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6일 목요일

죽쑤는 뉴욕 자이언츠도 수퍼보울 개최지 저주 때문?

2013년 NFL 정규시즌을 아주 힘들게 시작한 팀들이 몇몇 눈에 띈다. 곧잘 할 것 같았는데 오펜스는 턴오버를 무진장 당하고 디펜스는 실점을 밥먹듯이 하면서 2013년 정규시즌 스타트가 영 불안한 팀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뉴욕 드와프... 아니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다.

뉴욕 자이언츠의 2013년 시즌은 현재까지 재앙 수준이다.

시즌 오프너에서 디비젼 라이벌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에게 패한 것은 크게 문제될 게 없을 지 모른다. 하지만 턴오버를 무려 여섯 차례나 당하면서 제 발등을 찍으며 무너졌다는 게 자이언츠답지 않게 보였다.

그러나 자이언츠의 2013년 시즌은 나아지지 않았다.

자이언츠 주전 쿼터백 일라이 매닝(Eli Manning)의 친형 페이튼 매닝(Peyton Manning)이 버티고 있는 덴버 브롱코스(Denver Broncos)와의 시즌 둘 째주 경기에서도 뉴욕 자이언츠는 턴오버를 네 차례 범하면서 큰 점수 차로 패했다. 자이언츠 쿼터백 일라이 매닝은 첫 째주 달라스 카우보이스 전에서 인터셉션을 세 차례 당하더니 둘 째주 덴버 브롱코스 전에선 네 차례를 기록했다.

뉴욕 자이언츠가 원래 시즌을 불안하게 시작해서 강하게 마무리하는 팀인 만큼 2013년 시즌에도 마찬가지로 죽을 쑤면서 스타트해도 차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어찌된 게 2013년 시즌 자이언츠는 갈수록 상태가 악화되는 듯 하다.

뉴욕 자이언츠는 NFL 32개 팀 중 약체로 꼽히는 캐롤라이나 팬터스(Carolina Panthers)와의 시즌 세 째주 경기에서도 패했다.

곱게 진 것이라면 말을 안 한다. 그럴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뉴욕 자이언츠는 캐롤라이나 팬터스를 상대로 득점을 하는 데 실패했다. 팬터스는 38점을 만드는 동안 자이언츠는 0... 자이언츠 쿼터백 일라이 매닝은 팬터스 수비에 무려 일곱 차례나 쌕(Sack)을 당했으며, 인터셉션도 한 차례 기록했다.

팀을 두 차례 수퍼보울 챔피언으로 이끌었던 쿼터백 일라이 매닝이 이끄는 뉴욕 자이언츠가 캐롤라이나 팬터스를 상대로 득점에 실패하고 38대0 셧아웃 패를 당했다는 건 어처구니 없는 정도가 아니라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오죽했으면 세인트 루이스 램스(St. Louis Rams) 전을 대승으로 장식하고 경기 후 가진 달라스 카우보이스 쿼터백 토니 로모(Tony Romo)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한 기자가 로모에게 카우보이스 경기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38대0으로 진 뉴욕 자이언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다소 오프토픽의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로모 역시 "방금 그 소식을 전해들었다"면서 그 역시 놀랍다는 표정을 보였다.

그러나 토니 로모의 달라스 카우보이스도 2010년 시즌에 비슷한 처지였다.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이야기는 2009년 시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1승5패라는 좋은 성적으로 2009년 시즌을 마감하고 1996년 시즌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승리한 카우보이스는 발전의 기미를 보였다. 비록 수퍼보울까지 올라가지 못했지만 2010년 시즌에 대한 기대를 꿈꾸며 2009년 시즌을 접을 수 있었다. 더군다가 2010년 시즌 수퍼보울이 달라스 카우보이스 홈구장인 카우보이스 스테디움(지금은 AT&T 스테디움)에서 열릴 차례였으므로, '잘만 하면 카우보이스가 홈구장에서 벌어지는 수퍼보울 경기서 우승할 수 있다'는 꿈같은 들뜬 기대까지 하게 됐다.

그.러.나...

2010년 시즌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6승10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카우보이스 선수들은 계속해서 바보같은 실수와 패널티를 연발하면서 무너져내렸고, 당시 헤드코치였던 웨이드 필립스(Wade Phillips)는 시즌 도중에 경질된 첫 번째 카우보이스 헤드코치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홈구장에서 벌어지는 수퍼보울에서 우승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던 카우보이스는 수퍼보울은 커녕 플레이오프에도 오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시즌 도중에 헤드코치까지 경질되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즌을 보내야만 했다.

2011년 시즌은 인디아나폴리스 콜츠(Indianapolis Colts)의 차례였다.

2011년 시즌 수퍼보울은 콜츠 홈구장에서 열릴 차례였다. 인디아나폴리스 콜츠도 수퍼스타 쿼터백 페이튼 매닝이 버티고 있었으므로 홈구장에서 벌어지는 수퍼보울에서의 우승을 노려볼 만했다.

그.러.나...

페이튼 매닝이 목부상으로 2011년 시즌을 뛸 수 없게 되자 인디아나폴리스 콜츠는 2승14패로 시즌을 접어야 했다. 2011년 시즌 콜츠는 홈구장에서 벌어지는 수퍼보울에서 뛰기는 커녕 2승14패에 그쳤을 뿐만 아니라 수퍼스타 쿼터백 페이튼 매닝과도 결별하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즌을 보내야만 했다.

2012년 시즌은 뉴 올리언스 세인츠(New Orleans Saints)의 차례였다.

2012년 시즌 수퍼보울은 뉴 올리언스 세인츠 홈구장에서 열릴 차례였다. 2009년 시즌 수퍼보울 챔피언에 올랐던 뉴 올리언스 세인츠도 홈구장에서 열리는 2012년 시즌 수퍼보울에서 우승하는 꿈을 꿔볼 만했다.

그.러.나...

뉴 올리언스 세인츠의 2012년 시즌은 수비수들이 상대 팀 공격수를 강한 태클로 자빠뜨리면 보너스를 주는 이른바 '바운티 스캔들(Bounty Scandal)'로 헤드코치와 디펜시브 코디네이터가 1년 징계를 받으면서 망가졌다. 디펜시브 코디네이터 그레그 윌리암스(Gregg Williams) 뿐만 아니라 헤드코치 숀 페이튼(Sean Payton)까지 NFL 징계로 잃은 세인츠는 7승9패에 그치며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즌을 보내야만 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상하게도 2010년 시즌부터 수퍼보울 개최지 홈팀들이 그 해 알 수 없는 수난을 당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달라스 홈구장에서 수퍼보울이 열릴 차례였던 2010년 시즌엔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죽을 쒔고, 인디아나폴리스 홈구장에서 수퍼보울이 열릴 차례였던 2011년 시즌엔 인디아나폴리스 콜츠가 망가졌으며, 뉴 올리언스에서 수퍼보울이 열릴 차례였던 2012년 시즌엔 뉴 올리언스 세인츠가 예상치 못했던 스캔들에 휘말려 헤드코치가 1년 징계를 받으며 무너졌다.

이것이 뉴욕 자이언츠의 2013년 시즌 부진과 무슨 연관이 있냐고?

2013년 시즌 수퍼보울이 뉴욕 자이언츠의 홈구장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2013년 시즌 수퍼보울은 오는 2014년 2월2일 뉴욕 제츠(New York Jets)와 뉴욕 자이언츠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멧라이프 스테디움(MetLife Stadium)에서 열린다.


과연 뉴욕 자이언츠가 앞으로 정신을 차릴 지, 아니면 계속 죽을 쑤면서 '수퍼보울 개최지의 저주'를 이어갈 생각인지 지켜보기로 하자.

뉴욕 자이언츠는 오는 일요일 신흥 강호로 부상 중인 캔사스 시티 칩스(Kansas City Chiefs)와 원정경기를 갖는다. 라스 베가스 라인은 자이언츠가 4점 언더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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