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1일 일요일

'엘리시움', 팝콘무비로 위장한 빈약한 스토리의 폴리티컬 SF 영화

며칠 전 맷 데이먼(Matt Damon)이 NBC의 제이 레노(Jay Leno) 쇼에 출연해 "전형적인 여름철 팝콘무비"라고 소개한 영화가 있다. 데이먼은 제이 레노 쇼 뿐만 아니라 여러 미디어들과의 인터뷰에서도 이 영화를 똑같이 소개했다.

그러나 여러 미국 미디어들과 영화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좌편향의 정치색을 띤 "SF 소셜리즘 영화"라고 하고 있다. 데이먼의 말처럼 단순한 여름철 SF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보수 언론 뿐만 아니라 버라이어티, 헐리우드 리포터 등 헐리우드 전문지도 같은 견해를 보였다.

이는 바로 소니 픽쳐스의 최신작 '엘리시움(Elysium)'과 얽힌 이야기다.

'엘리시움'은 '그린 존(Green Zone)', '프로미스드 랜드(Promised Land)' 등 편향적인 정치색을 띤 영화에 종종  출연한 맷 데이먼이 '디스트릭 9(District 9)'의 남아프리카 영화감독 닐 블롬캠프(Neill Blomkamp)와 함께 만든 SF 영화다. 그러나 '엘리시움'은 예고편과 영화의 공식 홈페이지만 봐도 정치색을 띤 영화란 생각이 바로 들 정도였기 때문에 개봉 이전부터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았다. 이에 영화감독 닐 블롬캠프는 '오큐파이(Occupy) 무브먼트'와는 무관한 영화라고 했으며, 맷 데이먼도 특별한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영화가 아닌 여름철 SF 팝콘영화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치, 사회문제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1% vs 99%, 불법이민, 유니버설 헬스케어 등에 대한 영화라는 사실이 쉽게 눈에 띌 정도였으므로 설득력이 떨어져 보였다.



아무튼 줄거리부터 살짝 훑어보기로 하자.

2154년 미국 로스 앤젤레스. 환경오염과 인구증가 등으로 인해 로스 앤젤레스 전체가 슬럼화 되자 일부 수퍼 부자들은 지구 밖에 인공으로 만든 '엘리시움'이라 불리는 우주 스테이션으로 이주한다. 럭져리 스페이스 타운 '엘리시움'에 사는 부유층은 모든 질병을 치유할 수 있는 의료기술까지 갖추고 근심걱정 없이 윤택한 삶을 즐기는 반면 슬럼화된 지구에 사는 나머지 사람들은 고된 노동과 질병, 빈곤에 찌든 삶을 산다. '엘리시움'에서 사는 가진 자 1%와 지구에서 사는 나머지 99%는 극명한 차이가 나는 생활을 하는 것이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질병 치료를 위해 우주선을 타고 '엘리시움'에 밀입국을 시도하지만, 발각될 경우 '엘리시움'의 국방장관 델라코트(조디 포스터)의 명령에 의해 격추당한다.

한편 공장 근로자 맥스(맷 데이먼)는 직장을 잃지 않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고장난 도어를 수리하다 방사능 피폭사고를 당해 5일밖에 살지 못하게 된다.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엘리시움'에 가서 치료를 받는 방법밖에 없게 되자 맥스는 어떻게든 그곳에 가기 위해 '엘리시움' 밀입국을 알선하는 스파이더(와그너 모우라)를 찾아간다. 스파이더는 맥스를 '엘리시움'에 보내주는 대가로 위험한 미션을 요구한다. 스파이더의 요구를 받아들인 맥스는 미션을 수행 중 '엘리시움'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한 정보를 입수하게 된다...


그렇다. '엘리시움'은 맷 데이먼의 설명처럼 순수한 여름철 팝콘무비라기 보다 팝콘무비로 위장한 폴리티컬 SF 영화라고 해야 정확할 듯 하다.

그러나 중요한 건, 무엇이 어찌됐든 간에 '엘리시움'은 볼거리가 많은 영화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럭져리 스페이스 타운 '엘리시움'은 제법 그럴 듯 하게 보였으나 그것을 제외하곤 볼거리가 많지 않았다. 슬럼화된 로스 앤젤레스는 크게 낯설지도 새롭지도 않은 풍경이었으며, 액션 씬도 스릴과 박진감이 크게 떨어졌다. 여름철 SF 팝콘무비 값어치를 하려면 액션을 비롯해 볼거리가 풍부해야 하는데 '엘리시움'은 전반적으로 볼거리가 빈약했다.

스토리 역시 빈약하긴 마찬가지였다. 전반적으로 스토리라인이 엉성했다. 차라리 소셜 이슈를 심도있게 다룬 SF 드라마로 만들었다면 나았겠지만 1% vs 99%, 불법이민, 헬스케어 테마로 SF 액션영화를 만들려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럭져리 스페이스 타운에서 사는 1%와 지구에서 힘들게 생활하는 99%까지는 그런대로 신선했으나 점차 흥미없는 뻔할 뻔자 SF 액션영화 스토리로 변해갔다. 시작은 요란거창했으나 가면 갈수록 별 볼 일 없는 스토리가 되어갔다. 빈부차, 이민문제, 헬스케어 문제 등 여러 사회 이슈들을 꺼내놓았지만 그것이 전부였을 뿐 흥미진진한 SF 액션영화 스토리는 없었다. 기초적인 SF 액션영화 포뮬라에 맞춰 대충 모양새만 갖춘 정도였지 솜씨있는 SF 액션 어드벤쳐 스토리텔러의 작품으로 보이지 않았다.

'디스트릭 9'에서 인종문제를 남아프리카에 '불법체류'하게 된 외계인과 인간 사이의 갈등으로 빗대 표현했던 닐 블롬캠프는 이번 '엘리시움'에서도 비슷한 방법으로 빈부차, 불법이민, 유니버설 헬스케어 문제 등을 표현하려 했다. 그러나 '디스트릭 9'의 인종차별 문제는 정치성향을 떠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였던 반면 '엘리시움'의 이슈들은 사정이 달랐다. 이 바람에 '엘리시움'은 주인공에게 동정이 쏠리도록 노골적으로 만든 영화였는데도 무조건 그를 응원해주기 어려운 영화가 됐다.

또한 '엘리시움'은 지난 '디스트릭 9'처럼 독특한 영화가 아니었다. 다큐멘타리 스타일의 약간 특이한 영화였던 '디스트릭 9'과 달리 '엘리시움'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SF 액션 영화 중 하나였을 뿐었으며, 이번엔 미국의 사회 문제를 이용해 비슷한 방법으로 '디스트릭 9'을 한 번 더 울궈먹으려 한 것이 전부로 보였다 . 맷 데이먼, 조디 포스터(Jodie Foster) 등 출연진 하나 만큼은 '디스트릭 9'에 비해 화려해졌지만, 영화의 참신함과 완성도 면에선 후퇴했다.

그렇다. '엘리시움'은 여러 면에서 그다지 맘에 드는 영화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크게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마지막까지 볼 수 있었던 이유로는 첫 째, 런타임이 2시간이 채 안 됐다는 점과 둘 째, 맷 데이먼이 버티고 있었다는 점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스킨헤드처럼 머리를 밀어버린 데이먼의 모습이 다소 어색하고 코믹해 보였지만 주인공 맥스 역으로 잘 어울려 보였다. 만약 이 영화에 맷 데이먼마저 없었더라면 아주 골치아픈 영화가 되었을 듯...

댓글 7개 :

  1. 설국류이었군요...최근에 본 sf로는 그나마 톰크루즈의 오블리비언만 조금 볼만했는데 이것과는 얼만큼 다를지..감독의 전작을 너무 잼나게 보았기에..기대가 많이 되긴 했지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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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토리는 오블리비언이 차라리... 엘리시움은 설정만 요란하고 스토리는 허술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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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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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뭐 예상은 했지만 저는 엘리시움 보는 가장 큰이유는 조디 포스터 이모님때문이지 주인공때문이 아닌듯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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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디 포스터가 벌써 이모님이라 불릴 때가 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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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랑 비슷한 생각을...설국열차 유니버스 버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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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국열차를 아직 못봤는데 비슷비슷한 영화인가 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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