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18일 토요일

여성판 '고스트 버스터즈 2016' 비판하면 무조건 성차별로 몰고 가나

멤버 전원을 여성으로 바꿔 리메이크한 '고스트 버스터즈 2016(Ghostbusters)'가 오는 7월 개봉한다. '고스트 버스터즈'가 80년대를 대표하는 인기 헐리우드 영화 중 하나이므로 많은 팬들의 기대와 관심이 쏠린 영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얼마 전 소니 픽쳐스가 '고스트 버스터즈 2016' 예고편을 공개한 이후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예고편을 보고 크게 실망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고스트 버스터즈 2016' 예고편이 유투브에서 가장 많은 'DISLIKE' 횟수를 기록한 예고편이 되었다는 소식도 들렸다. '고스트 버스터즈 2016' 예고편이 유투브에서 수난을 당하자 소니 픽쳐스는 두 번째 예고편을 유투브가 아닌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다. 페이스북엔 유투브와 달리 'DISLIKE'가 없기 때문에 그쪽을 택한 것 같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여기까진 문제될 게 없었다. 그러나 '고스트 버스터즈 2016' 출연진과 영화감독이 '고스트 버스터즈 2016' 예고편이 부정적인 반응을 얻은 이유를 '섹시즘(Sexism)'에서 찾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고스트 버스터즈 2016' 예고편이 밑바닥 평가를 받은 이유가 영화와 예고편이 시원찮아 보였기 때문이 아니라 남자들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를 여자로 바꾸니까 반발하는 것이라고 한 것이다. 예고편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전적으로 성차별 때문이라는 얘기다.

Seriously?

오, 물론이다.

여기에 헐리우드 전문 매체들까지 가세해 '고스트 버스터즈 2016' 예고편이 유투브에서 수난당한 이유가 성차별인 것으로 몰고가기 시작했다.

여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예고편을 보고 재미가 없어 보인다고 하면 이제부턴 무조건 성차별자가 되는 것인가?

주인공이 모두 남자였더라도 예고편을 본 뒤 똑같은 반응이 나왔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고스트 버스터즈 2016'의 예고편을 보고 "CGI가 촌쓰럽다", "2015년 영화 '픽셀스(Pixels)'가 떠오른다"고 하는 것도 성차별인가?

고스트 버스터즈 2016 트레일러 이미지

'고스트 버스터즈 2016' 영화감독 폴 피그(Paul Feig)와 출연진은 영국에까지 가서도 '고스트 버스터즈 2016'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섹시스트라는 황당한 논리를 밀어부쳤다.

가장 귀에 거슬리는 부분은 폴 피그가 "Since we are all in the business of ruining the men's childhood"라고 말한 부분이다. 영화 감독 폴 피그는 '고스트 버스터즈 2016' 여성 출연진과 함께 남자들의 어렸을 적 추억을 망치는 비즈니즈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What?

"어렸을 적 추억을 망친다"는 말은 수준 낮은 리메이크 영화 때문에 오리지날 옛날 영화를 재밌게 봤던 추억까지 망친다는 의미다. 리메이크작이 오리지날보다 크게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은 바람에 오리지날까지 망신스럽게 만들지 말고 되도록이면 리메이크를 하지 말라는 얘기다. 여기엔 남녀 구분이 없다. 남자 뿐 아니라 여자도 어렸을 적에 본 영화를 추억하는 건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왜 "MEN'S"가 들어가나?

남자만 어렸을 적에 본 영화를 추억하고 여자들은 추억하지 않는단 말인가?

아니면, 남자 어린이만 영화를 보고 여자 어린이는 영화를 못보는 세상에 살고 있단 말인가?

얼마 전엔 '고스트 버스터즈 2016' 주연배우 멜리사 매커시(Melissa McCarthy)도 비슷한 주장을 편 바 있다. 매커시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고스트 버스터즈 2016' 예고편에 대한 비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All those comments – ‘You’re ruining my childhood!’ I mean, really,” McCarthy says drily. “Four women doing any movie on earth will destroy your childhood?” She shrugs. “I have a visual of those people not having a Ben, not having friends, so they’re just sitting there and spewing hate into this fake world of the internet. I just hope they find a friend.”



 누가 여배우 4명이 출연한다는 이유 때문에 어릴 적 추억이 망가진다고 했을까?

물론 그렇게 말한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릴 적 추억이 망가진다고 한 사람들이 "모두" 여성판에 불만인 성차별자라는 근거는?

예고편에 대한 비판을 반박하는 수준이 참 한심스럽다.

물론 영화를 팔아먹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중이라는 점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예고편의 반응이 매우 안 좋게 나오니까 돌파구를 찾으려 한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예고편 반응이 안 좋게 나왔다고 "망가지는 추억"의 의미까지 왜곡하면서 섹시즘 뒤에 숨는 건 매우 비겁해 보인다. 다른 변명을 대며 반박했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었겠지만, 치사하게 섹시즘 뒤에 숨어서 비판을 피하려 한단 말인가. 물론 고스트 버스터즈 멤버가 전원 여성으로 교체됐다는 점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고스트 버스터즈 2016' 예고편에 비판적인 사람들 전체를 여성 멤버에 불만 있는 'Misogynist'인 것처럼 매도하는 건 추하게 보일 뿐이다. 예고편이 재미없어 보여도 여배우가 주연을 맡았으면 재미없어 보인다는 소리를 하지 말라고 재갈을 물리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고스트 버스터즈 2016'가 멤버 전원을 여성으로 교체했다는 점으로 화제를 모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 하나가 전부인 건 아니다. 여성판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무조건 찬사를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것 하나 때문에 무조건 비판을 하는 것도 곤란하다. 그러나 예고편 반응이 나쁘다고 성차별 뒤에 숨어서 보호받으려는 건 문제가 있다.

팬보이 컬쳐를 비판하는 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고스트 버스터즈 2016' 예고편에 대한 비판을 덮어놓고 팬보이들의 성차별 공격으로 매도하는 건 대단히 잘못됐다. 예고편을 보고 비판한 사람들을 "성차별자 팬보이"로 매도할 정도로 팬보이 컬쳐가 싫다면 팬보이용 영화를 만들지 않으면 된다.

물론 이런 넌센스에 이미 익숙해진 사람들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Political Correctness'에 넌더리가 난 이유도 이런 식으로 'Political Correctness'를 이용해 뒤집어씌우기를 밥먹듯 하기 때문이다. '고스트 버스터즈 2016'를 비판하면 바로 성차별자가 되고 흑인 제임스 본드를 반대하면 바로 인종차별자로 몰리는 세상이니 말이다.

그래도 '고스트 버스터즈 2016'가 개봉하면 영화관에서 볼 생각이다. 예고편을 보고 크게 실망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고스트 버스터즈' 영화인 데다 예고편을 보고 느꼈던 것처럼 흉악한 영화인가 아니면 예상과 달리 어느 정도 볼 만한 영화인가 확인도 할 겸 해서다.

아 잠깐... '고스트 버스터즈 2016'를 보고 재미없다고 쓰면 바로 섹시스트 되는 거야???

아무튼, '고스트 버스터즈 2016'는 미국서 7월1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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