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9일 일요일

'아이언 맨 2', 억지로 짜깁기해 만든 여름철 영화였을 뿐...

어느덧 벌써 5월이다. 5월은 여름철 시즌을 노린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본격적으로 개봉하는 달이다.

그렇다면 금년에도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가 빠지지 않았겠지?

물론이다.

2010년 여름철 시즌 오프너는 파라마운트의 '아이언 맨 2(Iron Man 2)'다. 2008년 여름철 시즌 오프너로 기대이상의 흥행성공을 거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 주연의 수퍼히어로 영화, '아이언 맨'의 속편이 2010년 돌아온 것이다.

2년만에 빅 스크린으로 돌아온 토니 스타크/아이언 맨의 첫 대사는 "Good to be back!"

몇 달만에 다시 NBC의 투나잇쇼(Tonight Show)로 복귀했던 제이 레노(Jay Leno)의 첫마디 "Good to be home!"과 아주 비슷했다.

이 때문이었을까? 제이 레노가 '아이언 맨'까지 접수한 줄 알았다니까...






아무튼 토니 스타크/아이언 맨의 귀환은 'Good bo be back'이라고 하자.

그런데 문제는,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

'아이언 맨 2'는 'Good'이라고 할만 한 걸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기대이하의 유치한 수퍼히어로 영화였다. '방황하던 수퍼히어로가 정신을 차리고 적을 제압한다'는 백만 번은 본 듯 한 진부한 수퍼히어로 스토리라인부터 시작해서 액션, 유머, 기타등등에 이르기까지 볼거리가 없었다.

물론 토니 스타크/아이언 맨 역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물건인 건 사실이다. 유치하고 시시한 영화를 그럭저럭 볼만 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작년말 개봉했던 '셜록 홈즈(Sherlock Holmes)도 '다우니 효과'를 빼곤 건질 게 없었던 영화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언 맨 2'를 보니 '다우니 효과'에도 한계가 있어 보였다. 여전히 그는 멋졌지만, 이번엔 볼품없는 영화를 그 혼자서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



조연들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악당, 이반(Ivan) 역을 맡은 미키 루크(Mickey Rourke)부터 문제였다.

그가 악당 역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미키 루크는 어린이용 제임스 본드 영화라 할 수 있는 '알렉스 라이더(Alex Rider: The Stormfront)'에서 우스꽝스러운 악역을 맡은 적도 있다.



하지만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에서 전자 채찍(?)을 휘두르는 악당으로는 어울리지 않았다. 진지한 영화나 '알렉스 라이더'와 같은 어린이용 코메디 영화에서 악역을 맡았다면 아주 잘 어울렸겠지만 어중간한 '아이언 맨 2'에선 영 아니었다.

미키 루크가 '아이언 맨 2'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부터 왠지 '이건 아닌 것 같다' 싶었는데 역시 우려가 적중했다. 최근 들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를 끌어내리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이 역할은 아니었다.

그리고 하나 더...

I hate whips!



미키 루크와 함께 영화를 유치하게 만든 공범이 있다. 바로 스칼렛 조핸슨(Scarlett Johansson)이다.

그녀가 맡은 캐릭터는 여자 수퍼히어로, 블랙 위도우(Black Widow). 전직 KGB 에이전트 출신이라나?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 볼 게 있다.

수퍼히어로는 아이언 맨 하나로 충분하지 않았을까? 특히 '아이언 맨 2'에선 로디(돈 치들)까지 아이언 맨 수트를 입고 돌아다니는 판이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돈 치들까지는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스칼렛 조핸슨까지 가세하면서 '아이언 맨 2'를 마치 'G.I. Joe'처럼 보이도록 만들어 놓았다. 여기에 애꾸눈, 닉 퓨리(사무엘 L. 잭슨)라는 캐릭터와 S.H.I.L.D라 불리는 그의 조직까지 소개되다 보니 영락없이 'G.I. Joe'처럼 보였다.

그렇다. '아이언 맨 2'를 보면서 제일 먼저 생각난 영화 중 하나가 바로 2009년 개봉했던 파라마운트의 'G.I. Joe' 였다.



그러나 '아이언 맨 2'의 '썸머 블록버스터 리믹스'는 'G.I. Joe'가 전부가 아니었다.

이반(미키 루크)이 개발했다는 전투 드로이드(Droid)들은 파라마운트의 또다른 여름철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스(Transformers)'를 연상케 했다. 어찌 보면 20세기 폭스의 '스타 워즈(Star Wars)'와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요샌 '로봇들이 서로 치고박고 싸운다'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트랜스포머스'인 만큼 그렇다면 그런 줄 알고 넘어가기로 합시다.

로봇이 전부가 아니었다. 영화가 끝나고 엔드 크레딧까지 다 올라가고 난 이후 나온 3탄 예고에 나온 뉴 멕시코(New Mexico) 씬은 더더욱 '트랜스포머스' 분위기 였다.



잠깐! 그렇다면 '아이언 맨 2'는 'G.I. Joe'와 '트랜스포머스' 시리즈, 다시 말하자면 파라마운트의 다른 여름철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짜깁기한 영화라는 얘기냐고?

그렇다. '아이언 맨 2'에선 아이언 맨만의 특수한 매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파라마운트의 다른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덕지덕지 짜깁기 한 게 전부로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파라마운트의 영화에서만 빌려온 것도 아니다. '아이언 맨 2'의 마지막 부분에선 콜롬비아의 80년대 블록버스터 '고스트버스터즈(Ghostbusters)'가 생각나더라.

Cross the stream eh?



그렇다. '아이언 맨 2'는 다른 영화에서 빌려와 짜깁기한 것들로 억지로 여름철 블록버스터 구색을 갖춘 게 전부인 영화였다. 여름철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가 무엇인지는 알지만 그것을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영화처럼 보였다. 그래도 처음엔 그런대로 그럴싸해 보였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기 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물론 헐리우드가 거대한 리싸이클링 단지가 되었다는 건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여름철 수퍼히어로 영화를 이렇게 무성의하게 만들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엄청난 제작비용이 투입된 영화라지만, 돈을 많이 썼다고 무조건 성의있게 만든 영화가 되는 건 아니다. 무조건 $$$만으로 평가하려는 사람들의 눈엔 다르게 보일 지 모르지만...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지도 모른다. 이렇게 만들어놔도 좋다고 환장하는 틴에이저들이 있으니까.

그래서 일까? '아이언 맨 2'엔 클래식 락그룹 AC/DC의 곡들이 나온다.

첫 번째 곡은 영화 트레일러에도 나왔던 AC/DC의 'Shoot to Thrill'.


두 번째 곡은 'Highway to Hell'.


'Shoot to Thrill'? 'Highway to Hell'?? 지난 1탄에 나왔던 Black Sabbath의 'Iron Man'은 노래 제목이 영화와 같았으므로 이해가 됐지만 틴에이저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AC/DC의 노래들이 '아이언 맨 2'에 나온 이유가 뭐냐고?

혹시 '아이언 맨' 시리즈는 클래식 락 없으면 안 되기라도 하는 거냐고?

나도 처음엔 왜 AC/DC인지 이해가 잘 안 됐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자녀들에 이끌려 얼떨결에 '아이언 맨 2'를 보게 된 불쌍한 부모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 아니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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