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3일 목요일

이런 제임스 본드 주제곡은 어떨까?

누가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의 주제곡을 부를 것인가는 전통적으로 제일 마지막에 정해진다. 007 제작진이 넘어야 하는 마지막 허들이 바로 주제곡이다. 그러므로 누가 '본드23' 주제곡을 부를 것인지는 내년 이맘 때가 되어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물론 007 제작진의 공식발표가 나올 때까지 수많은 루머들이 쏟아질 것이다. 그 중엔 제법 그럴 듯한 루머도 있을 것이고, 터무니 없어 보이는 소리도 많을 것이다.

"레이디 가가(Lady Gaga)가 제임스 본드 주제곡을 부른다"는 루머가 나오더라도 놀랄 일이 전혀 아니다.

그런데 그냥 웃어넘길 얘기는 아니다. 007 시리즈 40주년 기념작 주제곡을 마돈나(Madonna)가 불렀으므로 레이디 가가가 50주년 기념작을 맡지 말라는 법이 없다. 007 제작진이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Expect the Unexpected..."

솔직히 말해, 듀란 듀란(Duran Duran)이 최고의 제임스 본드 주제곡 중 하나를 부른 뮤지션으로 기억될 것으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007 시리즈 음악을 맡았던 작곡가 존 배리(John Barry)도 듀란 듀란보다는 팝-발라드 가수를 원했었다. 그러나 듀란 듀란이 부른 '뷰투어킬(A View to a Kill)'은 전체 007 시리즈 주제곡 중에서 탑2 또는 탑3에 드는 곡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곡을 베스트로 꼽기도 한다.

만약 007 제작진이 전통적인 스타일의 주제곡을 부를 뮤지션, 다시 말하자면 셜리 배시(Shirley Bassey)',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를 대신할 뮤지션을 찾는다면 이번에도 당연해 보이는 뮤지션에게 주제곡을 맡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젠 007스러운(?) 시늉을 부린 곡들을 더이상 듣고싶지 않다는 것이다. 누가 들어도 007 시리즈 주제곡으로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쟝르와 스타일의 음악에서만 맴돌면 옛 스타일을 우스꽝스럽게 흉내낸 게 전부인 곡이 나오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계속해서 제 2의 셜리 배시, 제 2의 폴 매카트니를 찾는 건 시간낭비일 뿐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살짝 룰을 깨야 한다는 얘기인데,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게 좋을까?

네덜란드의 트랜스 뮤직 프로듀서 아민 반 뷰렌(Armin van Buuren)이 새로운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제목은 'Feels So Good'. 보컬은 미국의 하우스 그룹 iiO 보컬로 잘 알려진 나디아 알리(Nadia Ali)가 맡았다.

재미있는 건, 뮤직비디오가 제임스 본드 테마라는 것. 누가 보더라도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뮤직비디오에서 프로듀서 뷰렌은 검은 턱시도 차림으로 마티니를 마시는 제임스 본드 역할을 맡았고, 보컬 나디아 알리는 본드걸 역할을 맡았다.

일단 한 번 보자.


아니 지금 댄스곡을 제임스 본드 주제곡으로 사용하자는 얘기냐고?

얼핏 듣기엔 미친 소리 같지만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클럽 스타일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거나, 반대로 버블검 스타일의 팝 쪽으로 기운 댄스곡은 제임스 본드 주제곡으로 곤란하지만 'Feels So Good' 정도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지나치게 "HANDS-UP-N-SHAKE-YO-ASS" 스타일도 아니고 10대들이나 즐겨 들을 만한 틴-팝 스타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템포도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고 적당하다. BPM 130 정도면 딱 알맞다. 템포가 너무 처져서 흐느적거리지도 않고, 너무 빨라서 들썩거리지도 않는다. 사운드도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차분하면서도 너무 지루하고 졸리지 않게 강한 드럼과 베이스라인을 사용하고, 여기에 전자기타로 포인트를 준 것이 맘에 든다. 뮤직비디오를 제임스 본드 스타일로 괜히 만든 게 아니라는 게 느껴진다.

여기에 해당하는 멋진 곡이 또 하나 있다. 독일 프로듀서 ATB의 'Desperate Religion'이다. 이 곡은 거의 그대로 영화에 사용해도 될 듯 하다.


아일랜드 트랜스 프로듀서 존 오캘러한(John O'Callaghan)의 'Find Yourself'도 나쁘지 않다.


이런 곡이 주제곡이 된다면 메인 타이틀 영상도 스타일리쉬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트랜스 뮤직의 특징에 어울리게 화려하고 퓨쳐리스틱하면서도 섹시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댄스곡은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의 제임스 본드 영화와 매치가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두 차례나 징징거렸는데 이번에도 또 락음악으로 하긴 곤란하지 않겠나 싶다. 락이 곤란하다면 여자 보컬의 팝 발라드로 바꿔볼 수도 있지만, 이렇게 해선 멋진 주제곡이 나올 것 같은 기대감이 별로 생기지 않는다. 여자 가수가 부른 007 주제곡 중 기억에 남을 만한 곡은 1981년 쉬나 이스턴(Sheena Easton)이 부른 'For Your Eyes Only' 이후 지금까지 30년간 나오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물건이 나올 것 같지 않아서다. 더피(Duffy), 아델(Adele),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등등 007 주제곡을 부를 만한 여가수 후보는 많지만, 이런 식으로는 왠지 해결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요새 팝엔 별 기대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럴 바엔 흥겹고 퓨쳐리스틱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트랜스로 가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고 본다. 트랜스 쟝르는 처음이므로 신선감을 줄 수 있으며, 전체적으로 흥겨운 분위기의 곡이 될 것이므로 노래가 지겹거나 따분하다는 평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제대로 한다는 전제 하에서의 얘기지만, 잘만 한다면 의외로 괜찮은 곡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007 제작진이 이런 쪽으로 방향을 틀 생각을 하려는지 모르겠다. 이들은 아직도 유명한 팝가수나 락밴드에 주제곡을 맡기고 싶어할 것 같다. 댄스, 트랜스 쟝르를 시도한다고 해도 그쪽 쟝르 전문가를 택하지 않고 인지도 높은 인기 팝가수가 그쪽 스타일의 곡을 흉내내어 부르는 걸 더 좋아할 것이다. 최근들어 수많은 팝 가수들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요새 유행한다는 일렉트로 하우스 곡들을 발표하면서 촌쓰러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솔직히 별 기대를 하진 않는다. 하지만 만약 007 제작진이 '본드23' 주제곡을 'SPICE UP' 할 생각이 있다면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댓글 5개 :

  1. 오호~ 이런 하우스 스타일도 정말 잘 어울리겠는데요.
    촤고의 본드 주제곡들인 "Live and Let Die," "Nobody Does It Better," "A View to a Kill"같은 명곡들은 아니더라도 납득할만한 곡이 좀 선택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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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 하우스가 아니라 트랜스인가요? 댄스 음악은 잘 몰라서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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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Feels So Good은 하우스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근데 뷰렌이 90년대부터 트랜스를 하고 있는 친구라서...
    요샌 쟝르를 구분하기 힘든 스타일의 곡들이 많아서 좀 헷갈립니다...^^

    이젠 과거의 그런 주제곡은 나오기 힘들 것 같습니다.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기대가 안 됩니다.
    그럴 바엔 또 장난치지 말고 분위기를 한 번 바꿔보는 것도 좋겠단 생각을 해봤습니다.
    최근에 나온 본드 주제곡들 정말 별로 맘에 안 듭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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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건 너무 오공님 스타일만 골랐는데요? ㅋㅋㅋ
    과연 어떤 곡이 선택될지 두고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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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하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구요...ㅋㅋㅋ
    하지만 본드 뮤직은 좀 바뀌어야 합니다.
    많은 본드팬들은 007스러운 주제곡을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막상 그런 곡을 듣고나면 그런 스타일에 얼마나 식상했는지 알게되죠.
    때문에 비슷비슷한 언저리만 맴돌지 말고 시도하지 않았던 쟝르에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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