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8일 수요일

워싱턴 레드스킨스 헤드코치 마이크 섀나핸은 역시 젠틀맨이었다

지난 월요일 벌어진 워싱턴 레드스킨스(Washington Redskins)와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의 먼데이 나잇 경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안도할 수 없었던 스릴러였다. 지난 90년대 말 덴버 브롱코스(Denver Broncos)를 두 차례 수퍼보울 챔피언으로 이끈 바 있는 명장 마이크 섀나핸(Mike Shanahan)이 헤드코치가 된 이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레드스킨스는 갈비가 부러진 토니 로모(Tony Romo)의 카우보이스를 마지막 순간까지 위협했다.

18대16 2점 차로 카우보이스에 리드를 빼앗긴 레드스킨스는 경기 종료 1분 40초 정도를 남겨놓고 마지막 공격기회를 잡았다. 점수 차가 2점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굳이 터치다운을 할 필요없이 필드골만 성공시켜도 19대18로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었던 데다 타임아웃도 2개나 남아있었으로 시간 여유는 넉넉했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카우보이스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 종료 30여초를 남겨둔 상태에 레드스킨스 쿼터백 렉스 그로스맨(Rex Grossman)이 뒤에서 달려든 카우보이스 수비수 앤토니 스펜서(Anthony Spencer)에 쌕을 당하며 펌블을 한 것. 그로스맨이 흘린 공은 카우보이스 라인배커 션 리(Sean Lee)가 리커버하면서 레드스킨스의 공격권을 빼앗아왔다.


▲앤토니 스펜서의 태클에 펌블하는 렉스 그로스맨

경기 종료 30여초를 남겨두고 턴오버를 당했다면 사실상 경기는 여기서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레드스킨스로부터 공격권을 빼앗아 온 카우보이스 오펜스는 이미 승패가 결정났으므로 닐 다운(Kneel Down)으로 남은 시간을 소비했다.


▲닐 다운을 하는 카우보이스 오펜스

사실상 승부가 정해진 이후였으나 경기 시계엔 아직 수 초가 남아있었으며 워싱턴 레드스킨스에겐 타임아웃도 하나 남아있었다.

근소한 점수 차로 아쉽게 패한 팀들은 대개 이런 상황에서 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은 타임아웃을 사용하곤 한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싸운다는 제스쳐라는 것까지는 좋아도 사실상 시간을 끄는 게 전부일 뿐 한마디로 쓸데 없는 짓이지만, 패배의 아쉬움 때문인지 아니면 심술인지 대개의 경우 타임아웃을 신청하곤 한다.

그러나 워싱턴 레드스킨스는 달랐다. 매우 아쉽게 패한 것이 분명했는데도 레드스킨스 헤드코치 마이크 섀나핸은 타임아웃으로 시계를 멈추지 않았다. 타임아웃이 남아있었고 경기 시계에 아직 수 초가 남아있었는데도 섀나핸은 경기가 끝났다는 듯 필드 중앙으로 걸어나갔다.


▲타임아웃이 남아있는 데도(붉은 원 안) 사용하지 않고 필드로 나가는 섀나핸

처음엔 섀나핸이 달라스 카우보이스 헤드코치 제이슨 개렛(Jason Garrett)과 악수를 하러 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경기가 끝나면 항상 양팀 헤드코치들이 악수를 하면서 끝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헤드코치 섀나핸은 카우보이스 쿼터백 토니 로모를 향해 다가갔다. 카우보이스 헤드코치 제이슨 개렛을 만나러 가기 전에 카우보이스 쿼터백 토니 로모를 먼저 만난 것이다.


▲카우보이스 쿼터백 토니 로모와 대화를 나누는 마이크 섀나핸

경기 시계에 아직 수 초가 남아있었으므로 공식적으로는 경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였으며, 남은 타임아웃을 사용해 쓸데 없이 시간을 끌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섀나핸은 그렇게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카우보이스 헤드코치보다도 쿼터백 토니 로모를 먼저 찾아가 승리를 축하해줬다.

아마도 헤드코치 섀나핸은 로모에게 "갈비뼈 골절상을 입고도 마지막까지 정말 잘 싸웠다"며 축하해줬을 것으로 보인다.

헤드코치 섀나핸이 로모를 제일 먼저 찾아가 승리를 축하해주는 모습을 보는 순간 섀나핸이 왜 타임아웃을 부르지 않았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갈비뼈 골절상을 입고도 끝까지 경기를 뛰며 카우보이스에 승리를 안긴 토니 로모를 배려해서 치사한 타임아웃으로 시간을 끌지 않고 되도록이면 빨리 경기를 끝내려 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토니 로모에게 승리를 축하해 주고 돌아서는 마이크 섀나핸

비록 사소한 일이긴 해도 헤드코치 섀나핸이 멋지게 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 양팀 코치와 선수들이 필드 위에서 서로 악수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헤드코치 섀나핸과 토니 로모의 만남은 어딘가 스페셜한 데가 있어 보였다.

역시 헤드코치 섀나핸은 젠틀맨이었다.

아들이자 오펜시브 코디네이터인 카일 섀나핸과 함께 워싱턴 레드스킨스를 이끌고 있는 헤드코치 마이크 섀나핸이 작년에 비해 많이 발전한 모습을 보이는 워싱턴 레드스킨스를 어디까지 올려놓는지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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