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제임스 본드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에 '콴텀'이라 불리는 미스테리한 범죄조직이 등장하자 일부 본드팬들은 "머지 않아 '콴텀'이 '스펙터(SPECTRE)'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리 있어 보이는 주장이었다. 옛 스펙터 멤버들은 반지였다면 콴텀 멤버들은 Q 모양의 핀을 착용하는 등 과거의 스펙터를 모델로 삼은 흔적이 눈에 띄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007 제작진과 케빈 맥클로리(Kevin McClory) 간의 법정싸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베테랑 본드팬들은 "아이디어는 괜찮아도 가능성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법원이 007 제작진의 손을 들어준 데다 맥클로리까지 2006년 세상을 떠났지만 범죄조직 '스펙터'와 두목 '블로펠드' 등에 관한 라이센스는 여전히 맥클로리 측에 남아있었기 때문에 007 제작진이 그들 마음대로 범죄조직 '콴텀'을 '스펙터'로 발전시켜 나갈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젠 가능해졌다. 007 제작진이 맥클로리 측으로부터 제임스 본드 관련 라이센스들을 모두 인수한 덕분이다.
007 제작진은 맥클로리 측으루부터 인수한 제임스 본드 관련 라이센스들을 언제부터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발표하지 않았으나 40년이 넘도록 건드리지 못했던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다시 오피셜 007 시리즈에 사용할 수 있게 된 만큼 스펙터와 블로펠드의 리턴은 시간 문제일 뿐으로 보인다.
그렇다. 007 제작진이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공식적'으로 등장하는 영화를 마지막으로 만든 게 1971년작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이므로 본드팬들은 40년이 넘도록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오피셜 007 시리즈에서 만나볼 수 없었다. 케빈 맥클로리가 제작한 1983년 '언오피셜' 제임스 본드 영화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Never Say Never Again)'엔 스펙터와 블로펠드 모두가 등장했지만 EON 프로덕션이 제작하는 '오피셜' 007 시리즈에선 1971년작 '다이아몬드는 영원히'가 마지막이었다.
범죄조직 '스펙터'는 '닥터 노(Dr. No)', '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From Russia with Love)', '썬더볼(Thunderball)', '두 번 산다(You Only Live Twice)',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 등 여섯 편의 오피셜 007 시리즈에 등장했다.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소설엔 세 차례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영화 시리즈 제작진은 스펙터와 두목 언스트 스타브로 블로펠드(Ernst Stavro Blofeld)를 계속해서 007의 적으로 삼으며 두고두고 울궈먹으려 했다. 소설 시리즈에서 본드의 손에 죽었던 스펙터 두목 블로펠드가 영화에선 죽지 않고 매번 도주에 성공하는 007 못지 않은 불사조가 된 이유에도 아쉬울 때가 오면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계속 울궈먹으려던 007 제작진의 계산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007 제작진은 70년대 중반 로저 무어(Roger Moore) 시대에 와서도 스펙터와 블로펠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로저 무어의 두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The Man with the Golden Gun)'가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이자 007 제작진은 바로 '스펙터 카드'를 다시 꺼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를 마지막으로 007 시리즈를 떠났던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다시 불러오려 했던 것. 당시 독자적인 제임스 본드 영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던 케빈 맥클로리 측의 제지에 의해 성사되진 못했지만 로저 무어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1977년작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와 1979년작 '문레이커(Moonraker)'는 '스펙터'와 '블로펠드'만 나오지 않을 뿐 여전히 '스펙터 포뮬라'를 충실하게 따른 영화였다. 맥클로리 측이 제지하지 않았다면 '나를 사랑한 스파이'와 '문레이커'에도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등장했을 것이다.
1981년작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의 프리 타이틀 씬에서 영락없이 블로펠드처럼 보이는 휠체어를 탄 사나이를 본드(로저 무어)가 공장 굴뚝 안에 떨어뜨리는 씬이 나온 것도 절대 우연이 아니다. 이 씬은 맥클로리 측이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데 대한 007 제작진의 '답변'으로 해석되고 있다.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이렇게 '비공식적'으로 등장한 영화까지 합하면 '나를 사랑한 스파이', '문레이커', '유어 아이스 온리'까지 합해 모두 아홉 편으로 불어난다.
여기서 더 나아가 '플레이보이 에이전트가 세계 정복 야욕에 불타는 범죄조직을 상대한다'는 플롯 설정의 영화까지 전부 다 포함시키면 거의 모든 007 시리즈가 '스펙터 포뮬라' 영화에 속하게 된다.
영화 버전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게 케빈 맥클로리이고, 007 영화 시리즈에선 본드가 냉전시대의 실재하는 적이 아닌 가상의 국제 범죄조직을 주로 상대하게 된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것 역시 맥클로리이다 보니 거의 모든 007 시리즈에서 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듯 하다. 맥클로리는 1965년작 '썬더볼'을 007 제작진과 함께 제작한 이후 끈질긴 법정싸움을 벌이게 되면서 오랫동안 007 제작진을 괴롭힌 집착광으로도 비춰지고 있지만 007 영화 시리즈의 근간을 이루는 부분을 창조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 볼 게 있다: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요즘에도 통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나온 제임스 본드 영화 중에서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등장했거나 그들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스펙터 포뮬라에 충실히 제작된 007 영화들은 대부분 진지하게 보기 어려운 전형적인 제임스 본드 어드벤쳐 영화에 그쳤다. 비슷비슷한 '007 vs 스펙터'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는 게 전부인 영화가 대부분이었을 뿐 맘에 쏙 드는 영화가 거의 없었다. '스펙터'와 '블로펠드'라고 하면 바로 생각나는 단어는 바로 '반복'이다. 과거에 007 제작진이 '스펙터 포뮬라'를 필요 이상으로 자주 반복해서 울궈먹었기 때문에 '스펙터'와 '블로펠드' 하면 바로 '반복'이 떠오르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007 시리즈의 스펙터와 블로펠드는 어린이용 TV 애니메이션 '인스펙터 가젯(Inspector Gadget)', 코메디 영화 '어스틴 파워스(Austin Powers)' 등에서 패로디하면서 '본드의 아내를 죽인 조직'이라는 악한 이미지가 사라지고 어린이용 코믹북에나 등장하는 우스꽝스러운 악당 이미지가 강해졌다. 미국 코메디언 코난 오브라이언(Conan O'Brien)도 우스꽝스럽게 인상을 쓰면서 고양이를 쓰다듬는 시늉을 하며 블로펠드 흉내를 내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스펙터','블로펠드'라고 하면 이런 것들이 먼저 연상되면서 피식 웃음이 나오지 진지하고 위협적인 악당과 범죄조직이라는 느낌이 오지 않는다.
그런데 진지한 제임스 본드로 소문난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의 영화에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등장한다?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돌아온다고 하면 '나를 사랑한 스파이' 스타일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들리지만, 크레이그가 그러한 스타일의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크레이그 스타일에 맞춰 스펙터와 블로펠드에 변화를 주면 될 일이다. 과거와 달리 보다 진지하고 위협적인 악당과 범죄조직으로 변화를 주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문제는, 과연 여기서 007 제작진이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007 시리즈는 반복의 시리즈이고 007 제작진은 반복의 제왕들이다. 시대의 흐름과 영화배우의 교체에 따라 여러 변화를 시도하긴 했어도 겉모습만 조금씩 달라졌을 뿐 '코어'는 그대로다. 최근 들어 007 제작진이 예전에 하지 않던 짓을 하면서 변화를 주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만 유행에 둔감한 사람이 마치 자신도 그런 척 시늉하는 것으로 보일 뿐 억지로라도 무언가 자꾸 바꿔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듯 부자연스럽게 보인다. 변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아닌데 자꾸 변화를 주려고 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는 압박을 받다 보니 되레 영화가 이상해졌다. 007 제작진이 하는 걸 보면 이미지 개선을 위해 자신의 실체를 숨기고 보수가 리버럴인 척, 리버럴이 보수인 척 생쑈를 하는 것과 똑같아 보인다. 물론 이런 데 감동하는 찐빵들도 있겠지만 최근에 제작된 007 시리즈를 보면 실제로는 그대로이면서도 어떻게든 다른 척 하려고 몸부림치는 어색함과 유치함만 눈에 들어올 뿐이다.
이런 와중에 스펙터와 블로펠드라니 한마디로 '아이그마니나'다.
다니엘 크레이그 스타일에 맞추려면 스펙터와 블로펠드 모두에 변화를 주는 게 불가피해 보이는데, '콴텀 오브 솔래스'에서 소개된 범죄조직 '콴텀'을 보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스펙터는 스케일이 큰 범죄와 테러를 저지르는 국제 범죄조직인데 이러한 비현실적인 범죄조직은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세계와 매치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에서 '콴텀'은 비밀스러운 거대 범죄조직이면서도 핵무기 탈취나 생화학 테러 같은 큰 스케일의 범죄를 꾸미지 않는 현실적인 조직으로 묘사됐다. '콴텀'이 스펙터를 모델로 한 범죄조직인 것은 분명했지만 비현실적으로 보일 만큼 스케일이 큰 범죄를 계획하는 판타지 범죄조직은 아니었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설정이었다. 하지만 "굉장히 은밀하고 위험한 범죄조직처럼 보이는 것과 반대로 하는 일이 별 볼 일 없는 별 흥미가 가지 않는 범죄조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폼만 요란스러웠지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007 제작진은 과거에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적으로 삼아 여러 편의 영화에서 울궈먹었던 것처럼 이번엔 '콴텀'이라는 조직을 이용하려 했으나 미지근한 반응을 얻는 데 그쳤다. 이언 플레밍의 '블로펠드 트릴로지'를 흉내내면서 영화 '카지노 로얄'과 '콴텀 오브 솔래스'의 줄거리를 '콴텀'이라는 범죄조직을 통해 연결시키며 이런 식으로 당분간 울궈먹을 생각이었는데 '콴텀 오브 솔래스'의 반응이 별로 좋지 않자 '스카이폴'에선 또 다른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러므로 '스펙터를 모델로 한 진지하고 사실적인 새로운 범죄조직'을 선보이는 데 한 차례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매우 위험하면서도 사실적이고, 진지하면서도 흥미로워야 한다는 모든 조건에 충족되는 범죄조직을 탄생시키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번엔 스펙터와 블로펠드의 귀환을 예고하고 있다.
일단 과거의 스펙터와 같은 판타지 범죄조직은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류의 범죄조직은 '아이언 맨(Iron Man)', '토르(Thor)', '어벤져스(The Avengers)', 'G.I. 조(G. I. Joe)' 등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나 그와 비슷한 성격의 영화에 주로 등장하고 있다. 007 제작진이 '스카이폴'에서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 쪽까지 집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과거의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그대로 등장시킨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크레이그가 자신과 어울리지도 않는 근육질-터프가이-수퍼히어로 시늉을 내는 것을 보는 것도 참기 어려운 판에 블로펠드까지 '토르' 시리즈의 악당 로키(Loki)처럼 묘사된다는 건 재앙 수준이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007 시리즈를 그런 식으로 만들 생각이라면 다니엘 크레이그가 아닌 다른 영화배우로 제임스 본드를 교체부터 해야 한다. 최근 들어 호주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Chris Hemsworth)가 제임스 본드 후보감으로 적합해 보이는데, 그 이유는 헴스워스가 아주 맘에 들어서라기 보다 그런 타잎의 영화배우가 제임스 본드 역에 어울려 보이도록 만드는 쪽으로 007 시리즈가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니엘 크레이그가 계속 제임스 본드로 남아있는 한 스펙터와 블로펠드도 그의 스타일에 맞춰 변화를 줘야만 한다. 하지만 007 제작진이 진지하고 사실적인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성공적으로 소개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과거의 것과 다르게 해야 하므로 또다시 어둡고 거창하게 보이도록 뜯어고칠 생각을 해야 할 텐데, 007 제작진이 이런 범죄조직을 제대로 만들 수 있겠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다시 플레밍의 원작소설로 돌아가 리메이크를 할 생각이라면 새로 창조하는 게 아니라 원작을 기초로 하면서 리비젼을 하게 될 것이므로 어느 정도 안심이 되지만 007 제작진 단독으로 새롭게 달라진 21세기 버전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선보인다고 하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007 제작진은 변화를 주는 데 소질이 있는 사람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어둡고 진지한 톤의 영화 전문가들도 아니기 때문이다. 007 제작진은 밝고 유쾌한 분위기의 비슷비슷한 영화를 반복해서 내놓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라서 그저 하던 대로 하면서 자질구레한 변화를 주는 쪽으로 가야 안심이 되지 안 하던 짓을 하면 불안해진다.
이렇다 보니 스펙터와 블로펠드의 리턴이 무조건 반갑지만 않다.
물론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변화를 주는 데 소질이 없는 007 제작진이 최근 들어 바꿔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제대로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뒤집어엎는 데만 집착하면서 "더이상 제임스 본드 영화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친숙한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다시 돌아온다면 그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퀄리티를 떠나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007 시리즈로 돌아왔다!"는 홍보 문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끌 만하기 때문이다. '스카이폴'이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으로 재미를 봤다면 다음 번엔 스펙터와 블로펠드의 귀환으로 재미를 볼 수도 있다. 티저 포스터와 트레일러를 이용해 스펙터와 블로펠드의 리턴을 얼마나 감질나게 홍보할 지 안 봐도 비디오다.
또한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어떻게 소개시킬 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본드팬들에게 매우 친숙한 존재들이지만 한동안 영화에 등장하지 않았던 만큼 새로 소개할 필요가 생겼다. 만약 007 제작진이 맥클로리 측으로부터 '워헤드 2000(Warhead 2000)' 스크립트까지 넘겨받았다면 그것을 기초로 한 언오피셜 '썬더볼' 리메이크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스펙터까지 소개할 수도 있다. '썬더볼'의 리메이크인 '워헤드 2000' 스크립트를 토대로 약간의 변화를 주면서 '썬더볼'과 굉장히 비슷한 듯 하면서도 리메이크까지는 아닌 영화를 내놓더라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나온 모든 제임스 본드 영화가 전부 다 그런 식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에 와선 그런 티를 감추는 데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그래봤자 손바닥이다. 한가지 걸리는 점은 '썬더볼'과 같은 오리지날 제임스 본드 스타일 어드벤쳐 스토리가 딱딱하고 사실적인 다니엘 크레이그의 세계와 잘 어울리겠는지 의심스럽다는 점이다. 하지만 스펙터와 블로펠드의 귀환과 함께 '썬더볼'/'워헤드 2000' 등을 많이 '참고'한 듯한 영화가 나온다면 '카지노 로얄' 이후 크레이그의 본드 영화에 크게 실망한 클래식 본드팬들을 다시 익사이팅하게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지만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언제 어떠한 모습으로 돌아오는지 지켜보기로 하자.
그러나 007 제작진과 케빈 맥클로리(Kevin McClory) 간의 법정싸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베테랑 본드팬들은 "아이디어는 괜찮아도 가능성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법원이 007 제작진의 손을 들어준 데다 맥클로리까지 2006년 세상을 떠났지만 범죄조직 '스펙터'와 두목 '블로펠드' 등에 관한 라이센스는 여전히 맥클로리 측에 남아있었기 때문에 007 제작진이 그들 마음대로 범죄조직 '콴텀'을 '스펙터'로 발전시켜 나갈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젠 가능해졌다. 007 제작진이 맥클로리 측으로부터 제임스 본드 관련 라이센스들을 모두 인수한 덕분이다.
007 제작진은 맥클로리 측으루부터 인수한 제임스 본드 관련 라이센스들을 언제부터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발표하지 않았으나 40년이 넘도록 건드리지 못했던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다시 오피셜 007 시리즈에 사용할 수 있게 된 만큼 스펙터와 블로펠드의 리턴은 시간 문제일 뿐으로 보인다.
그렇다. 007 제작진이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공식적'으로 등장하는 영화를 마지막으로 만든 게 1971년작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이므로 본드팬들은 40년이 넘도록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오피셜 007 시리즈에서 만나볼 수 없었다. 케빈 맥클로리가 제작한 1983년 '언오피셜' 제임스 본드 영화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Never Say Never Again)'엔 스펙터와 블로펠드 모두가 등장했지만 EON 프로덕션이 제작하는 '오피셜' 007 시리즈에선 1971년작 '다이아몬드는 영원히'가 마지막이었다.
범죄조직 '스펙터'는 '닥터 노(Dr. No)', '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From Russia with Love)', '썬더볼(Thunderball)', '두 번 산다(You Only Live Twice)',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 등 여섯 편의 오피셜 007 시리즈에 등장했다.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소설엔 세 차례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영화 시리즈 제작진은 스펙터와 두목 언스트 스타브로 블로펠드(Ernst Stavro Blofeld)를 계속해서 007의 적으로 삼으며 두고두고 울궈먹으려 했다. 소설 시리즈에서 본드의 손에 죽었던 스펙터 두목 블로펠드가 영화에선 죽지 않고 매번 도주에 성공하는 007 못지 않은 불사조가 된 이유에도 아쉬울 때가 오면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계속 울궈먹으려던 007 제작진의 계산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007 제작진은 70년대 중반 로저 무어(Roger Moore) 시대에 와서도 스펙터와 블로펠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로저 무어의 두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The Man with the Golden Gun)'가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이자 007 제작진은 바로 '스펙터 카드'를 다시 꺼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를 마지막으로 007 시리즈를 떠났던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다시 불러오려 했던 것. 당시 독자적인 제임스 본드 영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던 케빈 맥클로리 측의 제지에 의해 성사되진 못했지만 로저 무어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1977년작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와 1979년작 '문레이커(Moonraker)'는 '스펙터'와 '블로펠드'만 나오지 않을 뿐 여전히 '스펙터 포뮬라'를 충실하게 따른 영화였다. 맥클로리 측이 제지하지 않았다면 '나를 사랑한 스파이'와 '문레이커'에도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등장했을 것이다.
1981년작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의 프리 타이틀 씬에서 영락없이 블로펠드처럼 보이는 휠체어를 탄 사나이를 본드(로저 무어)가 공장 굴뚝 안에 떨어뜨리는 씬이 나온 것도 절대 우연이 아니다. 이 씬은 맥클로리 측이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데 대한 007 제작진의 '답변'으로 해석되고 있다.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이렇게 '비공식적'으로 등장한 영화까지 합하면 '나를 사랑한 스파이', '문레이커', '유어 아이스 온리'까지 합해 모두 아홉 편으로 불어난다.
여기서 더 나아가 '플레이보이 에이전트가 세계 정복 야욕에 불타는 범죄조직을 상대한다'는 플롯 설정의 영화까지 전부 다 포함시키면 거의 모든 007 시리즈가 '스펙터 포뮬라' 영화에 속하게 된다.
영화 버전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게 케빈 맥클로리이고, 007 영화 시리즈에선 본드가 냉전시대의 실재하는 적이 아닌 가상의 국제 범죄조직을 주로 상대하게 된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것 역시 맥클로리이다 보니 거의 모든 007 시리즈에서 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듯 하다. 맥클로리는 1965년작 '썬더볼'을 007 제작진과 함께 제작한 이후 끈질긴 법정싸움을 벌이게 되면서 오랫동안 007 제작진을 괴롭힌 집착광으로도 비춰지고 있지만 007 영화 시리즈의 근간을 이루는 부분을 창조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 볼 게 있다: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요즘에도 통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나온 제임스 본드 영화 중에서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등장했거나 그들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스펙터 포뮬라에 충실히 제작된 007 영화들은 대부분 진지하게 보기 어려운 전형적인 제임스 본드 어드벤쳐 영화에 그쳤다. 비슷비슷한 '007 vs 스펙터'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는 게 전부인 영화가 대부분이었을 뿐 맘에 쏙 드는 영화가 거의 없었다. '스펙터'와 '블로펠드'라고 하면 바로 생각나는 단어는 바로 '반복'이다. 과거에 007 제작진이 '스펙터 포뮬라'를 필요 이상으로 자주 반복해서 울궈먹었기 때문에 '스펙터'와 '블로펠드' 하면 바로 '반복'이 떠오르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007 시리즈의 스펙터와 블로펠드는 어린이용 TV 애니메이션 '인스펙터 가젯(Inspector Gadget)', 코메디 영화 '어스틴 파워스(Austin Powers)' 등에서 패로디하면서 '본드의 아내를 죽인 조직'이라는 악한 이미지가 사라지고 어린이용 코믹북에나 등장하는 우스꽝스러운 악당 이미지가 강해졌다. 미국 코메디언 코난 오브라이언(Conan O'Brien)도 우스꽝스럽게 인상을 쓰면서 고양이를 쓰다듬는 시늉을 하며 블로펠드 흉내를 내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스펙터','블로펠드'라고 하면 이런 것들이 먼저 연상되면서 피식 웃음이 나오지 진지하고 위협적인 악당과 범죄조직이라는 느낌이 오지 않는다.
그런데 진지한 제임스 본드로 소문난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의 영화에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등장한다?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돌아온다고 하면 '나를 사랑한 스파이' 스타일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들리지만, 크레이그가 그러한 스타일의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크레이그 스타일에 맞춰 스펙터와 블로펠드에 변화를 주면 될 일이다. 과거와 달리 보다 진지하고 위협적인 악당과 범죄조직으로 변화를 주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문제는, 과연 여기서 007 제작진이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007 시리즈는 반복의 시리즈이고 007 제작진은 반복의 제왕들이다. 시대의 흐름과 영화배우의 교체에 따라 여러 변화를 시도하긴 했어도 겉모습만 조금씩 달라졌을 뿐 '코어'는 그대로다. 최근 들어 007 제작진이 예전에 하지 않던 짓을 하면서 변화를 주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만 유행에 둔감한 사람이 마치 자신도 그런 척 시늉하는 것으로 보일 뿐 억지로라도 무언가 자꾸 바꿔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듯 부자연스럽게 보인다. 변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아닌데 자꾸 변화를 주려고 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는 압박을 받다 보니 되레 영화가 이상해졌다. 007 제작진이 하는 걸 보면 이미지 개선을 위해 자신의 실체를 숨기고 보수가 리버럴인 척, 리버럴이 보수인 척 생쑈를 하는 것과 똑같아 보인다. 물론 이런 데 감동하는 찐빵들도 있겠지만 최근에 제작된 007 시리즈를 보면 실제로는 그대로이면서도 어떻게든 다른 척 하려고 몸부림치는 어색함과 유치함만 눈에 들어올 뿐이다.
이런 와중에 스펙터와 블로펠드라니 한마디로 '아이그마니나'다.
다니엘 크레이그 스타일에 맞추려면 스펙터와 블로펠드 모두에 변화를 주는 게 불가피해 보이는데, '콴텀 오브 솔래스'에서 소개된 범죄조직 '콴텀'을 보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스펙터는 스케일이 큰 범죄와 테러를 저지르는 국제 범죄조직인데 이러한 비현실적인 범죄조직은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세계와 매치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에서 '콴텀'은 비밀스러운 거대 범죄조직이면서도 핵무기 탈취나 생화학 테러 같은 큰 스케일의 범죄를 꾸미지 않는 현실적인 조직으로 묘사됐다. '콴텀'이 스펙터를 모델로 한 범죄조직인 것은 분명했지만 비현실적으로 보일 만큼 스케일이 큰 범죄를 계획하는 판타지 범죄조직은 아니었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설정이었다. 하지만 "굉장히 은밀하고 위험한 범죄조직처럼 보이는 것과 반대로 하는 일이 별 볼 일 없는 별 흥미가 가지 않는 범죄조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폼만 요란스러웠지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007 제작진은 과거에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적으로 삼아 여러 편의 영화에서 울궈먹었던 것처럼 이번엔 '콴텀'이라는 조직을 이용하려 했으나 미지근한 반응을 얻는 데 그쳤다. 이언 플레밍의 '블로펠드 트릴로지'를 흉내내면서 영화 '카지노 로얄'과 '콴텀 오브 솔래스'의 줄거리를 '콴텀'이라는 범죄조직을 통해 연결시키며 이런 식으로 당분간 울궈먹을 생각이었는데 '콴텀 오브 솔래스'의 반응이 별로 좋지 않자 '스카이폴'에선 또 다른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러므로 '스펙터를 모델로 한 진지하고 사실적인 새로운 범죄조직'을 선보이는 데 한 차례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매우 위험하면서도 사실적이고, 진지하면서도 흥미로워야 한다는 모든 조건에 충족되는 범죄조직을 탄생시키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번엔 스펙터와 블로펠드의 귀환을 예고하고 있다.
일단 과거의 스펙터와 같은 판타지 범죄조직은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류의 범죄조직은 '아이언 맨(Iron Man)', '토르(Thor)', '어벤져스(The Avengers)', 'G.I. 조(G. I. Joe)' 등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나 그와 비슷한 성격의 영화에 주로 등장하고 있다. 007 제작진이 '스카이폴'에서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 쪽까지 집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과거의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그대로 등장시킨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크레이그가 자신과 어울리지도 않는 근육질-터프가이-수퍼히어로 시늉을 내는 것을 보는 것도 참기 어려운 판에 블로펠드까지 '토르' 시리즈의 악당 로키(Loki)처럼 묘사된다는 건 재앙 수준이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007 시리즈를 그런 식으로 만들 생각이라면 다니엘 크레이그가 아닌 다른 영화배우로 제임스 본드를 교체부터 해야 한다. 최근 들어 호주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Chris Hemsworth)가 제임스 본드 후보감으로 적합해 보이는데, 그 이유는 헴스워스가 아주 맘에 들어서라기 보다 그런 타잎의 영화배우가 제임스 본드 역에 어울려 보이도록 만드는 쪽으로 007 시리즈가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니엘 크레이그가 계속 제임스 본드로 남아있는 한 스펙터와 블로펠드도 그의 스타일에 맞춰 변화를 줘야만 한다. 하지만 007 제작진이 진지하고 사실적인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성공적으로 소개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과거의 것과 다르게 해야 하므로 또다시 어둡고 거창하게 보이도록 뜯어고칠 생각을 해야 할 텐데, 007 제작진이 이런 범죄조직을 제대로 만들 수 있겠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다시 플레밍의 원작소설로 돌아가 리메이크를 할 생각이라면 새로 창조하는 게 아니라 원작을 기초로 하면서 리비젼을 하게 될 것이므로 어느 정도 안심이 되지만 007 제작진 단독으로 새롭게 달라진 21세기 버전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선보인다고 하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007 제작진은 변화를 주는 데 소질이 있는 사람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어둡고 진지한 톤의 영화 전문가들도 아니기 때문이다. 007 제작진은 밝고 유쾌한 분위기의 비슷비슷한 영화를 반복해서 내놓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라서 그저 하던 대로 하면서 자질구레한 변화를 주는 쪽으로 가야 안심이 되지 안 하던 짓을 하면 불안해진다.
이렇다 보니 스펙터와 블로펠드의 리턴이 무조건 반갑지만 않다.
물론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변화를 주는 데 소질이 없는 007 제작진이 최근 들어 바꿔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제대로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뒤집어엎는 데만 집착하면서 "더이상 제임스 본드 영화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친숙한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다시 돌아온다면 그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퀄리티를 떠나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007 시리즈로 돌아왔다!"는 홍보 문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끌 만하기 때문이다. '스카이폴'이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으로 재미를 봤다면 다음 번엔 스펙터와 블로펠드의 귀환으로 재미를 볼 수도 있다. 티저 포스터와 트레일러를 이용해 스펙터와 블로펠드의 리턴을 얼마나 감질나게 홍보할 지 안 봐도 비디오다.
또한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어떻게 소개시킬 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본드팬들에게 매우 친숙한 존재들이지만 한동안 영화에 등장하지 않았던 만큼 새로 소개할 필요가 생겼다. 만약 007 제작진이 맥클로리 측으로부터 '워헤드 2000(Warhead 2000)' 스크립트까지 넘겨받았다면 그것을 기초로 한 언오피셜 '썬더볼' 리메이크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스펙터까지 소개할 수도 있다. '썬더볼'의 리메이크인 '워헤드 2000' 스크립트를 토대로 약간의 변화를 주면서 '썬더볼'과 굉장히 비슷한 듯 하면서도 리메이크까지는 아닌 영화를 내놓더라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나온 모든 제임스 본드 영화가 전부 다 그런 식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에 와선 그런 티를 감추는 데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그래봤자 손바닥이다. 한가지 걸리는 점은 '썬더볼'과 같은 오리지날 제임스 본드 스타일 어드벤쳐 스토리가 딱딱하고 사실적인 다니엘 크레이그의 세계와 잘 어울리겠는지 의심스럽다는 점이다. 하지만 스펙터와 블로펠드의 귀환과 함께 '썬더볼'/'워헤드 2000' 등을 많이 '참고'한 듯한 영화가 나온다면 '카지노 로얄' 이후 크레이그의 본드 영화에 크게 실망한 클래식 본드팬들을 다시 익사이팅하게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지만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언제 어떠한 모습으로 돌아오는지 지켜보기로 하자.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답글삭제기존의 '스펙터'단 이미지에다 이번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전세계가 경악한 천인공노할 적, 청해진해운의 이미지를 넣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답글삭제블로펠트가 쓰다듬던 그 페르시아 고양이를 우상 삼아 숭배하는 집단!
그렇게 하면 칼 스트롬버그 같은 캐릭터가 또 나오게 되겠는걸요?^^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