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30일 일요일

네스호 괴물도 이름이 있었다

스코틀랜드의 네스호에 괴물이 산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목이 상당히 긴 친구 말이다.

네스호 괴물이라고 하면 얼마 전까지 TV에서 볼 수 있었던 토요타 자동차의 트럭광고가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네스호에 산다는 이 괴물의 이름은 '네시(Nessie)'다. 이름이라기보다는 '네스호에 사는 녀석'이라는 의미 정도라고 해야 정확할지도.

그런데, 알고보니 이름다운 이름이 있었다: 크루소.

크루소? 네스호 물속에 산다는 녀석의 이름이 크루소였어?

그런데 누가 그런 이름을 지었냐고?

2차대전 당시 꼬마였던 앤거스(알렉스 에텔)다.

어쩌다가 앤거스가 네스호 괴물의 이름을 짓게 됐냐고?

바닷가에서 우연히 알을 발견한 앤거스가 괴물에게 이름까지 지어주며 집에서 키웠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네스호 괴물이 된 크루소는 원래 앤거스의 애완동물이었다.

그렇다. '워터 호스'는 바닷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정체불명의 알을 집으로 가져와 애완동물처럼 키우다가 더이상 키울 수 없게 되자 호수에 풀어놓은 무책임한(?)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딕 킹-스미스의 소설을 읽지 않았거나 영화를 보지않은 사람들은 들어본 적 없는 게 당연하다. 바로 이게 '워터 호스'의 줄거리니까.



'워터 호스(The Water Horse: Legend of the Deep)'는 '베이브(Babe)'를 포함한 여러 편의 패밀리 소설로 유명한 영국 작가 딕 킹-스미스(Dick King-Smith) 원작의 판타지 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그렇다. '워터 호스'도 또다른 어린이용 판타지 영화다. 어린이용 판타지 소설을 영화로 옮긴 또 하나의 영화이기도 하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성공 이후 어린이용 판타지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십중팔구는 미달이다보니 '워터 호스(Water Horse: Legend of the Deep)'에도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연말 홀리데이 시즌을 겨냥한 그렇고 그런 패밀리 판타지 영화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워터 호스'는 달랐다.

'워터 호스'는 '스타더스트', '골든 콤파스'와 같은 블록버스터 수준은 아니지만 수준미달의 엉성한 판타지 영화는 아니었다.

'워터 호스'도 거대한 몬스터가 나오는 판타지 영화인 것까진 맞지만 영화의 테마는 어린 소년 앤거스와 그의 거대한 '애완동물' 크루소와의 우정이다. 화려한 특수효과보다 평범한 가족이 2차대전을 겪으면서 잃었던 웃음을 되찾는 과정이 더욱 눈에 띄는 영화다. 지지고 볶고 번쩍거리는 것 빼면 남는 게 없는 수준 낮은 판타지 영화가 아닌 것.



어린 소년이 바닷가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을 줏었다가 가족들 몰래 엉뚱한 애완동물을 키우게 된다는 줄거리는 참신하다고 하기 힘들다. 줄거리가 어떻게 흘러갈지 금새 짐작이 가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2006년 개봉했던 판타지 영화 '에라곤(Eragon)'과 유사한 부분이 많은 것도 또다른 문제다. '워터 호스'(1990) 소설이 '에라곤' 소설(2003)보다 먼저 나왔지만 원작소설의 순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에라곤을 모방한 영화'로 생각하기에 딱 알맞게 됐다.

하지만, '워터 호스'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영화다. 몬스터가 나오는 것까진 맞지만 판타지보다 패밀리쪽에 더욱 가까운 영화다. 전쟁으로 상처입은 앤거스 가정에 엉뚱한 애완동물 크루소와 잡역부 루이스(벤 채플린)가 나타나면서 이들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가는 과정이 이 영화의 메인 테마기 때문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말이 안되는 판타지 이야기가 전부인 게 아니라 잔잔한 감동이 전해지는 영화인 것.



이렇게 보면 '에라곤'처럼 보이고 저렇게 보면 몬스터 버전 '프리 윌리(Free Willy)'처럼 보이며, 어떻게 보면 'E.T'와도 비슷해 보이는 영화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주인공 앤거스역의 알렉스 에텔, 루이스역의 벤 채플린을 포함한 출연배우들의 연기는 모두 흠잡을 데 없으며 3D 특수효과도 수준급이다. 잔잔하게 흐르는 앤거스와 크루소의 끈끈한 우정과 전쟁의 상처에서 서서히 회복하는 앤거스 가족의 이야기는 성인들도 지루한 줄 모르고 볼 수 있을만큼 흥미진진하다.

그래봤자 '워터 호스'도 어린이용 판타지 영화인 게 전부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잘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면에서 완벽한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가 기대했던 것보단 훨씬 잘 만든 영화였다.

어떻게 보면 금년에 나온 판타지 영화 중에서 가장 나은 영화인지도 모른다. 규모면에선 아무래도 밀리겠지만 007년에 본 판타지 영화중에선 '워터 호스'가 단연 최고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시너드 오코너가 부른 주제곡 'Back Where You Belong'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끝내자.

2007년 12월 25일 화요일

'내셔널 트레져 2', 성인배우판 '구니스'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패밀리용 어드벤쳐 '내셔널 트레져(National Treasure)'가 시리즈화 될 줄은 몰랐다. 첫 번째 영화 하나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시리즈로 이어질만한 프랜챠이스로 보이지 않았다.

왜? Why?

'내셔널 트레져'만의 독특한 무언가가 없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연기한 주인공 벤 게이츠(Ben Gates)부터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에 나온 로버트 랭든을 살짝 바꿔놓은 게 전부다. 벤 게이츠는 로버트 랭든과 마찬가지로 '액션 히어로'도 아니다. 그렇다고 암호해독만 하는 건 아니다. 어드벤쳐도 있다. 하지만,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처럼 완전히 판타지쪽으로 기울진 않는다. 아주 사실적인 것도 아니고 완전한 판타지도 아닌, 얼핏 보면 그럴싸 하게 보이는 수준의 보물찾기 어드벤쳐다. 간단히 말해 '성인배우들이 나오는 구니스(Goonies)'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가 빅히트를 친 덕분에 나온 영화라고 하는 게 보다 정확할지도 모르지만.

그런데, 이런 영화로 2편까지?



'내셔널 트레져 2(National Treasure: Book of Secret)'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엉뚱한 데서 엉뚱한 것을 찾는다는 엉뚱한 이야기다. 탐험을 소재로 한 어드벤쳐 영화 대부분이 이집트 등 다른 나라를 무대로 해온 것과 달리 '내셔널 트레져'는 미국을 무대로 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가장 독특한 부분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만 나오는 건 아니다. 프랑스와 영국도 나온다.

프랑스와 영국?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가 '다빈치 코드'의 영향을 많이 받은 영화다 보니 로케이션도 의심스럽다. '다빈치 코드'의 로케이션이던 프랑스와 영국이 '내셔널 트레져 2'에도 나오는 게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 것.

그런데, '다빈치 코드', '구니스'와 비슷한 게 전부가 아니다.

숀 코네리 주연의 1964년 영화 '골드핑거(Goldfinger)'를 본 사람들은 제임스 본드가 잠수복에서 턱시도로 순식간에 갈아입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골드핑거'라고?

'내셔널 트레져 2'도 금과 관련있는 것 같던데?

그래서일까? '게이츠, 벤 게이츠'도 누구처럼 옷을 갈아입더라.

내 기억이 맞다면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True Lies'에서 비슷한 식으로 옷을 갈아입은 적이 있었으니 니콜라스 케이지에게만 뭐라 하진 않겠다. 누구나 한번쯤 흉내내보고 싶어하는 캐릭터가 제임스 본드라는 걸 이해 못하는 게 아니니까.

다만,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True Lies'에서 스파이 캐릭터로 나왔으니 제임스 본드를 한번쯤 흉내내볼만 했다지만 니콜라스 케이지의 벤 게이츠는 이해가 쉽게 안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라일리가 메인 컴퓨터에 침투해 이것저것 도와주는 건 영락없이 '미션 임파시블'를 흉내낸 것으로 보인다. '다빈치 코드', '구니스', 제임스 본드 '골드핑거'에 이어 '미션 임파시블' 냄새까지 나는 것.

이런 것 전부 우연일 수도 있지 않냐고?

물론 그렇다. 하지만, '내셔널 트레져'가 워낙 창의력이 빈곤한 영화다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의심이 간다. 벤 게이츠는 '다빈치 코드'의 로버트 랭든을 연상시키고 보물찾기 이야기는 80년대 패밀리 영화 '구니스'를 떠올리게 하다보니 '뭐가 더 없나' 자연스럽게 찾아보게 되는 것.

그렇다면, 이렇게 짬뽕으로 섞어놓은 티가 나는 영화가 볼만할까?

일반 영화로 따지면 상당히 한심하다고 해야겠지만 '내셔널 트레져 2'는 어디로 보나 배우들만 어른으로 바뀐 게 전부일 뿐 80년대 패밀리 영화 '구니스'와 다를 게 하나도 없는 아이들용 영화이므로 이것 저것 다 따질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어린이용으로 만든 패밀리 어드벤쳐 영화가 이 정도라면 꽤 볼만한 축에 든다고 해야할 것이다.

다만, 영화 줄거리가 너무 터무니없는 건 살짝 거슬린다. 패밀리 어드벤쳐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까진 알겠는데 미국 대통령이 어쩌구, 버킹햄 궁전이 저쩌구 하는 지나치게 황당한 이야기는 필요없었다. 이래저래 말이 안되는 내용의 영화니까 그저 그려려니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황당한 쪽으로 갈 필요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터무니 없는 줄거리의 영화인데 거기서 더 오버할 필요는 없었다.



링컨 암살사건까지 들먹이면서 그럴싸한 줄거리를 만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것처럼 보이는 건 사실이다. 얼마나 소잿거리가 없었으면 대통령의 비밀책까지 동원하게 됐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그러나, '내셔널 트레져 2'의 줄거리는 1편보다도 못하다. 1편도 좀 어처구니 없는 건 마찬가지였어도 그런대로 그럴 듯해 보였지만 '내셔널 트레져 2' 줄거리는 너무 터무니없을 뿐만 아니라 흥미가 끌리지 않는다. 고대신화다 전설이 어쩌구 하면서 억지로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해도 흥미가 끌릴까 말까한 판인데 미국 대통령이 갖고있는 비밀의 책? 아이들용 영화니까 그 수준에 맞춰 이해해야겠지만 이것보다는 나은 이야깃 거리를 찾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데도 3편이 나올 모양이다. 까짓 거 요즘엔 개나 소나 '트릴로지' 타령인데 '내셔널 트레져'라고 안될 게 있겠수?

한가지 걱정되는 건 제리 브룩하이머의 트릴로지가 그다지 미덥지 않다는 것. '캐리비언의 해적' 트릴로지가 갈수록 수상해진 것처럼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 역시 비슷하게 될지도 모른다. '캐리비언의 해적'엔 캡틴 잭 스패로우라는 매우 흥미로운 캐릭터를 보는 재미라도 있었다지만 '내셔널 트레져'엔 이마저도 없으니 3편을 기다리도록 만들만한 게 많지 않다는 것도 걸린다. 3편이 나오면 또다른 아동틱한 어드벤쳐 영화로써 박스오피스에선 그럭저럭 재미를 보겠지만 별로 기다려지진 않는다.

그러나, 3편을 기다르는 사람이 적어도 한명 있을지도 모른다: 헬렌 미렌.

'내셔널 트레져 2'에서 벤 게이츠의 어머니역으로 나온 헬렌 미렌이 어드벤쳐 영화를 좋아하는 '액션퀸'일 줄이야! 헬렌 미렌이 제리 브룩하이머에게 '이런 영화 또 있으면 불러달라'고 했단다! 그러니, '내셔널 트레져 3'가 나온다면 가장 반가워할 사람은 헬렌 미렌일 듯.

그나저나, 헬렌 미렌을 왜 '퀸(Queen)'이라고 했는지는 알고있겠지?



혹시 누가 아냐, 헬렌 미렌이 라라 크로프트처럼 변신할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내셔널 트레져 3'를 꼭 보게 될지도...

하지만, 현재로썬 '47페이지'에 적힌 내용이 아주 재미있기만을 기대해야 할 듯.

2007년 12월 20일 목요일

최고의 본드영화는?

007년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다음 번 007년은 1000년 뒤인 3007년이다.

다음 번 007년이 오기까지 1000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2007년이 지나기 전에 지금까지 나온 제임스 본드 영화 중에서 어느 것이 베스트인지 한번 뽑아봤다.



21위 - 다이 어나더 데이 (Die Another Day: 2002)



설명이 필요없는 최악의 007영화다. 007 영화를 잘못 만들면 얼마나 흉악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영화다. 007 시리즈 40주년 기념 '오마쥬 퍼레이드'를 빼면 남는 게 없는 것부터 시작해서 투명 자동차, 비디오게임 'Twisted Metal'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자동차 배틀 등 가면 갈수록 머리만 아파진다. 그러니 여기서 그만!

20위 - 문레이커 (Moonraker: 1979)



제임스 본드를 우주로 내보낼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Are you f___ing kidding me? 제임스 본드가 우주에서 광선총을 쏘는 캐릭터냔 말이다. 제아무리 007 시리즈가 어린이용 판타지 영화가 됐다지만 '문레이커'는 007 영화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007 시리즈중 가장 007영화답지 않은 영화가 바로 '문레이커'다. 우주까지만 가지 않았더라도 그런대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문레이커'는 너무 지나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꼴찌'가 아닌 이유는 로저 무어 덕분이다. 피어스 브로스난보다는 로저 무어가 훨씬 나은 제임스 본드였으니까.

19위: 두번 산다 (You Only Live Twice - 1967)



'두번 산다'는 제임스 본드 영화보다 '어스틴 파워'에 가까운 영화다. 화산으로 위장한 기지에서 우주선이 발사된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우주선이 우주선을 납치한다는 등 어처구니 없는 줄거리와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는 플롯들로 가득한 영화다. 숀 코네리의 007 영화 중 가장 흉칙한 영화. 존 배리의 사운드트랙은 아주 훌륭하지만 이것만으론 턱없이 부족할만큼 한심한 007 영화다.

18위: 투모로 네버 다이 (Tomorrow Never Dies - 1997)



피어스 브로스난보다 성룡이나 이연걸이 나왔더라면 더욱 잘 어울렸을 것처럼 보이는 이상한 007 영화다. 007 영화가 아니라 홍콩 무술/액션영화 흉내낸 것처럼 보이는 데 그쳤다. 양자경이 연기한 와이린은 역대 본드걸 중 가장 싸움을 잘하는 본드걸로 기록됐지만 그게 전부다. '투모로 네버 다이'는 007 시리즈가 또 이상해지기 시작했다는 걸 보여준 영화다. 피어스 브로스난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는 걸 보여준 영화이기도 하다.

17위: 언리미티드 (The World Is Not Enough - 1999)



'투모로 네버 다이'보단 나아졌지만 한심한 건 변함없다. 본드걸은(소피 마르소, 드니스 리챠드) 빵빵하지만 이것 빼면 볼 게 없다. 피어스 브로스난은 이번에도 변함없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뚜렷한 개성이 없는 미지근한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다. 영화 자체도 미지근하다. 줄거리도 따분하고 액션도 볼만한 게 없다.

16위: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The Man With the Golden Gun - 1974)



유머가 중요하다지만 그렇다고 코메디처럼 만들어도 되는 건 아니다.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는 너무 가볍고 싸구려틱한 조크와 유머를 빼면 남는 게 없는 허무한 007 영화다. 이전엔 가젯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영화를 우스꽝쓰럽게 보이도록 만들더니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선 가젯이 안나오는 대신 영화 자체를 B급 코메디처럼 만들었다.

15위: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Diamonds Are Forever - 1971)



007 시리즈 중에서 미국 로케이션에 미국인 본드걸이 나오는 영화들은 하나같이 볼 게 없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도 예외가 아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는 줄거리도 수상하고 기억에 남는 액션씬도 없다. 숀 코네리가 제임스 본드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 하나 빼곤 남는 게 없는 영화다.

14위: 뷰투어킬 (A View To A Kill - 1985)



미국 로케이션에 미국인 본드걸이 나오는 또다른 007 영화다. 아니나 다를까, 줄거리도 '골드핑거' 리메이크로 보일 정도로 어디서 본 듯 한데다 따분하기까지 하다. 뿐만 아니라,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기에 너무 나이가 많았던 로저 무어가 보여준 '50대 후반의 제임스 본드'도 신경 쓰인다. '뷰투어킬'의 하이라이트는 프리 타이틀의 스키 스턴트와 듀란 듀란이 부른 메인 타이틀.

13위 - 죽느냐 사느냐 (Live and Let Die - 1973)



로저 무어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다. 그런데, 문제는 제임스 본드 영화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 2층버스 체이스, 모터보트 체이스 등 볼만한 액션씬은 제법 많지만 영화 전반에 걸쳐 미스테리한 분위기가 깔린 덕분에 007 시리즈가 아닌 다른 판타지 액션영화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폴 매카트니가 부른 'Live and Let Die'는 007 시리즈 최고의 주제곡 중 하나로 꼽힌다.

12위: 닥터노 (Dr. No - 1962)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다. 몬티 노만의 '딩디디딩딩 딩딩~' 하는 제임스 본드 테마, 건배럴씬 등 007 시리즈의 거의 모든 것이 '닥터노'에서부터 시작했다. 숀 코네리가 처음으로 '본드, 제임스 본드'라고 자신을 소개한 것도 바로 이 영화다. 역대 최고의 본드걸로 꼽히는 우슐라 안드레스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라는 것을 빼고 나면 건질 게 많지 않다.

11위: 나를 사랑한 스파이 (The Spy Who Loved Me - 1977)



로저 무어가 자신만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완성시킨 영화다. 잠수함으로 변신하는 자동차, 해저기지, 강철이빨을 가진 괴력의 사나이 등 '나를 사랑한 스파이'는 플레밍 원작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는 거리가 상당히 먼 판타지 스타일의 영화다. 하지만, 로저 무어는 플레밍 원작의 제임스 본드보다 패밀리용 판타지 영화 주인공처럼 보이는 제임스 본드에 잘 어울렸다. 플레밍 원작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Purist'들이 보기엔 '나를 사랑한 스파이' 역시 한심한 영화지만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보다는 훨씬 나아졌다는 걸 부정하지 않는다. '몸짱'이자 '연기꽝'인 바바라 바크, 칼리 사이몬이 부른 주제곡 'Nobody Does It Better'도 빼놓을 수 없다.

10위: 썬더볼 (Thunderball - 1965)



바하마의 멋진 경치와 존 배리의 훌륭한 사운드트랙, 섹시한 본드걸, 요상한 가젯, 해저에서 벌어지는 배틀씬 등 '썬더볼'은 볼거리가 꽤 많은 편이다. 하지만, 007 시리즈가 판타지 스타일로 완전히 굳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9위: 옥토퍼시 (Octopussy - 1983)



터무니없어 보이는 가젯과 본드카를 배제한 '비교적으로' 사실적인 로저 무어의 007 영화 중 하나. 액션도 볼만하고 섹시한 본드걸도 여럿 나오지만 제임스 본드가 타잔소리를 내고 나중엔 광대분장까지 하면서 분위기를 깬다.

8위: 골든아이 (Goldeneye - 1995)



피어스 브로스난의 제임스 본드 영화는 그의 첫 번째 영화 '골든아이' 하나 빼고 볼 게 없다. 멜로영화에나 어울릴 법한 피어스 브로스난의 어색한 감정연기와 살인적으로 흉악한 사운드트랙이 거슬리지만 브로스난의 007 영화 중에서 지나치게 바보스러워 보이지 않는 유일한 영화다.

7위: 골드핑거 (Goldfinger - 1964)



이상한 장치들이 가득한 '본드카'가 처음으로 등장한 영화다. 아직도 007 시리즈에 꾸준히 나오고 있는 아스톤 마틴 DB5가 스크린 데뷔한 영화인 것. '골드핑거'는 이언 플레밍의 원작소설보다 영화가 더 낫다는 평을 듣는 거진 유일하다시피한 007 영화다. 또한, 007 시리즈가 가젯 위주의 판타지 어드벤쳐 영화가 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영화이기도 하다.

6위: 리빙 데이라이트 (The Living Daylights - 1987)



티모시 달튼의 첫 번째 007 영화 '리빙 데이라이트'는 플레밍 원작에 가까운 차갑고 진지한 제임스 본드와 미사일이 나가는 본드카를 균형있게 결합시킨 잘 만든 본드영화다. 달튼의 본드영화는 로저 무어 시절의 항상 여유넘치던 스타일에서 벗어나 이언 플레밍 원작의 '진지한' 제임스 본드로 돌아갔지만 어느덧 007 시리즈의 상징이 돼버린 가젯들도 빼놓지 않았다. 어느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지 않은 것. '리빙 데이라이트'는 플레밍의 원작을 중요시하는 'Purist'와 판타지 스타일의 영화 시리즈에 익숙한 영화팬 모두 만족할만한 영화다.

5위: 라이센스 투 킬 (License To Kill - 1989)



제임스 본드가 살인면허까지 취소당한채 복수에만 전념하는 이색적인 내용의 영화다. 그러나,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에 가장 근접한 영화'라는 평을 받은 영화다. 007 시리즈 중에서 폭력수위가 가장 높으며, 그 덕분에 시리즈 처음으로 PG-13(13세 이상 관람가)을 받은 영화다. 또한, '라이센스 투 킬'은 액션과 스턴트도 사실적이고 본드의 적들도 판타지 캐릭터처럼 보이지 않는다. 만화책처럼 보이던 이전의 판타지풍 007 영화들과는 180도 다른 것. 말도 안되는 가젯들과 본드카, 세계정복 아니면 전인류를 몰살시키려는 황당한 계획을 꾸미는 악당이 나오지 않으면 007 영화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만족하기 힘들겠지만 '라이센스 투 킬'은 제대로 만든 제임스 본드 영화로 불릴만한 몇 안되는 007 영화 중 하나다.

4위: 유어 아이스 온리 (For Your Eyes Only - 1981)



로저 무어가 출연한 7편의 007 영화 중에서 플레밍의 원작에 가장 근접한 영화가 바로 '유어 아이스 온리'다. 사실, '유어 아이스 온리'는 로저 무어가 '문레이커'를 끝으로 007 시리즈를 떠나는 것으로 알고있던 제작팀이 새로운 배우를 위해 준비했던 영화다. 새로운 얼굴의 제임스 본드와 함께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로 되돌아가려고 했던 것. 하지만, 로저 무어가 제임스 본드로 돌아오면서 이전 007 영화들과는 다른 분위기의 '유어 아이스 온리'에 출연했고, 결국 이 영화가 그의 베스트 본드영화가 됐다. 스릴 넘치는 자동차 추격씬과 스키 스턴트, 그리고 쉬나 이스턴이 부른 주제곡 'For Your Eyes Only'가 하이라이트.

3위: 카지노 로얄 (Casino Royale - 2006)



어지간한 본드팬들은 황당한 '다이 어나더 데이' 다음에 나올 007 영화는 플레밍 원작에 가까운 영화가 될 것이란 걸 알고있었을 것이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첫 번째 본드영화 '카지노 로얄'은 본드팬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스타일의 영화다. 피어스 브로스난의 만화같은 판타지 007 영화 시대가 끝나고 이언 플레밍 원작의 제임스 본드가 돌아온 것. 아주 오랜만에 제대로 만든 제임스 본드 영화를 봤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다.

2위: 위기일발 (From Russia With Love - 1963)



이언 플레밍의 소설 대부분이 사실적인 첩보전과 거리가 있는 덕분에 007 영화 시리즈도 그쪽과는 거리가 있다. 예외가 있다면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이 될 것이다. '위기일발'은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 중에서 가장 에로틱한 작품인 것과 동시에 첩보전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린 소설로 꼽힌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위기일발'은 전체 007 시리즈 중에서 가장 첩보영화다운 영화로 꼽힌다. 007 시리즈에 가젯 붐을 일으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일명 '007가방'도 빼놓을 수 없다.

1위: 여왕폐하의 007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 - 1969)



조지 래젠비는 단 1편의 영화를 끝으로 007 시리즈를 떠났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조지 래젠비를 제임스 본드로 기억하지 못하며, '여왕폐하의 007'은 낯선 배우가 한번 나오고 그만 둔 영화가 됐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다 제쳐놓고 영화 자체만 보면 '여왕폐하의 007'은 아주 잘 만든 제임스 본드 영화다. 플레밍의 원작에 충실하게 영화화 했을 뿐만 아니라 이전 007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을 목격하게 된다: 본드의 결혼이다. '여왕폐하의 007'은 전체 007 시리즈 중에서 가장 로맨틱한 영화로 꼽힌다. 그렇다고 쟝르가 바뀔 정도는 아니다. 가젯이 일체 나오지 않는 대신 자동차 추격전과 스키 스턴트,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피즈 글로리아에서의 전투 등 액션도 풍부한 편이다. 물론, 루이 암스트롱이 부른 주제곡 'We Have All the Time In the World'도 빼놓을 수 없다.

2007년 12월 19일 수요일

뉴라인과 MGM, 2편의 '호빗' 발표

뉴라인 씨네마와 MGM이 2편의 '호빗(The Hobbit)' 영화를 공동으로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뉴라인 씨네마와 MGM은 2편의 '호빗' 영화제작에 공동투자하며 첫 번째 타이틀은 2010년, 속편은 2011년 개봉예정으로 밝혀졌다. 배급은 미국과 캐나다 지역은 뉴라인, 그 이외의 전세계 지역은 MGM이 각각 담당하게 된다.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로 유명한 피터 잭슨도 돌아온다. 피터 잭슨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생긴 뉴라인 씨네마와의 분쟁을 모두 해소하고 두 편의 '호빗 '시리즈의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를 맡았다.

'호빗' 발표시기도 약간 묘하다. '골든 콤파스'의 북미지역 개봉 2째 주 흥행수입이 60% 이상 감소하며 박스오피스 챠트 3위로 추락한 것에 맞춰 발표한 것처럼 보이는 것. '반지의 제왕'을 이을 판타지 대작이라며 내놓은 '골든 콤파스'가 미국서 비틀거리자 결국은 다시 미들어스(Middle Earth)로 돌아가겠다는 게 됐다.

뉴라인 씨네마는 피터 잭슨과 2편의 '호빗' 시리즈 덕분에 '반지의 제왕'을 이을 새로운 판타지 영화를 찾을 걱정을 2011년 이후로 미룰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렇다면, '골든 콤파스' 시리즈의 운명은?

1편의 흥행참패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 트릴로지를 완성시킬까?

아니면, 1편 하나로 끝나는 것일까?

2007년 12월 18일 화요일

새로운 본드걸은 젬마 아터튼?

영국 여배우 젬마 아터튼(Gemma Arterton)이 '본드22(제목미정)'에 본드걸로 캐스팅된 것으로 알려졌다.

젬마 아터튼의 본드걸 캐스팅 소식은 영국 타블로이드 썬(The Sun)에 의해 처음 알려졌으며, 영국의 영화 전문 매거진 엠파이어(Empire) 인터넷판이 이를 재확인하면서 신빙성이 부쩍 높아졌다.

엠파이어에 따르면 젬마 아터튼이 본드걸로 캐스팅 된 것은 확실하지만 얼마나 비중있는 본드걸 캐릭터를 맡게 될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엠파이어는 젬마 아터튼이 에바 그린(Eva Green)처럼 메인 본드걸을 맡을 것인지 아니면 카트리나 무리노(Caterina Murino)처럼 작은 역할의 본드걸을 맡게 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들리는 바에 의하면 '꽤 비중있는 역할'을 맡은 것 같다고 전했다.

과연 이번 본드걸 소식은 사실일까?

RADA(Royal Academy of Dramatic Art)를 갓 나온 신참에게 메인 본드걸을 맡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이지만 '그 이외의 본드걸'로 캐스팅됐을 가능성은 제법 높아진 듯 하다. 그러나, 아직까진 일단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본드걸 캐스팅 관련뉴스 대부분이 허튼 루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밖에 지켜볼 게 또 하나 있다.

12월21일 영국서 개봉하는 젬마 아터튼의 스크린 데뷔작 'St. Trinian's'다. 'St. Trinian's'엔 '카지노 로얄' 본드걸 카트리나 무리노까지 나온다고.



2007년 12월 14일 금요일

별볼일 없는 '나는 전설이다'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갑자기 다 죽어버리고 나 혼자서 유일한 생존자로 남는다면?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도저히 못견딜 것이라고 한다. 외로움을 심하게 타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난 이런 생각을 꽤 많이 해봤다.

자동차 소리도 없고 떠드는 소리도 없을 것이다. 귀찮게 이리와라 저리가라 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성질 돋구는 싸가지 없는 녀석들도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다.

매일같이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스트레스 받던 생활과 '굳바이'다. 게다가, 돈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돈이란 것도 거래할 일이 있어야 가치가 있지 나 혼자서 사는데 돈이 무슨 소용이 있겠냔 말이다. 뿐만 아니라, 내가 무인도로 이사갈 필요 없이 편리하게도 사람들이 사라져주니 이것이야 말로 내겐 꿈같은 얘기다.

이쯤 되면 '나는 전설이다'가 아니라 '나는 왕이다'라고 외쳐야 맞을 것이다. 전세계가 모두 내 것이니까.

하지만, 윌 스미스 주연의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는 특별할 게 없다. 사람을 그리워하는 생존자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다 죽어 외톨이가 되고나니까 외롭다'는 것만큼 징그러울만치 당연하면서도 평범한 얘기가 세상에 또 어디있을까!



'나는 전설이다'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이상한 바이러스에 감염돼 많은 사람들이 좀비와 뱀파이어의 중간쯤인 '좀파이어' 상태가 되자 주인공 로버트 네빌이 좀파이어들의 계속되는 공격속에 문제의 바이러스를 퇴치할 방법을 찾기위해 연구를 계속한다는 게 전부다.

이 정도의 설명만 보더라도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대충 감이 잡힌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는 전설이다'의 줄거리는 이처럼 볼 게 없을 정도로 뻔한 내용이다.



그렇다고 '전설'적인 액션영화인 것도 아니다.

얼핏 보기엔 액션이 많은 시원한 영화처럼 보이지만 액션영화다운 액션씬은 단 한차례도 나오지 않는다. 좀파이어와 같은 몬스터들이 나오지만 '나는 전설이다'는 주인공이 이들과 맞서 싸우는 내용의 영화가 아닌 덕분이다.



그렇다고 공상과학 영화인 것도 아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람들이 모두 죽는 바람에 유령도시처럼 변해버린 뉴욕시를 배경으로 하는 것은 대재앙이 휩쓸고 지나간 지구를 배경으로 하는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던 것과 아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전부다. 재앙이 휩쓸고 간 이후의 '순수한' 생존 이야기에 포인트가 맞춰진 게 아닌 덕분이다. 인류가 멸망하다시피한 지구를 배경으로 몇 안되는 생존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맛보여주기 정도에 그치고 곧바로 좀파이어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러나, 좀파이어들이 나온다고 무조건 공포영화가 되는 것도 아니다.

좀파이어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공포영화 분위기가 나지만 공포영화다운 공포는 없다. 어떻게 보면 공포영화처럼 보이는 장면도 나오지만 그렇다고 공포영화로 분류시킬만한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전설이다'의 쟝르는 무엇일까?

액션 찔끔, SF 찔끔, 공포 찔끔이라고 해야하는 걸까?

이렇게 정신을 못차리는 이유는 영화가 대재앙 -> 인류멸망 -> 좀파이어 공격순으로 이어지는 덕분이다. 세 가지를 한곳에 모으려고 한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무엇에 대한 이야기가 메인인지 헷갈리게 하면서 흥미를 잃게 만든다.

텅빈 도시에서 혼자 살아간다는 게 메인이면 이쪽에 무게를 두고, 좀파이어와의 대결이 메인이면 그쪽을 확실하게 보여줬어야 이해하기 수월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설이다'는 영화의 성격을 파악하기 힘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영화처럼 보이는 데 그쳤다.



금년 여름에 개봉했던 니콜 키드맨 주연의 '인베이션(Invasion)'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외계인의 지배를 받게 된 사람들이 좀비처럼 몰려다닌다는 내용의 영화다. 결국은 문제의 외계 바이러스를 퇴치할 방법을 찾으며 끝난다.

금년 가을에 개봉했던 조쉬 하트넷 주연의 '30 데이즈 오브 나잇(30 Days of Night)'은 거진 야생동물에 가까운 뱀파이어들이 30일간 밤이 지속되는 알래스카의 한 마을을 습격한다는 내용의 공포영화다.

그렇다. '인베이션'과 '30 데이즈 오브 나잇'을 합치면 '나는 전설이다'가 나온다. 바이러스로 인한 재앙과 좀비처럼 몰려다니는 인간들, 여기에 야행성 야생동물처럼 사람들을 습격하는 뱀파이어들이 나오는 게 '인베이션'와 '30 데이즈 오브 나잇'을 떠올리게 했다.

제아무리 윌 스미스가 실력있는 인터테이너라지만 '나는 전설이다'처럼 엉성한 영화를 혼자의 힘으로 살려놓는 건 불가능했다. 액션도 아니고 SF, 호러도 아닌 미적지근한 영화에서 윌 스미스 특유의 위트넘치는 유머와 조크도 없이 무엇으로 영화를 살려놓을 수 있겠는지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그렇다. 유머도 무지하게 부족했다. 유머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별 볼일 없는 수준에 불과할 뿐 영화내내 제대로 웃겼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없었다. 대부분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수준의 가벼운 유머가 전부였다.

'나는 전설이다'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둡고 진지하고 유머에 인색한 영화였다.

하지만, 다른 것으로 대신할 게 있는 것도 아니다. 로버트 네빌이 겪는 '외로움', '슬픔', '공포', '분노'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게 영화에 나온 것까진 알겠는데 확실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로버트 네빌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마네킹과 대화를 하고, 슬픔의 눈물을 흘리고, 해가 지면 출몰하는 뱀파이어들을 두려워 하고, 떼로 몰려드는 뱀파이어들을 향해 자동차로 돌진하기도 하지만 줄거리 진행을 위해 마디마다 장식용으로 집어넣은 것처럼 보일 뿐 제대로 와닿지 않는다.

그래도 한번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게 어디였냐고?

TV에서 암을 치료했다 어쨌다며 떠들다가 3년후 풍경으로 넘어갔을 때다. TV에선 인류의 앞날이 창창한 것처럼 떠들었는데 3년뒤 뉴욕시의 풍경이 워낙 다르다보니 웃음이 터져나왔던 것.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코믹한 장면이 이것이었다면 뭐...



화려한 액션과 함께 윌 스미스 특유의 유머가 넘치는 영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나는 전설이다'에 실망할 각오를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생각보다 어둡고 진지할뿐만 아니라 지루하기까지한 영화다.

신나는 SF 액션영화를 원한다면 '나는 전설이다'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나는 전설이다'는 이런 영화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SF영화인지 공포영화인지 구분하기 애매한 턱걸이 평균 수준의 별볼일 없는 미적지근한 영화에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면 가서 봐라.

내 생각엔 윌 스미스의 클래식 히트곡 'Boom! Shake the Room' 뮤직비디오를 보는 게 더 재미있는 것 같은데...

Pump it up, PRINCE!!

2007년 12월 7일 금요일

평범한 수준에 그친 '골든 콤파스'

징글징글한 '징글벨 시즌'이 돌아왔다.

징글시즌이 돌아왔으니 어린이용 판타지 영화도 컴백해야겠지?

작년엔 말하는 드래곤이 나오는 '에라곤'이 있었다. 그렇다면 금년엔 뭐냐?

뭐라고?

말하는 북극곰?

말하는 애완동물?

잠깐! 애완동물이 아니라 디몬(Daemon)이다.

디몬은 겉으로 보기엔 애완동물처럼 보이지만 인간과 연결된 - 사실상 하나인 것이나 다름없는 - 존재다. 인간과 디몬은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멀리 떨어지면 안될만큼 붙어다니다시피 해야 한다.

한마디로, 애완동물 사업이란 건 불가능한 세계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갑옷으로 무장한데다 말까지 할 줄 아는 북극곰, 하늘을 나는 마녀, 어린아이들을 납치하는 고블러(Gobblers)라 불리는 미스테리한 단체, 음침한 구석이 있는 거대 종교단체 매지스테리움(Magisterium), '북쪽의 빛(Northern Light)'이라고 불리는 북극 오로라를 통해 보이는 또다른 세계의 도시와 쏟아져 내리는 정체불명의 '더스트(Dust: 먼지)'.

그리고, 사실을 가르쳐 주는 황금 나침반.

방향이 아니라 '사실'을 가르쳐 주는 나침반이다. 마법사가 크리스탈 구슬을 문지르면서 주문을 외우면 알고 싶었던 게 구슬에 나타나는 것과 비슷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나침반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간단하게 말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나침반이다.

하지만, 사용법을 모르면 아무 쓸모 없으니 사용할 줄 아는 캐릭터가 나와야 할 것이다.

그게 누구나고?

바로 라이라(다코타 블루 리차드)다.



말괄량이 라이라는 미스터 본드...가 아니라 아스리엘(다니엘 크레이그)의 조카다.

아니지, 조카인줄 알고 있었다고 해야 정확하려나...?



그리고, 라이라를 쫓아다니는 컬터(니콜 키드맨)라는 아줌씨가 있다.

니콜 키드맨은 몇 달 전 개봉한 '인베이션(Invasion)'에 이어 금년 들어 두 번째로 다니엘 크레이그와 같은 영화에 함께 출연했다. 라일라만이 아니라 다니엘 크레이그도 스토킹 하는 모양이다.



미스터 본드를 뒤쫓는 여배우는 니콜 키드맨이 전부가 아니었다.

'카지노 로얄'에서 본드걸 베스퍼로 나왔던 에바 그린까지 쫓아온 것!

에바 그린은 하늘을 날아다니며 활을 쏘는 마녀, 세라피나로 나온다.



항해에 익숙한 집시들도 빼놓을 수 없다. 얼핏보면 영락없이 '카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서 튀어나온 무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커다란 풍선이 달린 비행선을 모는 '텍사스 카우보이' 리 스코스비(샘 앨리엇)도 메인 캐릭터 중 하나.



그리고, 판타지 영화에 어김없이 나와 살벌한 표정 한번 지어주는 반가운 얼굴, 크리스토퍼 리!

옛날 사람들은 크리스토퍼 리를 보면 '드라큘라'를 떠올리지만 요즘 사람들은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을 떠올린다. 물론, 제임스 본드 팬들은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의 스카라망가가 제일 먼저 생각나겠지만...

갈수록 역할이 작아지는 것 같지만 크리스토퍼 리를 못보고 지나칠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크리스토퍼 리 이외로 '판타지 영화' 하면 생각나는 배우가 하나 더 있다.

이언 맥켈렌이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간달프로 나오고 '스타더스트'에선 나레이션을 맡는 등 영국산 판타지 단골배우가 된 이언 맥켈렌은 갑옷으로 무장한 북극곰 이오렉(Iorek)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이것이 바로 영국작가 필립 풀맨(Philip Pullman)에 의해 탄생한 '골든 콤파스(The Golden Compass)'의 세계다.

그렇다. '골든 콤파스'는 판타지 소설을 영화로 옮긴 또다른 판타지 영화다. '해리 포터', '스타더스트', '에라곤', '크로니클 오브 나니아'에 이어 이번엔 필립 풀맨의 '골든 콤파스'가 영화화 된 것.

'고블러'로 알려진 미스테리한 단체가 어린이들을 납치하자 라이라와 그녀의 동료들이 납치된 어린이들을 구출하고 납치 배후의 비밀을 밝혀낸다는 '골든 콤파스'의 줄거리는 꽤 흥미진진한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영화가 소설만큼 흥미진진하지 않다는 것.

아쉽게도 영화버전 '골든 콤파스'는 소설의 가능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금년 여름 개봉한 '스타더스트'처럼 소설의 내용을 영화로 옮기는 것에만 목을 매는 바람에 '줄거리 잇기 놀이'를 하다가 끝나는 데 그쳤다. 대사 몇 줄 더 집어넣고 조금만 차분하게 진행했더라도 날림으로 넘어가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을 테지만 계속 무언가에 쫓기듯 급하게 줄거리만 진행시키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문제들은 소설을 각색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소설을 영화로 제대로 옮기는 데 실패하한 영화들 말이다. '골든 콤파스' 역시 이런 영화 중 하나에 속한다. Best Adapted Screenplay로 아카데미상을 받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영화라고 생각하면 된다.

클라이맥스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도 또다른 아쉬운 점이다. 소설의 플롯 순서를 바꿔가면서 스펙타클한 클라이맥스씬을 준비하고자 노력한 것 같지만 전반적으로 영화가 밋밋해 보이는 것까지 바꿔놓지 못했다.

물론, 북극곰들의 결투와 하늘을 가득 메운 마녀들의 전투씬 등은 볼만하다. 그러나, 기억에 남을만하다고 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렇다면 특수효과는?

'골든 콤파스'도 3D 특수효과가 화려한 영화 축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장 기억에 남는 특수효과씬은 '스타더스트'에서와 마찬가지로 에어쉽 비행장면이 전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디몬(Daemon)들이 전부 3D 캐릭터인만큼 특수효과에 인색한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아주 높은 수준을 보여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배우와 3D 디몬이 서로 박자가 제대로 맞지 않을 때가 있어 디몬을 쓰다듬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불안해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어색한 목소리 연기문제까지 겹쳤다.

가장 어처구니 없었던 건 북극곰 이오렉의 목소리. 육중한 목소리를 기대했는데 '할아버지 목소리'일 줄이야!!!

이언 맥켈렌에게도 한자리 내주기로 한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그에게 이오렉 목소리 연기를 맡기면 어쩌자는 거냐! 곰이 왜 간달프처럼 말을 하는 건데?

우직하면서도 코믹한 곰다운(?) 목소리를 가진 성우가 이오렉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더라면 훨씬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적어도 이오렉과 라이라가 할아버지와 손녀 사이처럼 보이진 않았을테니 말이다.



그래도 다니엘 크레이그와 니콜 키드맨은 괜찮지 않냐고?

강인함이 느껴지는 건장한 사나이, 아스리엘과 소프트하면서도 우아한 미모의 컬터 부인에 크레이그와 키드맨이 잘 어울린 건 사실이다. 니콜 키드맨은 우아하게 보이면서도 괴팍스러운 컬터 부인을 훌륭히 연기했다.

하지만, 다니엘 크레이그는 '포스터 모델'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가 연기한 아스리엘의 출연시간이 짧았기 때문인지 모른다. 하지만, 제임스 본드 시리즈로 수퍼스타가 된 다니엘 크레이그를 끌어들였다는 것 하나로 재미를 보려던 게 본 속셈이 아니었나 한다.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카지노 로얄'에 함께 출연했던 에바 그린까지 '골든 콤파스'에 나오는 게 우연일리 없겠지?

가뜩이나 크레이그의 출연분량이 적은데 하필이면 그가 나오는 부분이 잘려나가기까지 했다.

왜 잘려나갔을까? 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인데 말이다.



그 다음으로는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종교논란.

크리스챤들은 무신론자인 필립 풀맨이 기독교를 비판적으로 묘사한 소설이 영화화 됐다면서 '골든 콤파스'를 보이콧해야할 영화로 규정했다. 영화화 되기 이전부터 풀맨의 소설 시리즈가 크리스챤들의 타겟이었다는 걸 알고있던 영화 제작팀은 안티 크리스챤적인 부분을 많이 걸러냈다. 하지만, 크리스챤들은 '영화를 본 어린이들이 소설을 읽고싶어하면 어쩌냐'면서 '원천봉쇄'를 주장하고 있다. 아이들이 풀맨의 소설을 읽고 무신론자가 될까봐 두려워하는 것.

바로 이런 논란 덕분에 소설까지 읽게 됐다. 대체 이런 논란이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진 것. 이것도 노이즈 마케팅이 통한 것으로 볼 수 있을려나?

아무튼, 필립 풀맨의 '골든 콤파스' 소설은 서점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골든 콤파스'는 필립 풀맨의 'His Dark Materials' 트릴로지 1권이었다.



아무래도 아이들용 판타지 소설인데다 홀리데이 시즌에 맞춰 영화까지 나왔다보니 서점에서도 '골든 콤파스' 영화관련 상품들을 제법 많이 판매하고 있었다.


(사진설명: 왼쪽은 카드게임, 오른쪽은 제작과정 이야기 등이 담긴 오피셜 영화 안내 책자)

자 그렇다면, '골든 콤파스'는 안티 크리스챤 소설일까?

영화에서는 안티 크리스챤적인 부분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소설은 사정이 약간 다르다. 음흉한 종교단체의 명칭 '매지스테리움'이 캐톨릭 관련어라는 것부터 시작해 Holy Church, Bishop, Priest, Vatican, Baptism 등 캐톨릭을 연상시키는 단어들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 덕분에 매지스테리움이 캐톨릭에 빗대어 만든 가상의 종교단체란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다.

캐릭터들의 이야기에서도 안티 크리스챤 분위기가 묻어난다. 아스리엘은 매지스테리움의 교리를 부정하는 캐릭터로 '수도원, 수도승, 수녀 등을 아주 싫어하는' 것으로 나오며, 컬터 부인은 포악하기로 소문난 북극곰왕 이오퍼(Iofur)에게 '크리스챤이 되도록 세례를 받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나온다.

캐톨릭과 캐톨릭의 신을 대놓고 공격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그런 의미 아니냐'고 해석하기에 충분한 것만은 사실이다.

좋다. '골든 콤파스'가 안티-크리스챤 소설이라고 하자.

그런데, 이게 그렇게 엄청난 문제인가?

프로-크리스챤 소설이 있다면 안티-크리스챤 소설도 있을 수 있는 게 아니냔 말이다.

신을 숭배하는 소설이 있다면 신을 부정하는 소설도 있을 수 있는 게 아니냔 말이다.

모든 소설 또는 영화가 종교를 좋게 묘사해야만 한다는 법은 없다.

모든 소설 또는 영화가 프로-크리스챤이어야 한다는 법도 물론 없다.



예를 들어보자.

'크로니클 오브 나니아(Chronicles of Narnia)'엔 '아담의 아들, 이브의 딸'이란 대사가 나오고 사자왕 아슬란이 부활할 때는 예수를 연상시켰다. 반면, '골든 콤파스'는 신을 부정하고 종교집단을 악당으로 묘사했다. 하나는 크리스챤과 그들의 신을 찬양하는 영화고 다른 하나는 신을 부정하는 영화다.

C.S 루이스의 '크로니클 오브 나니아'와 필립 풀맨의 '골든 콤파스' 사이엔 유사한 점이 많다. 다른 세계, 말하는 동물들, 북극곰, 아이들이 주인공이란 점 등 서로 비슷한 데가 많은 것. 하지만, 아주 큰 차이점이 있다. '크로니클 오브 나니아'는 친-기독교 영화고 '골든 콤파스'는 반-기독교 영화라는 것. 바로 이 차이점 때문일까? '골든 콤파스'는 '크로니클 오브 나니아'를 리버스로 틀어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크리스챤들이 쓴 '골든 콤파스' 비판글을 보면 '어린이용 판타지 소설로 위장한 무신론 선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C.S 루이스의 나니아 시리즈는?

그대로 뒤집어 보면 '어린이용 판타지 소설로 위장한 예수교 선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한쪽은 괜찮고 다른 한쪽만 잘못됐다고 할 수 있을까?

종교와 무관한 데서까지 악착같이 종교타령을 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닐까?



크리스챤이고 무신론자고 닝기미고 다 좋다고 하자.

가장 중요한 건 '골든 콤파스'를 보고 나서 속편이 기다려졌냐는 것이다. '골든 콤파스'가 끝나자마자 2편이 기다려질 정도였냐는 것. 이번에 개봉한 '골든 콤파스'가 트릴로지 1편인만큼 '골든 콤파스를 본 뒤 2편이 얼마나 기대되냐'는 건 상당히 중요한 질문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YES or NO?



나는 기다려진다. '골든 콤파스'가 싱거운 수준에 머문 건 사실이지만 영화가 싱거운 것이지 원작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크리스챤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종교적인 부분은 제외한 'His Dark Materias' 트릴로지의 스토리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것까지는 인정하자는 것이다.

다만, '골든 콤파스'의 엔딩이 바뀌었다는 게 약간 걸리긴 한다. 줄거리가 이어진다는 것을 암시하는 건 변함없지만 '골든 콤파스' 하나로 종결시켜도 무방해 보이도록 엔딩을 바꾼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2편 제작이 확정된 상태가 아닌 듯.

과연, 귀여운 우리 라이라가 모험을 이어갈 수 있을까?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더라도 한가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게 있다:

속편은 보다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골든 콤파스'가 아주 재미없는 영화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나은 것을 기대했다. 최근들어 쏟아져 나오는 어린이용 판타지 영화들과는 어딘가 다를 줄 알았다. 제작비용이 2억불 이상이나 들었고 다니엘 크레이그, 니콜 키드맨 등 유명배우들까지 출연하는만큼 여러 면에서 높은 수준인 영화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그저 평범한 수준의 판타지 영화인 게 전부였다. MPAA로부터 PG-13을 받았지만 PG 영화처럼 보일 정도로 생각보다 심하게 아동틱한 평범한 어린이용 판타지 영화였다.

어떻게 보면 판타지 영화제작에 노우하우가 부족한 사람들이 만든 영화 같다. 어린이용으로 만들어야 한다, 신비한 분위기가 나는 사운드트랙으로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 꽤 유명한 배우들을 캐스팅해야 성인관객들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아주 뻔해 보이는 몇 가지 룰에 맞춰 어설프게 만든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골든 콤파스'가 '반지의 제왕'에 버금가는 판타지 대작이라고 하던데?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계속 나아진다면 불가능한 얘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골든 콤파스' 1편만으로는 동의하기 힘들다.

비교할 것을 비교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