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4일 목요일

미국 숏트랙 스타 아폴로 오노, 제이 레노의 '투나잇쇼' 출연

미국의 숏트랙 스타, 아폴로 오노(Apollo Anton Ohno)가 제이 레노(Jay Leno)의 '투나잇쇼'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사실 제이 레노와 아폴로 오노 모두 한국과 악연이 있는 인물이다. 아폴로 오노는 2002년 동계 올림픽에서 김동성의 실격을 유도해 금메달을 따면서 비난을 샀고, 제이 레노는 쓸데없이 한국의 개고기 식용문화를 조크로 사용했다가 욕만 바가지로 먹었다.

그런데 이들이 2010년 동계 올림픽 직후 또 만났다.

그렇다면 이번엔 또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았을까?

제이 레노는 남자 숏트랙 1500미터 결승에서 한국 선수 둘이 넘어지는 장면을 보여줬다. 이 장면은 2010년 동계 올림픽의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 중 하나로 꼽히므로 한국선수들의 낭패를 즐기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레노는 "넘어진 선수들이 안됐다. 크게 실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오노 역시 "나도 그 기분이 어떤지 잘 안다"면서 "숏트랙이 원래 이런 스포츠"라고 말했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예측하기 힘든 스포츠라는 것이다.




이걸 가지고 약을 올렸어야 재미있는 이야깃 거리가 되는데 둘 다 그러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제이 레노가 코난 오브라이언(Conan O'Brien)과의 '투나잇쇼 배틀' 사건을 겪은 뒤라 몸을 사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바로 전날엔 CBS 나잇쇼 진행자, 데이빗 레터맨(David Letterman)과 트러블이 있었던 전 알래스카 주지사, 사라 페일린(Sarah Palin)을 초대하고는 "나는 MSNBC와 폭스뉴스 둘 다 본다"며 진보-보수층 모두에 손을 흔들기도 했다. 레노는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와의 인터뷰에서도 한쪽만을 일방적으로 비판해 다른 한쪽이 떠나도록 만들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레노는 윈프리로부터 데이빗 레터맨의 섹스 스캔들을 조크로 삼은 건 지나쳤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윈프리는 아무리 농담이더라도 그건 정도를 넘어선 공격이었다고 말했다. 농담을 하는 게 직업이라는 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좀 가려서 하라는 충고였다.

그래서 인지 레노는 오히려 넘어진 한국선수들을 위로하며 별소리 없이 넘어갔다. 한국인 시청자 수는 비록 미미하겠지만 실없는 조크로 괜히 자극해서 얻을 게 없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오노 역시 예전보다 많이 '여우'가 됐다. 오노는 '때로는 악동처럼 보이면서도 승부욕이 강한 스포츠 선수'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방법을 알고있는 듯 했다. 언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재미있어진다는 것도 잘 알고있는 것 같았다. 그의 인터뷰를 보면서 왠지 준비한 대본을 읽는 듯 한 기분이 들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 500미터 결승에서 실격당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캐나다 홈필드 어드밴티지와 캐나다 심판을 들먹인 것도 계산된 코멘트로 들렸다.

아니나 다를까, '투나잇쇼'에서도 문제의 500미터 결승 얘기가 나왔다.

이번엔 또 뭐라고 했을까?



오노는 여전히 반칙을 한 게 아니라고 했다. 캐나다 선수를 민 게 아니라 충돌을 막기위해 손을 댄 게 전부라는 것이다.

제이 레노는 문제의 장면을 슬로우모션으로 보여줬지만 숏트랙 비전문가들이 판단하기엔 워낙 애매했기 때문인지 오노에 열광하던 방청석의 반응도 조용했다. 오노가 반칙을 한 것처럼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그의 주장에도 다소 일리가 있어보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찌됐든 캐나다 선수가 넘어진 것만은 사실이므로 풋볼룰로 치자면 'Illegal Contact'에 해당됐다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캐나다 선수의 궁뎅이를 더듬었으니 'Illegal Use of Hand'를 적용시킬 수도 있을 듯.

그러나 오노는 지난 번 크리스 콜린스워스(Chris Collinsworth)와의 인터뷰에서와는 달리 캐나다 심판과 홈필드 어드밴티지를 들먹이지 않았다. 레노가 싱글싱글 웃으면서 '그쪽'으로 유도하려 했으나 오노는 심판의 재량에 의한 판정이 나온 경우엔 어쩔 수 없다면서 "심판이 어느 나라 국적이든 상관없이 뭐라 할 수 없다"며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젠 모든 걸 다 잊었고, 경기결과에 만족한다면서 대범한 스포츠 선수의 모습을 보여준 것.

내 이럴 줄 알았다 싶었다.

이렇게 해서 아쉽게도(?) 제이 레노와 아폴로 오노의 만남은 별다른 사고없이 끝났다.

자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한가지 생각해 볼 게 있다: 과연 이 친구가 밴쿠버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할까?

오노는 제이 레노의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다. 은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나는 은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동안 이녀석한테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는데, 더이상 안 보이면 무슨 재미로 숏트랙을 보겠수?

그래도 크게 걱정할 건 없는 지 모른다. 현역에서 물러나더라도 중계방송 해설자로 돌아올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말을 하고싶어서 근질근질한 친구니까 숏트랙 해설을 맡기면 딱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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