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SKINS ON THE WATER..."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와 워싱턴 레드스킨스(Washington Redskins)의 먼데이 나잇 경기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아마도 이렇게 될 것이다.
비가 내리는 워싱턴 D.C(정확히는 매릴랜드 주)에서 벌어진 두 디비젼 라이벌 팀의 먼데이 나잇 리매치는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완승이었다. 이글스 오펜스는 경기가 시작하기 무섭게 터치다운을 하면서 레드스킨스 디펜스를 몰아부쳤다. 이글스 쿼터백 마이클 빅(Michael Vick)이 경기가 시작하자 마자 첫 플레이에 와이드리씨버 드션 잭슨(DeShawn Jackson)에 88야드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킨 것이다. 경기가 시작한 지 18초만에 터치다운을 한 것이다.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도노반 맥냅(Donovan McNabb)의 워싱턴 레드스킨스 오펜스가 3-and-Out과 인터셉션으로 공격권을 넘겨줄 때 마다 이글스 오펜스는 이 기회를 터치다운으로 모두 연결시켰다. 이글스 쿼터백 마이클 빅은 러싱 터치다운으로 14대0으로 점수차를 벌리더니, 맥냅의 인터셉션으로 얻은 기회에선 러닝백 스크린 패스로 또 터치다운을 만들었다. 아직 첫 번째 쿼터가 5분 이상 남아있는 상태였는데 스코어는 벌써 이글스 21, 레드스킨스 0이 됐다.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이글스가 50야드 러싱 터치다운을 또 한 것이다.
이글스 오펜스는 레드스킨스 디펜스를 상대로 첫 번째 쿼터에만 무려 4개의 터치다운을 성공했다. 먼데이 나잇 풋볼을 중계방송한 ESPN에 따르면, 첫 쿼터에만 28점을 낸 것은 필라델피아 이글스 팀 기록일 뿐만 아니라 먼데이 나잇 풋볼 기록이라고 했다.
이글스의 무시무시한 오펜스는 두 번째 쿼터에서도 계속됐다. 첫 번째 쿼터 첫 플레이에 터치다운을 만들었던 마이클 빅은 두 번째 쿼터도 와이드리씨버 제레미 매클린(Jeremy Maclin)에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키며 시작했다. 그렇다. 두 번째 쿼터 첫 플레이도 터치다운이었다.
이 바람에 스코어는 두 번째 쿼터가 시작하자 마자 35대0이 됐다.
바로 이 때 부터 워싱턴 레드스킨스가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맥냅의 오펜스는 터치다운을 했고, 디펜스는 이글스 수비를 막았으며, 다시 공격권을 넘겨받은 레드스킨스 오펜스가 또 터치다운을 하면서 35대14로 따라붙었다. 게다가 지난 달 1차전에서도 이글스 킥리터너에 빅태클을 날렸던 레드스킨스 라인배커 로렌조 알렉산더(Lorenzo Alexander)가 이번에도 또 빅태클을 선사했으며, 속수무책인 듯 했던 레드스킨스 디펜스도 마이클 빅과 이글스의 오펜스를 또 막아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레드스킨스가 첫 번째 쿼터의 어이없는 부진을 딛고 본격적인 추격에 나서는 듯 했다.
그.러.나...
도노반 맥냅이 또 인터셉트를 당하면서 레드스킨스의 상승세를 끊어버렸다.
공격권을 넘겨받은 이글스 오펜스는 마이클 빅이 두 번째 러싱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며 42대14로 달아났다.
전반을 45대14로 마친 레드스킨스 오펜스는 세 번째 쿼터가 시작하자 4th다운 컨버젼까지 시도하면서 추격에 올인했다. 이 결과 러싱 터치다운을 성공하며 45대21로 따라붙을 수 있었으나 이글스의 마이클 빅에게 또 터치다운 패스를 내주며 52대21로 점수차가 다시 벌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레드스킨스 쿼터백 도노반 맥냅의 패스가 인터셉트되어 리턴 터치다운으로 이어지면서 스코어는 이글스 59, 레드스킨스 21이 됐다. 아직도 세 번째 쿼터가 끝나지 않았는데 점수차가 38점이나 됐다. 농구 스코어인지 미식축구 스코어인지 헷갈리는 순간이었다.
파이널 스코어는 이글스 59, 레드스킨스 28. 레드스킨스는 마지막에 터치다운을 하나 더 추가하는 데 성공했으나 38점차를 따라잡지 못했다. 간혹 불가능해 보이던 역전 드라마가 연출되는 경우도 있지만, 점수내는 기계처럼 보였던 이글스 오펜스를 상대로는 어림도 없는 얘기였다.
이렇게 해서 도노반 맥냅은 작년 시즌까지 11년간 몸담았던 필라델피아 이글스를 상대로 1승1패를 기록하게 됐다. 필라델피아 홈에서 벌어졌던 첫 번째 경기에선 W를 낚았으나, 워싱턴 홈에서 벌어진 2차전에선 비오는 날 먼지나게 맞으며 처참한 패배를 맛봤다.
혹시 2주전 디트로이트 라이온스(Detroit Lions)전에서 헤드코치 마이크 섀나핸(Mike Shanahan)이 맥냅을 벤치시켰던 사건의 후유증인 것일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맥냅은 먼데이 나잇 경기가 벌어진 월요일 워싱턴 레드스킨스와 2015년까지 계약을 연장했다. 2주 전의 일로 인해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이번 먼데이 나잇 경기를 앞두고서도 2주 전 '벤치 사건'이 화두에 오르긴 했지만, 맥냅과 레드스킨스의 계약연장이 발표되면서 불화설이 묻히는 듯 했다.
그러나 워싱턴 홈에서 벌어진 '친정팀' 필라델피아 이글스와의 경기에서의 맥냅은 팀내 불화설에 휘말린 선수의 모습이었다. 맥냅은 이글스 디펜스에 3개의 인터셉션을 당하며 무너졌다.
그 뿐만 아니라 팀 전체가 무기력해 보였다.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친한 친구(?)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처럼 의욕이 없어 보였다. 레드스킨스 디펜스도 만만치 않은 유닛인데, 필라델피아 이글스를 상대로는 수비를 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점수차가 너무 커진 바람에 완전히 의욕을 잃었을 수도 있지만, 경기를 아예 포기한 듯 보였다.
필라델피아 이글스 헤드코치 앤디 리드(Andy Reid)가 '서프라이즈 어택'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2000년대초엔 달라스 카우보이스와의 경기에서 오프닝 킥오프를 기습 온사이드킥으로 시작한 적도 있다. 먼데이 나잇 경기 첫 번째 쿼터의 첫 플레이에 마이클 빅이 롱패스를 던진 것도 경기 초반부터 기선을 확실하게 잡으려던 것으로 보였다.
이렇게 기습을 당하면 김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진 60점을 내준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이글스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면서 발생한 일회성 멘탈 브레이크다운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들도 한 역할을 했는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2주 전에도 했던 멘트지만, '데드스킨스'가 되는 방법도 참 가지가지다.
비가 오는데도 이글스 리시버들은 참 잘도 잡더라구요 손에 본드를 발랐나 봐요 ^^
답글삭제개인적으로 지난 콜츠전에 이어 빅의 플레이가 맘에 들더라구요 패싱뿐 아니라 직접 들고 뛸 수 있는 건 쌍권총 가지고 결투하는거나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맥냅은 실력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저한텐 워낙 보여준게 없네요 ㅎㅎ 이렇게 풋볼에 빠져들다간 전체 팀 선수들이 다 패이버릿이 되버릴거 같아 두렵습니다 ㅡㅡ;;;
도노반 맥냅과 마이클 빅의 차이는 패싱 능력이었습니다.
답글삭제맥냅은 칼리지 시절(시라큐스) 부터 제가 눈여겨봤는데요,
NFL로 오면 뜨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반면 빅은 곤란했습니다. 발로만 승부하는 쿼터백은 NFL에서 성공하기 힘들거든요.
그러다가 빅이 금년시즌부터 패싱 쿼터백으로써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팰컨스에서도 시도했다가 실패했는데, 이글스에선 성공한거죠.
아무래도 이글스 코치진이 잘 지도한 면도 있을 것이고,
팀 자체가 지난 팰컨스보다 낫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글스가 마이클 빅을 과거의 도노반 맥냅처럼 만들었단 거죠.
마이클 빅의 플레잉 스타일이 달라졌습니다.
전 케빈 캅이 주전이고 빅은 트레이드감으로 봤는데요,
지금 상황을 보니 반대가 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아! ㅋㅋㅋㅋㅋ
답글삭제먼데이나잇풋볼이라서 어제 저녁즈음에야 볼 수가 있었는데요.
저녁밥 먹으면서 봤는데, 이 뭐 밥이 꿀 맛이었습니다! ㅋㅋ
첫 플레이의 88야드 터치다운부터 심상치 않더니
사실 1쿼터 끝나고서는 거의 즐기는 듯한 마음가짐으로 봤어요, 아무래도 질 꺼 같지가 않더라구요.
이로서 홈에서는 패하고 원정가서 밟아버린 쾌감이 좀 있네요, 어째.
아오, 마이클 빅 요 이쁜것
아주 보기 드문 경기였죠.
답글삭제지난 주엔 NFC 동부 매치들이 둘 다 좀 희한했습니다.
달라스-뉴욕전은 전기가 나갔고...ㅋㅋ
필리-워싱턴전은 경기 초반에 점수가 이상할 정도로 많이 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