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일 수요일

팔로우하기 힘들던 FOX의 '팔로잉' 시즌1 종료 - 시즌2는 나아질까?

FOX의 TV 시리즈, '팔로잉(The Following)'의 첫 시즌이 지난 월요일 방영된 에피소드 15으로 막을 내렸다.

'팔로잉'은 TV에선 보기 어렵던 미국 영화배우 케빈 베이컨(Kevin Bacon), 한 때 제임스 본드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렸던 영국 영화배우 제임스 퓨어포이(James Purefoy) 등 친숙한 배우들이 캐스팅되면서 주목 받았던 FOX의 새로운 범죄 드라마다.

우선 '팔로잉'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훑어보고 넘어가자.

"전직 대학교수 겸 소설가이자 시리얼 킬러인 조 캐롤(제임스 퓨어포이)이 탈옥하면서 과거에 그를 체포했던 전직 FBI 에이전트 라이언 하디(케빈 베이컨)가 다시 캐롤의 뒤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시리얼 킬러 조 캐롤을 추앙하고 따르는 광신도적인 '팔로어(Follower)'들이 캐롤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면서 사건이 복잡해지고, 하디와 FBI는 캐롤의 은신처를 찾아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시킨다..."


FOX의 새 TV 시리즈 '팔로잉'은 '팔로우'할 만한 시리즈였을까?

지난 1월 말 미국서 방영을 시작한 '팔로잉'을 보면서 제일 먼저 궁금했던 점은 "매주마다 어떻게 스토리를 이어나갈 것인가"였다. 시리얼 킬러와 그의 추종자들 이야기가 그리 신선해 보이진 않았어도 시리얼 킬러가 소설가라는 점, 조 캐롤과 라이언 하디의 관계 등 나름 흥미를 끄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엔 왠지 FBI가 매주마다 반복되는 조 캐롤 추종자들의 범죄를 쫓아다니는 게 전부가 아니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렇게 되면 초반에만 반짝하고 금세 시들해졌던 작년의 '앨커트래즈(Alcatraz)'의 전철을 따를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래서 선뜻 '팔로우' 하지 않고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렇게 되진 않았다. '팔로잉'은 매주마다 반복되는 라이언 하디 추종자들의 모방 범죄를 뒤쫓는 시리즈는 아니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눈에 띄었다.

조 캐롤을 따르는 추종자들이 상당히 많고 그들이 캐롤을 위해 얼마나 헌신적인지는 충분히 이해가 되었지만, 그들의 작전 수행 능력이 지나칠 정도로 뛰어났다. 유모, 게이커플 등으로 위장해 하디와 캐롤의 전 부인 클레어(나탈리 지)를 감시하는 정도는 문제될 게 없었으나 갈수록 프로페셔널하고 신출귀몰해지더니 나중엔 테러리스트 수준의 실력을 과시했다.

캐롤의 추종자들이 프로페셔널 테러리스트 조직처럼 변하면서 시리즈도 억지스러워졌다. 단순한 시리얼 킬러 추종자 집단이 아니라 경찰을 비롯한 거의 모든 곳에 '조직원'을 심어 놓은 만능 테러조직이 되어가면서 경찰과 FBI의 수사망이 좁혀와도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냈다.

이렇다 보니 '팔로잉'은 시리얼 킬러 이야기와 '24'가 엉거주춤하게 뒤섞인 시리즈로 보였다. 시리얼 킬러와 그를 따르는 추종자 이야기가 '24'에나 나옴 직한 테러리즘 이야기로 어색하게 둔갑한 것처럼 보였다.


사실 케빈 베이컨의 라이언 하디도 '24'의 잭 바우어와 비슷한 데가 많았다. 첫 회부터 라이언 하디가 '24'의 잭 바우어와 바로 겹쳐졌다. 과거에 키퍼 서덜랜드(Kiefer Sutherland)가 했던 것처럼 이번엔 케빈 베이컨이 잭 바우어와 비슷한 캐릭터를 맡은 듯 했다. 그러나 크게 어색한 점은 없었다. 케빈 베이컨도 잭 바우어처럼 지치고 망가졌지만 포기할 줄 모르는 캐릭터에 잘 어울려 보였다.

그러나 라이언 하디 캐릭터 뿐만 아니라 시리얼 킬러와 추종자 이야기까지 '24' 스케일로 너무 부풀려지면서 시리즈가 약간 억지스럽고 우스꽝스러워졌다. 슬쩍 '24'의 향수를 자극하려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시리얼 킬러 이야기와 테러리스트 이야기가 뒤죽박죽된 듯 만든 건 그리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이렇다 보니 이미 시즌1 중반까지 온 것 같은데 '짜증', '억지'라는 단어들만 계속 머리에서 맴돌 뿐 '팔로우' 여부를 여전히 결정할 수 없었다.

FOX의 '팔로잉'은 제목과 달리 쉽게 '팔로우'하기 어려운 시리즈였다.

'팔로잉'이 맘에 들기 시작한 건 시즌1이 1/3 정도 남았을 때부터였다. 조 캐롤과 그의 추종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백악관도 점령할 수 있을 만한 무시무시한 테러조직이라는 사실을 이제 깨달았기 때문인지, 시즌 종반에 접어들면서 억지스럽고 터무니 없어 보이는 설정이 줄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어떤 시리즈든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들면 볼 만해지기 때문인지 모르겠어도,  어찌됐든 이전보다 나아진 것 같았다.

시리얼 킬러, 조 캐롤(제임스 퓨어포이)에 대한 이야기가 이전보다 더 흥미진진해진 것도 도움이 됐다. 시즌 초반엔  알카에다 수준의 여러 추종자들의 맹활약에 밀려 특별히 주목 받을 기회가 많지 않았으나, 중반을 지나면서부터 캐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지기 시작했다. 하디 - 클레어 - 캐롤의 삼각관계 러브 스토리는 진부했지만, 이혼한 전 부인 클레어를 잊지 못하고 다시 관계를 정상화하고자 노력하는 조 캐롤의 이야기로 이동하면서 보다 흥미로워졌다. 때로는 이 모든 설정이 진부하고 불필요해 보이기도 하지만, 반복되는 살인과 폭력의 사이에 약간의 러브 스토리를 넣으면서 스토리와 조 캐롤 캐릭터 모두를 보다 더 흥미롭게 만들었다고 본다.

시리얼 킬러, 조 캐롤도 흥미로운 캐릭터였다. 조 캐롤은 음흉스럽고 피에 굶주린 듯한 일차원적인 냉혈 싸이코 시리얼 킬러가 전부가 아니었다. 그는 난폭한 킬러의 모습일 땐 눈 앞에 보이는 게 아무 것도 없어 보이다가도 소프트하고 유머 감각도 있는 세련된 젠틀맨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매력 있는 악당이었다.

이런 조 캐롤 역에 영국배우 제임스 퓨어포이가 아주 잘 어울려 보였다. 퓨어포이는 광기어린 시리얼 킬러의 모습과 함께 이혼한 전 부인과 재결합을 희망하는 평범한 남자의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그렇다. '팔로잉'을 '팔로우'하도록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조 캐롤이었다. 라이언 하디 역의 케빈 베이컨도 훌륭했지만, 만약 퓨어포이의 스타일리쉬한 악당 조 캐롤이 없었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팔로우'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이렇게 해서 '팔로잉' 시즌1이 막을 내렸다. 시즌 피날레 에피소드는 전형적인 클리프행어 스타일 엔딩으로 마무리 지었다. 시즌2를 예고하면서...

그렇다. '팔로잉'은 2014년 시즌2로 돌아온다. FOX가 '팔로잉' 시즌2를 공식발표했다. 시즌2도 시즌1처럼 15개 에피소드로 구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므로 시리얼 킬러와 그의 추종자들의 이야기는 적어도 당분간은 계속될 모양이다.

시즌2에 어떤 스토리가 등장할 지는 현재로썬 상상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시즌1 피날레 에피소드를 토대로 시즌2의 방향을 대충 추측해 볼 순 있지만, 자세한 사항은 좀 더 기다려 봐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그래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 시즌2에도 네트웍 TV에서 보기 힘든 수위의 폭력, 출혈 씬이 풍부할 것이란 점이다. 폭력과 출혈 씬이 전부인 시리즈는 아니지만 시즌1 첫 에피소드가 방송을 타자 마자 '그런' 시리즈로 유명세를 얻은 만큼 시즌2로 전통이 이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팔로잉' 시즌1을 절룩거리면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다 보긴 했지만 썩 맘에 드는 시리즈는 아니었으므로 시즌2에선 좀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댓글 2개 :

  1. 와.. 이거 케빈 베이컨 믿고 보기 시작해서 은근과 끈기로 마무리 했네요. 오공님 말대로 막판에 좀 나아지긴 했지만 많이 허술하단 느낌은 보는 내내 지울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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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혹시나 기대를 좀 했었는데... 특히 시즌 초반에 좀 많이 괴로웠던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도 허술한 데가 많은 시리즈였던 것 같습니다.
      시즌2는 좀 나아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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