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4일 금요일

[NFL15:W13] 그린 베이 패커스, 이렇게 이기는 수도 있다!

위닝 팀은 이기는 방법을 알고 루징 팀은 지는 방법을 안다는 말이 있다.

2015년 NFL 정규시즌 13째 주 경기에서 그린 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가 그 말이 맞다는 걸 증명했다. 잘 풀리는 팀은 이기는 방법을 잘 찾는 반면 잘 풀리지 않는 팀은 어이없이 패하는 방법을 잘 찾는 게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린 베이 패커스가 왜 이런 소리를 듣나면, 경기 종료 0초를 남겨두고 기적적인 역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렇다. 지난 10째 주 경기였던 잭슨빌 재과스(Jacksonville Jaguars)와 발티모어 레이븐스(Baltimore Ravens)의 엔딩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었다. 경기 종료 0초를 남겨두고 디펜스가 페이스 매스크 파울을 범하는 바람에 오펜스가 보너스 공격 기회를 갖게되면서 승패가 갈렸다는 점도 똑같다.

그린 베이 패커스는 디트로이트에서 벌어진 디비젼 라이벌 디트로이트 라이온스(Detroit Lions)와의 원정경기에서 20대0으로 무기력하게 끌려갔다. 패커스가 후반에 따라붙으며 점수차를 23대21 2점차로 좁혔으나 디트로이트 라이온스가 승리를 굳히는 듯 했다.

2점차로 리드하던 라이온스는 남은 시간을 모두 소비하고 경기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경기 종료까지 20여초를 남겨두고 패커스에게 공격권을 넘겨줬다.

패커스 진영 21야드에서 마지막 공격을 시작한 패커스는 남아있는 타임아웃이 없었으므로 갈 길이 먼 데다 시간도 크게 부족했다. 한가지 위안이라면, 필드골(3점)만으로 역전승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끝까지 밀고들어가 반드시 터치다운을 할 필요 없이 필드골을 시도할 만한 지역까지만 전진하면 되었다.


그러나 패커스의 공격은 라이온스의 선방에 막혀 제자리 걸음을 반복했다. 시간은 계속 흘러 남은 시간은 6초가 전부였으나 패커스 오펜스는 전진을 하지 못했다.

남은 경기 시간이 6초가 전부였으므로 필드골을 노릴 기회는 사라졌다. 타임아웃 없이 6초 동안 필드골 지역까지 전진한 다음 필드골 팀이 나와서 필드골을 시도할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이판사판 플레이로 가는 수밖에 없다. 성공할 확률이 낮지만 마지막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공격 카드를 사용할 때가 온 것이다.

'헤일 매리(Hail Mary)'라 불리는 장거리 패스는 제외되었다. 21야드에서 헤일 매리 패스를 하려면 80야드 이상을 던져야 하는데,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렇다면 남은 옵션은 래터럴(Lateral).

성공적인 래터럴로 역전승을 거둔 사례도 간혹 있으나 매우 드물 정도로 성공률이 낮다. 하지만 패커스에게 남은 옵션은 래터럴밖에 없었다.

물론 패커스의 래터럴도 성공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디트로이트 라이온스 수비수가 그린 베이 패커스 쿼터백 애런 로저스(Aaron Rodgers)를 태클하면서 로저스의 페이스 매스크를 건드리는 퍼스널 파울을 범했다. 만약 라이온스 수비가 퍼스널 파울을 범하지 않고 로저스를 태클했다면 그것으로 경기가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NFL 룰은 디펜스의 파울로 경기가 종료될 수 없다고 돼있다. 경기의 마지막 플레이가 디펜스의 파울인 경우엔 오펜스에게 보너스 공격 기회를 한 번 더 주도록 돼있는 것이다.





라이온스 수비가 범한 퍼스널 파울 덕분에 패커스는 보너스 공격 기회를 한 번 더 갖게 됐다.

퍼스널 파울이 15야드 패널티이므로, 그린 베이 패커스 오펜스는 파울이 발생한 지점인 24야드에서 15야드를 전진해서 마지막 보너스 공격을 하게 됐다.

15야드를 전진했더라도 역전 필드골은 여전히 불가능했다.

그.러.나...

패커스 진영 39야드에서 마지막 공격을 시작할 수 있게 되면서 헤일 매리 옵션이 살아났다. 패커스 진영 39야드라면 애런 로저스가 엔드존으로 헤일 매리 패스를 던져볼 만한 위치였다.

그린 베이 패커스가 선택한 마지막 공격 옵션은 역시 헤일 매리였다.

패스 이름이 '헤일 매리(Hail Mary)'라는 데서 알 수 있듯, 성모마리아에 기도하면서 기적을 바라는 심정으로 던지는 패스인 만큼 성공 확률이 매우 낮다.

그.러.나...

그린 베이 패커스 쿼터백 애런 로저스가 던진 헤일 매리 패스를 패커스 타잇엔드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dgers)가 엔드존에서 받았다.

그렇다. 터치다운이다.





제임스 본드 영화 '골드핑거(Goldfinger)'의 명대사 중 하나처럼, 한마디로 "Shocking... Positively shocking."이었다.

라이온스 디펜스 파울로 공격 기회를 한 번 더 얻게 됐다지만 설마 헤일 매리 패스가 터치다운이 되겠나 했는데, 저렇게 완벽하게 터치다운으로 끝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해서 파이널 스코어는 패커스 27, 라이온스 23.

CBS 중계방송 아나운서, 짐 낸츠(Jim Nantz)는 "Miracle in Motown"이라면서 패커스의 기적적인 역전승에 놀라움을 표했다.

그린 베이 패커스 쿼터백 애런 로저스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It's the most amazing game of my life"라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내내 리드하다 문자 그대로 마지막 순간에 헤일 매리 터치다운 패스를 내주며 역전패를 당하는 걸 목격한 디트로이트 라이온스 팬들도 충격이 상당했으리라 본다.

디트로이트 지역 신문은 "Holy Swiss! Packers shock Lions with Hail May, 27-23"라고 제목을 뽑았다.


그린 베이 패커스와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의 디비젼 라이벌 매치에서 패커스가 20점차를 극복하고 역전승을 거둔 건 이번이 역대 처음이라고 한다. 역대 패커스-vs-라이온스 경기 중 패커스가 가장 큰 점수차를 극복하고 역전승을 거둔 경기라고 한다.

그러나 4승8패로 떨어진 디트로이트 라이온스는 실낱같이 남아있던 플레이오프 희망을 잃었다. 시즌을 부진하게 시작했던 라이온스는 최근 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서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기면 플레이오프 희망이 있다"는 희망이 생겼으나 그린 베이 패커스에 역전패를 당하면서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사라졌다.

반대로, 그린 베이 패커스는 시즌을 화끈하게 시작했으나 주요 선수들의 부상 등이 겹치면서 최근 들어 부진의 늪에 빠졌다. 시즌 초반에만 해도 그린 베이 패커스가 NFC 최강 팀이며 매우 유력한 수퍼보울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요즘엔 패커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이번 라이온스 전에서도 20대0까지 뒤처지면서 "패커스가 끝난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패커스는 마지막 순간 기적같은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과연 이번 승리가 활력소가 되어 패커스가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지켜보기로 하자.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