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0일 월요일

필라델피아 이글스는 Eazy-E의 충고를 들었어야 했다

2011년 정규시즌이 시작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드림팀'이라 불렸던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가 '악몽팀'이 되어가고 있다. 이글스는 정규시즌 첫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며 산뜻하게 출발하는 듯 했으나 내리 네 경기에서 패하며 1승4패로 추락했다.

그렇다. 이글스가 또 졌다.

이글스에 시즌 네 번째 패배를 안긴 팀은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까지 물리치며 2011년 시즌 들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버팔로 빌스(Buffalo Bills).

버팔로 빌스는 쿼터백 짐 켈리(Jim Kelly), 러닝백 서먼 토마스(Thurman Thomas), 와이드리씨버 앙드레 리드(Andre Reed), 디벤시브 엔드 브루스 스미스(Bruce Smith) 등이 버티고 있었던 80년대와 90년대 초엔 무려 네 차레나 수퍼보울에 올랐던 강팀 중 하나였다. 그러나 네 번의 수퍼보울 도전에서 모두 패배한 뒤 선수들이 하나 둘씩 은퇴하거나 다른 팀으로 떠났으며, 그 이후부터 빌스는 '수퍼보울 콘텐더'에서 거리가 멀어져갔다. 빌스는 얼마 전까지 '콘텐더'는 고사하고 NFL의 약체 중 하나로 꼽히던 팀이었다.

그런데 2011년 버팔로 빌스는 어딘가 달라 보인다. 버팔로 빌스가 톰 브래디(Tom Brady)가 버티고 있는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까지 격파하고 현재 시즌 전적 4승1패를 기록 중일 것을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90년대 말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 헤드코치를 맡았던 경력이 있는 챈 게일리(Chan Gailey)가 빌스 헤드코치를 맡은 지 2년 만에 팀을 바꿔놓은 듯 하다.

하지만 1승이 절박한 필라델피아 이글스를 상대로 W를 따내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이글스가 연패 행진을 멈춰야 하는 다급한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글스는 버팔로 빌스와의 경기에서 턴오버를 무려 다섯 번씩이나 범하며 무너졌다. 쿼터백 마이클 빅(Michael Vick)은 인터셉션을 무려 네 차례나 당했고, 이글스 와이드리씨버 제이슨 아반트(Jason Avant)는 결정적인 순간 두 차례 실수를 범하면서 두 번 모두 펌블과 인터셉션으로 연결시켰다.

마이클 빅과 제이슨 아반트의 가장 결정적인 실수는 7점 차로 뒤지던 4쿼터에서 발생했다. 경기 종료까지 2분을 남겨놓고 빌스의 26야드까지 전진한 이글스 오펜스는 동점 터치다운을 성공시킬 절호의 기회를 잡았는데, 이 상황에 아반트가 빌스의 수비수에게 공을 빼앗기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아반트가 공을 받으려는 순간 빌스의 수비수가 공을 쳐냈고, 튕겨 오른 공은 빌스의 라인배커 닉 바넷(Nick Barnett)의 품에 안겼다. 인터셉션인 것이다.

문제의 인터셉션 순간을 동영상으로 다시 한 번 보자.


어이없게 득점 챈스를 날렸지만 그래도 이글스에겐 기회가 아직 남아있었다. 시간이 많이 남아있진 않았지만 빌스의 공격을 막고 공격권을 빼앗아 온다면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동점을 노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실제로 그러한 기회가 이글스에 왔다. 이글스 수비가 빌스의 공격을 세 차례 막아내고 4th and Short 상황을 만든 것이다. 이글스는 빌스가 펀트를 찰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실제로 빌스도 펀트를 차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빌스가 마음을 바꿔 펀트를 차지 않고 네 번째 다운을 밀어부치기로 결정했다. 몇 인치만 더 전진하면 퍼스트 다운을 할 수 있긴 했지만 그 상황에 밀어부칠 가능성이 낮았으므로 하드 카운트로 이글스 디펜스의 오프사이드를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이글스 디펜스도 이를 몰랐을 리가 없었다. 이글스 디펜스는 버팔로 빌스의 하드 카운트 함정에 넘어가지 않도록 꼼짝하지 않고 조심했어야 했다.

그.러.나...

어처구니 없게도 이글스 수비수가 함정에 걸려들고 말았다. 이글스 디펜시브 엔드 주쿠아 파커(Juqua Parker)가 훼이크 하드 카운트에 속아 앞으로 뛰어들며 오프사이드를 한 것이다.




디펜시브 오프사이드 파울은 5야드 패널티다. 그러므로 4th and Inch였던 버팔로 빌스는 주쿠아 파커의 오프사이드 파울 덕분에 오토매틱으로 퍼스트 다운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문제의 오프사이드 순간을 다시 한 번 보기로 하자.


만약 주쿠아 파커가 오프사이드를 하지 않았다면?

만약 오프사이드를 하지 않았다면 빌스는 펀트를 찼을 것이므로 이글스는 동점을 노릴 마지막 공격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글스는 오프사이드 파울을 범하며 마지막 공격 기회를 잡아보지도 못하고 패했다. 파울을 하지 않았더라면 동점에 성공하든 못하든 간에 마지막 공격을 한 번 더 해볼 수 있었으나 오프사이드 파울 덕분에 공격 기회 자체를 잡아보지도 못하고 진 것이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것은, 그 순간 빌스가 하드 카운트로 오프사이드를 유도하려는 것을 이글스 선수들이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당했다는 점이다. 빌스 쿼터백 라이언 피츠패트릭(Ryan Fitzpatrick)이 훼이크 하드 카운트를 계속 하도록 꼼짝 하지 않고 기다렸어야 했는데, 어이없게 함정에 걸려든 것이다.

그렇다. 필라델피아 이글스 디펜스는 Eazy-E의 충고를 새겨들었어야 했다.

"Nobody move, nobody get hurt..."


이렇게 해서 파이널 스코어는 빌스 31, 이글스 24.

빌스는 이글스 전 승리로 시즌 전적이 4승1패가 되었으며, 이글스는 시즌 오프너에서 승리한 이후 네 경기에서 연달아 패하며 1승4패로 추락했다.

댓글 2개 :

  1. 절묘한 인터셉트네요.
    ㅎㅎㅎ
    풋볼 오프사이드는 저런거군요.
    처음 알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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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미식축구와 유럽축구 오프사이드가 좀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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