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9일 토요일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 블루레이 리런칭 제대로 했으면...

2012년은 영화 버전 제임스 본드가 50세가 되는 해다. 1962년 숀 코네리(Sean Connery) 주연의 '닥터노(Dr. No)'로 시작된 007 영화 시리즈가 2012년 50주년을 맞는다. 이에 맞춰 EON 프로덕션은 2012년 11월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를 선보일 계획이며, MGM와 폭스는 새로운 DVD/블루레이 세트를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의 버라이어티는 MGM과 20세기 폭스가 금년으로 50주년을 맞이한 MGM의 클래식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를 오는 11월15일 블루레이로 출시할 예정이라면서, 이밖에도 2012년부터 제임스 본드 시리즈, 록키 시리즈, '핑크 팬더(The Pink Panther)' 등이 애니버서리 버전으로 리런칭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MGM과 20세기 폭스가 007 시리즈 50주년에 맞춰 DVD/블루레이를 리런칭한다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으므로 큰 뉴스 거리는 못 되지만, 버라이어티의 보도로 보다 확실해진 듯 하다.

"Push marks the first in a series of homevid launches to promote MGM's extensive film library, which includes the James Bond franchise, "The Pink Panther" comedies and "Rocky," all of which will also get anniversary relaunches starting in 2012." - Variety



그렇다면 금년 11월15일 발매된다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50주년 기념 블루레이는 어떤 모습일까?

현재 알려진 바에 의하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블루레이는 2 디스크 세트와 4 디스크 박스세트 두 종류로 출시될 예정이다. 19달러 99센트에 판매될 예정인 2 디스크 세트는 영화 디스크 1개 + 보너스 디스크 1개 등 블루레이 2개로 구성된 일반 버전이며, 49달러 99센트에 판매될 4 디스크 세트는 블루레이 2개 + DVD 영화 1개 + CD 1개 등 모두 4장의 디스크와 풀컬러 책자, 로비 카드 등이 포함된 박스세트다.

아래는 49불 99센트에 판매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4 디스크 박스 세트 이미지.



북미지역에서 오는 11월15일 발매될 예정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블루레이 세트는 아마존닷컴에 리스팅되긴 했으나 아직 예약주문은 받지 않고 있다. 하지만 머지 않아서 예약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잠깐! 지금 007 시리즈 50주년 블루레이 세트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처럼 나올 것이라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냐고?

지난 포스팅에서 말했던 것처럼 007 시리즈 블루레이도 풀컬러 화보 등을 끼워넣어 무언가 스페셜하게 보이도록 꾸며야만 팔린다는 생각엔 변함없다. 이젠 수집 가치를 높힐 생각을 해야지 영화 + 보너스 콘텐츠로 평범하게 만들면 블루레이 할아버지라고 해도 안 팔릴 것이다. 하지만 위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처럼 50불짜리 세트로 만들 필요는 없다. 이렇게 되면 이젠 비싸서 안 팔릴 것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50불 주고 박스세트를 하나만 사면 그만이지만 007 시리즈는 '곱하기 스물 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새 나온 몇몇 블루레이 세트를 보면 블루레이와 DVD 버전을 동봉한 것이 눈에 띈다. 위에 소개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4 디스크 박스세트에도 블루레이와 DVD 버전이 모두 들어가 있다. 사실 아이디어는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 비싸지면서 같은 영화를 블루레이와 DVD로 한꺼번에 구입할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생긴다는 점이다.

보너스 디스크 자료들도 이젠 더이상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 아직도 새로운 자료들이 더 남아있을 수도 있지만, 반복되는 제작진과 출연진 인터뷰, 메이킹 오브 다큐멘타리 등에도 이젠 싫증이 났다. 그러므로 이러한 보너스 자료에 블루레이 디스크 1장을 추가로 할애한다는 아이디어엔 반대하고 싶다.

그렇다면 007 시리즈 블루레이엔 무엇을 넣어야 좋을까?

블루레이 영화 디스크 1개 + 사운드트랙 CD 1개 + 두툼한 컬러 화보집 1개 + 엽서 크기의 스틸 이미지 x장 정도 들어가면 가장 알맞을 듯 하다. 커버 이미지는 오리지날 영화 포스터 이미지를 사용해서 개당 19달러 99센트에 내놓으면 가격도 적당하고 수집 가치도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한편으론 꿈같은 소리라는 생각도 든다. MGM/폭스가 22개의 007 시리즈 전체를 싱글로 발매할 예정인지 조차 불확실한 판이기 때문이다. MGM/폭스와 소니 픽쳐스가 지금까지 출시한 007 시리즈 블루레이는 달랑 13개가 전부다.

블루레이는 고사하고 MGM/폭스는 싱글 DVD도 시리즈 전체를 출시하지 않았다. MGM/폭스는 북미지역에서 싱글로 출시하지 않았던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 DVD를 뒤늦게 내놨지만, 커버 디자인이 이미 바뀐 이후였다. MGM/폭스는 "어찌되었든 007 시리즈 전체를 싱글 DVD로 출시하지 않았느냐"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007 시리즈 DVD의 커버 디자인이 새롭게 바뀌었으니 새로운 디자인으로 다시 수집하라"는 얘기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말해 DVD 수집가들을 우롱하는 짓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래 이미지는 MGM/폭스가 북미지역에서 출시한 007 시리즈 싱글 DVD들이다. 아래 이미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듯, 다른 DVD들은 커버가 검정색이지만 '여왕폐하의 007' DVD만 색깔이 다르다.



이렇게 당하고 나니 MGM과 폭스가 새로운 007 시리즈 DVD가 나올 때 마다 매번 순진하게 구입하는 콜렉터들을 호구 취급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다. 원래 그런 식으로 DVD 장사를 한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매번 나올 때 마다 꼬박꼬박 구입해주는 팬들을 고맙게 여기지 않고 되레 엿을 먹이려 든 것 같아서 불쾌감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이미 이렇게 콜렉터들을 한차례 엿먹인 전력이 있는 MGM/폭스가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이라고 해서 얼마나 달라지겠는지 솔직히 회의적이다.

지금까지 폭스가 출시한 007 시리즈 블루레이에 되도록이면 손을 안 대려고 했던 이유도 이런 식으로 찔끔찔끔 출시하는 것을 구입해선 007 시리즈 전체를 한 종류의 세트로 모으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된 듯 하다. MGM/폭스가 007 시리즈 블루레이를 리런칭할 계획이라고 버라이어티가 보도했으니까.

그렇다면 MGM/폭스가 50주년 기념으로 리런칭한 007 시리즈 블루레이 싱글을 판매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콜렉터들을 유혹할 만큼 알차게 꾸렸다면 아마도 군침이 돌 만 할 것이다. 하지만 MGM/폭스가 한 번 신용을 잃었기 때문에 선뜻 구입할 생각이 들진 않을 듯 하다. 50주년 기념 에디션 블루레이 시리즈를 박스세트가 아닌 싱글로 수집할 생각이라면 시리즈 전체가 싱글로 모두 출시된 것을 확인하기 이전엔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

특히 '여왕폐하의 007', '라이센스 투 킬(Licence to Kill)' 등 인기가 상대적으로 낮은 007 영화들이 싱글로 발매되었는지 여부를 우선 먼저 확인하는 것도 돈낭비를 피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잘 안 팔리는 영화들을 가장 늦게 내놓거나 아예 출시하지 않는 버릇이 있으므로, 이번에도 그렇게 하는지 아니면 이번엔 잔머리 안 굴리고 시리즈 전체를 시원하게 내놓는지 먼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엔 50주년 기념인데 또 잔머리를 굴리겠나 싶지만, 믿을 놈 하나도 없다.

또 한가지 중요한 건, 실제로 출시되어 판매중인 것만 믿고 '출시 예정'으로 되어있는 건 믿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007 시리즈 중 요주의 대상으로 꼽히는 '여왕폐하의 007'과 '라이센스 투 킬' 두 편 모두 아마존닷컴에 '곧 출시 예정'으로 되어있었으나 '라이센스 투 킬'은 출시된 반면 '여왕폐하의 007'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그러므로 출시되어 판매중인 것을 눈알로 직접 확인하기 전엔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

만약 이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22편 전체가 들어간 박스세트를 구입하면 된다. 시리즈 전체가 들어간 박스세트엔 문자 그대로 22편의 영화 전체가 들어갈 것이므로 어느 게 나왔고 어느 게 나오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자시고 신경쓸 필요없이 그저 통째로 사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박스세트보다 싱글로 하나씩 시리즈 전체를 모으고 싶어하는 콜렉터들은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이라고 해서 경계를 늦춰선 안 될 것이다. 신용을 잃은 회사와 거래를 하려면 하는 수 없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소리 반복하는 것도 이젠 지겹다. 그러니 2012년 리런칭할 예정이라는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 블루레이 시리즈는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댓글 6개 :

  1. 기존 타이틀들 아예 리마스터링까지 더해지는 건가요?
    리마스터링 기똥차게 된다면 구입할 의향이 있다능..+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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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자세한 부분은 저도 잘 모르겠구요,
    현재로썬 애니버서리 버전이 리런칭된다는 소식이 전부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냥 옷만 갈아입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전 007 시리즈 전체를 블루레이로 모을 수 있게 된다는 것 하나로 만족할 준비 돼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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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제발 박스셋 먼저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그럼 맘편히 박스셋 사면 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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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전 그냥 보기만 할게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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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CJ:
    박스셋은 나오겠지만 전 낱개로 모으는 게 더 재밌는데...
    낱개로 모아야 영화 하나 하나에 애정이 가는데,
    박스셋은 그냥 박스로만 보이더라구요.
    스토어에 가도 눈에 자주 띄는 게 싱글이기도 하구요.
    얼티메이트 에디션 박스셋은 아직 뜯지도 않았습니다.
    근데 MGM/폭스가 비협조적이니 이번에도 싱글로 모으긴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싱글로는 출시되는 타이틀 리스트를 훑어보면서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여왕폐하의 007이 싱글로 나오면 100% 컴플릿할 수있는 확률이 부쩍 높아질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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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KEN:
    22편 모두 블루레이로 본다고 약속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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