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1일 금요일

제임스 본드가 MGM에 코 낀 이유

많은 영화팬들은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 '본드23'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본드23'란 스물 세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라는 뜻이다. 영화팬들은 '본드23'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 50주년 기념작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62년 '닥터노(Dr. No)'로 시작한 007 시리즈는 오는 2012년 50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MGM 사태가 먼저 해결되지 않는 한 '본드23'는 없다. 007 제작진은 지난 4월 MGM 문제로 '본드23' 제작을 중단한 뒤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영국인 스크린라이터 피터 모갠(Peter Morgan)이 스크린플레이를 맡은 것은 공식발표되었고, 영국인 영화감독 샘 맨데즈(Sam Mendez)가 연출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본드23' 프로젝트에 관한 소식은 여기까지가 전부였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MGM에 덜미가 잡힌 이유는 1974년작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The Man with the Golden Gun)'까지 알버트 R. 브로콜리(Albert R. Broccoli)와 함께 007 시리즈 공동 프로듀서였던 해리 살츠맨(Harry Saltzman)이 70년대 중반 그가 소유했던 007 시리즈 50% 지분을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영화사에 팔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서 007 시리즈는 알버트 R. 브로콜리와 유나이티드 아티스트가 각각 50%씩 소유하게 됐다. 그런데 MGM이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와 합병해 MGM/UA가 되면서 007 라이센스까지 MGM의 것이 됐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겠지만, 007 시리즈가 1989년작 '라이센스 투 킬(Licence to Kill)' 이후 6년이란 공백기를 거쳐야 했던 이유도 007 시리즈 제작진과 MGM/UA의 법정분쟁 덕분이었다.

2010년판 'MGM 트러블'도 본드팬들을 골치아프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빚더미에 앉은 고양이, MGM이 새 주인을 금새 찾을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아직까지 무소식이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스파이글래스 인터테인먼트(Spyglass Entertainment)와의 합병으로 결론난 듯한 뉴스가 나오고 있으며, 빠르면 2011년 여름부터 '본드23' 제작이 재개될 것이라는 소식도 있었지만, 아직까지 오피셜인 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터널의 끝이 보이는 듯 하지만, 언제쯤 벗어나게 될 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골치아픈 비즈니스 얘기만 하면 재미가 없지?

자 그렇다면 제임스 본드가 MGM에 코 낀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1964년 제임스 본드 영화 '골드핑거(Goldfinger)'에 영화 사상 가장 멋진 이름을 가진 여자 캐릭터가 등장한다. 바로 푸씨 갈로어(Pussy Galore)다.

'Pussy'는 우리가 아주 좋아하는 것 중 하나다. 고양이 말고 다른 거 말이다. 앉으나 서나 '그것'만 생각하는 사람들 천지이고, 인터넷을 돌다 보면 험악할 정도로 클로즈업 촬영한 이미지들도 흔히 눈에 띈다. 워낙 클로즈업을 한 바람에 때론 섬짓하게 보일 때도 있다.

영화 '골드핑거'에서 제임스 본드(숀 코네리)와 푸씨 갈로어(오너 블랙맨)이 처음 만나는 장면은 007 시리즈의 아이코닉 모멘트 중 하나로 꼽힌다.



Pussy: My name is Pussy Galore...
Bond: ?! I must be dreaming...XD

'골드핑거' 이후 흥미로운 이름을 가진 본드걸들이 영화에 종종 등장했다. 1979년작 '문레이커(Moonraker)'의 본드걸 홀리 굿헤드(Holly Goodhead)도 그 중 하나다. 이언 프레밍(Ian Fleming)의 원작엔 나오지 않는 캐릭터인 데다 영화 자체가 007 시리즈치곤 조금 심했기 때문에 그다지 기억에 남지 않는 본드걸 중 하나이지만, 이름 하나는 제법 재미있었다.

그러다가 1983년 영화 '옥토퍼시(Octopussy)'에 'Pussy'라는 이름을 가진 본드걸이 또 등장했다.

저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했을 당시 한글 제목이 '옥토퍼시'였던 것으로 기억하기 때문에 지금도 계속 그렇게 쓰고 있지만, 영어 발음나는 대로 쓰자면 '옥토푸씨'가 된다. 문어라는 뜻의 'Octopus'와 'Pussy'를 합친 단어이기 때문이다.

플레밍의 숏 스토리에선 옥토퍼시/옥토푸씨가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문어의 이름이지만, 영화에선 이를 리딩 본드걸의 이름으로 바꿨다. 이렇게 해서 이름에 'Pussy'가 들어간 또 하나의 본드걸이 탄생했다.

마우드 애덤스(Maud Adams)가 맡았던 옥토퍼시/옥토푸씨가 바로 그녀다.



그래도 과거의 푸씨 갈로어만 못한 것 같다고?

사실 재미있는 부분은 다른 데 있다. 서포팅 본드걸 마그다(크리스티나 웨이본)와 본드(로저 무어)의 베드씬이다. '골드핑거'에서 푸씨 갈로어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씬과 비교하면 여전히 한 수 아래이지만, 마그다가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 자신의 문어 문신을 가리키며 "My little Octopussy"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도 웃음이 나오곤 한다.

그냥 'Pussy'는 뭔지 알겠는데 'Octopussy'는 도대체 무엇일까?? 생김새가 분명히 틀리므로 크게 헷갈릴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ㅋ




Bond: Forgive my curiosity, but what is that?
Madga: That's my little Octopussy...
Bond: ?!

그렇다. 우리의 미스터 본드는 이렇게 '푸씨'를 좋아했다. 얼마나 좋아했으면 본드걸 이름으로 두 번씩이나 나왔겠수?

그런데 그렇다가 임자를 만났다. 이번엔 완전히 다른 '푸씨'한테 걸렸다. 아니, 물렸다고 해야하나?



'푸씨' 좋아하다 '푸씨'에 당하고 있는 우리의 미스터 본드... 과연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련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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