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0일 화요일

EW의 새 제임스 본드 이슈 타이틀은 "Goodbye, Mr. Bond..."

미국의 연예 주간지 인터테인먼트 위클리(Entertainment Weekly) 커버에 종종 등장해왔던 제임스 본드가 오랜만에 'EW 커버보이'로 돌아왔다. EW가 새로운 제임스 본드 이슈를 선보인 것.

그런데 이번엔 그리 유쾌한 내용이 아니었다.

타이틀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Goodbye, Mr. Bond..."

그렇다. EW가 부도위기에 놓여있는 다 죽어가는 고양이, MGM에 대한 기사를 쓴 것이다. 만약 MGM이 빠른 시일내에 새 주인을 찾지 못하거나 부도가 난다면 007 시리즈가 상당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빚더미에 앉은 MGM, 지난 4월 EON 프로덕션의 '본드23' 제작중단 발표, 며칠 전 헐리우드 리포터가 MGM 관계자로부터 들었다던 '007 프로듀서 패닉설', '또다시 6년간 지연되면 제임스 본드도 버텨내기 힘들것 이라는 주장' 등 이미 다 알고있는 얘기들를 다시 한 번 재구성해 놓은 게 전부였을 뿐 새로운 뉴스는 없었다. 이렇다 보니, 007 시리즈의 운명에 대한 기사내용보다 오랜만에 잡지에서 보는 '닥터 노(Dr. No)', '골드핑거(Goldfinger)' 스틸들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 이번 이슈는 EW가 제임스 본드 콜렉터들을 위한 서비스를 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발매되는 날 사려고 서점까지 갔다가 허탕쳤던 것을 생각하면 EW로 기름값 청구서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해주길 바랄 뿐...






기왕 '007 시리즈 위기설' 얘기가 나온 김에 한 번 생각해 보자.

진짜로 007 시리즈가 위기에 처한 것일까?

007 시리즈가 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의 007 시리즈에만 국한될 뿐 시리즈 자체가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다니엘 크레이그 주연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앞으로 계속될 지 불투명해졌다는 것이지 제임스 본드 시리즈 자체가 완전히 중단될 위기에 놓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쇼비즈 미디어들이 이러한 기사들을 연이어 내보내는 이유는 지난 90년대초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엔 6년동안 새로운 영화가 나오지 않았고, 제임스 본드도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에서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으로 교체되었다. 007 시리즈 제 16탄 '라이센스 투 킬(Licence to Kill)'에서 17탄 '골든아이(GoldenEye)'가 나오기까지 무려 6년이나 걸렸을 뿐만 아니라 여러 우여곡절도 겪었던 것이다.

많은 쇼비즈 미디어들은 이번에도 지난 90년대초와 비슷한 양상을 띌 것으로 보고 있다. MGM 사태가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만큼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시대가 지고 몇 년이 흐른 뒤 새로운 얼굴로 또다시 리부팅되지 않겠냐고 보는 것이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본드23'를 계속 기다리겠다고 밝혔지만 6년간 기다릴 자신은 없을 것이다. 또한, 그 때가 되면 크레이그가 40대 후반이 되어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기에 너무 빡빡한 나이가 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과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에서 젊고 힘찬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던 크레이그가 세 번째 영화에서 40대 후반의 지긋한 나이의 제임스 본드로 갑자기 둔갑한다는 점 또한 걸리는 부분이다.

결론은, 만의 하나 '본드23' 프로젝트가 지난 90년대초처럼 6년간 지연된다면 다니엘 크레이그와 '굳바이'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4년 지연은 문제될 게 없다. '콴텀 오브 솔래스'가 개봉한 지 4년째가 되는 2012년에 '본드23'가 개봉한다면 크레이그는 계획했던 대로 총 4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출연하는 데 별 지장이 없을 것이다. 나이 때문에 '본드25'까지는 힘들어도 '본드24'까지는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드23'가 2012년에 개봉하려면 MGM 사태가 조만간 해결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EON 프로덕션이 '본드23' 프로젝트를 어디까지 진행하다가 정지버튼을 눌렀는지 알 수 없어도 2012년 연말개봉을 목표로 준비하려면 갈 길이 멀어보이는데 MGM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계속 시간을 잡아먹으면 '미션 임파시블'이 되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MGM 관계자의 말처럼 정말로 007 프로듀서들이 '패닉상태'일까?

'패닉'이란 단어는 글장난 할 때 즐겨 사용하는 단어이다. 크게 신경쓸 것 없다는 것이다. EON 프로덕션이 '본드23' 제작을 중단한 것만은 사실이지만, 이들은 '본드23' 목표 개봉년도가 정확하게 언제인지 분명하게 밝힌 적이 없다. 2011년 아니면 2012년 둘 중 하나라는 정도가 전부였을 뿐이다. 현재로써는 2011년 개봉은 불가능해 보여도 2012년 개봉은 MGM 사태 추이에 따라 여전히 가능성이 열려있으므로 아직까지는 계획에 아주 큰 차질이 생겼다고 하긴 이르다고 본다. 문제가 생긴 것만은 분명해도 2012년 옵션이 아직 열려있으니 데굴데굴 굴러야 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

만약 2012년 개봉까지 불가능하게 된다면 패닉버튼을 누를 때가 된 것이냐고?

자꾸 '패닉, 패닉' 하는데, 제임스 본드는 '패닉'이라는 단어를 모른다. 안 되겠으면 'Fuck it'이지 'Smell-Like-Pussy'처럼 패닉 타령하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

MGM 관계자가 007 시리즈가 또다시 6년간의 공백기를 갖게 된다면 제아무리 제임스 본드이더라도 돌아오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는데, 이것도 조금 우스운 소리다. MGM 관계자가 이런 소리를 하고 다닌다는 것도 재미있지만,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모멘텀 덕에 계속되는 시리즈도 아니다. 물론 모멘텀이라는 것도 장수 시리즈에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007 시리즈의 생명은 캐릭터이지 일시적인 인기를 타고 잠깐 계속되다 마는 '모멘텀 라이더'가 아니다. 어디서 왔는지 번쩍 나타나서 반짝 인기를 끌고 금세 시들해지는 시리즈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백기간이 길어진다고 쉽사리 잊혀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제임스 본드라는 유명한 캐릭터가 계속 버티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백기간 동안 "왜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안 나오냐"고 아우성칠 사람들은 많지 않겠지만, 새로운 영화가 또 나오면 군소리 안 하고 또 가서 볼 사람들은 많다.

물론 다니엘 크레이그를 리딩맨으로 세운 두 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가 모두 흥행에 성공했는데 이를 계속 이어나갈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건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제임스 본드라는 유명한 캐릭터가 버티고 있는 한 007 시리즈는 리부팅, 리런칭, 리메이크 등으로 다시 돌아오게 돼 있다. 리얼한 스타일로 나가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판타지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오리지날 플롯으로는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 싶으면 다시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원작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이번 MGM 사태가 모멘텀 킬러가 되어 다니엘 크레이그의 시대까지 막을 내린다 해도 여전히 옵션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MGM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해도 그들이 소유한 제임스 본드 프랜챠이스 50%는 누구에겐가 넘어가게 돼 있으며, EON 프로덕션은 그 때가 되면 새로운 파트너와 함께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리런칭할 준비를 하고있을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느냐는 것이다. MGM 사태가 꼬이면 꼬일 수록 긴 공백기를 거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일로 인해 앞으로도 꾸준히 울궈먹을 수 있을 만한 프랜챠이스가 완전히 막을 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요즘 헐리우드가 오만잡것들까지 박박 뒤지고 있는데 제임스 본드를 묻어두려 할까?

그러므로 결론은 '패닉할 것 없다'다. EW가 1967년 영화 '두 번 산다(You Only Live Twice)'에서 블로펠드가 본드에게 총을 겨누면서 했던 대사를 제목으로 사용했지만, "Goodbye, Mr. Bond"도 아니고 "Kill Bond! Now!"도 아니다. 제임스 본드는 돌아온다.

다만 그게 언제냐고만 묻지 마시구랴. 난 솔리테어가 아니거든...


댓글 4개 :

  1. 만일 티모시 달튼의 시대에서 피어스 브로스난의 시대로 갈때처럼 6년 정도의 공백이라면 정말 슬퍼서 미칠 지경이 될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나 기다려야 할까요?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아쉬운 대로 그냥 번 노티스의 마이클 웨스턴이나 보면서 기다려야 겠습니다. 아 밑의 나잇 앤 데이 얘기 저도 읽어봤는데요.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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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제 생각엔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딜레이가 되는 걸 원치 않을 것이므로 어떻게든 빨리 해결보고자 할 겁니다. 지금 스파이글래스와의 합병설도 나왔죠.

    제임스 본드 시리즈 대타용으론 '번 노티스'도 좋지만 '휴먼 타겟'이 좀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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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휴먼 타겟 시즌 2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ㅎㅎ
    비슷한 부류의 볼만한 미드나 영화는 없을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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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J.J 에이브람스의 NBC TV 시리즈 '언더커버(Undercovers)'도 스파이 테마의 시리즈로 알고있습니다. 9월말에 시작한다니까 잘 모르겠습니다만, 예고편 등등을 토대로 보면 이것 역시 'Tongue-in-cheek' 스타일인 듯 합니다. 에이브람스가 지난 '에일리어스(Alias)'처럼 약간 아리송한 스파이 시리즈를 또 내놓는 것 아니냐 했는데 이번엔 분위기가 좀 다른 것 같던데요. 성공할 수 있을 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지만요...

    홈페이지 주소는 www.nbc.com/undercov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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