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본드 스타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가 3월2일로 만 45세가 됐다. 45세는 제임스 본드의 세계에서 아주 의미있는 나이다. 제임스 본드 소설을 쓴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은 그의 세 번째 제임스 본드 소설 '문레이커(Moonraker)'에 "모든 00 에이전트는 45세가 되면 자동으로 사무직으로 변경되며, 그렇게 되기까지 본드는 8년이 더 남았다"고 썼다.
원작소설 '문레이커(1955)'의 해당 부분을 발췌해 봤다.
"...before the statutory age of forty-five. Eight years to go before he was automatically taken off the 00 list and given a staff job at Headquaters."
그러므로 원작소설의 세계에선 00 에이전트의 수명은 만 45세까지다.
금년 가을 나오는 윌리엄 보이드(William Boyd)의 새로운 제임스 본드 소설엔 45세가 된 베테랑 제임스 본드가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므로 아마도 '사무직' 이야기가 또 나오지 않을까 예상된다.
그렇다면 다니엘 크레이그가 007 시리즈에서 물러날 나이가 되었다는 뜻이냐고?
영화배우의 나이까지 원작 캐릭터의 것과 정확하게 맞출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크레이그가 몇 해 더 제임스 본드 역을 맡는다 해도 별 문제될 것은 없다. 007 영화 시리즈의 'statutory'는 50세라고 할 수 있으므로 크레이그에겐 아직 5년 정도 더 남아있다. 크레이그가 앞으로 2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더 출연한다는 얘기도 그의 나이 등을 고려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크레이그가 30대 후반에 조금 늦게 제임스 본드가 됐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물론 로저 무어(Roger Moore),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은 40대에 제임스 본드가 되었으므로 크레이그만 유독 늦게 007이 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약간 늦은 감이 드는 이유는 크레이그가 그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에서 갓 00 에이전트가 된 젊고 다듬어지지 않은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기 때문이다. '카지노 로얄' 촬영 당시 이미 30대 후반이었던 크레이그가 갓 00 에이전트가 된 제임스 본드를 맡기엔 약간 나이가 많은 감이 있었다. 2002년작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를 끝으로 007 시리즈를 떠난 피어스 브로스난보다 젊어 보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갓 00 에이전트가 된 제임스 본드 역은 또다른 얘기였다.
'카지노 로얄'의 제임스 본드 역으로 가장 이상적인 영화배우 연령대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이었다. 그 연령대의 배우가 제임스 본드를 맡았어야 캐릭터 설정과 부합함과 동시에 애송이가 베테랑 에이전트로 성장하는 과정도 설득력 있게 보였을 것이다. 실제로, 영국배우 헨리 카빌(Henry Carvill)이 '카지노 로얄'의 제임스 본드 후보 리스트에 올랐었다. 그러나 1983년생인 카빌은 2000년대 중반 당시 겨우 20대 초반이었기 때문에 제임스 본드 역을 맡기에 너무 어렸다. 비록 카빌은 너무 어렸다 하더라도 007 제작진이 당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배우를 골랐더라면 '갓 00 에이전트가 된 애송이 제임스 본드를 맡았던 배우가 영화 세 편만에 40대 중반이 돼버렸다'는 문제를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제 1대 제임스 본드인 숀 코네리(Sean Connery)는 30대 초반이었을 때 제임스 본드가 되었으며, 제 2대 제임스 본드인 조지 레이전비(George Lazenby)는 29세에 007이 되었다. 1930년생인 코네리는 만으로 31세였을 때 007 시리즈 1탄 '닥터 노(Dr. No)'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으며, 30대 중반이 되었을 땐 배우와 캐릭터 모두 베테랑이 되어있었다.
트릴로지로 성공한 제이슨 본 시리즈와 배트맨 시리즈와도 한 번 비교해 보자. 1970년생인 제이슨 본 시리즈의 맷 데이먼(Matt Damon)은 그가 30대 초반이었던 2002년 '본 아이덴티티(The Bourne Identity)'에서 처음으로 제이슨 본 역을 맡았다. 1974년생인 크리스챤 베일(Christian Bale) 역시 2005년작 '배트맨 비긴스(Batman Begins)' 촬영 당시 30대 초반이었다. 데이먼과 베일은 30대 초반에 트릴로지를 시작해 캐릭터와 함께 성장하다 30대 후반이 되었을 때 마지막 3탄을 찍었다.
반면 크레이그는 38세에 갓 00 에이전트가 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좋았다. '카지노 로얄'이 크레이그의 첫 제임스 본드 영화였으므로 두 번째 영화부턴 베테랑 에이전트의 모습을 되찾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두 번째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는 '카지노 로얄'과 줄거리가 바로 이어지는 속편이었다. 이 바람에 1968년생인 크레이그는 2008년 '콴텀 오브 솔래스'를 촬영하는 동안 만 40세 생일을 맞았지만 그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는 '카지노 로얄'에서 발전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크레이그가 만 44세였을 때 찍은 그의 세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스카이폴(Skyfall)'은 전편과 줄거리가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콴텀 오브 솔래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스카이폴'에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있었다. 44세의 다니엘 크레이그는 20대 후반의 크리스 헴스워스(Chris Hemsworth)와 같은 배우가 아니었지만, '스카이폴'은 헴스워스 등과 같은 2030대 배우에 보다 적합한 영화였다. '스카이폴'이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를 노골적으로 모방한 영화였기 때문에 제임스 본드 캐릭터도 2030대 배우에 적합해 보였지 40대 중반의 다니엘 크레이그에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특히 '스카이폴'이 대단히 실망스러웠던 이유는, 진지하고 사실적인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다던 크레이그가 40대 중반이 되었는데도 2030대 배우들이 해야 할 코믹북 수퍼히어로 시늉이나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배우 다니엘 크레이그는 나이를 먹을 수밖에 없게 돼있으므로 세월이 흐름에 따라 크레이그의 본드 캐릭터도 보다 노련한 베테랑 에이전트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줬여야 했지만 '스카이폴'은 여기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다. '스카이폴'을 연출한 샘 멘데스(Sam Mendes) 감독은 "나도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와 같은 블록버스터를 할 수 있다"는 자기 홍보를 톡톡히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와 반대로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는 우스꽝스럽게 변했다. '스카이폴'의 제임스 본드는 크레이그에 기대했던 그에 딱 어울리는 제임스 본드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렇다. 007 제작진은 40대 중반이 된 크레이그의 세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도 그에 어울리는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제대로 찾아주지 못했다.
그 동안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는 유행에 맞춰 한 번은 제이슨 본, 한 번은 브루스 웨인 시늉을 냈을 뿐 그만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올바르게 발전시켜 나갈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했다. 그 대신 돈은 많이 벌었지만, 본드팬들의 007 시리즈 만족도는 흥행순이 아니다. 본드팬들은 크레이그가 그의 스타일과 거의 완벽하게 어울리는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을 보고싶어 하지만, 크레이그의 본드 캐릭터는 '카지노 로얄'에서 반짝한 뒤 아직도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이미 45세가 됐다. 만약 2014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본드24' 촬영이 시작한다면 크레이그는 46세가 되어있을 것이다. 크레이그의 마지막 본드 영화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본드25'가 촬영을 시작할 2016년이 되면 48세가 되어있을 것이다. 새로운 007 시리즈가 매번 2년마다 나온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본드25' 개봉이 2017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크레이그의 나이는 49세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크레이그에겐 그의 '베스트 본드'를 보여줄 기회가 많이 남아있지 않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007 제작진은 40대 중반이 된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제대로 찾아줄 생각을 해야 한다. 흥행을 위해 007 시리즈를 요새 유행하는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처럼 만들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와 수퍼히어로 스타일은 서로 매치가 안 된다. 진지한 제임스 본드를 보여주겠다던 크레이그가 40대 중반이 되어서도 코믹북 수퍼히어로 시늉이나 내고 있으면 진지하게 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007 제작진은 1020대에 어필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그것이 목적이라면 제임스 본드를 보다 젊은 배우로 바꾸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만약 '스카이폴'의 제임스 본드가 크리스 헴스워스나 헨리 카빌이었다면 어색함과 유치함이 거꾸로 훨씬 덜했을 것이다. 젊은 주연배우에 다소 유치한 코믹북 스타일 스토리 등등 모든 게 매치되었을 테니 말이다. 본드팬들 또한 이미 그러한 영화라는 것을 처음부터 예상하고 봤을 테니 실망하고 자시고 할 것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스카이폴'과 같은 청소년 수퍼히어로 스타일이 '$$$'라고 생각한다면 거기에 맞춰 다시 변화를 주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지금과 같은 엉거주춤한 느낌은 덜할 것이다. 이래저래 '$$$' 앞에선 제임스 본드의 정통성 따위는 구닥다리 같은 소리일 뿐 아닌가. 따라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듯한 양다리 걸치기를 계속 하지 말고 내친 김에 젊은 주연배우와 함께 코믹북 수퍼히어로 쪽으로 밀어붙이는 게 더 나은 해결책일 수도 있다.
원작소설에선 45세가 되면 00 에이전트에서 물러나 자동으로 사무직으로 옮겨간다고 되어있다. 40대 중반이면 베테랑 에이전트인 정도가 아니라 살인면허를 반납하고 00 에이전트에서 은퇴할 나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만약 007 제작진이 크레이그와 당분간이나마 함께 할 생각이라면 '본드24'부터는 크레이그의 나이와 특징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노련한 베테랑 에이전트의 모습을 똑바로 만들어줄 생각을 해야 한다. 크레이그가 007 시리즈에 벌써 세 번이나 출연했는데도 그의 본드 캐릭터는 아직도 완벽하게 자리잡고 정착한 느낌이 들지 않으므로 이쪽에 좀 더 신경을 써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크레이그와 앞으로 계속 할 생각이라면...
원작소설 '문레이커(1955)'의 해당 부분을 발췌해 봤다.
"...before the statutory age of forty-five. Eight years to go before he was automatically taken off the 00 list and given a staff job at Headquaters."
그러므로 원작소설의 세계에선 00 에이전트의 수명은 만 45세까지다.
금년 가을 나오는 윌리엄 보이드(William Boyd)의 새로운 제임스 본드 소설엔 45세가 된 베테랑 제임스 본드가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므로 아마도 '사무직' 이야기가 또 나오지 않을까 예상된다.
그렇다면 다니엘 크레이그가 007 시리즈에서 물러날 나이가 되었다는 뜻이냐고?
영화배우의 나이까지 원작 캐릭터의 것과 정확하게 맞출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크레이그가 몇 해 더 제임스 본드 역을 맡는다 해도 별 문제될 것은 없다. 007 영화 시리즈의 'statutory'는 50세라고 할 수 있으므로 크레이그에겐 아직 5년 정도 더 남아있다. 크레이그가 앞으로 2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더 출연한다는 얘기도 그의 나이 등을 고려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크레이그가 30대 후반에 조금 늦게 제임스 본드가 됐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물론 로저 무어(Roger Moore),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은 40대에 제임스 본드가 되었으므로 크레이그만 유독 늦게 007이 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약간 늦은 감이 드는 이유는 크레이그가 그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에서 갓 00 에이전트가 된 젊고 다듬어지지 않은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기 때문이다. '카지노 로얄' 촬영 당시 이미 30대 후반이었던 크레이그가 갓 00 에이전트가 된 제임스 본드를 맡기엔 약간 나이가 많은 감이 있었다. 2002년작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를 끝으로 007 시리즈를 떠난 피어스 브로스난보다 젊어 보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갓 00 에이전트가 된 제임스 본드 역은 또다른 얘기였다.
'카지노 로얄'의 제임스 본드 역으로 가장 이상적인 영화배우 연령대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이었다. 그 연령대의 배우가 제임스 본드를 맡았어야 캐릭터 설정과 부합함과 동시에 애송이가 베테랑 에이전트로 성장하는 과정도 설득력 있게 보였을 것이다. 실제로, 영국배우 헨리 카빌(Henry Carvill)이 '카지노 로얄'의 제임스 본드 후보 리스트에 올랐었다. 그러나 1983년생인 카빌은 2000년대 중반 당시 겨우 20대 초반이었기 때문에 제임스 본드 역을 맡기에 너무 어렸다. 비록 카빌은 너무 어렸다 하더라도 007 제작진이 당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배우를 골랐더라면 '갓 00 에이전트가 된 애송이 제임스 본드를 맡았던 배우가 영화 세 편만에 40대 중반이 돼버렸다'는 문제를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제 1대 제임스 본드인 숀 코네리(Sean Connery)는 30대 초반이었을 때 제임스 본드가 되었으며, 제 2대 제임스 본드인 조지 레이전비(George Lazenby)는 29세에 007이 되었다. 1930년생인 코네리는 만으로 31세였을 때 007 시리즈 1탄 '닥터 노(Dr. No)'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으며, 30대 중반이 되었을 땐 배우와 캐릭터 모두 베테랑이 되어있었다.
트릴로지로 성공한 제이슨 본 시리즈와 배트맨 시리즈와도 한 번 비교해 보자. 1970년생인 제이슨 본 시리즈의 맷 데이먼(Matt Damon)은 그가 30대 초반이었던 2002년 '본 아이덴티티(The Bourne Identity)'에서 처음으로 제이슨 본 역을 맡았다. 1974년생인 크리스챤 베일(Christian Bale) 역시 2005년작 '배트맨 비긴스(Batman Begins)' 촬영 당시 30대 초반이었다. 데이먼과 베일은 30대 초반에 트릴로지를 시작해 캐릭터와 함께 성장하다 30대 후반이 되었을 때 마지막 3탄을 찍었다.
반면 크레이그는 38세에 갓 00 에이전트가 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좋았다. '카지노 로얄'이 크레이그의 첫 제임스 본드 영화였으므로 두 번째 영화부턴 베테랑 에이전트의 모습을 되찾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두 번째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는 '카지노 로얄'과 줄거리가 바로 이어지는 속편이었다. 이 바람에 1968년생인 크레이그는 2008년 '콴텀 오브 솔래스'를 촬영하는 동안 만 40세 생일을 맞았지만 그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는 '카지노 로얄'에서 발전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크레이그가 만 44세였을 때 찍은 그의 세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스카이폴(Skyfall)'은 전편과 줄거리가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콴텀 오브 솔래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스카이폴'에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있었다. 44세의 다니엘 크레이그는 20대 후반의 크리스 헴스워스(Chris Hemsworth)와 같은 배우가 아니었지만, '스카이폴'은 헴스워스 등과 같은 2030대 배우에 보다 적합한 영화였다. '스카이폴'이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를 노골적으로 모방한 영화였기 때문에 제임스 본드 캐릭터도 2030대 배우에 적합해 보였지 40대 중반의 다니엘 크레이그에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특히 '스카이폴'이 대단히 실망스러웠던 이유는, 진지하고 사실적인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다던 크레이그가 40대 중반이 되었는데도 2030대 배우들이 해야 할 코믹북 수퍼히어로 시늉이나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배우 다니엘 크레이그는 나이를 먹을 수밖에 없게 돼있으므로 세월이 흐름에 따라 크레이그의 본드 캐릭터도 보다 노련한 베테랑 에이전트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줬여야 했지만 '스카이폴'은 여기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다. '스카이폴'을 연출한 샘 멘데스(Sam Mendes) 감독은 "나도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와 같은 블록버스터를 할 수 있다"는 자기 홍보를 톡톡히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와 반대로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는 우스꽝스럽게 변했다. '스카이폴'의 제임스 본드는 크레이그에 기대했던 그에 딱 어울리는 제임스 본드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렇다. 007 제작진은 40대 중반이 된 크레이그의 세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도 그에 어울리는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제대로 찾아주지 못했다.
그 동안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는 유행에 맞춰 한 번은 제이슨 본, 한 번은 브루스 웨인 시늉을 냈을 뿐 그만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올바르게 발전시켜 나갈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했다. 그 대신 돈은 많이 벌었지만, 본드팬들의 007 시리즈 만족도는 흥행순이 아니다. 본드팬들은 크레이그가 그의 스타일과 거의 완벽하게 어울리는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을 보고싶어 하지만, 크레이그의 본드 캐릭터는 '카지노 로얄'에서 반짝한 뒤 아직도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이미 45세가 됐다. 만약 2014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본드24' 촬영이 시작한다면 크레이그는 46세가 되어있을 것이다. 크레이그의 마지막 본드 영화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본드25'가 촬영을 시작할 2016년이 되면 48세가 되어있을 것이다. 새로운 007 시리즈가 매번 2년마다 나온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본드25' 개봉이 2017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크레이그의 나이는 49세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크레이그에겐 그의 '베스트 본드'를 보여줄 기회가 많이 남아있지 않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007 제작진은 40대 중반이 된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제대로 찾아줄 생각을 해야 한다. 흥행을 위해 007 시리즈를 요새 유행하는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처럼 만들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와 수퍼히어로 스타일은 서로 매치가 안 된다. 진지한 제임스 본드를 보여주겠다던 크레이그가 40대 중반이 되어서도 코믹북 수퍼히어로 시늉이나 내고 있으면 진지하게 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007 제작진은 1020대에 어필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그것이 목적이라면 제임스 본드를 보다 젊은 배우로 바꾸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만약 '스카이폴'의 제임스 본드가 크리스 헴스워스나 헨리 카빌이었다면 어색함과 유치함이 거꾸로 훨씬 덜했을 것이다. 젊은 주연배우에 다소 유치한 코믹북 스타일 스토리 등등 모든 게 매치되었을 테니 말이다. 본드팬들 또한 이미 그러한 영화라는 것을 처음부터 예상하고 봤을 테니 실망하고 자시고 할 것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스카이폴'과 같은 청소년 수퍼히어로 스타일이 '$$$'라고 생각한다면 거기에 맞춰 다시 변화를 주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지금과 같은 엉거주춤한 느낌은 덜할 것이다. 이래저래 '$$$' 앞에선 제임스 본드의 정통성 따위는 구닥다리 같은 소리일 뿐 아닌가. 따라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듯한 양다리 걸치기를 계속 하지 말고 내친 김에 젊은 주연배우와 함께 코믹북 수퍼히어로 쪽으로 밀어붙이는 게 더 나은 해결책일 수도 있다.
원작소설에선 45세가 되면 00 에이전트에서 물러나 자동으로 사무직으로 옮겨간다고 되어있다. 40대 중반이면 베테랑 에이전트인 정도가 아니라 살인면허를 반납하고 00 에이전트에서 은퇴할 나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만약 007 제작진이 크레이그와 당분간이나마 함께 할 생각이라면 '본드24'부터는 크레이그의 나이와 특징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노련한 베테랑 에이전트의 모습을 똑바로 만들어줄 생각을 해야 한다. 크레이그가 007 시리즈에 벌써 세 번이나 출연했는데도 그의 본드 캐릭터는 아직도 완벽하게 자리잡고 정착한 느낌이 들지 않으므로 이쪽에 좀 더 신경을 써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크레이그와 앞으로 계속 할 생각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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