하는 이유는 상당수가 제임스 본드처럼 살고싶다는 욕구를 갖고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남성들의 롤모델(Role Model)이라고 하기는 약간 곤란하지만, 수많은 남성들이 제임스 본드의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강한 여자들 앞에서 기죽어 사는 전세계 수많은 남성들은 멋진 자동차와 가젯 뿐만 아니라 멋진 여성들까지 거느리고 다니는 제임스 본드의 어드벤쳐를 보면서 현실에서 벗어나 짜릿한 스릴을 즐긴다.

그렇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남성들에겐 현실도피적인 어드벤쳐 영화다.

그런데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서까지 강한 여성들을 상대해야 한단 말인가?

누가 뭐라고 해도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남성들을 위한 영화인데 본드걸이 제임스 본드 위에 올라가 압박을 하면 재미가 없어진다.



일부 헐리우드 영화 평론가들은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의 두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에는 남성들이 현실세계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만큼의 쿨하고 스타일리쉬한 제임스 본드 라이프스타일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일부는 '영화속의 제임스 본드가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첫 번째 007 영화'라고도 했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이전보다 거칠고 어두워진 것까지는 좋은데 제임스 본드 라이프스타일까지 하등시하는 큰 실수를 범했다는 것이다.

물론 '콴텀 오브 솔래스'에도 아스톤 마틴 DBS와 멋진 본드걸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전세계 대다수의 남성들이 동경할 정도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전편 '카지노 로얄'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원작에 충실하게 제작한 결과라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콴텀 오브 솔래스'는 원작도 아니고 전통적인 007 시리즈도 아닌 정체가 불확실한 영화였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본드걸까지 분위기가 칙칙한 데다 총을 들고 어설프게 설치는 '액션 본드걸'이었다.

'본드23'에서 이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007 제작진은 스토리 뿐만 아니라 본드걸 캐릭터 설정과 캐스팅에도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본드걸까지 총을 들고 액션에 뛰어드는 싸구려 액션영화로 만드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이번에는 '대충 대충, 쉽게 쉽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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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

  1. 피어스 브러스넌이 밑에 있는 사진보고 한참 웃었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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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 본드걸 이름이 'Onatopp'이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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