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7일 월요일

올가 쿠리렌코 '본드22' 리딩 본드걸

우크라이나 출신 여배우 올가 쿠리렌코(Olga Kurylenko)가 '본드22(제목미정)'의 리딩 본드걸을 맡는다고 소니 픽쳐스/MGM이 공식발표했다.

올가 쿠리렌코는 '본드22'에서 Camille이란 이름의 리딩 본드걸을 연기한다.

쿠리렌코는 얼마전 개봉한 '힛맨(Hitman)'에서 '얼굴문신녀', 니카로 나왔던 여배우.




젬마 아터튼(Gemma Arterton)도 이전에 알려졌던대로 '본드22'에 캐스팅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예상대로 리딩 본드걸이 아닌 MI6 에이전트 Fileds역을 맡았다.


(사진 가운데)

007 시리즈 22번째 악역은 프랑스 배우 매튜 아말릭(Mathieu Amalric)에게 돌아갔다.

매튜 아말릭은 '카지노 로얄'에서 소개된 범죄조직의 리더, 도미닉 그린(Dominic Greene)을 연기한다.

아말릭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Munich)'에서 루이스로 나왔던 배우. 제임스 본드역을 맡은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에 이은 또 하나의 '뮌헨' 배우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출연하게 됐다.




M은 변함없이 주디 덴치(Judy Dench)가 맡으며 제프리 라이트(Jeffrey Wright)는 펠릭스 라이터, 지안카를로 지아니니(Giancarlo Giannini)는 매티스역으로 각각 돌아온다.

이전에 발표된대로 감독은 '몬스터 볼(Monster's Ball)', '카이트 러너(The Kite Runner)'의 마크 포스터(Marc Foster), 2nd 유닛 감독은 스파이더 맨, 제이슨 본 시리즈 스턴트 코디네이터 댄 브래들리(Dan Bradley)가 맡는다.

'본드22'의 개봉일은 변함없이 2008년 11월7일(미국).

그러나, 공식제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008년 1월 1일 화요일

제임스 본드의 세계

제임스 본드가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파이라는 건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1953년 이언 플레밍의 소설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을 통해 탄생한 제임스 본드는 1962년 '닥터노(Dr. No)'로 시작한 영화 시리즈의 성공과 함께 세계적으로 유명한 캐릭터가 됐다. 제임스 본드 소설은 이언 플레밍이 사망한 이후에도 다른 작가들에 의해 새로운 소설이 계속 출간되고 있으며, 영화 시리즈 역시 숀 코네리의 '닥터노'부터 다니엘 크레이그의 '카지노 로얄'에 이르기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영국에선 제임스 본드를 로빈 후드와 같은 전설적인 캐릭터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엔 배트맨, 영국엔 제임스 본드, 멕시코엔 조로가 있다'는 얘기도 있다. 제임스 본드는 수퍼맨, 배트맨, 미키 마우스처럼 세계적인 팝 아이콘 중 하나가 된 것.

현재까지 나온 제임스 본드 콜렉티블만 봐도 제임스 본드의 인기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스타워즈'만큼 다양하고 풍부한 건 아니지만 제임스 본드 콜렉티블도 액션 피규어, 다이캐스트 자동차, 콜렉팅 카드, 매거진, 코믹북, 비디오게임 등 완구에서부터 상당한 가격대의 콜렉티블에 이르기까지 만만치 않은 규모다.



제임스 본드 팬이 많으면 얼마나 많길래 그러냐고?

미국 연예 주간지 '인터테인멘트 위클리(Entertainment Weekly)'가 뽑은 '베스트 팬사이트'에 9위에 오른 게 제임스 본드다. 베스트 팬사이트 1위는 '스타워즈'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인디아나 존스'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제임스 본드가 이중에서 9위라는 것.



제임스 본드 팬사이트는 전세계적으로 한 두개가 아니다. 미국, 영국 등 영어권 팬사이트뿐만 아니라 프랑스, 독일, 러시아어로 된 유러피언 제임스 본드 팬사이트도 한 둘이 아니다.

하지만, 팬사이트가 전부인 건 아니다. 제임스 본드 팬들이 인터넷에서만 활동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팬클럽이라도 있다는 얘기냐고?

직접 확인하시라. 제임스 본드 인터내셔널 팬클럽 멥버쉽 카드다. 사진에 있는 카드는 최근 것이 아니라 90년대 멤버쉽 카드지만 제임스 본드 인터내셔널 팬클럽은 아직도 건재하다.



그렇다면 제임스 본드 팬은 누구냐고?

제임스 본드 팬은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는 게 가장 정확할 것이다.

'제임스 본드 팬 = 007 영화 팬'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007 영화 시리즈는 제임스 본드 프랜챠이스의 일부분인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007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로 나온 영화배우들의 팬인 것도 물론 아니다. 돈을 받고 맡은 역할을 연기한 게 전부인 영화배우와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혼동하면 곤란하다.

그렇다. 가장 중요한 건 영화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 제임스 본드 캐릭터다.

팝 아이콘을 둘러보면 대부분 '히어로(Hero)'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부는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 '히어로'다. 뚜렷한 개성과 매력이 있는 어딘가 특별한 곳이 있는 캐릭터들이 대부분이지 평범하거나 안티-히어로(Anti-Hero) 캐릭터는 찾아보기 힘들다.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고 우상으로 삼을만한 캐릭터가 팝 아이콘이 될 확률이 높은 것.

제임스 본드는 여기에 정확하게 해당되는 캐릭터다. 바지 위에 빤스를 입고 하늘을 나는 전형적인 코믹북 판타지 히어로는 아니지만 턱시도가 잘 어울리는 '젠틀맨 에이전트'라는 독특한 스파이 캐릭터를 탄생한 것. 영국의 유명한 첩보소설 작가 존 르 카레(John Le Carre)의 '철조망을 뜯고 동독으로 넘어가는 스파이'와 비교하면 제임스 본드는 사실감이 떨어지는 판타지 스파이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제임스 본드가 성공한 이유는 뚜렷한 개성이 있는 'Extraordinary Spy Hero'이기 때문이다.

이런 덕분에 제임스 본드는 남녀노소 모두로부터 인기있는 캐릭터로 성공할 수 있었다. 성인들은 섹스와 폭력으로 가득한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어드벤쳐에 매료됐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패밀리 영화 수준으로 수위를 낮춘 007 영화를 보면서 제임스 본드를 어렸을 적 우상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

어렸을 때부터 007 시리즈를 보면서 자란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변함없이 제임스 본드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전엔 주간지 '인터테인멘트 위클리'에 'The Spy Who Raised Me'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한국어로 구태여 번역하자면 '나를 키운 스파이'가 된다.



그렇다고, 어렸을 적 추억이 전부인 건 아니다. 플레이보이 매거진 라이프스타일의 표본처럼 보이는 제임스 본드에 성인 남성들이 열광한다는 것을 건너뛰어선 안되는 것.

여자, 자동차, 가젯은 일반 성인 남성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멋진 여자와 자동차, 그리고 카메라, 캠코더, PDA, MP3 플레이어, 비디오게임, 빅 스크린 TV, DVD 플레이어, 홈 시어터 시스템, PC 등의 '어른들의 장난감'에 비상한 관심을 갖는다. 물론, 플레이보이 매거진은 이 세 가지를 빼놓지 않고 다룬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본드걸, 본드카, 가젯이 빠지지 않는 것처럼.

서로 겹치는 데가 많아서일까?

플레이보이 매거진은 60년대부터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제임스 본드 스페셜 이슈를 선보였다.



그러나, 스페셜 이슈에서만 제임스 본드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러시안 모델들을 소개할 때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 'From Russia With Love'를 살짝 바꿔놓은 'From Moscow With Love'라는 제목을 달기도.

러시안 미녀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캐릭터가 제임스 본드니까.



일부는 플레이보이 매거진이라고 하면 누드사진만 생각한다. 플레이보이를 성인용 누드잡지 중 하나 정도로 생각하는 것.

하지만, 플레이보이를 오래 본 사람들은 누드사진 이외의 콘텐츠도 관심있게 본다. 플레이보이 조크, 인터뷰 기사, 신제품 소개 등 누드사진 이외의 것들도 빼놓지 않는다.

물론, 제임스 본드 숏 스토리(Short Story)도 빼놓지 않고 찾아 읽는다.



그렇다. 영화만 있는 게 아니라 소설도 있다. 영화 이전에 이언 플레밍의 소설이 있었고, 플레밍의 소설도 상당한 인기가 있었다.

전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John Fitzgerald Kennedy: 1917~1963)가 제임스 본드 소설의 열렬한 팬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케네디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 것!

이언 플레밍과 존 F 케네디는 워싱턴 D.C에서 직접 만나기도 했으며, 플레밍은 직접 싸인한 제임스 본드 책들을 케네디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다른 스파이 캐릭터들은 제임스 본드를 어떻게 생각할까?

제임스 본드는 다른 스파이 영화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이름이다. 톰 클랜시 소설을 영화화한 '공포의 총합(2002)'에서 존 클라크로 나왔던 Liev Schreiber는 인터뷰에서 흰색 스노우 수트를 입고 뛰어다닐 때 제임스 본드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이단 퀸, 도널드 서덜랜드 주연의 'The Assignment(1997)'에서도 '본드, 제임스 본드'라는 대사가 나온다.



알 파치노, 콜린 패럴 주연의 '리쿠르트(The Recruit - 2003)'에서도 '본드, 제임스 본드'라는 대사가 있다.



이밖에도 찾아보면 더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제임스 본드 이름을 들먹였을까?

정답은 '스파이'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이름이 제임스 본드이기 때문이다.

이미 수십년동안 사람들의 머릿 속에 스파이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각인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파이'가 제임스 본드이다보니 제임스 본드와 무관한 스파이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의 이름이 나와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무언가 비밀스럽게 일을 진행하면 '007작전을 방불케 한다'는 표현을 쓰는 걸 자주 볼 수 있지만 '왜 하필이면 007작전이냐'고 따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만큼 '제임스 본드'와 '007'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있는 것.

뿐만 아니라, '스파이'라고 하면 '턱시도가 잘 어울리는 미남'을 떠올리도록 만든 장본인도 바로 제임스 본드다.

요새도 미국 고등학생들은 프롬(Prom)에서 턱시도를 입고 폼 잡으며 '본드, 제임스 본드'라면서 장난친다. 꼭 고등학생들이 아니더라도 턱시도에 검정색 보우타이를 하면 다들 제임스 본드를 생각한다. 제임스 본드가 007 시리즈 1탄 '닥터노(1962)'에서 턱시도를 입고 데뷔한 이후 제임스 본드와 턱시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것.



하지만, 제임스 본드는 사실적이지 않은 스파이 캐릭터 아니냐고?

제 임스 본드처럼 '살인면허'를 소지한 에이전트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건 SIS(Secret Intelligence Service aka MI6) 직원들일 것이다. 아무래도 제임스 본드가 MI6 소속으로 나오기 때문에 SIS 직원들은 '살인면허 있냐', '00 에이전트냐'는 어이없는 질문에 시달린 경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SIS는 007 영화 촬영에 협조적이다. 1999년 영화 'The World is Not Enough' 제작시엔 SIS 건물 앞에서의 촬영을 허가했다. 물론, 폭탄이 터지고 벽에 커다란 구멍이 나는 장면은 스튜디오에서 촬영했지만 SIS 건물 앞에서의 촬영은 허가한 것.

뿐만 아니라, HQ에서 007 영화를 상영하기도 했다. 진짜 MI6 에이전트들이 HQ에서 제임스 본드 영화를 본 것이다.



제임스 본드는 런던 SIS HQ를 거쳐 이라크까지 갔다. 이라크 주둔 군부대에서 제임스 본드 영화를 상영한 것.

뿐만 아니라, 제임스 본드는 이라크전이 한창일 당시 영국군의 작전명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작전명은 '오퍼레이션 제임스'! 타겟 코드네임은 '골드핑거', '블로펠드'!

AP는 'British Forces Use James Bond Code Names'라는 제목의 기사로, CNN은 인베디드 리포터를 통해 영국군의 '오퍼레이션 제임스'를 보도했다.

아래는 AP 기사 일부다:

For British soldiers fighting in Iraq, the code names involved in their mission are hard to forget - for anyone who has ever seen a James Bond movie.

Crackling over the British communication equipment come references to "Operation James" and its military targets, code-named "Goldfinger," "Blofeld" and "Connery."

By alluding to James Bond, its star Sean Connery and some of the heroes and villains in the 007 movies, British commanders have several goals in mind.

They include confusing the enemy, helping British soldiers remember the code words and boosting military morale with a little humor.

"`Operation James' is an objective named after something the soldiers will remember easily," said Paul Beaver, an independent military expert in London. "James Bond is a No. 1 Brit, and he's a hero."



제임스 본드 '흔적'은 광고에서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그 중 하나로 미국 수퍼마켓 체인 세이프웨이(Safeway)가 90년대에 CM송으로 사용했던 노래가 떠오른다: 'Nobody Does It Better'.

칼리 사이먼이 불렀던 '나를 사랑한 스파이' 주제곡으로, 아카데미상 주제곡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던 곡이다. 세이프웨이의 라디오 광고는 이 노래와 함께 'Nobody Does It Better Than SAFEWAY'라면서 끝났던 게 기억난다.

최근 광고 중에선 Hummer H3 TV광고가 있다.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 로터스 에스프릿이 잠수함으로 변신(?)했던 것을 패러디한 광고다.

꼭 제임스 본드 팬이 아니더라도 무엇을 패러디한 광고인지 한눈에 알아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종목인 미식축구에서도 제임스 본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학교 밴드가 경기장에서 연주를 하는 대학 풋볼경기에선 제임스 본드 테마가 연주되는 걸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제임스 본드 테마가 미국 대학 미식축구 경기 응원가(?)로 사용되는 것. 2007년 시즌에도 꽤 많은 경기에서 제임스 본드 테마가 응원가로 연주됐다.

NCAA 대학 풋볼뿐만 아니라 NFL도 예외가 아니다. NFL 챔피언을 가리는 수퍼보울 경기가 열리는 날은 '비공식 공휴일'로 불린다. 해프타임 공연도 일반 정규시즌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화려하다. 자넷 잭슨의 '젖꼭지 사건'도 수퍼보울 해프타임에 벌어졌던 해프닝이다. 젖꼭지가 다 튀어나올 정도라면 상당히 화려하다고 해야겠지?

그렇다면 폴 매카트니의 'Live and Let Die'는 어떤가! 로저 무어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였던 1973년작 '죽느냐 사느냐'의 주제곡 말이다.



이 정도로 유명한 스파이라면 워싱턴 D.C에 위치한 스파이 박물관에서도 한자리 차지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D.C에 있는 스파이 박물관은 실제 스파이들이 사용하던 장비같은 것들을 전시한 곳이지 '스파이 픽션 박물관'이 아니다. 하지만, '본드카' 아스톤 마틴 DB5는 예외인 모양.



마지막으로 한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것은 이 정도로 유명한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제임스 본드처럼 대중문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전설적인 팝 아이콘을 탄생시키는 게 절대로 쉬워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캐릭터들이 탄생했지만 이중에서 세월이 두렵지 않다고 할만큼 전설적인 인기를 누리는 캐릭터는 많지 않다. 대부분 평균 언저리의 그저 그런 수준이지 팝 아이콘이라고 불릴만한 캐릭터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단지 영화 캐릭터뿐만 아니라 카툰, 코믹북, 비디오게임 캐릭터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영화, 비디오게임, 또는 애니메이션 한 두편이 조금 인기를 끌었다고 한순간에 전설적인 캐릭터가 탄생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그런 수준의 캐릭터들은 반짝하고 사라지게 돼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캐릭터들은 단명하지 않는다. 10년, 50년, 100년이 흘러도 변함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누가 새로운 팝 아이콘이 될까?

내가 한번 만들어 봐?

팝 아이콘 말고 팝콘...

2007년 12월 30일 일요일

네스호 괴물도 이름이 있었다

스코틀랜드의 네스호에 괴물이 산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목이 상당히 긴 친구 말이다.

네스호 괴물이라고 하면 얼마 전까지 TV에서 볼 수 있었던 토요타 자동차의 트럭광고가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네스호에 산다는 이 괴물의 이름은 '네시(Nessie)'다. 이름이라기보다는 '네스호에 사는 녀석'이라는 의미 정도라고 해야 정확할지도.

그런데, 알고보니 이름다운 이름이 있었다: 크루소.

크루소? 네스호 물속에 산다는 녀석의 이름이 크루소였어?

그런데 누가 그런 이름을 지었냐고?

2차대전 당시 꼬마였던 앤거스(알렉스 에텔)다.

어쩌다가 앤거스가 네스호 괴물의 이름을 짓게 됐냐고?

바닷가에서 우연히 알을 발견한 앤거스가 괴물에게 이름까지 지어주며 집에서 키웠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네스호 괴물이 된 크루소는 원래 앤거스의 애완동물이었다.

그렇다. '워터 호스'는 바닷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정체불명의 알을 집으로 가져와 애완동물처럼 키우다가 더이상 키울 수 없게 되자 호수에 풀어놓은 무책임한(?)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딕 킹-스미스의 소설을 읽지 않았거나 영화를 보지않은 사람들은 들어본 적 없는 게 당연하다. 바로 이게 '워터 호스'의 줄거리니까.



'워터 호스(The Water Horse: Legend of the Deep)'는 '베이브(Babe)'를 포함한 여러 편의 패밀리 소설로 유명한 영국 작가 딕 킹-스미스(Dick King-Smith) 원작의 판타지 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그렇다. '워터 호스'도 또다른 어린이용 판타지 영화다. 어린이용 판타지 소설을 영화로 옮긴 또 하나의 영화이기도 하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성공 이후 어린이용 판타지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십중팔구는 미달이다보니 '워터 호스(Water Horse: Legend of the Deep)'에도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연말 홀리데이 시즌을 겨냥한 그렇고 그런 패밀리 판타지 영화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워터 호스'는 달랐다.

'워터 호스'는 '스타더스트', '골든 콤파스'와 같은 블록버스터 수준은 아니지만 수준미달의 엉성한 판타지 영화는 아니었다.

'워터 호스'도 거대한 몬스터가 나오는 판타지 영화인 것까진 맞지만 영화의 테마는 어린 소년 앤거스와 그의 거대한 '애완동물' 크루소와의 우정이다. 화려한 특수효과보다 평범한 가족이 2차대전을 겪으면서 잃었던 웃음을 되찾는 과정이 더욱 눈에 띄는 영화다. 지지고 볶고 번쩍거리는 것 빼면 남는 게 없는 수준 낮은 판타지 영화가 아닌 것.



어린 소년이 바닷가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을 줏었다가 가족들 몰래 엉뚱한 애완동물을 키우게 된다는 줄거리는 참신하다고 하기 힘들다. 줄거리가 어떻게 흘러갈지 금새 짐작이 가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2006년 개봉했던 판타지 영화 '에라곤(Eragon)'과 유사한 부분이 많은 것도 또다른 문제다. '워터 호스'(1990) 소설이 '에라곤' 소설(2003)보다 먼저 나왔지만 원작소설의 순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에라곤을 모방한 영화'로 생각하기에 딱 알맞게 됐다.

하지만, '워터 호스'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영화다. 몬스터가 나오는 것까진 맞지만 판타지보다 패밀리쪽에 더욱 가까운 영화다. 전쟁으로 상처입은 앤거스 가정에 엉뚱한 애완동물 크루소와 잡역부 루이스(벤 채플린)가 나타나면서 이들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가는 과정이 이 영화의 메인 테마기 때문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말이 안되는 판타지 이야기가 전부인 게 아니라 잔잔한 감동이 전해지는 영화인 것.



이렇게 보면 '에라곤'처럼 보이고 저렇게 보면 몬스터 버전 '프리 윌리(Free Willy)'처럼 보이며, 어떻게 보면 'E.T'와도 비슷해 보이는 영화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주인공 앤거스역의 알렉스 에텔, 루이스역의 벤 채플린을 포함한 출연배우들의 연기는 모두 흠잡을 데 없으며 3D 특수효과도 수준급이다. 잔잔하게 흐르는 앤거스와 크루소의 끈끈한 우정과 전쟁의 상처에서 서서히 회복하는 앤거스 가족의 이야기는 성인들도 지루한 줄 모르고 볼 수 있을만큼 흥미진진하다.

그래봤자 '워터 호스'도 어린이용 판타지 영화인 게 전부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잘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면에서 완벽한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가 기대했던 것보단 훨씬 잘 만든 영화였다.

어떻게 보면 금년에 나온 판타지 영화 중에서 가장 나은 영화인지도 모른다. 규모면에선 아무래도 밀리겠지만 007년에 본 판타지 영화중에선 '워터 호스'가 단연 최고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시너드 오코너가 부른 주제곡 'Back Where You Belong'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끝내자.

2007년 12월 25일 화요일

'내셔널 트레져 2', 성인배우판 '구니스'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패밀리용 어드벤쳐 '내셔널 트레져(National Treasure)'가 시리즈화 될 줄은 몰랐다. 첫 번째 영화 하나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시리즈로 이어질만한 프랜챠이스로 보이지 않았다.

왜? Why?

'내셔널 트레져'만의 독특한 무언가가 없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연기한 주인공 벤 게이츠(Ben Gates)부터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에 나온 로버트 랭든을 살짝 바꿔놓은 게 전부다. 벤 게이츠는 로버트 랭든과 마찬가지로 '액션 히어로'도 아니다. 그렇다고 암호해독만 하는 건 아니다. 어드벤쳐도 있다. 하지만,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처럼 완전히 판타지쪽으로 기울진 않는다. 아주 사실적인 것도 아니고 완전한 판타지도 아닌, 얼핏 보면 그럴싸 하게 보이는 수준의 보물찾기 어드벤쳐다. 간단히 말해 '성인배우들이 나오는 구니스(Goonies)'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가 빅히트를 친 덕분에 나온 영화라고 하는 게 보다 정확할지도 모르지만.

그런데, 이런 영화로 2편까지?



'내셔널 트레져 2(National Treasure: Book of Secret)'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엉뚱한 데서 엉뚱한 것을 찾는다는 엉뚱한 이야기다. 탐험을 소재로 한 어드벤쳐 영화 대부분이 이집트 등 다른 나라를 무대로 해온 것과 달리 '내셔널 트레져'는 미국을 무대로 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가장 독특한 부분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만 나오는 건 아니다. 프랑스와 영국도 나온다.

프랑스와 영국?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가 '다빈치 코드'의 영향을 많이 받은 영화다 보니 로케이션도 의심스럽다. '다빈치 코드'의 로케이션이던 프랑스와 영국이 '내셔널 트레져 2'에도 나오는 게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 것.

그런데, '다빈치 코드', '구니스'와 비슷한 게 전부가 아니다.

숀 코네리 주연의 1964년 영화 '골드핑거(Goldfinger)'를 본 사람들은 제임스 본드가 잠수복에서 턱시도로 순식간에 갈아입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골드핑거'라고?

'내셔널 트레져 2'도 금과 관련있는 것 같던데?

그래서일까? '게이츠, 벤 게이츠'도 누구처럼 옷을 갈아입더라.

내 기억이 맞다면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True Lies'에서 비슷한 식으로 옷을 갈아입은 적이 있었으니 니콜라스 케이지에게만 뭐라 하진 않겠다. 누구나 한번쯤 흉내내보고 싶어하는 캐릭터가 제임스 본드라는 걸 이해 못하는 게 아니니까.

다만,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True Lies'에서 스파이 캐릭터로 나왔으니 제임스 본드를 한번쯤 흉내내볼만 했다지만 니콜라스 케이지의 벤 게이츠는 이해가 쉽게 안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라일리가 메인 컴퓨터에 침투해 이것저것 도와주는 건 영락없이 '미션 임파시블'를 흉내낸 것으로 보인다. '다빈치 코드', '구니스', 제임스 본드 '골드핑거'에 이어 '미션 임파시블' 냄새까지 나는 것.

이런 것 전부 우연일 수도 있지 않냐고?

물론 그렇다. 하지만, '내셔널 트레져'가 워낙 창의력이 빈곤한 영화다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의심이 간다. 벤 게이츠는 '다빈치 코드'의 로버트 랭든을 연상시키고 보물찾기 이야기는 80년대 패밀리 영화 '구니스'를 떠올리게 하다보니 '뭐가 더 없나' 자연스럽게 찾아보게 되는 것.

그렇다면, 이렇게 짬뽕으로 섞어놓은 티가 나는 영화가 볼만할까?

일반 영화로 따지면 상당히 한심하다고 해야겠지만 '내셔널 트레져 2'는 어디로 보나 배우들만 어른으로 바뀐 게 전부일 뿐 80년대 패밀리 영화 '구니스'와 다를 게 하나도 없는 아이들용 영화이므로 이것 저것 다 따질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어린이용으로 만든 패밀리 어드벤쳐 영화가 이 정도라면 꽤 볼만한 축에 든다고 해야할 것이다.

다만, 영화 줄거리가 너무 터무니없는 건 살짝 거슬린다. 패밀리 어드벤쳐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까진 알겠는데 미국 대통령이 어쩌구, 버킹햄 궁전이 저쩌구 하는 지나치게 황당한 이야기는 필요없었다. 이래저래 말이 안되는 내용의 영화니까 그저 그려려니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황당한 쪽으로 갈 필요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터무니 없는 줄거리의 영화인데 거기서 더 오버할 필요는 없었다.



링컨 암살사건까지 들먹이면서 그럴싸한 줄거리를 만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것처럼 보이는 건 사실이다. 얼마나 소잿거리가 없었으면 대통령의 비밀책까지 동원하게 됐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그러나, '내셔널 트레져 2'의 줄거리는 1편보다도 못하다. 1편도 좀 어처구니 없는 건 마찬가지였어도 그런대로 그럴 듯해 보였지만 '내셔널 트레져 2' 줄거리는 너무 터무니없을 뿐만 아니라 흥미가 끌리지 않는다. 고대신화다 전설이 어쩌구 하면서 억지로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해도 흥미가 끌릴까 말까한 판인데 미국 대통령이 갖고있는 비밀의 책? 아이들용 영화니까 그 수준에 맞춰 이해해야겠지만 이것보다는 나은 이야깃 거리를 찾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데도 3편이 나올 모양이다. 까짓 거 요즘엔 개나 소나 '트릴로지' 타령인데 '내셔널 트레져'라고 안될 게 있겠수?

한가지 걱정되는 건 제리 브룩하이머의 트릴로지가 그다지 미덥지 않다는 것. '캐리비언의 해적' 트릴로지가 갈수록 수상해진 것처럼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 역시 비슷하게 될지도 모른다. '캐리비언의 해적'엔 캡틴 잭 스패로우라는 매우 흥미로운 캐릭터를 보는 재미라도 있었다지만 '내셔널 트레져'엔 이마저도 없으니 3편을 기다리도록 만들만한 게 많지 않다는 것도 걸린다. 3편이 나오면 또다른 아동틱한 어드벤쳐 영화로써 박스오피스에선 그럭저럭 재미를 보겠지만 별로 기다려지진 않는다.

그러나, 3편을 기다르는 사람이 적어도 한명 있을지도 모른다: 헬렌 미렌.

'내셔널 트레져 2'에서 벤 게이츠의 어머니역으로 나온 헬렌 미렌이 어드벤쳐 영화를 좋아하는 '액션퀸'일 줄이야! 헬렌 미렌이 제리 브룩하이머에게 '이런 영화 또 있으면 불러달라'고 했단다! 그러니, '내셔널 트레져 3'가 나온다면 가장 반가워할 사람은 헬렌 미렌일 듯.

그나저나, 헬렌 미렌을 왜 '퀸(Queen)'이라고 했는지는 알고있겠지?



혹시 누가 아냐, 헬렌 미렌이 라라 크로프트처럼 변신할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내셔널 트레져 3'를 꼭 보게 될지도...

하지만, 현재로썬 '47페이지'에 적힌 내용이 아주 재미있기만을 기대해야 할 듯.

2007년 12월 20일 목요일

최고의 본드영화는?

007년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다음 번 007년은 1000년 뒤인 3007년이다.

다음 번 007년이 오기까지 1000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2007년이 지나기 전에 지금까지 나온 제임스 본드 영화 중에서 어느 것이 베스트인지 한번 뽑아봤다.



21위 - 다이 어나더 데이 (Die Another Day: 2002)



설명이 필요없는 최악의 007영화다. 007 영화를 잘못 만들면 얼마나 흉악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영화다. 007 시리즈 40주년 기념 '오마쥬 퍼레이드'를 빼면 남는 게 없는 것부터 시작해서 투명 자동차, 비디오게임 'Twisted Metal'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자동차 배틀 등 가면 갈수록 머리만 아파진다. 그러니 여기서 그만!

20위 - 문레이커 (Moonraker: 1979)



제임스 본드를 우주로 내보낼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Are you f___ing kidding me? 제임스 본드가 우주에서 광선총을 쏘는 캐릭터냔 말이다. 제아무리 007 시리즈가 어린이용 판타지 영화가 됐다지만 '문레이커'는 007 영화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007 시리즈중 가장 007영화답지 않은 영화가 바로 '문레이커'다. 우주까지만 가지 않았더라도 그런대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문레이커'는 너무 지나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꼴찌'가 아닌 이유는 로저 무어 덕분이다. 피어스 브로스난보다는 로저 무어가 훨씬 나은 제임스 본드였으니까.

19위: 두번 산다 (You Only Live Twice - 1967)



'두번 산다'는 제임스 본드 영화보다 '어스틴 파워'에 가까운 영화다. 화산으로 위장한 기지에서 우주선이 발사된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우주선이 우주선을 납치한다는 등 어처구니 없는 줄거리와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는 플롯들로 가득한 영화다. 숀 코네리의 007 영화 중 가장 흉칙한 영화. 존 배리의 사운드트랙은 아주 훌륭하지만 이것만으론 턱없이 부족할만큼 한심한 007 영화다.

18위: 투모로 네버 다이 (Tomorrow Never Dies - 1997)



피어스 브로스난보다 성룡이나 이연걸이 나왔더라면 더욱 잘 어울렸을 것처럼 보이는 이상한 007 영화다. 007 영화가 아니라 홍콩 무술/액션영화 흉내낸 것처럼 보이는 데 그쳤다. 양자경이 연기한 와이린은 역대 본드걸 중 가장 싸움을 잘하는 본드걸로 기록됐지만 그게 전부다. '투모로 네버 다이'는 007 시리즈가 또 이상해지기 시작했다는 걸 보여준 영화다. 피어스 브로스난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는 걸 보여준 영화이기도 하다.

17위: 언리미티드 (The World Is Not Enough - 1999)



'투모로 네버 다이'보단 나아졌지만 한심한 건 변함없다. 본드걸은(소피 마르소, 드니스 리챠드) 빵빵하지만 이것 빼면 볼 게 없다. 피어스 브로스난은 이번에도 변함없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뚜렷한 개성이 없는 미지근한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다. 영화 자체도 미지근하다. 줄거리도 따분하고 액션도 볼만한 게 없다.

16위: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The Man With the Golden Gun - 1974)



유머가 중요하다지만 그렇다고 코메디처럼 만들어도 되는 건 아니다.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는 너무 가볍고 싸구려틱한 조크와 유머를 빼면 남는 게 없는 허무한 007 영화다. 이전엔 가젯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영화를 우스꽝쓰럽게 보이도록 만들더니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선 가젯이 안나오는 대신 영화 자체를 B급 코메디처럼 만들었다.

15위: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Diamonds Are Forever - 1971)



007 시리즈 중에서 미국 로케이션에 미국인 본드걸이 나오는 영화들은 하나같이 볼 게 없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도 예외가 아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는 줄거리도 수상하고 기억에 남는 액션씬도 없다. 숀 코네리가 제임스 본드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 하나 빼곤 남는 게 없는 영화다.

14위: 뷰투어킬 (A View To A Kill - 1985)



미국 로케이션에 미국인 본드걸이 나오는 또다른 007 영화다. 아니나 다를까, 줄거리도 '골드핑거' 리메이크로 보일 정도로 어디서 본 듯 한데다 따분하기까지 하다. 뿐만 아니라,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기에 너무 나이가 많았던 로저 무어가 보여준 '50대 후반의 제임스 본드'도 신경 쓰인다. '뷰투어킬'의 하이라이트는 프리 타이틀의 스키 스턴트와 듀란 듀란이 부른 메인 타이틀.

13위 - 죽느냐 사느냐 (Live and Let Die - 1973)



로저 무어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다. 그런데, 문제는 제임스 본드 영화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 2층버스 체이스, 모터보트 체이스 등 볼만한 액션씬은 제법 많지만 영화 전반에 걸쳐 미스테리한 분위기가 깔린 덕분에 007 시리즈가 아닌 다른 판타지 액션영화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폴 매카트니가 부른 'Live and Let Die'는 007 시리즈 최고의 주제곡 중 하나로 꼽힌다.

12위: 닥터노 (Dr. No - 1962)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다. 몬티 노만의 '딩디디딩딩 딩딩~' 하는 제임스 본드 테마, 건배럴씬 등 007 시리즈의 거의 모든 것이 '닥터노'에서부터 시작했다. 숀 코네리가 처음으로 '본드, 제임스 본드'라고 자신을 소개한 것도 바로 이 영화다. 역대 최고의 본드걸로 꼽히는 우슐라 안드레스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라는 것을 빼고 나면 건질 게 많지 않다.

11위: 나를 사랑한 스파이 (The Spy Who Loved Me - 1977)



로저 무어가 자신만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완성시킨 영화다. 잠수함으로 변신하는 자동차, 해저기지, 강철이빨을 가진 괴력의 사나이 등 '나를 사랑한 스파이'는 플레밍 원작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는 거리가 상당히 먼 판타지 스타일의 영화다. 하지만, 로저 무어는 플레밍 원작의 제임스 본드보다 패밀리용 판타지 영화 주인공처럼 보이는 제임스 본드에 잘 어울렸다. 플레밍 원작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Purist'들이 보기엔 '나를 사랑한 스파이' 역시 한심한 영화지만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보다는 훨씬 나아졌다는 걸 부정하지 않는다. '몸짱'이자 '연기꽝'인 바바라 바크, 칼리 사이몬이 부른 주제곡 'Nobody Does It Better'도 빼놓을 수 없다.

10위: 썬더볼 (Thunderball - 1965)



바하마의 멋진 경치와 존 배리의 훌륭한 사운드트랙, 섹시한 본드걸, 요상한 가젯, 해저에서 벌어지는 배틀씬 등 '썬더볼'은 볼거리가 꽤 많은 편이다. 하지만, 007 시리즈가 판타지 스타일로 완전히 굳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9위: 옥토퍼시 (Octopussy - 1983)



터무니없어 보이는 가젯과 본드카를 배제한 '비교적으로' 사실적인 로저 무어의 007 영화 중 하나. 액션도 볼만하고 섹시한 본드걸도 여럿 나오지만 제임스 본드가 타잔소리를 내고 나중엔 광대분장까지 하면서 분위기를 깬다.

8위: 골든아이 (Goldeneye - 1995)



피어스 브로스난의 제임스 본드 영화는 그의 첫 번째 영화 '골든아이' 하나 빼고 볼 게 없다. 멜로영화에나 어울릴 법한 피어스 브로스난의 어색한 감정연기와 살인적으로 흉악한 사운드트랙이 거슬리지만 브로스난의 007 영화 중에서 지나치게 바보스러워 보이지 않는 유일한 영화다.

7위: 골드핑거 (Goldfinger - 1964)



이상한 장치들이 가득한 '본드카'가 처음으로 등장한 영화다. 아직도 007 시리즈에 꾸준히 나오고 있는 아스톤 마틴 DB5가 스크린 데뷔한 영화인 것. '골드핑거'는 이언 플레밍의 원작소설보다 영화가 더 낫다는 평을 듣는 거진 유일하다시피한 007 영화다. 또한, 007 시리즈가 가젯 위주의 판타지 어드벤쳐 영화가 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영화이기도 하다.

6위: 리빙 데이라이트 (The Living Daylights - 1987)



티모시 달튼의 첫 번째 007 영화 '리빙 데이라이트'는 플레밍 원작에 가까운 차갑고 진지한 제임스 본드와 미사일이 나가는 본드카를 균형있게 결합시킨 잘 만든 본드영화다. 달튼의 본드영화는 로저 무어 시절의 항상 여유넘치던 스타일에서 벗어나 이언 플레밍 원작의 '진지한' 제임스 본드로 돌아갔지만 어느덧 007 시리즈의 상징이 돼버린 가젯들도 빼놓지 않았다. 어느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지 않은 것. '리빙 데이라이트'는 플레밍의 원작을 중요시하는 'Purist'와 판타지 스타일의 영화 시리즈에 익숙한 영화팬 모두 만족할만한 영화다.

5위: 라이센스 투 킬 (License To Kill - 1989)



제임스 본드가 살인면허까지 취소당한채 복수에만 전념하는 이색적인 내용의 영화다. 그러나,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에 가장 근접한 영화'라는 평을 받은 영화다. 007 시리즈 중에서 폭력수위가 가장 높으며, 그 덕분에 시리즈 처음으로 PG-13(13세 이상 관람가)을 받은 영화다. 또한, '라이센스 투 킬'은 액션과 스턴트도 사실적이고 본드의 적들도 판타지 캐릭터처럼 보이지 않는다. 만화책처럼 보이던 이전의 판타지풍 007 영화들과는 180도 다른 것. 말도 안되는 가젯들과 본드카, 세계정복 아니면 전인류를 몰살시키려는 황당한 계획을 꾸미는 악당이 나오지 않으면 007 영화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만족하기 힘들겠지만 '라이센스 투 킬'은 제대로 만든 제임스 본드 영화로 불릴만한 몇 안되는 007 영화 중 하나다.

4위: 유어 아이스 온리 (For Your Eyes Only - 1981)



로저 무어가 출연한 7편의 007 영화 중에서 플레밍의 원작에 가장 근접한 영화가 바로 '유어 아이스 온리'다. 사실, '유어 아이스 온리'는 로저 무어가 '문레이커'를 끝으로 007 시리즈를 떠나는 것으로 알고있던 제작팀이 새로운 배우를 위해 준비했던 영화다. 새로운 얼굴의 제임스 본드와 함께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로 되돌아가려고 했던 것. 하지만, 로저 무어가 제임스 본드로 돌아오면서 이전 007 영화들과는 다른 분위기의 '유어 아이스 온리'에 출연했고, 결국 이 영화가 그의 베스트 본드영화가 됐다. 스릴 넘치는 자동차 추격씬과 스키 스턴트, 그리고 쉬나 이스턴이 부른 주제곡 'For Your Eyes Only'가 하이라이트.

3위: 카지노 로얄 (Casino Royale - 2006)



어지간한 본드팬들은 황당한 '다이 어나더 데이' 다음에 나올 007 영화는 플레밍 원작에 가까운 영화가 될 것이란 걸 알고있었을 것이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첫 번째 본드영화 '카지노 로얄'은 본드팬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스타일의 영화다. 피어스 브로스난의 만화같은 판타지 007 영화 시대가 끝나고 이언 플레밍 원작의 제임스 본드가 돌아온 것. 아주 오랜만에 제대로 만든 제임스 본드 영화를 봤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다.

2위: 위기일발 (From Russia With Love - 1963)



이언 플레밍의 소설 대부분이 사실적인 첩보전과 거리가 있는 덕분에 007 영화 시리즈도 그쪽과는 거리가 있다. 예외가 있다면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이 될 것이다. '위기일발'은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 중에서 가장 에로틱한 작품인 것과 동시에 첩보전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린 소설로 꼽힌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위기일발'은 전체 007 시리즈 중에서 가장 첩보영화다운 영화로 꼽힌다. 007 시리즈에 가젯 붐을 일으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일명 '007가방'도 빼놓을 수 없다.

1위: 여왕폐하의 007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 - 1969)



조지 래젠비는 단 1편의 영화를 끝으로 007 시리즈를 떠났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조지 래젠비를 제임스 본드로 기억하지 못하며, '여왕폐하의 007'은 낯선 배우가 한번 나오고 그만 둔 영화가 됐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다 제쳐놓고 영화 자체만 보면 '여왕폐하의 007'은 아주 잘 만든 제임스 본드 영화다. 플레밍의 원작에 충실하게 영화화 했을 뿐만 아니라 이전 007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을 목격하게 된다: 본드의 결혼이다. '여왕폐하의 007'은 전체 007 시리즈 중에서 가장 로맨틱한 영화로 꼽힌다. 그렇다고 쟝르가 바뀔 정도는 아니다. 가젯이 일체 나오지 않는 대신 자동차 추격전과 스키 스턴트,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피즈 글로리아에서의 전투 등 액션도 풍부한 편이다. 물론, 루이 암스트롱이 부른 주제곡 'We Have All the Time In the World'도 빼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