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일 토요일

"본드, (비디오)게임스 본드..."

매년마다 5월이 되면 생각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비디오게임이다.

왜냐고?

매년마다 5월이 되면 L.A에서 E3라는 비디오게임 이벤트가 열리곤 했기 때문이다. 요새는 6월달에 열리지만 몇 년 전만 해도 항상 5월에 L.A 다운타운에 위치한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곤 했다. 거기가 얼마나 넓은 지는 돌아다녀 본 사람이라면 아주 잘 알고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이번엔 제임스 본드 비디오게임들을 소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나온 제임스 본드 비디오게임들을 전부 소개할 수는 없고, 내가 갖고있는 것만 소개하기로 하겠다.

첫 번째 게임은 영국 게임 메이커 Domark가 세가 제네시스(Sega Genesis) 용으로 만든 사이드스크롤러(Side-scroller) 액션게임, 'James Bond 007: The Duel'(1993). 사이드스크롤러란 상하가 아닌 옆으로 이동하는 게임을 뜻한다.

'The Duel'은 Domark가 만든 다른 제임스 본드 비디오게임들과는 달리 영화 줄거리를 기초로 하지 않은 게임이다. 아마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007 시리즈가 MGM/UA와의 문제로 1989년작 '라이센스 투 킬(Licence To Kill'을 끝으로 제작이 중단되었던 때 였기 때문일 것이다.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의 모습을 게임에 사용한 이유 역시 그가 계속해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을 지 어떻게 될 지 모든 게 불확실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엔 '라이센스 투 킬' 이후에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나오기까지 6년이 걸렸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고, 그 사이에 달튼이 007 시리즈를 떠날 줄도 몰랐다.

이 게임은 Domark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게임이 되었다.


티모시 달튼이 007 시리즈를 떠나고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으로 교체된 뒤 1995년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 '골든아이(GoldenEye)'가 개봉하자 새로운 제임스 본드 비디오게임도 출시됐다. 영화개봉에 맞춰 발매된 건 아니었지만, 1997년 '골든아이'라는 1인칭 시점 슈터(FPS) 비디오게임이 나왔다.

그렇다. 영국의 게임 메이커, 레어(Rare)가 만든 닌텐도64 용으로 만든 바로 그 '골든아이'다. 지금까지 나온 제임스 본드 비디오게임 중 가장 유명한 바로 그 게임이다.

최근엔 미국 게임회사 액티비젼(Activision)이 'goldeneyevideogame.com'이라는 도메인 주소를 등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레어의 '골든아이'가 나온 지 10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제임스 본드 비디오게임을 만드는 회사들은 '골든아이'의 그늘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골든아이'가 그렇게 대단한 게임이냐고?

내가 1인칭 시점 슈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대단히' 만족스럽게 즐겼다고 하기는 힘들 듯 하다. 멀미가 나서 혼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든아이'는 지금까지 나온 제임스 본드 게임 중에서 단연 최고라 할만 하다. 그래픽이야 지금의 PS3, XB360 게임들과 비교하면 우스운 수준이지만 게임플레이는 흠잡을 데가 거의 없었다.



1997년 닌텐도는 '골든아이' 뿐만 아니라 게임보이(Gameboy) 용으로도 제임스 본드 비디오게임을 출시했다.

제목도 아주 간단하다. 'James Bond 007'...



그런데 1997년이라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이 인기있을 때가 아니냐고?

그렇다. 곧 미스터 본드가 플레이스테이션을 방문한다. 007 시리즈 비디오게임 라이센스가 미국의 EA(Electronic Arts)로 넘어가면서 부터다.

EA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게임은 1999년 발매된 '투모로 네버 다이스(Tomorrow Never Dies)'.

피어스 브로스난의 두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를 베이스로 제작된 '투모로 네버 다이스'는 레어의 '골든아이'와는 달리 3인칭 시점 액션 게임이다. 게임 자체는 레어의 '골든아이'와 아주 흡사해 보였지만 3인칭 시점 게임이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어지러움증 때문에 1인칭 시점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내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러나 게임을 조금 맛본 뒤엔 '차라리 1인칭 시점이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렇게 해서 겉만 뻔지르 할 뿐 실속이 없었던 EA의 제임스 본드 비디오게임 시리즈가 시작됐다.



한가지 재미있는 건, '투모로 네버 다이스' 비디오게임 사운드트랙까지 출시되었다는 사실.

게임도 별 볼 일 없었다면서 웬 사운드트랙 앨범까지 나왔냐고?

그런데 사운드트랙이 게임보다 나은 것 같더라니까...




EA의 두 번째 제임스 본드 비디오게임은 2000년에 나왔다. 피어스 브로스난의 세 번째 영화 '언리미티드(The World is Not Enough)'를 베이스로 한 1인칭 시점 슈터다.

그렇다. 결국엔 EA도 1인칭 시점으로 가고 말았다. 많은 게이머들이 '골든아이'를 거치면서 1인칭 시점 제임스 본드 게임에 익숙해진 듯 하니 굳이 새로운 것을 시도할 필요없이 또다른 1인칭 시점 제임스 본드 게임을 던져주자고 결정한 것이다.

그렇다. 이게 다 레어의 '골든아이 효과'다.

그렇다면 이번엔 '투모로 네버 다이스'보다 나아졌냐고?

1인칭 시점으로 바뀐 것을 제외하곤 크게 나아진 게 없었다. 이 때부터 EA가 '007 게임은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워낙 유명하므로 007 비디오게임은 대충 만들어도 많이 팔린다'고 판단한 게 분명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EA는 2000년 '007 레이싱(007 Racing)'이라는 카 컴뱃(Car Combat) 게임을 출시했다. 007 시리즈에 나온 유명한 '본드카'들을 이용한 오리지날 자동차 액션 게임이다.

엔드 타이틀 곡까지 준비한 것을 보니 이번엔 EA가 제임스 본드 비디오게임에 제법 정성을 쏟은 듯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전부였을 뿐 게임 자체는 여전히 별 볼 일 없었다.



플레이스테이션 시대가 지나고 플레이스테이션2(PlayStation 2)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제임스 본드 비디오게임은 여전히 EA가 개발하고 있었다.

EA의 첫 번째 플레이스테이션2 용 제임스 본드 게임은 1인칭 시점 슈터 '에이전트 언더 파이어(Agent Under Fire)'다.

'에이전트 언더 파이어'라는 제목이 어디서 나온 거냐고? 혹시 이런 제목의 영화 또는 소설이 있냐고?

없다. '에이전트 언더 파이어'는 게임 개발팀이 만든 오리지날 타이틀일 뿐 제목, 스토리 모두 007 영화 시리즈, 소설과 무관하다. 더이상 클래식 007 영화 시리즈 라이브러리에만 의존하지 않고 오리지날 스토리의 제임스 본드 본드 게임을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게임도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다. '골든아이'처럼 걸작 수준엔 못 미쳤지만 이 정도면 그런대로 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는 됐다.

그런데 무언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3에서 게임 트레일러를 처음 봤을 때도 뭔가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게임 속 제임스 본드 캐릭터의 얼굴이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영화 시리즈에 제임스 본드 역으로 출연하던 피어스 브로스난의 얼굴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것. 그 결과 실루엣 처리된 정체불명의 제임스 본드가 '에이전트 언더 파이어'의 커버를 장식할 수밖에 없었다.



낯선 제임스 본드 문제는 2002년 발매된 EA의 두 번째 PS2 용 제임스 본드 게임 '나잇파이어(Nightfire)'에서 해결됐다. 피어스 브로스난의 얼굴을 게임에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또 1인칭 시점이었다. '제임스 본드 비디오게임은 1인칭 시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는 것일까?

'에이전트 언더 파이어'로 좋은 평가를 받자 EA가 또 울궈먹기를 시작하는 모양이구나 싶었다.

'나잇파이어'와 '에이전트 언더 파이어'가 서로 워낙 비슷한 나머지 두 게임을 분명히 모두 했는데도 불구하고 스크린샷만 봐서는 어느 게 어느 건지 구분을 못하겠더라.



그러나 2004년에 나온 EA의 다음 번 제임스 본드 게임 'Everything or Nothing'은 이전의 두 게임과 완전히 다른 녀석이었다.

그렇다. 3인칭 시점이었다. EA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게임이었던 '투모로 네버 다이스' 이후 처음으로 3인칭 시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뿐만 아니라 EA는 피어스 브로스난의 얼굴과 목소리 모두를 게임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나잇파이어'에선 얼굴만 사용가능했었으나 'Everything or Nothing'에선 브로스난이 목소리 연기까지 직접 맡은 것.

게다가 2002년 영화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에 등장했던 '본드카', 아스톤 마틴 뱅퀴시(Aston Martin Vanquish)도 나왔다. EA는 2004년 5월 L.A에서 열렸던 E3 이벤트에 실제 아스톤 마틴 뱅퀴시를 전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위 사진에서 제임스 본드 옆에 서있는 '우먼 인 레드'는 누구냐고?

미국의 R&B 가수, 마야(Mya)다.

그런데 그녀가 왜 제임스 본드 옆에 서있는 거냐고?

마야가 'Everything or Nothing' 주제곡을 불렀기 때문이다.


마야 얘기가 나오니까 영화 'Bulworth'의 주제곡 'Ghetto Superstar' 가 생각난다. 내가 처음으로 들었던 마야의 노래가 바로 이것이었다.

말이 나온 김에 이 노래도 듣고 넘어가자.

아래의 뮤직비디오를 잘 보면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에 본드걸로 출연했던 미국 여배우, 할리 베리(Halle Berry)도 나온다.


자 그러니까 'Everything or Nothing'은 마치 영화처럼 메인 타이클 곡까지 있다 이거지?

그렇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본드걸까지 있기 때문이다. 'Everything or Nothing' 비디오게임 본드걸로 섀넌 엘리자베스(Shannon Elizabeth), 하이디 클럼(Heidi Klum), 마야(Mya)가 나온다.

섀넌 엘리자베스는 하이스쿨 코메디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 시리즈로 잘 알려진 섹시스타다. 영화 시리즈의 본드걸로는 약간 부족해 보였지만 비디오게임 본드걸로는 그런대로 오케이 였다.



하이디 클럼은 영국의 팝가수 씰(Seal)과 결혼한 독일 태생 모델이다.

물론 '하이디 클럼'이라고 하면 사람들마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다양하겠지만, 나는 이게 제일 먼저 생각난다. 맨 마지막에 "딸랑딸랑" 하는 데가 하이라이트...


하이디 클럼은 실제로 영화 시리즈에 '진짜' 본드걸로 출연해도 전혀 손색없어 보이는 친구다.

클럼은 'Everything or Nothing'에서 악녀 카트야 나다노바(Katya Nadanova) 역을 맡았다.



주제곡을 부른 마야는 게임에도 본드걸로 등장했다.



본드걸이 전부가 아니다. 1977년 영화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 1979년 영화 '문레이커(Moonraker)'에 나왔던 거구의 악당 죠스(Jaws)까지 등장한다.



이 정도라면 이번엔 EA가 작심하고 만든 것 같다고?

그렇다. 공을 많이 들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불편한 콘트롤 덕분에 이에 익숙해지기 까지 골탕을 먹어야 했다. 오랜만에 3인칭 시점으로 돌아왔다 싶으니까 콘트롤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EA가 이번엔 많이 노력했다는 것은 알겠는데 콘트롤 문제 때문에 게임플레이 익스피리언스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음 게임은 어땠을까?

EA의 다음 게임은 'From Russia With Love.'

'From Russia With Love'? 숀 코네리(Sean Connery) 주연의 1963년작 '위기일발'을 말하는 거냐고?

그렇다. EA가 다시 클래식 007 시리즈 라이브러리로 돌아간 것이다. EA에겐 클래식 제임스 본드 영화 전체를 게임으로 제작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으므로 007 시리즈 베스트 중 베스트로 꼽히는 '위기일발'을 게임으로 옮기기로 결정한 것.

'Everything or Nothing'과 마찬가지로 3인칭 시점 액션 게임이었던 'From Russia With Love'는 숀 코네리가 직접 제임스 본드 목소리 연기를 맡은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From Russia With Love'는 소니의 휴대용 게임기 PSP(PlayStation Portable)로 발매된 첫 번째 제임스 본드 비디오게임이기도 하다.



그러나 'From Russia With Love'는 EA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게임이 됐다. EA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 라이센스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2006년 개봉했던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을 베이스로 한 게임도 빛을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제임스 본드 비디오게임 라이센스는 누구에게로 갔을까?

EA의 경쟁사인 액티비젼(Activision)에게로 갔다.

액티비젼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게임은 2008년작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를 베이스로 한 3인칭 시점 액션 게임이었다.

액티비젼의 '콴텀 오브 솔래스'는 다니엘 크레이그를 제임스 본드로 하는 첫 번째 비디오게임이자 PS3, XBOX360 버전으로 발매된 첫 번째 제임스 본드 게임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진은 계속해서 플레이스테이션2 버전으로 통일...



비디오게임 '콴텀 오브 솔래스'도 주제곡이 있었다. 액티비젼은 영화의 메인 타이틀 'Another Way to Die'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에스토니아 여가수 Kerli에게 완전히 다른 주제곡을 맡겼다.

그녀가 부른 새로운 주제곡의 제목은 'When Nobody Loves You'.

잭 화이트(Jack White)와 앨리씨아 키스(Alicia Keys)가 듀엣으로 부른 'Another Way to Die'가 기대에 못미쳤기 때문인지 많은 본드팬들은 Kerli가 부른 'When Nobody Loves You'가 차라리 더 나은 것 같다며 궁시렁대기도...

한 번 들어봅시다.


'When Nobody Loves You'도 나쁘진 않지만 'Kerli'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곡은 'Bulletproof'다.

말이 나온 김에 이 노래도 들어봅시다.


자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나온, 아니 내가 가지고 있는 제임스 본드 비디오게임들을 간략하게 둘러봤다.

이게 전부냐고?

현재로써는 여기까지가 전부다. 하지만 액티비젼이 3인칭 시점 액션과 자동차 게임 등 2개의 새로운 제임스 본드 비디오게임을 개발중에 있으므로 머지않아 새로운 게임들이 추가될 것 같다.

그럼 제임스 본드 비디오게임 얘기는 그 때 가서 또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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