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1일 금요일

007 시리즈에 나온 다른 영화의 음악들

007 시리즈라고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음악은 '제임스 본드 테마(James Bond Theme)'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임스 본드 테마' 말고도 생각나는 음악들은 많다. 여러 유명 가수들이 부른 주제곡도 있고, 존 배리(John Barry), 마빈 햄리시(Marvin Hamlisch), 빌 콘티(Bill Conti) 등 유명한 작곡가들의 주옥같은 스코어도 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아주 유명한 다른 영화의 음악들도 007 시리즈에 사용된 적이 있다.

여기에서 '다른 영화'란 007 시리즈와는 전혀 무관한 완전히 다른 영화를 의미한다. 조금만 들어도 어느 영화음악인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곡들이 007 시리즈에 사용된 적이 있다.

로저 무어(Roger Moore) 주연의 1977년작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엔 모리스 자르(Maurice Jarre)가 작곡한 2개의 유명한 영화음악이 등장했다.

그 중 첫 번째 곡은 '닥터 지바고(Dr. Zhivago)'의 '라라의 테마(Lara's Theme)'다. 이 유명한 곡은 영화 '나를 사랑한 스파이' 프리-타이틀 씬에서 KGB 에이전트 안냐 아마소바(바바라 바크)와 그녀의 애인이 침대에 누워 대화를 나누는 씬에서 짤막하게 흘러나온다. 침대 옆에 있던 뮤직박스가 실제로는 KGB의 호출용 무전기였는데, 본부에서 교신이 오자 뮤직박스에서 '라라의 테마'가 흘러나왔다. 안냐가 바로 음악을 껐지만 뮤직박스에서 나온 노래가 그 유명한 '라라의 테마' 멜로디라는 것을 알아차릴 정도는 됐다.



그럼 모리스 자르가 작곡한 영화 '닥터 지바고'의 '라라의 테마'를 들어보자.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 사용된 모리스 자르의 두 번째 영화음악은 '아라비아의 로렌스(Lawrecnce of Arabia)'의 오버쳐(Overture)다. 첫 번째 곡 '닥터 지바고'에 이어 두 번째 곡 역시 영국의 유명한 영화감독 데이빗 린(David Lean)의 영화에서 빌려왔다.

'아라비아의 로렌스' 오버쳐는 제임스 본드(로저 무어)와 안냐 아마소바(바바라 바크)가 이집트에서 거한의 악당 죠스(리처드 킬)로부터 마이크로 필름을 빼앗은 뒤 도주하다 그들이 타고 있던 밴이 사막 한복판에서 고장났을 때 흘러나온다. 본드와 아마소바가 고장난 자동차를 버리고 걷기 시작할 때 흘러나온 음악이 바로 '아라비아의 로렌스' 오버쳐다.


이번엔 모리스 자르 작곡의 '아라비아의 로렌스' 오버쳐를 들어볼 차례.


'나를 사랑한 스파이' 뿐만 아니라 로저 무어의 1979년작 '문레이커(Moonraker)'에도 다른 영화의 음악들이 사용됐다.

첫 번째 곡은 율 브리너(Yul Brynner) 주연의 스파게티 웨스턴 '황야의 7인(Magnificent Seven)'의 메인 테마다. 엘머 번스틴(Elmer Bernstein)이 작곡한 이 곡은 제임스 본드(로저 무어)가 브라질에서 말을 타고 본부로 향하는 씬에서 느닷없이(?) 흘러나온다.



그럼 엘머 번스틴 작곡의 '황야의 7인' 메인 테마를 들어보자.


두 번째 곡은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의 SF영화 '클로스 인카운터(Close Encounter of the Third Kind)'의 '와일드 시그널스(Wild Signals)'라는 곡이다. 수많은 멋진 영화음악으로 유명한 존 윌리암스(John Williams)가 작곡한 이 독특한 멜로디의 곡은 제임스 본드 영화 '문레이커'에서 베니스에 위치한 휴고 드랙스(마이클 론스데일)의 비밀 실험실로 들어가는 문의 키패드 컴비네이션 사운드로 사용되었다.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선 '라라의 테마'를 뮤직박스 사운드로 사용하더니 '문레이커'에선 '클로스 인카운터'의 '와일드 시그널스'를 컴비네이션 사운드로 사용한 것이다.



그럼 존 윌리암스가 작곡한 '클로스 인카운터' 사운드트랙 '와일드 시그널스'를 들어보자.


스티븐 스필버그와 007 시리즈 이야기가 나오면 빼놓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겠지만,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대단한 제임스 본드 팬이다. 그는 어렸을 적 숀 코네리(Sean Connery) 주연의 제임스 본드 영화를 본 이후로 시리즈의 팬이 되었으며,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가 몰았던 것과 비슷한 아스톤 마틴(Aston Martin) DB9까지 구입한 양반이다. 스필버그의 소원은 007 시리즈를 연출하는 것이었으나 007 시리즈 프로듀서 알버트 R. 브로콜리(Albert R. Broccoli)가 기회를 주지 않았고, 그는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007 시리즈를 연출할 기회가 오지 않자 스필버그가 꿩 대신 닭으로 택한 게 인디아나 존스(Indiana Jones) 시리즈였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3탄에 숀 코네리가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의 아버지 역으로 나온 것 역시 '인디아나 존스의 아버지를 제임스 본드로 하자'는 스필버그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70년대 말 007 시리즈 프로듀서 알버트 R. 브로콜리가 이렇게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좋아하는 스필버그에게 연락을 했다. 용건은 간단했다. 제작중인 제임스 본드 영화 '문레이커'에 스필버그 영화 '클로스 인카운터'에 나왔던 배경음악 '와일드 시그널스'를 사용하고 싶으니 허락을 해달다는 것이었다.

007 시리즈를 좋아하는 스필버그 감독은 그 자리에서 오케이를 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위에서 소개한 '문레이커'의 키패드 콤비네이션 사운드로 '클로스 인카운터'의 '와일드 시그널스'가 사용된 것이다.

스필버그 감독도 빚을 지곤 못 사는 성미인 모양이다. 80년대 중반 이번엔 스필버그가 브로콜리에 연락을 했다. 스필버그는 그가 제작중인 어린이용 어드벤쳐 영화 '구니스(The Goonies)'에 제임스 본드 테마를 사용하고 싶으니 허락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브로콜리가 바로 "노"라고 답했단다.

브로콜리가 바로 거절하자 스필버그는 "지난 번에 '클로스 인카운터' 음악 사용하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허락해 줬는데..."라고 말했다.

그러자 브로콜리는 "나는 그 때 5개 노트만 사용했다. 그러나 제임스 본드 테마는 5개 노트가 훨씬 넘는다. 그러니 너도 제임스 본드 테마에서 5개 노트만 사용해라. 어느 부분에서 5개 노트를 빼서 사용할 거냐?"고 말했다고 한다.

제임스 본드 테마에서 5개 노트만 사용하려면 '딩 디디 딩딩~" 하면 끝이다.

그러나 스필버그는 브로콜리가 농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렸다고 한다. 브로콜리는 스필버그의 영화 '구니스'에 제임스 본드 테마 사용을 허락했다. 이렇게 해서 영화 '구니스'에서 데이터(조나단 콴)가 스크린 도어를 뚫고 집으로 들이닥치는 씬에 제임스 본드 테마가 흘러나올 수 있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제임스 본드 테마를 들어보자.



댓글 8개 :

  1. 닥터 지바고 라라 테마는 익숙한 곡이군요. 매우 ... ㅎㅎㅎ 모리스 자레는 너무도 유명한 작곡가죠.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명작 음악감독도 맡았구요.
    황야의 7인은 신나면서 경쾌하네요.
    와일드 시그널스는 화면과 더불어 맞춰서 잼나네요. ㅎㅎㅎ
    본드 테마는 말할 필요도 없구요..
    '당당당당당 당당당'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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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모두 유명하면서 참 좋은 영화음악 들이네요.
    그리고, 여러 다른 음악들이 나왔던 것 같은데...
    몇가지만 기억이 나네요.

    QOS에서 Tosca, TWINE에서 London Calling, AVTAK에서 California Girls 등등 엄청 많을 텐데...

    생각이 안나네요.

    포스팅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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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도 모리스 자레가 음악을 맡았던 영화들을 많이 본 것 같습니다.
    영화음악계에서 매우 유명한 분이셨죠.

    근데, 만약에 실제로 외계인이 탄 우주선이 나타나 뿜빠뿜빠거리면 어떻게 될까요?ㅋㅋㅋ
    생각난 김에 '클로스 인카운터'도 다시 한 번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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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오리지날 사운드트랙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노래 중에 재미있는 곡들이 좀 있죠.
    말씀하신 대로 California Girls, London Calling 등등...
    근데 London Calling은 DAD가 아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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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앗 제 실수네요.
    DAD 비행기 타고 가는 장면에서 나왔죠.
    TWINE가 아니구요.ㅋㅋ

    그런데 역시 피어스 브로스난과 로저 무어 시절은 한두 작품 빼놓고는 임팩트가 없어서 그렇게 헷갈리나 봅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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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로저 무어 영화는 좀 덜 해도 브로스난 영화는 아직 좀 헷갈리는 것 같습니다.
    전 아직도 브로스난 영화들은 볼 때마다 생소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아직도 그의 영화들은 007 시리즈로 보이지 않기도 하구요.
    뭐 앞으로 10년, 20년 더 기다리면 괜찮아지리라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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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앗.. 전혀 모르고 있었던 영화 뒷이야기군요..;;;
    인디아나 존스가 007 대신이었다니..;; 전혀 모르고 있었던..^^;;
    구니스 재밌게 봤었는데 음악은 전혀 생각을 못 한..;;ㅋㅋ;
    나중에 꼭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007도 한번 봤으면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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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전 구니스 볼 때 저 씬에서 그 노래가 나오는 걸 듣고 어? 했던 기억이...^^
    그 땐 저도 어렸지만 이미 그 때 벌써 007 시리즈 팬이었다니까요.
    제가 좀 일찍 시작을...ㅋㅋㅋ
    저도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007 영화를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좀...
    돈도 돈이지만 스필버그 감독도 이제 연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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