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4일 토요일

로버트 드 니로의 '패밀리', 캐스팅은 빵빵 스토리는 홀쭉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 미셸 파이퍼(Michelle Pfeifer), 토미 리 존스(Tomy Lee Jones)가 출연하는 영화라면 아무래도 시선을 끌기 마련이다. 아카데미 연기상 부문에 자주 이름을 올렸던 세 배우가 출연할 뿐만 아니라 드 니로가 마피아 갱스터 역까지 맡은 영화라면 아무래도 조금 더 시선을 끌 수밖에 없다.

바로 그런 영화가 개봉했다. 프랑스 영화감독 뤽 베송(Luc Besson)의 새 영화 '패밀리(The Family)'다.

'패밀리'의 줄거리는 아주 단순하다. 전직 마피아 지오바니 맨조니(로버트 드 니로)는 자신을 제거하려는 마피아 조직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FBI의 위트니스 프로텍션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온가족이 블레이크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바꾸고 프랑스로 피신한다. 프레드 블레이크로 이름을 바꾼 맨조니와 그의 가족은 프랑스 생활에 적응하려 노력하는데, 와이프(미셸 파이퍼)와 두 틴에이저 자녀들도 다들 한가닥씩 하는 관계로 크고 작은 사건에 계속 휘말리게 된다. 블레이크 가족 케이스를 맡은 FBI 에이전트(토미 리 존스)는 블레이크 가족을 마피아로부터 보호함과 동시에 이들이 사고를 치거나 마피아에게 발각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한편 마피아들은 FBI의 도움으로 자취를 감춘 맨조니/블레이크 패밀리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데...


뤽 베송의 새 영화 '패밀리'는 스타일리쉬한 액션 영화가 아니다. 액션 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예 없는 것과 마찬가지일 정도로 액션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가 아니다. '패밀리'는 전직 마피아와 그의 괴짜 가족이 프랑스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을 그린 코메디 영화다.

코메디 영화라는 것까지는 문제될 게 없었다. 문제는 코메디 영화가 별로 웃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과히 신선해 보이진 않았어도 '괴짜 네 식구 가족이 미국을 떠나 낯선 프랑스에 적응하는 과정을 코믹터치로 그린다'는 설정은 나름 그럴듯 해 보였다. 마피아 남편 역에 드 니로, 남편 못지 않게 사나운 와이프 역에 미셸 파이퍼를 캐스팅한 것도 멋진 선택으로 보였다. 다른 건 몰라도 출연진엔 불평할 게 없었다.

그러나 유머가 많이 부족했다. 처음에 잠시 반짝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늘어지기 시작하더니 곧 따분해졌다. 괴짜 패밀리 코메디 영화에 예상할 수 있는 신선도 낮은 뻔한 상황과 유머가 전부였을 뿐 무언가 기발하다거나 LAUGH-OUT-LOUD 모멘트 같은 게 없었다. 갱스터 기질이 농후한 네 식구가 프랑스 생활에 적응하면서 부부는 부부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크고 작은 사고와 트러블에 휘말린다는 설정은 그럴싸해 보였지만 실제론 굉장히 밋밋하고 지루한 스토리의 영화였다.

'패밀리'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스토리였다. 미국 마피아 가족이 FBI의 보호 하에 프랑스로 피신해 새로운 삶에 적응한다는 데까지는 좋았으나 나머지가 문제였다. 가장 웃기고 재미있어야 했던 프랑스 적응기 파트가 싱겁고 따분해지면서 영화의 맥을 끊어놓았으며,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를 한참 늘어놓다가 마지막에 가서 맨조니를 뒤쫓는 마피아 조직의 이야기를 억지스럽게 붙여놓은 것이 전부였다. 제법 코믹하고 스릴넘치는 범죄-코메디 영화가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뤽 베송의 스크린플레이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지루하고 엉성했다. 코메디 영화로 만들 것이면 차라리 로버트 드 니로와 토미 리 존스가 서로를 속이고 숨바꼭질을 하는 영화를 만들거나 네 식구가 프랑스에서 새 삶을 살기로 다짐했으나 계속 범죄를 저지르면서 서로 숨기려 한다거나 하는 쪽으로 갔더라면 더 코믹하고 재미있었을지 모른다. 아니면 조금 더 스릴러 쪽으로 이동해 맨조니를 뒤쫓는 마피아 조직이 지속적으로 포위망을 좁혀오면서 긴장감을 감돌게 하는 쪽으로 갔더라도 더욱 볼 만했을 것이다. 그러나 '패밀리'엔 흥미가 붙을 만한 상황이 없었다. 하우스 파티를 하고, 수돗물 문제로 씨름하고, 회고록을 쓴다며 타자기를 치는 밋밋하고 빈약한 스토리가 전부였지 톡 쏘는 데가 없었다.

결국 '패밀리'는 마피아 역할로 유명한 로버트 드 니로가 비슷한 역할로 돌아왔다는 것 하나로 얼렁뚱땅 울궈먹는 영화였다.

물론 드 니로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나마 드 니로가 버티고 있었으니 영화를 마지막까지 참고 볼 수 있었으니까. 토미 리 존스의 역할이 의외로 보잘 것 없었던 게 꽤 실망스러웠지만 그가 출연하는 씬마다 집중하게 만들 정도는 되었으며, 미셸 파이퍼도 만만치 않은 마피아 와이프 역으로 잘 어울렸다. 다시 말하지만 캐스팅은 빵빵했다.

그러나 '패밀리'는 빵빵한 캐스팅을 제외한 나머지는 굉장히 빈약한 영화였다. 화려한 출연진을 제외하곤 건질 게 없는 영화였다. 어느 배우가 출연하는가를 우선 확인하고 영화를 고르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영화가 전부였지 제대로 된 코메디 영화도 아니었고 범죄 스릴러 영화도 아니었다. 유명 영화배우들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영화라고 해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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