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바우어(Jack Bauer)를 더이상 TV에서 볼 수 없게 됐다. FOX의 장수 TV 시리즈 '24'가 시즌8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일요일엔 ABC의 '로스트(Lost)'가 끝나더니 월요일 저녁엔 FOX의 '24'의 차례 였다. 이 바람에 이틀사이에 '잭(Jack'이란 이름을 가진 두 명의 캐릭터가 TV에서 사라졌다. '로스트'의 잭 셰퍼드(Jack Shepard)와 '24'의 잭 바우어다.
아, 바로 이걸 'JACK OFF'라고 하는 거야?
월요일 저녁 8시(미국 동부시간)부터 2시간동안 방송된 '24' 시리즈 피날레는 2001년부터 주인공, 잭 바우어로 출연해온 캐나다 배우 키퍼 서덜랜드(Kiefer Sutherland)의 작별 메시지로 시작했다.
잭 바우어의 마지막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Good evening. On behalf of all of us at '24', I wanna take this moment to thank you the fans for the tremendous support and enthusiasm you've shown us over the past 8 seasons. We couldn't have done this without you. Personally for me, this has been the opportunity of a lifetime. And for that I am eternally grateful. Enjoy the final two hours of '24'..." - Kiefer Sutherland
물론 시즌8이 기대에 못 미쳤던 것은 사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제작진의 아이디어 고갈에 있다고 해야겠지만, 8개 시즌을 지켜본 시청자들이 '24' 포뮬라에 식상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시즌8은 스토리부터 새로울 게 없었으며, "안 봐도 비디오"란 말이 나올 정도로 어떻게 전개될 지 훤히 내다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시즌7에서 마무리를 지었더라면 더 나았을 지도 모른다. 시즌7까지는 그래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이 시즌8에 욕심을 부렸던 이유는 '미션 임파시블(Mission Impossible)'을 밀어내고 최장수 스파이 TV 시리즈가 되고자 했기 때문이다. 시즌7을 마쳤을 때 몇 에피소드 차이로 '미션 임파시블'에 이어 장수 스파이 TV 시리즈 2위였던 '24'는 시즌8로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었다.
'미션 컴플리트'를 했으니 이젠 떠날 때가 되었겠지?
하지만 이것으로 잭 바우어와 완전히 작별하는 건 아니다. 그가 곧 영화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놀라운 소식은 아니다. 잭 바우어의 빅스크린 데뷔는 사실상 시간문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잭 바우어의 빅스크린 미래를 시즌8에서부터 셋업해 나가는 건 원치 않았다. 영화는 영화로써 새롭게 시작하는 걸 원했기 때문이다. 새롭게 시작한다고 해도 얼마나 새로울 수 있겠냐만 적어도 줄거리가 이어지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시리즈 피날레를 보니 제작진은 TV 시리즈와 영화의 줄거리를 이어나갈 생각을 하고있는 듯 했다.
테일러 대통령(체리 존스)과 잭 바우어(키퍼 서덜랜드)의 전화 통화내용이 예사롭지 않았다. 테일러 대통령은 바우어에게 미국을 떠날 것을 권하면서 러시아와 미국 모두가 그를 찾아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잭 바우어가 외국에서 쫓기는 신세가 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The Russians will be coming after you. And so will we..." - President Taylor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영화버전 '24'는 미국이 아닌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곧 제작된다는 영화버전 '24'의 줄거리는 유럽에서 미국과 러시아 에이전트에 쫓기는 잭 바우어에 대한 이야기가 되는 것일까?
어디에도 의지할 데 없는 바우어가 홀로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설정에 그럴 듯한 테러 플롯을 믹스하려는 게 분명해 보인다.
이렇게 된다면 아주 실망스러울 것이다. 영화버전 '24'가 어떠한 영화가 될 지 벌써부터 안 봐도 비디오처럼 빤히 보이기 때문이다. 유니버설의 제이슨 본(Jason Bourne) 시리즈와 콜롬비아의 '밴티지 포인트(Vantage Point)'를 합친 듯한 스릴러가 될 게 뻔해 보인다는 것이다.
'쫓기는 에이전트'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는 로버트 러들럼(Robert Ludlum)이다. 러들럼의 스파이 소설 중엔 적들 뿐만 아니라 미국 에이전트에게도 쫓기는 처지에 놓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이 많다. 제이슨 본도 러들럼이 만든 캐릭터 중 하나다.
얼마 전 "유니버설이 제이슨 본 4탄에 러들럼의 소설 'The Parsifal Mosaic'을 참고할 지 모른다"는 루머성 기사를 보고 한참 웃었던 기억이 있다. '도망자 에이전트'가 나오는 러들럼 소설을 모조리 제이슨 본 영화로 만들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The Parsifal Mosaic'도 도망자 신세가 된 CIA 에이전트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그런데 '24' 제작진은 잭 바우어를 러들럼의 캐릭터처럼 만들고자 하는 듯 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시리즈 피날레 막판에 미국 대통령이 바우어에게 "우리가 쫓아다닐테니 넌 도망다녀야 한다"고 우스꽝스러울 만큼 친절하게 설명해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제이슨 본은 영화 시리즈 시작부터 쫓기는 신세였기 때문에 '도망자' 태그를 쉽게 떼지 못할 수 있다. 제이슨 본은 적과 동지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쫓겨야만 이야기가 풀리게 되어있는 캐릭터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잭 바우어는 다르다. 굳이 도망자 태그를 일부러 붙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24' 제작진은 시리즈 파이널 에피소드에서 "The Russians will be coming after you. And so will we..."라면서 바우어에 도망자 태그를 붙였다. 안 붙여도 될 것을 일부러 갖다 붙인 것이다.
헐리우드의 주고객이 13세 틴에이저들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이건 좀 너무 유치한 것 같지 않수?
굳이 TV 시리즈와 앞으로 제작될 영화를 연결시키면서 끝낼 필요가 없으니 시리즈 피날레에서는 TV 시리즈만 깔끔하게 마무리짓고 끝냈으면 했다. 영화에까지 손을 뻗치지 말고 TV 시리즈만 정리하고 막을 내렸으면 했던 것이다. 기왕 빅스크린으로 이동하는 김에 영화는 TV 시리즈의 줄거리, 세계 등과 관계없이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작진이 시리즈 피날레를 통해 유치하게 영화 예고를 하는 걸 빼놓지 않은 걸 보니 생각이 나와 다른 듯 하다.
그래도 스토리가 탄탄하면 별 문제될 게 없을 수도 있지 않냐고?
그렇다고 할 수도 있다. 유니버설의 '브리치(Breach)', '스테이트 오프 플레이(State of Play)'의 스크립트를 맡았던 빌리 레이(Billy Ray)가 영화버전 '24' 스크린플레이를 작업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므로 매우 진지하고 심각한 테마의 스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는 그리 나쁘지 않다. 하지만 너무 딱딱하고 진지한 바람에 오히려 더욱 유치해 보일 수도 있다. 모두들 굳은 얼굴로 정색을 하며 육갑(?)을 떠는 게 되레 유치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막 TV 시리즈가 끝났는데 너무 일찍부터 '24' 영화 걱정을 하는 것은 아니냐고?
그런 지도 모른다. 시리즈 피날레에 나온 것은 그저 우연이었을 뿐 현재 제작준비중인 영화를 셋업하려던 게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24' 시리즈 피날레를 본 이후부터 '24' 영화에 대한 기대가 걱정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잭 바우어라는 쓸만한 캐릭터가 빅스크린 데뷔를 하는 만큼 블록버스터급 액션 프랜챠이스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는데 왠지 이상한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앞으로 계속 지켜보기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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