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15일 화요일

액티비젼이 클래식 007 비디오게임 '골든아이'를 리메이크한다는데...

"도메인 이름을 등록했다", "게임표지가 새나왔다"는 이야기 전부가 루머인 줄 알았는데 사실이었다. 미국의 게임회사 액티비젼(Activision)이 새로운 '골든아이(GoldenEye)' 게임을 제작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액티비젼의 '골든아이'는 영국 게임회사 레어(Rare)의 오리지날과 마찬가지로 1인칭 시점 슈터(FPS)이며, 오는 11월 닌텐도 위(Wii) 포맷으로만 발매된다고 한다. 오리지날 '골든아이'가 닌텐도 64 익스클루시브였던 것처럼 이번에도 닌텐도 시스템용으로만 나올 모양이다.

그렇다고 오리지날에 충실한 건 아닌 듯 하다. 제목이 '골든아이'인 만큼 게임도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 주연의 1995년 영화를 기초로 하는 것은 변함없는 듯 하지만 한 가지 큰 변화가 생겼다. 제임스 본드의 얼굴이 피어스 브로스난이 아니라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라는 점. 액티비젼은 게임 트레일러에서도 'Starring Daniel Craig as James Bond'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그런데 문제는, 새로운 '골든아이'의 트레일러가 IGN에 의해 인터넷으로 샜는데 지금은 발견되는대로 삭제조치를 하고 있다. 찾아보면 아직 잘리지 않은 트레일러가 있긴 하지만 그래서 동영상 대신 스크린샷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현재 제임스 본드라지만 굳이 그를 게임에 사용할 필요가 있었냐고?

절대 없었다. 이것 또한 얼마 전부터 나돌던 루머 중 하나였는데, 이를 처음 들었을 때 부터 '골든아이' 비디오게임을 리메이크하면서 본드의 모습을 브로스난에서 크레이그로 바꾼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짓이라고 생각했었다. 1996년에 나오든 2010년에 나오든 상관없이 피어스 브로스난 주연의 제임스 본드 영화를 기초로 한 게임이라면 싫든 좋든 브로스난이 제임스 본드로 나오는 게 상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떠돌던 소문이 이런 수준이었다 보니 '골든아이' 리메이크 설은 절대 사실일 리 없는 유치한 루머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알고보니 모든 게 전부 사실이었다. 영화 '골든아이'와 1996년 비디오게임에선 브로스난이 제임스 본드였지만 2010년 리메이크에선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로 나온단다. 도대체 누구의 머리에서 이런 유치한 아이디어가 나왔는지 박수를 쳐주고 싶다. 액티비젼이 최고의 제임스 본드 비디오게임으로 불리는 '골든아이'를 얼마나 울궈먹고 싶었으면 '리비젼(Revision)'이라는 미명 하에 제임스 본드의 얼굴까지 바꿔치기 할 생각까지 했겠나도 생각해 보게 된다.

사실 제임스 본드 비디오게임 라이센스를 가진 게임회사들이 '골든아이'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액티비젼에 앞서 제임스 본드 게임을 제작했던 EA도 007 게임을 1인칭 시점 슈터로 제작하는 데 필요이상의 집착을 보였으며, 나중엔 '골든아이: 로그 에이전트(GoldenEye: Rogue Agent)'라는 정체불명의 '골든아이' 게임을 선보이기까지 했다. EA는 어떻게서든 '골든아이'를 제목에 넣는 것에만 집착한 나머지 비디오게임 자체가 007 시리즈에서 벗어나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다. 이렇게 탄생된 '골든아이: 로그 에이전트'는 결국 요근래 나온 최악의 제임스 본드 비디오게임 중 하나로 꼽히는 신세가 됐다. '로그 에이전트'가 아니라 '로그 비디오게임'을 만든 것이다.



물론 액티비젼이 제임스 본드의 얼굴을 교체할 수밖에 없었던 또다른 이유가 있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냐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브로스난의 모습을 사용할 수 없다면 얼굴없는 제임스 본드로 가는 게 정상이지'골든아이' 게임에 크레이그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건 넌센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브로스난이 크레이그보다 나은 제임스 본드였다는 건 아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브로스난은 워스트 제임스 본드 그룹에 속한다. 반면 다니엘 크레이그는 최고의 제임스 본드로 불리는 숀 코네리와 선두경쟁을 벌일 정도로 베스트 제임스 본드 중 하나로 꼽힌다. 만약 크레이그가 영화 '골든아이'에서 제임스 본드였다면 더욱 멋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골든아이' 비디오게임에서 크레이그의 모습을 보고싶을 정도는 아니다.

액티비젼은 아직 '골든아이' 레메이크를 공식발표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6월15일부터 사흘간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비디오게임 이벤트 E3에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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