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14일 토요일

2000년대 영화음악 중엔 무엇이 더 있을까?

어렸을 적에 나는 발레가 한국어인 줄 알았다. 발레라고 하면 발동작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을 보니 아마도 '발'로 하는 '레(?)' 쯤 되는 의미인가 했던 것이다.

물론 어렸을 적 얘기다. 하지만 내가 그 때 부터 발레에 관심이 없었다는 건 그럭저럭 설명이 되었으리라 본다.

그렇다고 발레에서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는 건 아니다. 사실 하나 있긴 있다.

일부러 치마를 들어올릴 필요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발레리나 볼기짝에나 관심이 가는 판이다 보니 나탈리 포트맨(Natalie Portman) 주연의 '블랙 스완(Black Swan)'을 과연 영화관에 가서 봐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발레리나 역을 맡은 여배우들이 아름답고 우아한 척 하는 모습을 영화의 마지막까지 지켜볼 자신이 없었다. 더구나 나는 여주인공이 댄서, 특히 발레리나로 나오는 영화는 되도록이면 피하는 버릇이 있는데, 과연 '블랙 스완'을 끝까지 볼 수 있겠는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그래도 나탈리 포트맨이 이 영화로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었으니 보고 넘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렇다. 지난 1월에 있었던 얘기를 이제서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블랙 스완'은 내가 걱정했던 것처럼 매우 지루하고 간지러운 영화였을까?

절대 아니었다. 표를 사서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에만 해도 영화 선택을 잘못 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는데, 영화가 시작하자 언제 그랬더냐가 돼버렸다. 패러노이아 증세를 보이는 발레리나 니나(나탈리 포트맨)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내 예상과는 정 반대로 무척 흥미진진했다.

'블랙 스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하나만 꼽아보라고 하면 나는 클럽 씬을 꼽겠다. 고리타분하고 스트레스로 가득한 발레리나 생활에 짖눌려있던 니나(나탈리 포트맨)가 그것에서 벗어나 강렬한 비트의 모던 댄스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푸우~!' 한숨까지 내쉬었다.




자, 그럼 영화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부터 본론으로 들어가자.

이번 포스팅에서 첫 곡으로 소개할 노래는 '블랙 스완'의 클럽 씬에서 사용되었던 The Chemical Brothers의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스타일의 곡 'Don't Think'.


클럽 씬 하면 생각나는 2000년대 영화가 또 하나 있다. 브래드 핏(Brad Pitt), 케이트 블랜칫(Cate Blanchett) 주연의 '바벨(Babel)'이다.

'바벨'엔 일본인 청각 장애 소녀 치에코(린코 키쿠치)가 친구들과 함께 클럽에 놀러가는 씬이 나온다.




이 때 흘러나온 노래는 일본 뮤지션 시니치 오사와(Shinichi Osawa)가 논스탑 믹스한 Earth, Wind and Fire의 'September'와 Fatboy Slim의 'The Joker'다. 시니치 오사와는 클럽 씬에서 DJ로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바벨' 사운드트랙 앨범엔 영화의 클럽 씬에서 사용되었던 논스탑 믹스 버전이 그대로 수록되었다.

자, 그럼 시니치 오사와가 리믹스한 'September/The Joker'를 들어보자.


드림웍스의 3D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Madagascar)'에도 클럽 씬(?)이 나온다. 킹 줄리엔(사샤 바론 코헨)이 Reel 2 Real의 90년대 히트곡 'I Like to Move It'을 부르는 씬이다.



그럼 '마다가스카' 버전 'I Live to Move It'을 들어보자.


생각이 난 김에 살짝 뒤져보니 Reel 2 Real CD를 아직도 가지고 있었다. Reel 2 Real은 지난 90년대 오리지날 버전 'I Live to Move It'을 불렀던 미국의 댄스할 스타일 하우스 그룹이다.



말이 나온 김에 Reed 2 Real의 오리지날 버전도 듣고 넘어가자.


계속해서 클럽 스타일 곡들을 소개했으니 이번엔 아예 댄스 영화 사운드트랙에서 곡을 골라봤다.



이번에 소개할 곡은 Flo Rida가 부른 'Step Up 3D' 사운드트랙 수록곡 'Club Can't Handle Me'.


이색적인 수퍼히어로 영화 'Kick Ass'에도 하우스 클럽에서 돌릴 수 있을 만한 곡이 하나 있다. Mika & Redone의 'Kick Ass'다.



"We're young. We're strong..." 하는 부분의 보컬이 좀 귀에 거슬리지만 한 번 들어보기로 하자.


파라마운트의 액션/SF 영화 'G.I. Joe'에도 클럽 스타일 곡이 엔드 타이틀 곡으로 사용됐다. 힙합 그룹으로 알았는데 요새는 틴-팝-댄스 그룹으로 보이는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가 부른 'Boom Bomm Pow'가 바로 그것이다.



영화에 사용된 버전은 일렉트로 하우스 스타일로 리믹스된 DJ Ammo/Poet Named Life 리믹스. 블랙 아이드 피스가 요새 이런 음악을 한다는 게 좀 우습긴 하지만 한 번 들어보기로 하자.


'Boom Boom Pow'까지 나온 걸 보니 클럽 스타일 곡은 그만 소개할 때가 된 듯 하다. 그러니 지금부턴 다른 쟝르로 넘어가기로 하자.

빈 디젤(Vin Diesel) 주연의 제임스 본드 패로디 영화 'xXx(트리플 엑스)'에 아주 근사한 곡이 하나 나온다.



다음은 Rammstein이 부른 'Feuer Frei'. 독일 밴드가 독일어로 부른 곡이라서 이 친구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도대체 못 알아듣겠지만, 가사를 알아 들어야 이해할 수 있는 곡이 아니다.


코믹북을 기초로 한 톰 제인(Tom Jane) 주연 영화 '퍼니셔(The Punisher)'에도 기억에 남는 곡이 하나 있다.



다음은 Drowning Pool이 부른 'Step Up'.


2000년대 후반 TV, 영화, 비디오게임 배경음악으로 자주 사용되었던 곡이 있다. 스웨덴 락밴드 The Hives의 'Tick Tick Boom'이다.

이 노래는 헤이든 크리스텐슨(Hayden Christensen) 주연의 액션SF 영화 '점퍼(Jumper)'와 리앰 니슨(Liam Neeson) 주연의 액션 스릴러 '테이큰(Taken)' 등에 사용되었다.



그럼 The Hives가 부른 'Tick Tick Boom'을 들어보자.


개봉하면 영화관에서 꼭 보겠다고 기다렸던 영화인데 무슨 이유에선가 개봉이 연기되면서 DVD로 볼 수 밖에 없었던 영화들이 더러 있다. 그 중 하나가 앤튼 옐친(Anton Yelchin) 주연의 틴 코메디 '찰리 발렛(Charlie Bartlett)'이다.

'찰리 발렛'은 사립학교에서 쫓겨난 부잣집 아이 찰리 발렛(앤튼 옐친)이 알코홀릭 교장(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을 둔 몹시 거친 공립학교로 전학을 가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 하이스쿨 코메디 영화다. 이 영화에서 교장(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딸이자 찰리 발렛의 여자 친구가 되는 수잔 역은 케이트 데닝스(Kat Dennings)가 맡았다. 그녀는 최근 개봉한 '토르(Thor)'에서 토르에게 테이저를 쏴 쭉 뻗게 만드는 캐릭터로 출연했다.



사운드트랙에도 그런대로 괜찮은 곡들이 더러 있다. 그 중 하나는 The Subways가 부른 'Oh Yeah'.


"도대체 '트와일라잇(Twilight)'이 무엇인가?"

요샌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몇 년 전에만 해도 나는 '미국 워싱턴 주의 한적한 마을의 하이스쿨에 나타난 틴에이저 뱀파이어들의 이야기'라는 정도만 알았을 뿐 자세한 건 모르고 있었다.

얼마나 정보가 부족했으면 내가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책으로 읽었겠수?

'트와일라잇'이 소녀들을 위한 하이스쿨 로맨스 시리즈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아마도 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나오는 틴에이저 용 판타지-호러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판타지-호러로 위장한 로맨스물이더라.

그래도 1권 '트와일라잇'은 그런대로 넘어갈 만 했다. 그런데 2권 '뉴 문(New Moon)'부터는 서서히 한계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로맨스 쟝르를 좋아하지 않는데 10대 소녀들을 위한 틴 버전 판타지 로맨스 소설을 읽으려니 힘들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2권까지는 겨우 끝냈지만 3권 '이클립스(Eclipse)'는 그대로 책장에 꽂혀있다. 구입한 책은 어지간 하면 모두 끝장을 보는데 도대체 이건 읽을 자신이 없어...ㅠㅠ



'트와일라잇' 영화 시리즈는 첫 번째 영화만 영화관에서 보고 나머지는 그냥 넘기고 있다.

그런데 첫 번째 영화 '트와일라잇'에 흥미로운 곡이 하나 나왔다. 영국 밴드 Muse가 부른 'Supermassive Black Hole'이다.


Muse - Supermassive Black Hole by Warner-Music

Muse 뿐만 아니라 Linkin Park의 곡들도 '트와일라잇' 시리즈 사운드트랙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Linkin Park이 부른 영화음악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곡은 '트랜스포머스(Transformers)' 1탄에 사용된 'What I've Done'이다.


나도 한 때는 자동차 개조, 튠업 같은 데 관심이 많았던 적이 있다. 자동차 관련 매거진들을 베개로 삼았을 정도로 차 관련 매거진도 무척 많이 읽었고, 퍼포먼스 파트 판매하는 곳에도 자주 들락거렸다. 자동차로 위험한 짓, 미친 짓도 많이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그런 짓들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모한 짓들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유니버설의 'The Fast and the Furious'가 개봉했을 때 참 좋아했겠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이미 그 때엔 자동차에 대한 흥미를 잃은 뒤였기 때문이다. 자동차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기 보다는, 힙합을 크게 틀어 놓고 붐붐거리면서 개조한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컬쳐에서 멀어졌다고 해야 보다 정확할 듯 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The Fast and the Furious'는 영화, 사운드트랙 모두 그리 맘에 들지 않았다. 둘 다 내 입맛에 이미 맞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사운드트랙에서 흥미로운 곡을 하나 꼽아보자면, Limp Bizkit의 'Rollin' (Urban Assault Vehicle)'이 될 듯 하다.


90년대에 나름 재미있게 봤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던 윌 스미스(Will Smith), 마틴 로렌스(Martin Lawrence) 주연의 액션-코메디 'Bad Boys'가 10년만에 속편으로 돌아왔다.



영화는 솔직히 얘기할 게 많지 않다. 그렇다면 사운드트랙은?

1탄엔 다이애나 킹(Diana King)이 부른 히트곡 'Shy Guy'가 있었다. 2탄엔 Murphy Lee, Nelly & P. Diddy의 'Shake Ya Tailfeather'였다. 1탄의 'Shy Guy'에 비하면 별로였지만 그럭저럭 NOT-TOO-BAD이었다.


마지막은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 주연의 '업 인 디 에어(Up in the Air)'로 하자.



오프닝 곡으로 새런 존스(Sharon Jones & The Dap-Kings)가 부른 'This Land is Your Land'가 사용되었는데, 곡을 아주 잘 고른 것 같다.



댓글 4개 :

  1. 가장 최근이라서 그런지 기억나는 것도 많고
    2000년대 영화음악도 무지 좋은 게 많은 것 같습니다.
    트랜스포머는 빠질 수 없겠고, 다 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 등도 그렇지요. ㅎㅎㅎ
    지아이 조와 업 인 디 에어 곡도 맘에 들어요~

    답글삭제
  2. 2000년대 영화음악 중에도 괜찮은 곡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2000년대 들어선 영화음악에 흥미를 잃어서 얼마 안 될 줄 알았는데요,
    그래도 긁어모으니까 좀 되더라구요. 아직도 좀 남아있다는...^^

    스코어...는 나중에 한 번 제 생각을 올려보겠습니다.

    답글삭제
  3.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음악 좋아욤~

    답글삭제
  4. 저도 그 곡 좋아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4탄 개봉일이 임박했군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