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카우보이스는 턴오버를 비롯한 크고 작은 실수를 레드스킨스보다 훨씬 더 많이 범하고도 경기를 이긴 적이 있다. 경기 후 카우보이스 측은 "경기를 그렇게 해놓고 어떻게 이겼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레드스킨스 측은 "그렇게 많은 기회를 잡았는데 어떻게 패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와 비슷한 일이 월요일 밤 카우보이스 스테디움에서 벌어진 워싱턴 레드스킨스와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먼데이 나잇 풋볼 경기에서 또 생겼다.
달라스 카우보이스 오펜스는 한마디로 대책이 없어 보였다. 주전 쿼터백 토니 로모(Tony Romo)는 갈비가 부러져 골골거리는 바람에 태클을 당하기 전에 패스를 하기 위해 서두르는 모습이 역력했고, 주전 와이드리씨버 마일스 어스틴(Miles Autin)은 부상으로 결장했으며, 베테랑을 전부 내보내고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로 유닛을 꾸린 오펜시브 라인맨들은 여기저기서 실수를 하느라 바빴다. 쿼터백을 보호하는 역할과 함께 러닝백의 러닝루트를 뚫어주는 중요한 임무도 겸하고 있는 오펜시브 라인이 우왕좌왕하자 카우보이스 러닝게임도 풀리지 않았다.
가장 어처구니 없었던 실수는 카우보이스 센터 필 코스타(Phil Costa)가 네 번씩이나 스냅을 제 멋대로 했다는 것이다. 쿼터백이 준비되기도 전에 제 멋대로 스냅을 하는 바람에 재앙 수준의 상황을 네 차례나 만들었던 것. 토니 로모가 인터셉트를 당한 것도 코스타의 문제 있는 스냅의 영향이었다. 먼데이 나잇 풋볼 해설자이자 전직 NFL 헤드코치였던 존 그루덴(Jon Gruden)의 말처럼 하이스쿨, 칼리지, NFL 등 전 레벨의 풋볼 경기에서 센터가 쿼터백이 준비되었는지 확인하지 않고 네 번씩이나 제 멋대로 스냅을 하는 실수를 범하는 광경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무리 프로 경험이 부족하다고 해도 NFL이란 데가 칼리지에서 베스트 중 베스트만 모아놓은 곳인데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기초적인 실수를 한 경기에 네 번씩이나 했다는 건 도대체 설명이 안 된다. 얼마나 이해가 안 되었으면 혹시 코스타가 메릴랜드 대학(University of Maryland) 출신이라서 메릴랜드 주 홈팀인 워싱턴 레드스킨스를 위해서 공작을 벌이는 스파이가 아니냐는 엉뚱한 생각까지 했으랴!
카우보이스의 어린 오펜시브 라인맨들이 앞으로 솔리드한 선수들로 성장할 수는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NFL 락아웃으로 가뜩이나 어수선한 오프시즌을 보냈는데 베테랑 오펜시브 라인맨들을 무더기로 방출한 것은 무모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프로보울 센터 앙드레 저라드(Andre Gurode)를 컷하지 않았더라면 센터-쿼터백 익스체인지가 이처럼 스릴과 서스펜스 만점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저라드도 '제 멋대로 스냅'이 잦은 편이었지만 필 코스타처럼 한 경기에 네 번씩 몰아서 한 적은 없었다.
ESPN 아나운서 마이크 티리코(Mike Tirico)도 중요한 포인트를 하나 지적했다. 과거 카우보이스 오펜시브 라인맨은 래리 앨런(Larry Allen), 에릭 윌리암스(Eric Williams), 네이트 뉴튼(Nate Newton), 그리고 얼마 전까지 카우보이스에서 레드프태클을 맡았던 플로젤 애덤스(Flozell Adams) 등 모두가 유명한 선수들이었는데 요새 카우보이스 라인맨은 누가 누군지 모르는 무명들이라는 것이었다. 90년대엔 카우보이스 오펜시브 라인 전체가 프로보울에 나가다 시피 했는데 2011년 카우보이스 오펜시브 라인 유닛은 카우보이스 팬들이나 알아볼까 말까 한 무명, 신인들로 구성된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오펜시브 라인이 생각보다 잘 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워싱턴 레드스킨스와의 먼데이 나잇 경기에선 센터는 제 멋대로 스냅을 하고 레드프태클 더그 프리(Doug Free)는 계속 수비수에 밀리며 홀링 패널티를 자주 범하는 등 흔들리는 O라인의 문제를 그대로 보여줬다.
게다가 주전 와이드리씨버 마일스 어스틴의 부상으로 스타팅 라인업에 든 넘버3 리씨버 케빈 오글트리(Kevin Ogletree)는 결정적인 순간 펌블을 하는 실수를 범했을 뿐만 아니라 눈치와 경기 이해도가 부족한 듯한 플레이로 토니 로모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
오펜스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카우보이스는 경기 내내 터치다운을 단 1개도 하지 못했다.
전반엔 워싱턴 레드스킨스도 카우보이스 만큼 터치다운 운이 따르지 않았다. 인터셉션에 필드골 블락 등을 당하는 꼬락서니가 레드스킨스도 카우보이스 못지 않게 나사가 풀린 듯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전반을 9대9 동점으로 마친 양팀은 후반 들어 레드스킨스가 '드디어' 터치다운을 하면서 16대9로 앞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전부였다. 레드스킨스는 후반에도 카우보이스에 필드골 3개를 더 내주면서 18대16으로 졌다.
그렇다. 카우보이스는 터치다운을 단 1개도 하지 않고 필드골 6개로 워싱턴 레드스킨스를 잡았다.
사실 카우보이스에겐 필드골 6개는 약과다. 지난 90년대엔 필드골 7개로 그린 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를 잡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 코믹한 건, 카우보이스는 터치다운을 단 1개도 못하고 필드골만 7개를 차서 21점을 냈는데도 패커스에 10점차 이상으로 승리했다는 사실.
이렇게 필드골만으로 이긴 카우보이스 경기들을 이전에 본 적이 있어서 였는지, 카우보이스가 터치다운을 하지 못하고 줄기차게 필드골만 차는 것을 보면서 '아, 이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친 듯이 필드골만 차는 꼬락서니를 보니 이길 운명인 것 같더라.
비록 카우보이스가 이기긴 했지만 이것은 카우보이스의 팀 승리로 보이지 않았다. 디펜스는 그래도 꾸준하게 좋은 경기를 했다는 점을 평가할 수 있으며, 경기 종료를 앞두고 카우보이스 D가 결정적인 펌블/턴오버를 만든 것은 박수를 받을 만 하다. 그러나 오펜스는 꽝이었다. 이번 경기의 최대 관심사는 갈비뼈를 다친 쿼터백 토니 로모가 고통을 견디며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까 였는데, 토니 로모 혼자서만 고통을 참아가며 열심히 경기에 임했을 뿐 나머지 공격 선수들은 한쪽 뇌를 저녁 식사 테이블에 놓고 나온 듯 보였다. 쿼터백이 갈비를 다쳤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제 멋대로 스냅을 해서 쿼터백을 불필요한 위기상황에 처하도록 만든 센터 필 코스타는 양쪽 뇌를 모두 식탁에 빼놓고 나온 듯 했다. 물론 경기를 극적인 드라마로 만들기 위한 연기였는 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연기를 하고 싶다면 풋볼을 집어치우고 드라마 스쿨에 편입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 보는 게 좋을 듯 하다.
비협조적인 오펜시브 팀메이트들에 토니 로모가 얼마나 열이 받았으면 나중엔 누군가가 파울을 범하자 뿔이 난 로모가 공을 던져 카우보이스 선수의 헬멧을 맞추기까지 하더라. 물론 고의로 맞춘 것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이런 사소한 것까지 '응징'으로 보일 정도로 카우보이스 공격팀은 고통을 참으며 경기에 임한 토니 로모를 제대로 도와주지 않았다. 로모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카우보이스 공격팀은 단체로 삽을 들며 대책없이 무너졌던 2010년 카우보이스 팀을 다시 보는 듯 했다. 2010년 카우보이스 팀이 얼마나 고약한 'NG 메이커'였는지 기억하는 카우보이스 팬이라면 레드스킨스 전에서 보인 카우보이스 공격팀의 나사 풀린 모습을 보면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우보이스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갈비뼈 부러진 토니 로모 덕분이었다. 로모는 레드스킨스 전에서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직접 코치까지 하는 등 리더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언제나 로모를 따라다녔던 것이 '리더십 부재'였으나 로모는 틈만 나면 삽을 들려 하는 경험없는 어린 선수들을 통솔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며 리더의 모습을 보여줬다. 나사가 풀리며 스스로 분해될 것 같았던 카우보이스 오펜스를 추스려 역전승을 일궈낸 것도 토니 로모였다.
그러므로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먼데이 나잇 풋볼 승리는 토니 로모의 것이며, 이번 승리는 로모가 오랫동안 기억할 만한 스페셜한 승리였다.
비록 3주 전의 일이지만, 뉴욕 제츠(New York Jets)와의 시즌 오프너 패전 책임을 뒤집어 썼을 때와 지금의 토니 로모는 완전히 다른 인물처럼 보인다. 문제는 로모가 언제까지 '새로운 로모'의 모습을 지킬 것이냐는 것. 로모가 앞으로도 지난 주와 이번 주 경기에서 보여준 것처럼 터프함과 리더쉽을 보여주며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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