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4일 목요일

제니퍼 로렌스가 러시안 스파이? '레드 스패로우' 캐스팅 이상하다

20세기 폭스의 스파이 스릴러 영화 '레드 스패로우(Red Sparrow)'에 호주 배우 조엘 에저튼(Joel Edgerton)과 미국 여배우 제니퍼 로렌스(Jennifer Lawrence)가 출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드라인에 따르면, '헝거 게임(The Hunger Games)' 연출을 맡았던 영화감독 프랜시스 로렌스(Francis Lawrence)와 제니퍼 로렌스가 작년에 알려진 대로 '레드 스패로우'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호주 배우 조엘 에저튼이 출연 교섭 중이라고 한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제니퍼 로렌스가 러시안 섹스 스파이 역을 맡는다는 얘기?

'레드 스패로우'는 CIA 출신 미국 작가 제이슨 매튜스(Jason Matthews)의 동명 데뷔 소설을 기초로 한 스파이 스릴러 영화 프로젝트로, 러시아 정보부 내의 거물급 몰의 정체를 밝혀내려는 러시아 정보부가 미모의 발레리나 출신 러시안 스파이 도미니카에게 CIA 핸들러 내쉬를 유혹해 비밀을 캐내라는 임무를 맡긴다는 줄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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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스패로우' 프로젝트는 대런 애러노프스키(Darren Aronofsky)가 연출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소됐으며, 그 뒤를 이어 데이빗 핀처(David Fincher)가 프로젝트를 맡았다 그 역시도 떠났다. 데이빗 핀처는 '걸 위드 드래곤 타투(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에서 함께 했던 여배우 루니 마라(Rooney Mara)와 '레드 스패로우'에서 다시 뭉칠 계획이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그 뒤를 이어 프로젝트를 넘겨받은 것이 프랜시스 로렌스다. 작년 가을, 데드라인은 프랜시스 로렌스가 '헝거 게임' 시리즈에서 함께 했던 제니퍼 로렌스와 '레드 스패로우' 프로젝트에서 다시 뭉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데드라인의 오늘 기사에 따르면, 프랜시스 로렌스와 제니퍼 로렌스에 이어 호주 배우 조엘 에저튼이 출연 교섭 중이라고 한다. 조엘 에저튼과 제니퍼 로렌스가 어떤 역을 맡는다는 정보는 없으나 에저튼이 CIA 남자 주인공 내쉬, 로렌스가 러시안 여자 주인공 도미니카 역을 각각 맡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조엘 에저튼이 내쉬 역을 맡고 제니퍼 로렌스가 도미니카 역을 맡는다?

이해하기 어려운 캐스팅이다.

작년 가을 프랜시스 로렌스와 제니퍼 로렌스가 '레드 스패로우'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기사가 나왔을 때부터 반신반의했던 기억이 있다. 영화감독 프랜시스 로렌스까지는 그렇다 쳐도 제니퍼 로렌스가 발레리나 출신 러시안 섹스 스파이 역을 맡는다는 게 약간 엉뚱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제니퍼 로렌스가 요새 인기 높은 헐리우드 여배우라는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미국적인 이미지가 강한 제니퍼 로렌스에게 러시안 스파이 역을 맡긴다는 게 상당히 수상하게 들렸다. 로렌스가 아무리 유명한 여배우라지만, 그녀를 발레리나 출신 러시안 섹스 스파이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지 의심스러웠다. '아메리칸 카우걸'에게 '러시안 발레리나' 역을 맡기려 한다니까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제니퍼 로렌스가 출연하면 흥행에 많은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배역과 잘 어울리는 여배우를 고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예상 밖으로 제니퍼 로렌스가 발레리나 출신 러시안 섹스 스파이 역에 놀라울 정도로 잘 어울릴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현재로썬 그다지 기대가 되지 않는다. 뜻밖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어도 제니퍼 로렌스를 러시안 스파이로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을 듯 하다. 제이슨 매튜스의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떠올려봤던 도미니카의 모습과 너무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도미니카의 모습으로 제니퍼 로렌스를 떠올린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또한, '헝거 게임' 시리즈 팀이 '레드 스패로우' 제작에 참여하는 것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제이슨 매튜스의 소설 '레드 스패로우'는 '헝거 게임' 시리즈와 달리 청소년을 겨냥한 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소년용 어드벤쳐 영화 시리즈 '헝거 게임'으로 유명한 프랜시스 로렌스와 제니퍼 로렌스가 '레드 스패로우'를 함께 만든다니까 '레드 스패로우'도 청소년 영화로 만들겠다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하다. 설마 제작진이 '레드 스패로우'를 PG-13 레이팅의 패밀리-프렌들리 영화로 구상 중인 건 아닐 것으로 믿지만, 자꾸 그런 의심이 드는 걸 떨쳐낼 수 없다.

조엘 에저튼 캐스팅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에저튼이 내쉬 역으로 교섭 중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에저튼은 내쉬 역을 맡기에 나이가 너무 많다. 원작소설의 내쉬는 스파이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젊은 CIA 오피서다. 소설 '레드 스패로우'의 주인공 내쉬와 도미니카는 모두 20대 중-후반의 젊은 나이다. 바로 이것이 이미 40대에 접어든 에저튼이 내쉬 역으로 적합하지 않은 이유다. 물론 에저튼이 내쉬가 아닌 다른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열려있으므로 아직 속단하긴 이르지만, 만약 에저튼이 내쉬 역을 맡는 게 사실이라면 이 또한 의심스러운 캐스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0대의 젊은 러시안 여자 스파이가 40대의 CIA 오피서를 유혹한다"고 하면 진부하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젊은 여자가 중년 남자에게 꼬리친다"는 설정은 흔해빠졌기 때문이다.

'레드 스패로우'를 제대로 영화로 옮기면 냉전시대 스파이 스릴러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멋진 스파이 영화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제니퍼 로렌스와 조엘 에저튼이 출연한다면 생각을 다시 해봐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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