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18일 월요일

1승4패 달라스 카우보이스, 헤드코치는 보따리 쌀 준비 해야...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가 또 졌다. '카우보이스 킬러' 랜디 모스(Randy Moss)가 있는 미네소타 바이킹스(Minnesota Vikings)와의 경기에서 또 졌다.

또 질 수밖에 없었다. 랜디 모스는 잠잠했으나 바보스러운 실수를 연발하는 카우보이스의 나쁜 버릇을 아직도 고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지난 주와는 달리 이번엔 산뜻하게 먼저 터치다운을 하면서 시작했다. 쿼터백 토니 로모(Tony Romo)와 와이드리씨버 로이 윌리암스(Roy Williams)가 바이킹스의 펌블 턴오버 기회를 살려 터치다운을 만들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삽질을 하는 건 카우보이스가 아니라 바이킹스처럼 보였다.

그.러.나...

로이 윌리암스의 터치다운에 흥분한 카우보이스 와이드리씨버 마일스 어스틴(Miles Austin)이 엔드존에 서 있던 로이 윌리암스의 머리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

그렇다. 또 지나친 터치다운 셀러브레이션을 한 것이다. 바로 지난 주에도 이 파울 때문에 테네시 타이탄스(Tennessee Titans)에 패했는데 뒤돌아서서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이다.

유치원생들도 아니고, 프로페셔널 스포츠 선수들이 이런 바보스러운 실수를 계속 반복할 수 있을까?



카우보이스에겐 다행히도 마일스 어스틴의 파울이 바이킹스의 터치다운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지난 주엔 카우보이스 터치다운 → 퍼스널 파울 → 타이탄스 터치다운으로 이어졌으나 적어도 이번 주엔 그렇게 까지 되진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카우보이스의 레프트 태클, 덕 프리(Doug Free)가 문제 였다. 덕 프리는 지난 오프시즌에 카우보이스가 내보낸 프로보울 레프트태클 플로젤 애덤스(현 피츠버그 스틸러스 소속)를 대신해 주전이 된 선수다. 덕 프리는 금년시즌 내내 안정된 플레이를 보여줬으나, 바이킹스전에선 아니었다.

그렇다. 덕 프리는 바이킹스와의 지난 플레이오프전에서도 부상한단 애덤스를 대신해 투입되어 고전하더니, 이번에도 또 바이킹스 앞에서 흔들렸다.

프리는 이번에도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다. 플레이가 시작한 것을 모르고 혼자서 가만히 쭈그리고 서 있다가 바이킹스 수비수 제라드 앨런(Jared Allen)을 막지 못한 것. 이 결과 달려드는 앨런을 피하며 급하게 던진 로모의 패스는 다른 바이킹스 수비수 머리에 맞고 튕겨오른 뒤 인터셉트 당했다.

인터셉션을 당한 직후 토니 로모는 필드에 주저앉은 상태로 "WHAT THE FUCK" 표정을 지어보였다.



바이킹스는 로모의 인터셉션 기회를 살려 손쉽게 동점 터치다운을 성공시켰다. 카우보이스 턴오버가 상대팀 터치다운으로 또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카우보이스는 여기서 무너지지 않고 두 번째 터치다운을 성공시켰다. 이번에도 역시 로이 윌리암스 였다.

윌리암스는 작년 시즌 부진한 한 해를 보내면서 이름값을 못한다는 비난을 샀는데, 금년 시즌엔 분명히 달라 보였다. 프리시즌에서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던 로이 윌리암스는 기대했던 대로 정규시즌에서도 엘리트 와이드리씨버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다. 로이 윌리암스는 금년 오프시즌 때만 해도 일부 카우보이스 팬들로부터 '방출대상 1호'로 찍혀있었던 선수였는데, 지금은 카우보이스 팀 전체 중 풋볼을 제대로 하는 유일한 선수가 되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풋볼에만 집중하는 거의 유일한 카우보이스 선수가 바로 그라는 것이다.

금년시즌 들어 토니 로모와 호흡이 잘 맞고, 터치다운도 여럿 했다는 게 전부가 아니다. 로이 윌리암스는 바이킹스전에서 두 번째 터치다운을 성공시킨 뒤 그를 축하해주기 위해 달려드는 팀메이트를 '가까이 오지 말라'는 듯 손을 들어 막았다. 또 퍼스널 파울을 당하려고 하느냐는 제스쳐 였다. 윌리암스는 필드를 벗어난 뒤에야 팀메이트 샘 허드(Sam Hurd)와 체스트 범프를 하며 터치다운을 기뻐했다.

그렇다. 로이 윌리암스는 카우보이스의 적이 바로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있는 듯 했다. 카우보이스가 풋볼은 곧잘 하면서도 바보같은 실수들로 제 발등 찍고 있다는 걸 잘 알고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카우보이스는 14대7로 리드한 채 전반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한 번 득점하면 바로 뒤돌아서서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바로 실점하는 버릇이 재발했다. 후반이 시작하자 마자 바이킹스에 킥리턴 터치다운을 내준 것이다.

이 바람에 스코어는 후반이 시작한 지 몇 초 지나지도 않아서 14대14 동점이 됐다.

그리고, 이 이후부터 카우보이스는 리드를 되찾지 못했다.

바이킹스에 또 터치다운을 내주면서 21대17로 뒤지기 시작한 카우보이스는 4쿼터에 루키 와이드리씨버, 데즈 브라이언트(Dez Bryant)가 터치다운을 하면서 다시 21대21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88번 유니폼을 입은 카우보이스 리씨버가 패스를 받는 장면을 보니 마이클 얼빈(Michael Irvin)이 제일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 2010년의 '#88'은 데즈 브라이언트다.



데즈 브라이언트는 시카고 베어스(Chicago Bears)와의 경기에서 터치다운을 맛본 바 있지만, 그 때는 펀트리턴 터치다운이었지 리씨빙 터치다운이 아니었다. 다시 말하자면, 베어스전에서의 펀트리턴 터치다운은 브라이언트의 첫 번째 NFL 터치다운이었고, 바이킹스전 터치다운은 브라이언트가 NFL 와이드리씨버로써 기록한 첫 번째 리씨빙 터치다운이었다.

그렇다면 카우보이스 루키 와이드리씨버, 데즈 브라이언트의 NFL 첫 번째 리씨빙 터치다운 순간을 다시 한 번 보기로 하자.


데즈 브라이언트의 터치다운 이후에도 코믹한 장면이 연출됐다. 1쿼터에 로이 윌리암스의 머리 위로 날아올라 퍼스널 파울을 당했던 마일스 어스틴이 이번엔 데즈 브라이언트에게 걸어와 점잖게 악수를 하는 것으로 끝낸 것이다.

이것이 '레슨을 통해 배웠다'는 의미였는지, 아니면 '쓸데 없이 깐깐한 NFL 룰에 대한 조롱'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의미가 무엇이었든 간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하던 선수들이 조금씩 정신을 차리는 듯 하자 이번엔 토니 로모가 미칠 차례 였다. "이번엔 충분히 이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토니 로모는 블리츠를 하는 척 하다 뒤로 빠지며 패스 수비에 나선 바이킹스 라인배커를 제대로 보지 못한 바람에 인터셉트를 당했다. 바이킹스 라인배커의 페이크 블리츠에 완벽하게 속은 것이다.

타이밍도 기가 막혔다. 경기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만큼 필드골만 차도 이길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하필이면 이 때 토니 로모가 인터셉트를 당한 것이다.

첫 번째 인터셉션은 오펜시브 라인맨 덕 프리의 책임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두 번째 것은 전적으로 토니 로모의 실수였다.



토니 로모의 인터셉션으로 바이킹스는 필드골을 성공시켰고, 결국 파이널 스코어는 바이킹스 24, 카우보이스 21이 됐다.

1승4패로 떨어진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사실상 2010년 시즌 플레이오프 희망을 접어야 할 때가 오고 말았다. 적어도 9승 내지는 10승은 해야 플레이오프 가능성이 열리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앞으로 남은 11개 경기에서 8~9승을 해야만 가능하다. 물론 빠른 시간 안에 정신을 바짝 차린다면 아주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지만, 2010년 카우보이스에겐 어림도 없는 소리로 들린다. 이렇게 나사가 풀어진 팀이 앞으로 남은 11개 경기 중 8~9 경기를 이길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러므로 2010년 달라스 카우보이스 시즌은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한다. 7승9패, 6승10패로 시즌을 마감해도 땡큐일 것이다. 지금 현재의 카우보이스론 6승도 버거워 보인다.

도대체 카우보이스의 부진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트레이닝 캠프 장거리 이동을 꼽을 수 있다. 오프시즌 트레이닝 캠프 기간에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를 오가는 먼 여행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L.A 근처에 NFL 팀이 현재 하나도 없다는 점을 이용해 그곳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좋지만,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를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훈련시간보다 길거리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카우보이스의 프리시즌 부진 원인도 바로 이것 때문이라는 의견을 보인 NFL 애널리스트들도 많았다. 전 달라스 카우보이스 풀백이자 현 FOX 중계방송 해설자인 대릴 존스톤(Darryl Johnston)도 그 중 하나 였다.

이것은 오너 제리 존스(Jerry Jones)를 비롯한 구단의 책임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헤드코치를 비롯한 코치진의 무능이 용서받을 수는 없다.

2010년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스스로 제 발등을 찍는 바람에 졌지 상대팀에게 실력으로 패한 적이 없다. 카우보이스는 공-수 모두 NFL 랭킹 탑5, 탑10에 드는 팀이다. 그런데도 패했던 원인은 턴오버와 패널티 였다. 잦은 패널티는 경기를 힘들게 만들었고, 이는 턴오버로 이어졌다. 바이킹스전에서도 카우보이스는 10개가 넘는 파울을 범했고, 파울 덕분에 터치다운까지 1개 날렸다. 카우보이스 수비도 결정적인 순간에 패스 인터퍼런스와 같은 파울을 범했고, 지나친 터치다운 셀러브레이션으로 패널티를 또 받았다. 결정적인 순간 나온 토니 로모의 인터셉션도 치명적이었다. 카우보이스의 패배가 확정된 순간이 바로 로모가 두 번째로 인터셉트를 당하는 순간이었다.

결국 이 모든 건 코치의 책임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선수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게 하고, 파울을 줄이도록 훈련시키는 일은 코치의 몫이다. 그러나 카우보이스 코치진은 선수들이 시즌 내내 해이한 상태에서 어처구니 없는 실수들을 연발하는 데도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 휴스턴 텍산스를 꺾고 시즌 첫 승을 올린 뒤 바로 바이위크였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들을 고칠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나 5째 주로 돌아온 카우보이스는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6째 주 바이킹스전도 마찬가지였다.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이는 선수들 책임이라기 보다 해이해진 선수들을 휘어잡지 못하는 무능한 코치진의 책임이다. 이전부터 헤드코치 웨이드 필립스(Wade Phillips)가 너무 소프트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결국은 이것이 팀을 망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제리 존스가 웨이드 필립스를 지금 당장 해고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부진해도 시즌중에 헤드코치를 해고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찌되든 간에 필립스는 2010년 시즌 끝까지 카우보이스 헤드코치로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당장 헤드코치의 목을 치며 화풀이를 한다고 해서 상황이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니므로 2010년 시즌까지 필립스에 헤드코치직을 맡기는 건 그리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웨이드 필립스가 2011년 시즌 카우보이스 헤드코치를 맡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인다. 그가 카우보이스를 완전히 돌려놓지 못하는 한 필립스는 2010년 시즌이 그의 마지막 카우보이스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즉, 보따리 쌀 준비를 할 때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제 카우보이스 팬들은 2010년은 포기하고 누가 새로운 헤드코치로 적합할 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다.

결국 카우보이스는 선수들을 꼼짝 못하게 휘어잡는 터프한 헤드코치를 물색해야 할 것 같다. 말을 안 들으면 페이스마스크를 붙잡아 당기며 가까이서 큰소리로 욕을 하는 한 성질 하는 코치가 와야 할 것 같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선 기합이 덜 들어간 카우보이스를 바로 잡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있을까?

빌 카우어(Bill Cowher)?

피츠버그 스틸러스를 수퍼보울 챔피언으로 이끌었던 헤드코치 빌 카우어는 현재 CBS 스튜디오 애널리스트로 활동중이다. 그런데 그가 다시 NFL 헤드코치로 복귀할 의사가 있는 만큼 만약 카우보이스가 헤드코치를 교체한다면 후보 리스트 0순위에 올려놓아야 할 인물이다. 카우어는 인상부터 장난이 아니다. 카우어는 선수가 큰 실수를 했을 경우 페이스마스크를 잡고 침까지 튀기며 호통을 친다. 조금 더 흥분하면 주먹을 날리겠다 싶을 정도다. 2010년 카우보이스처럼 미친 듯이 날뛰는 야생마를 조련하려면 이런 인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게다가 이름에도 'COW'가 들어간 만큼 카우보이스 헤드코치로 왔다인 지도 모른다.

신임 카우보이스 헤드코치 적임자로 누가 또 있는 지 앞으로 계속 눈여겨 살펴보기로 하자.

댓글 2개 :

  1. 다음뷰에서 NFL관련 블로그를 보게 되다니, 참 신기하네요. 한국어로 된 NFL관련 포스팅 자체를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저는 NFL은 지역팀 경기만 가끔 챙겨보고 칼리지풋볼을 더 즐겨보는 편이지만, 제 응원팀이 저번주에 충격패를 당하는 바람에..ㅠㅠ (#1 이었는데..OTL) 이번 주말부턴 오랜만에 NFL이나 봐야겠어요^^

    답글삭제
  2. OSU가 위스콘신에 잡힌 것 말씀이신가요?^^
    작년까지만 해도 저도 칼리지 경기를 많이 봤는데요,
    금년시즌엔 NFL만 주로 보고 있습니다.
    칼리지와 프로를 이틀 연속으로 내리 보니까,
    미드시즌 되니 지치더라구요...ㅋ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