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일 월요일

워싱턴 레드스킨스, 심판들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에 당했다

NFL 정규시즌 경기에서 심판들이 동네 풋볼 수준의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리고 바로 그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워싱턴 레드스킨스(Washington Redskins)의 패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은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와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경기에서 발생했다.

7점 차로 뒤지던 레드스킨스가 마지막 4쿼터 2분을 남겨놓고 공격을 진행하고 있었다. 문제는 레드스킨스 쿼터백 로버트 그리핀 3세(Robert Griffin III: 이하 RG3)가 세컨드 다운에 패스를 성공시키면서 발생했다. RG3의 패스가 퍼스트 다운 야드 라인까지 도달하지 못했는데도 심판들은 퍼스트 다운을 선언한 것이다.

아래 이미지를 보면 중계방송팀이 넣은 노란색 퍼스트 다운 야드 라인에 약간 못 미치는 지점에 심판이 공을 내려놓은 걸 볼 수 있다. 물론 노란색 라인은 중계방송팀이 넣은 것이라 오피셜 라인은 아니지만 비교적 정확한 편이라서 눈으로 봤을 때 공과 노란색 라인이 저 정도 떨어졌다면 퍼스트 다운이 아닐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정확하게 하자면 퍼스트 다운이 아니라 서드 다운이 맞다.

그러나 심판들은 레드스킨스의 퍼스트 다운을 선언했다.

아래 이미지의 노란색 원 안을 보면 다운 마커가 '1'로 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은 퍼스트 다운(Fist Down)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운 마커만 '1'로 바꾼 게 아니라 퍼스트 다운 체인까지 이동시켰다.

아래 이미지를 보면 퍼스트 다운을 한 지점(오른쪽 노란색 원)에서부터 10야드 전방(왼쪽 노란색 원)까지 사이드라인 퍼스트 다운 체인을 이동시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레드스킨스 헤드코치 마이크 섀나핸(Mike Shanahan)은 퍼스트 다운을 했는지 아니면 서드 다운인지 확실치 않아 심판에게 확인을 요청했으나 심판은 "퍼스트 다운이니 확인할 것 없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퍼스트 다운인지 확인해달라는 섀나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퍼스트 다운이니 걱정할 것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레드스킨스는 퍼스트 다운인 줄 믿고 중거리 패스를 시도했으나 불발로 끝났다.

바로 이 때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퍼스트 다운 중거리 패스를 실패하고 세컨드 다운 준비를 하던 레드스킨스 오펜스에게 심판들이 "세컨드 다운이 아니라 포스 다운(Forth Down)"이라고 한 것이다!

심판들은 서드 다운을 퍼스트 다운이라고 실수한 것을 뒤늦게 바로 잡으려 했다. 따라서 레드스킨스의 중거리 패스 실패는 퍼스트 다운 플레이가 아니라 서드 다운 플레이였다는 것이다.

아래 이미지를 보면 다운 마커가 '4'로 되어있고 퍼스트 다운 사이드라인 체인도 다시 뒤로 후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수를 바로 잡은 것까진 좋았다. 그러나 문제는 레드스킨스가 중거리 패스를 시도하기 전에 바로잡았어야 했다는 데 있었다. 심판이 퍼스트 다운이라고 선언한 걸 믿었던 레드스킨스는  퍼스트 앤 10(1st and 10) 상황에 맞춰 공격 작전을 골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레드스킨스는 퍼스트 앤 10인 줄 알고 10야드 이상을 전진할 공격 작전(중거리 패스)을 골랐던 것이다.

만약 레드스킨스가 퍼스트 다운이 아니라 서드 다운 앤 인치였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중거리 패스가 아닌 단거리 작전을 택했을 것이다. 패스가 아닌 런으로 1야드 정도 앞으로 밀어붙이며 안전하게 퍼스트 다운을 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레드스킨스는 퍼스트 다운을 선언한 심판들을 믿고 실제로 퍼스트 다운을 한 줄 알고 중거리 패스를 시도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게 퍼스트 다운이 아니라 서드 다운이었고 이제 마지막 포스 다운 차례다"라고 하면 어쩌냐는 것이다.

잘못을 바로 잡는 것도 좋지만 레드스킨스가 퍼스트 다운을 한 것으로 아는 상태에서 플레이까지 이미 했는데 이제 와서 "퍼스트 다운이 아니라 서드 다운이었다"고 바로 잡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레드스킨스 헤드코치가 퍼스트 다운인지 서드 다운인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는데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덮어놓고 퍼스트 다운을 선언했다가 뒤늦게 심판들이 다른 이야기를 한 것 역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어쩌랴!

하는 수 없이 레드스킨스는 세컨드 다운 앤 10이 아닌 포스 다운 앤 1 상황에 놓이게 됐다. 네 번째 다운이 마지막 공격 기회이므로 포스 다운에서 퍼스트 다운을 만들지 못하면 게임 오버나 다름 없다. 이처럼 다운 카운트가 매우 중요한데 NFL 심판들이 기초적인 데서 삽을 든 것이다.


레드스킨스의 포스 다운 플레이는 턴오버/펌블로 막을 내렸다. 자이언츠 수비수가 레드스킨스 리씨버로부터 공을 빼앗으면서 동점을 만들려던 레드스킨스의 마지막 기회까지 빼앗아갔다.


이렇게 해서 파이널 스코어는 자이언츠 24, 레드스킨스 17.

만약 레드스킨스가 퍼스트 다운이 아니라 서드 다운 앤 1이라는 사실을 똑바로 알았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경기였다.

이번 경기는 "심판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 때문에 레드스킨스가 졌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듯 하다.

파울이 아닌 데도 파울 선언을 하는 정도의 자질구레한 판정 시비는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심판도 인간인 만큼 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까지 시시비비를 죄다 가리려 하면 풋볼 경기를 제대로 볼 수 없다. 풋볼 뿐만 아닌 대부분의 스포츠가 다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결정적인 순간에 경기 운영에서 가장 기초적인 것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다운 카운트에서 삽을 들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미리 해결할 수 있었는데도 심판들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다가 뒤늦게 수습한답시며 무책임하게 건성으로 얼렁뚱땅 해결하려 한 것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이건 사기꾼이지 심판이 아니다.

황당한 일로 인해 경기에서 패하는 경우를 여러 차례 봤지만 이런 시츄에이션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길...

댓글 2개 :

  1. 글을 차근차근 읽어내려가면서 "서드 다운이 퍼스트로 인정된 것이 어떻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까..." 했더니 상상 이상의 전개로군요. 관중들의 반응은 어떠했을지... 씁쓸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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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레드스킨스 홈경기였으니 경기 후 주변 술집에서 술이 좀 더 많이 팔리지 않았을까...^^
      심판의 실수 하나 때문에 졌다고 할 순 없겠지만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준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영향을 떠나서 저런 실수는 프로 경기에서 나와선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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