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31일 화요일

마리온, '인디아나 존스 4'로 돌아온다

인디아나 존스만 돌아오는 게 아니었다. '레이더스'의 여주인공, 마리온도 '인디아나 존스 4'로 컴백한다.

캐런 알렌이 '인디아나 존스 4'에 캐스팅 됐다는 것이다.

코믹콘(Comic-Con)에서 새롭게 밝혀진 '인디아나 존스 4' 캐릭터는 '레이더스'에 나왔던 마리온 레이븐우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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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샤이아 라버프, 스티븐 스필버그, 레이 윈스톤, 캐런 알렌(앞줄), 해리슨 포드

'인디아나 존스 4'에서 캐런 알렌은 변함없이 마리온 레이븐우드(Marion Ravenwood)로 나오고, 레이 윈스톤(Ray Winstone)과 샤이아 라버프(Shia Labeouf)는 인디아나 존스의 '사이드킥(sidekick)'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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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런 알렌과 스티븐 스필버그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1편, '레이더스(Raiders of the Lost Ark)'에 나왔던 마리온이 '인디아나 존스 4'로 돌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코믹콘 (Comic-Con) 비디오에서 해리슨 포드가 지나가는 말로 '패밀리'라고 했는데 혹시 진짜로 인디아나 존스와 마리온이 '패밀리'가 된 사이로 나오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그렇다면 혹시 샤이아 라버프는 인디와 마리온의...?

현재로썬 캐런 알렌이 마리온으로 돌아오고 샤이아 라버프는 영화에 나온다는 것밖에 알려진 게 없다. 짜맞춰 보면 대충 그림이 그려지긴 하지만 '오피셜'인 게 아니므로 일단 기다려봐야 할 듯.

아무래도 저 네 명이 '인디나아 존스쪽' 사람들인 것 같다. 레이 윈스턴과 샤이아 라버프 모두 '사이드킥'이라고 했으니 둘 다 악당은 아니고, 캐런 알렌은 아닌 게 확실하니까 이번에 나오지 않은 케이트 블랜칫과 존 허트가 아무래도 '반대편'이 아닐까 한다.

상상은 자유니까 뭐...

아무튼, 2008년 5월22일이다...

2007년 7월 27일 금요일

제임스 본드의 나이는?

제임스 본드 미스테리 중 하나가 나이다. 이언 플레밍 원작에도 제임스 본드의 생년월일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임스 본드의 나이를 추측할 수 없을 정도인 건 아니다. 플레밍의 소설을 읽다보면 본드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힌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임스 본드의 나이를 헷갈리게 만든 건 이언 플레밍의 소설이 아닌 영화 시리즈다.


그래서 6명의 제임스 본드들의 나이를 점검해보기로 했다.


첫 번째 실버스크린 버전 제임스 본드는 숀 코네리(Sean Connery)다.


1930년 8월25일생인 숀 코네리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는 1962년작 '닥터노(Dr. No)'. 촬영 당시엔 만으로 31세였다고 할 수 있다. 카지노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며 '본드, 제임스 본드'라고 할 때 숀 코네리는 만으로 31세였던 것이다.


그런데, '닥터노'가 1962년 영화인데다 숀 코네리가 지금 70대다보니 그가 제임스 본드가 됐을 때 겨우 30대 초반이었다는 걸 지나치는 사람들이 있다. 숀 코네리도 30대 초반일 때가 있었단 말이다!


숀 코네리가 31세였다는 게 의외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제임스 본드라고 하면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보여야 어울리는 것 같은데 31세는 너무 젊은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언 플레밍 원작에서 제임스 본드가 30대로 돼있으니 31세의 코네리가 제임스 본드를 맡기에 너무 젊었던 것은 아니다.


'닥터노'에서의 제임스 본드는 사실적인 캐릭터였다. 맞으면 멍이 들고 피를 흘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딨냐'고 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후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가 어떻게 변해갔는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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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코네리의 베스트 007 영화는 누가 뭐래도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1963)'이다. 30대 초반이던 코네리는 '위기일발'에서도 상당히 거친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다. 요새 영화와 비교하면 별 것 아니지만 본드와 레드 그랜트와의 격투는 '숀 코네리 버전 제임스 본드'를 대표하는 씬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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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이 유명해진 이유는 단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 이후에 나온 007 시리즈에서 저 정도 강도의 격투씬을 보기 힘들어진 덕분이다.


좀 한심한 얘기지만 사실이다. 좋게 표현해서 '영화적인 재미'를 위해 특수장비에 의존하는 스타일로 바뀌면서 제임스 본드는 주먹싸움 보다는 '악세사리'에 의존하는 쪽이 됐다. 가면 갈수록 제임스 본드는 본드카, 가젯(Gadget) 같은 것에 의존하면서 터프한 맛을 잃어갔다.


거진 공상과학 영화 수준까지 갔던 '두번 산다(You Only Live Twice/1967)'를 끝으로 숀 코네리는 007 시리즈를 떠나고 그 뒤를 이어 죠지 레젠비(George Lazenby)가 '살인면허'를 넘겨받았다.


죠지 레젠비의 처음이자 마지막 본드영화는 1969년작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


레젠비가 1939년 9월5일생이니 '여왕폐하의 007'을 촬영할 당시엔 만으로 29세였다. 영화가 1969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했으니 레젠비는 영화가 개봉했을 때 겨우 서른이었던 셈이다.


29세의 레젠비가 출연한 '여왕폐하의 007'은 다시 원작 스타일로 돌아간 영화다. 일본의 화산에서 우주선을 발사하는 등 심하게 나갔던 007 시리즈가 본래의 제임스 본드로 되돌아온 것이다.


조지 레젠비 버전 제임스 본드는 초창기 코네리 영화처럼 사실적인 제임스 본드다.'여왕폐하의 007'엔 가젯 같은 게 나오지 않는다. 본드가 끄는 자동차도 그저 평범한 자동차일 뿐이고 본드가 가진 거라곤 권총밖에 없다. 그런데, 인상이 코네리만큼 강렬하지 않기 때문인지 피지컬(Physical)한 본드로 기억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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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터프하냐 안 하냐가 문제가 아니다. '여왕폐하의 007'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제임스 본드가 결혼을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플레이보이로만 나왔던 제임스 본드가 '여왕폐하의 007'에선 청혼을 하고 결혼까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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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바로 원작에 충실한 영화의 매력이다. 원작에서 몇 가지만 빌려갔을 뿐 나머지는 마음대로 만든 영화들에선 맛 볼 수 없는 것이다.


죠지 레젠비는 '여왕폐하의 007' 하나를 끝으로 살인면허를 반납한다. 숀 코네리가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1971)'에서 제임스 본드로 다시 돌아오지만 코네리도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영원히' 떠난다(오피셜 시리즈에 포함되지 않는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1983)은 제외).


세 번째로 제임스 본드가 된 배우는 로저 무어(Roger Moore). 제임스 본드 원작가 이언 플레밍이 제임스 본드로 원했던 배우이기도 하다. 그러니 로저 무어가 제임스 본드가 된 게 놀랄만한 얘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로저 무어가 1927년 10월14일생이란 것이 문제다. 숀 코네리보다도 나이가 위인 로저 무어가 만 45세에 년 영화 '죽느냐 사느냐 (Live and Let Die)'에서 제임스 본드가 됐기 때문이다.


45세의 제임스 본드라고?


이언 플레밍의 소설에 의하면 제임스 본드와 같은 'Double-0(00) 에이전트'는 45세까지다.


소설 '문레이커'의 일부분을 그대로 옮기겠다:


On these things he spent all his money and it was his ambition to have as little as possible in his banking account when he was killed, as, when he was depressed he knew he would be, before the statutory age of forty five.


Eight years to go before he was automatically taken off the 00 list and given a staff job at Headquarters. At least eight tough assignments. Probably sixteen. Perhaps twenty-four. Too many.


간단히 말하자면, 00 에이전트는 45세까지가 전부고, 45세가 넘으면 본부에서 근무하는 사무직으로 바뀐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까지 8년 남았다고 했다. 그러니, 소설 '문레이커'에서의 제임스 본드 나이는 '45 빼기 8'이란 얘기가 된다. 다시 말해, 37세란 것이다. 그런데, 로저 무어는 만 45세에 007이 됐다. 이언 플레밍의 소설대로라면 로저 무어는 사무직으로 옮기기 일보직전인 나이에 00 에이전트가 된 것이다.


제임스 본드가 '중년의 사나이'가 된 건 로저 무어부터다. 제임스 본드는 나이가 들어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로저 무어의 본드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진 않을 것이다.


로저 무어는 물론 제임스 본드에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하지만, 007 시리즈가 10년이 흘렀는데 초대 제임스 본드, 숀 코네리보다 나이가 많은 배우를 캐스팅 한 건 이해하기 힘들다. 한 배우가 계속 출연하면서 시리즈와 함께 늙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 하겠지만 새로운 배우로 교체하는데 나이가 많은 배우를 택할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이다. 물론, 로저 무어를 놓치기 아까웠다는 것까진 이해할 수 있지만 제임스 본드의 나이가 계속 불어나게 만든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게 바로 로저 무어란 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난 로저 무어를 아주 좋아한다. 로저 무어의 제임스 본드 영화들도 좋아한다. 하지만, 로저 무어와 함께 007 시리즈가 약간 이상해진 것은 사실 아니냐는 게 전부다.


로저 무어는 '주먹 사용을 꺼리지 않는 젊은 에이전트'에서 '버튼 하나 누르면 해결되는 중년 에이전트'로 제임스 본드를 변화시켰다. '위기일발'에서 본드와 레드 그랜트의 격투 같은 건 찾아보기 힘들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로저 무어 버전 제임스 본드가 주먹을 한 번도 휘두르지 않았다는 건 아니지만 코네리 시절처럼 죽기살기로 격렬하게 치고받는 맛이 없다. 로저 무어의 본드영화 자체가 워낙 가벼워진 덕분이다.


무어의 본드영화가 변한 건 1981년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부터. 우주까지 나갔다 온 제임스 본드를 원상복귀 시킨 것이다. 1969년 영화 '여왕폐하의 007'로 제임스 본드가 원상복귀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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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무어의 본드영화는 '유어 아이스 온리' 이후부터 사실적으로 변했지만 여전히 상처를 입지 않는다. 작은 부상이 전부지 한번 제대로 당해 만신창이가 되는 적이 없다. 나이는 역대 본드들 중에서 가장 많지만 그 중에서 가장 '건강한' 제임스 본드를 꼽으라면 단연 로저 무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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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무어는 모두 7개의007 시리즈에 출연했다. 현재로썬 최다기록 보유자다. 아직까지 7편의 007 영화에 출연한 배우는 없다. 이 기록은 한동안 깨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밖에도 로저 무어는 또다른 기록을 갖고있다. 바로, 최고령 제임스 본드.


무어가 그의 마지막 본드영화 '뷰투어킬 (1985)'을 찍을 때 만 57세였는데, 아직까지 최고 기록이다. 이 기록 또한 깨지기 힘들 것 같다.


그 다음 타자는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


1944년 3월21일생인 티모시 달튼은 만 42세에 제임스 본드가 됐다. 로저 무어보단 빨리 됐지만 40대에 제임스 본드가 된 건 마찬가지다.


달튼의 첫 번째 본드영화는 1987년작 '리빙 데이라이트'.


이미 42세였으니 코네리, 레젠비만큼 '젊은 본드'는 아니었지만 로저 무어가 57세까지 본드역을 한 덕분인지 티모시 달튼이 중학생처럼 보였다.


티모시 달튼 버전 제임스 본드는 전통적인 007 영화 스타일을 이어가면서도 제임스 본드 캐릭터는 이언 플레밍의 원작 스타일로 되돌려놓았다. '리빙 데이라이트'에는 미사일 나가는 본드카 등 007 영화적인 것들이 그대로 남아있지만 티모시 달튼의 제임스 본드는 원작에서의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때문에, '리빙 데이라이트'는 너무 만화처럼 가볍지도 않고 지나치게 딱딱하지도 않은 균형 잘 잡힌 007 영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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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튼의 베스트 007 영화는 1989년 영화 '라이센스 투 킬'이다. 이 영화는 다른 007 시리즈와는 달리 본드가 살인면허까지 취소당한다. 귀환명령에 불복하고 친구의 복수에 매달리는 바람에 MI6로부터 'Rogue agent'란 소리까지 들어가며 쫓기는 신세가 된다. MI6 미션이 아닌 제임스 본드의 개인용무가 줄거리인 007 영화는 '라이센스 투 킬'이 유일하다.


뿐만 아니라, 제임스 본드의 '다크 사이드'가 영화에 나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MI6에 소속된 정보원이란 뚜렷한 신분이 아닌 오로지 복수에만 전념하는 킬러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섹시한 본드걸을 옆에 태우고 미사일 나가는 본드카를 운전해야 제대로 된 제임스 본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티모시 달튼이 '라이센스 투 킬'에서 보여준 제임스 본드가 원작에서의 오리지날 제임스 본드에 가깝다. '라이센스 투 킬'이라는 이언 플레밍의 소설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언 플레밍의 소설에서 제임스 본드가 튀어나온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티모시 달튼의 제임스 본드는 원작의 것에 가까웠다.


'라이센스 투 킬'이 원작에 가까운 사실적인 스타일의 영화인만큼 제임스 본드도 마찬가지다. '라이센스 투 킬'에서의 제임스 본드는 먼지만 툭툭 털어내던 그런 제임스 본드가 아니다. 제임스 본드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치지도 않는 완벽한 캐릭터로 변했다. 그러나, '라이센스 투 킬'에선 제임스 본드가 피를 흘린다. 제임스 본드도 다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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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떻게 보면 좀 웃기기도 하다. 007 시리즈도 액션영화인데 주인공이 부상당하는 적이 거의 없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제임스 본드란 캐릭터가 이렇게도 비현실적인 캐릭터로 변질돼던 것. '라이센스 투 킬'은 제임스 본드도 피를 흘린다는 걸 보여주면서 사실적인 캐릭터로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본드가 피를 흘리니까 다른 액션영화들과 별 차이 없어 보인다'고 혹평했다. 사실적인 제임스 본드는 007 답지 않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줄거리까지 본드의 사적인 복수극이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라이센스 투 킬'에 실망했던 것 같다.


티모시 달튼은 '라이센스 투 킬'을 끝으로 007 시리즈를 떠났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달튼은 이언 플레밍의 소설대로 45세가 되자 00 에이전트에서 물러났다. 1944년생인 달튼이 1989년 영화를 끝으로 007 시리즈를 떠났으니 딱 들어맞는다.


6년의 공백기를 지나 본드영화가 돌아왔다.


이번엔 1953년 5월13일생의 피어스 브로스난이 제임스 본드다.


그의 첫 번째 본드영화가 1995년작 '골든아이'니까 만 41세에 제임스 본드가 된 셈.


로저 무어 이후 피어스 브로스난까지 '40대 제임스 본드' 전통이 이어진 것이다. 새로운 배우로 'Refresh' 된 건 맞지만 40대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았다. 숀 코네리는 30대 초반, 죠지 레젠비는 29세에 제임스 본드가 됐는데 로저 무어 이후부턴 무조건 40대부터다.


피어스 브로스난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브로스난 버전 제임스 본드를 '로저 무어와 숀 코네리의 중간'이라고 한다. 두 스타일의 장단점을 모두 갖고있다는 것. 그래서인지 '위기일발'에서 본드와 레드 그랜트와의 격투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 '골든아이'에 나온다. 레이더 타워에서 본드와 알렉 트레빌리안이 한판 붙는 바로 그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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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스난 버전 본드도 대체적으로 '건강한 본드'에 속한다. '골든아이'와 '투모로 네버 다이'에서 얼굴을 다치긴 하지만 거기까지가 전부다. 브로스난의 영화는 로저 무어의 것처럼 'easy-going' 스타일이기 때문에 아찔한 위기에 처하거나 만신창이가 되는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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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rld is Not Enough'에선 어깨를 다치고 '다이 어나더 데이'에선 북한군에게 잡혀 고문을 당하고 로빈슨 크루소처럼 머리와 수염을 기른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브로스난의 본드영화가 '사실적'이란 단어와 거리가 있다보니 별다른 느낌이 없다.


브로스난은 2002년 영화 '다이 어나더 데이'를 끝으로 50세 문턱에서 살인면허를 반납했다. 로저 무어 이후 계속해서 40대 배우가 제임스 본드를 맡았지만 50대 제임스 본드는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살인면허는 다니엘 크레이그에게 넘어갔다.


1968년 3월2일생인 다니엘 크레이그는 만으로 37세에 제임스 본드가 됐다.


조지 레젠비 이후 처음으로 30대 제임스 본드가 탄생한 것이다. 제임스 본드가 30대로 내려온 게 이렇게 오랜만이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첫 번째 본드영화는 '카지노 로얄'이다. 이언 플레밍의 첫 번째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소설을 영화화 하려면 제임스 본드가 젊어야만 했다. 50을 앞두고 있던 브로스난에겐 이래저래 불가능한 역이었다.


제임스 본드가 젊어진 만큼 영화도 거칠어졌다. 게다가, '카지노 로얄'은 '위기일발', '여왕폐하의 007'과 마찬가지로 원작에 가까운 영화기 때문에 '악세사리'들이 나오지 않는다. '카지노 로얄'의 본드는 총 아니면 맨손으로 해결하는 스타일이지 화려한 '악세사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아주 오랜만에 이언 플레밍 원작의 'Genuine James Bond'로 돌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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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의 제임스 본드는 위에서 훑어봤듯이 부상이란 걸 거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거진 상처를 입지않는 정도다. 하지만, 이언 플레밍의 소설에 나오는 제임스 본드는 자주 만신창이가 되곤 한다. 고문도 당하고 두들겨 맞기도 밥먹듯 한다. '카지노 로얄'의 제임스 본드는 원작에서의 것과 매우 가깝다. 얻어터지고 피 흘리고 고문도 당한다. 현재까지 나온 007 시리즈 중에서 제임스 본드가 피를 가장 많이 흘린 영화가 '카지노 로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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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본드는 30대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티모시 달튼처럼 2개만 찍고 그만둔다면 상관없지만 로저 무어는 50대 후반까지 했고 피어스 브로스난은 다섯 번째 영화를 찍었다면 50대까지 이어질 뻔 했다. 40대부터 시작하면 너무 늦는 감이 있다는 것이다. 007 시리즈가 매년 나오는 것도 아니고 2~3년마다 하나씩 나오는데 40대에 제임스 본드가 되면 나이때문에 끽해야 3~4개가 맥스다. 브로스난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007 제작진은 50대 제임스 본드를 원치 않았던 것 같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현명한 선택이었는지는 아직까지 논란거리가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카지노 로얄' 하나만 놓고 봤을 땐 훌륭한 선택인 것 같지만 완벽한 선택이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나이는 퍼펙트다.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고 딱 알맞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언제까지 제임스 본드를 할지 알 수 없지만 다음 번 제임스 본드도 30대였으면 좋겠다. 힘들게나마 제임스 본드가 제 나이를 찾아 30대로 내려온만큼 앞으로는 계속 30대 배우들이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으면 좋겠다.

2007년 7월 23일 월요일

맷 데이먼 "제이슨 본과 제임스 본드는 다르다"

맷 데이먼 주연의 제이슨 본 시리즈 세 번째 영화 'Bourne Ultimatum'이 곧 개봉한다. 이에 맞춰 미국잡지 GQ에 맷 데이먼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표지모델도 맷 데이먼이고 아래쪽에 'SECRET AGENT MAN'이라는 글씨가 눈에 띈다.

제이슨 본 시리즈도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소설에서부터 시작됐다. 제임스 본드는 이언 플레밍 원작이라면 제이슨 본은 로버트 러들럼이란 미국 소설가에 의해 탄생했다.

Jason Bourne과 James Bond는 이름만 얼핏 보면 서로 비슷해 보인다. 읽을 때도 얼핏 들으면 비슷하게 들린다. 앞글자만 딴 이니셜도 둘 다 JB다.

그렇다고해서 제이슨 본과 제임스 본드가 비슷한 캐릭터라는 건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둘은 비교할 수 없을만큼 차이가 있다. 제이슨 본은 기억상실에 빠진 캐릭터고 제임스 본드는 소속이 뚜렷한 스파이기 때문이다. 탄생시기도 다르다. 제임스 본드는 50년대고 제이슨 본은 80년대다.

제이슨 본과 제임스 본드는 직접 비교를 할래야 할 수 없는 캐릭터다. 둘 다 'Secret Agent Man'이라지만 성격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맷 데이먼이 상당히 묘한 말을 했다.

아래는 GQ 기사의 일부다:

"The characters are so different." he says. "Bond is part of the system. He's an imperialist and a misogynist, and he laughs at killing people, and he sits there slugging martinis. It'll never be the same thing as this, because Bourne is a guy who is against the establishment, who is paranoid and on the run. I just think fundamentally they're just very different things.

제이슨 본과 제임스 본드가 아주 다르다는 것까지는 동의한다. 하지만, 제임스 본드가 '제국주의자'이고 '여성 혐오자'라고? 맷 데이먼도 과대망상 증세가 있는 친구였나?

그 다음 파트를 읽어보자. 그러면 대충 감이 잡힌다:

In fact, I bumped into Pierce Brosnan, and he made a comment like that. He said, 'Yeah, they're trying to update them, but it's fundamentally kind of an impossible thing to do, if you look at the values behind James Bond.' It kind of can't ever be what Bourne is, you know?"

아하, 그런 거였어?

지금 맷 데이먼은 제이슨 본 시리즈와 다니엘 크레이그의 '카지노 로얄'을 비교하는 것이다. 피어스 브로스난이 제임스 본드를 할 때는 제이슨 본 시리즈와 뚜렷한 차이가 났는데 다니엘 크레이그의 '카지노 로얄'은 사정이 달라보인다는 것이다.

제이슨 본 시리즈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 경쟁하는 영화가 아니다. 맷 데이먼이 말한 그대로 두 캐릭터는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임스 본드가 젊어졌다, 액션이 거칠어졌다는 것만 가지고 곧바로 제이슨 본 시리즈와 겹치는 건 아니다. 이런 것만 가지고 제임스 본드가 제이슨 본 시리즈를 따라하는 게 아니냐고 한다면 숀 코네리가 30대 초반에 출연했던 60년대 007 영화가 제이슨 본 시리즈의 원조라고 해야 한다. 30대 초반의 혈기왕성하던 숀 코네리가 주먹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터프한 제임스 본드를 보여줬는데, 이렇게 따지면 제이슨 본의 원조가 된다.

이언 플레밍의 원작을 읽어봤다면 제임스 본드가 살인을 즐기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언 플레밍의 원작소설들 중엔 제임스 본드가 적을 죽이지 않고 잡으려 하다가 되레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그런데 'he laughs at killing people'이란다. 물론, '여기서 말한 건 영화에서의 제임스 본드'라고 둘러댈 수 있다. 그리고, 원작에서의 제임스 본드를 영화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 아니냐고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기 전에 원작과 영화를 모두 확인하고 얘기하는 게 순서일 것 같다.

물론, 미국쪽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제임스 본드라는 수퍼 스파이가 영국산이기 때문에 'Made in USA' 수퍼 스파이를 갖고싶어하는 것 말이다. 로버트 러들럼의 제이슨 본 시리즈가 영화화 되기 전에는 톰 클랜시의 잭 라이언이 미국판 제임스 본드가 되고자 했다. 알렉 발드윈(붉은 10월), 해리슨 포드(패트리어츠 게임, Clear and Present Danger), 벤 애플렉(공포의 총합)이 톰 클랜시 원작의 영화에서 잭 라이언으로 나오며 '잭 라이언 시리즈'란 말까지 나왔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이 밖엔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시블' 시리즈 정도밖에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로버트 러들럼의 제이슨 본은 '명령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는' 일반적인 스파이 소설/영화의 주인공과는 다르기 때문에 제임스 본드와 경쟁하는 캐릭터로 볼 수 없다. 이런 걸 다 빼버리고 젊은 에이전트와 화끈한 액션만 놓고 따지면 '카지노 로얄'과 비슷해 보일지 모르지만 제이슨 본은 제임스 본드와 비교하기 곤란한 캐릭터다. 차라리, 로버트 러들럼의 또다른 소설 '스코피오 일루션'의 Tyrrell Hawthorne이라면 제임스 본드와 대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 소설의 내용은 일단 그렇다쳐도 Tyrrell Hawthorne이란 캐릭터가 미국 해군 정보부 요원출신인 등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와 겹치는 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이슨 본은 아니다. 맷 데이먼의 말처럼 제임스 본드는 절대로 제이슨 본처럼 될 수 없고, 제이슨 본 역시 제임스 본드처럼 될 수 없다.

맷 데이먼은 이런 식으로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밟아가며 제이슨 본 시리즈 광고를 해야만 했는지 이해가 안된다.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애정을 갖는다는 것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건 좀 유치한 것 같지 않은지 묻고 싶다.

2007년 7월 21일 토요일

<척 & 래리>, 가짜 게이커플의 수난!



평범한 소방관 2명이 갑자기 결혼을?

하나는 부인과 사별했고 다른 하나는 플레이보이인데 둘이서 결혼을 한다고?

<척 & 래리>는 게이가 아닌 두 소방관이 위장 동성결혼을 한다는 내용의 코메디 영화다.



부인과 사별한 래리(케빈 제임스)가 자녀들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위해선 재혼을 할 수밖에 없게 되자 가장 절친한 동료 소방관, 척(아담 샌들러)에게 위장 동성결혼을 해줄 것을 부탁하면서 얘기가 꼬이게 된다.

그런데, 척은 여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플레이보이다. 래리는 비록 사별했지만 결혼한 뒤 자녀를 둔 가장이지만 척은 세상의 모든 여자는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다. 병원에서 만난 여의사부터 후터스 걸(Hooters Girl)까지 닥치는대로다.

그런데...

후터스 걸 중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 어디서 보았을까?



그렇다! 비디오게임 이벤트 E3서 만났던 테크모 부스걸이었다. 위 사진은 2002년 E3 테크모 부스에서 찍은 것이다. 내 기억으론 XBOX용으로 개발한 <데드 오어 얼라이브: 익스트림 비치 발리볼(DoA: Xtreme Beach Volleyball)>이 저 때 공개됐던 것 같다. 위 사진도 레이를 들고있는 걸 보니 비치 발리볼 게임 이벤트 때 찍은 것 같다.

그녀의 이름은 Candace Kita.

내가 E3를 빠지지 않고 매년마다 갔기 때문에 분명히 기억한다. 내가 매년마다 E3에 갈 때 L.A에 사는 한 남자가 'E3가 뭐가 볼 게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길래 '부스걸'이라고 농담을 했더니 '돈 조금 쓰면 여자 부를 수 있는데...'라고 해서 어이 없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할 일 없어서 부스걸 보러 E3에 갔을 것 같은가. E3에서 뭘 한다고 자세하게 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냥 '부스걸'이라고 했더니 콜걸을 부르는 게 낫지 않냐는 엉뚱한 소리까지 들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지간하면 E3 부스걸 얘기는 하고싶지 않았는데 <척 & 해리>에 E3 부스걸이 나올 줄이야! 게다가, 얼굴까지 기억한다고 해놨으니 부스걸 보러 간 게 맞는 것처럼 보이게 됐다.

아무튼, 테크모가 E3에선 부스걸들도 꽤 유명했었다. Candace Kita는 2003년부터 안 보였던 것 같지만 그 전까지는 테크모 부스에서 <데드 오어 얼라이브> 캐릭터 커스튬을 입고 무대에 오르곤 했다.

Kita 말고 또다른 후터스 걸은 한국인이었다. 이름은 Jamie Chung. Jamie는 Candace와 함께 후터스걸로 대사도 없이 잠깐 나왔다 사라지는 게 전부다. 하지만 어찌 그냥 흘려보낼 수 있으랴!



게이과 관련된 영화인데 여자 얘기만 하자니 좀 이상해진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남자 얘기만 하면 너무 삭막하지 않수?

아무튼, 다시 영화로 돌아가자.

척과 래리는 하는 수 없이 캐나다까지 가서 동성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그런데, 거기까지가 전부가 아니었다. 뉴욕시가 척과 래리의 결혼이 진실한지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게이가 아니면서 가짜 결혼을 통해 뭔가를 노리는 게 아닌지, 척과 래리가 진짜로 게이커플인지 조사하려는 것!

그저, 서류상으로 슬쩍 해놓으면 될줄 알았던 척과 래리는 여차하다간 교도소행이란 걸 알고 변호사까지 찾아간다. 결혼을 물릴 수는 없으니 변호사라도 고용해 생각보다 심각해지는 상황에 대처하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섹시한 제시카 비엘이 변호사역으로 나오면서 '껄떡쇠' 척을 흥분시킨다.



스토리가 이쯤 되자 1990년 영화 <그린 카드(Green Card)>가 떠올랐다. 영화 <그린 카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미국 영주권을 따기 위해 위장결혼을 한다는 내용이다.



<그린 카드>는 동성결혼과는 상관없는 영화지만 위장결혼을 한다는 게 <척 & 래리>와 비슷하다. 차이점이라면, <그린 카드>에 나오는 위장결혼은 실제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척 &amp;amp; 래리>에 나오는 동성간의 위장결혼은 아직까지 실제로 본 적 없다는 게 될 것이다.

미 국서 영주권 없는 남자와 시민권을 가진 남자가 농담을 주고받는 걸 가끔 들어보면 '마땅한 여자가 없으면 동성 위장결혼이라도 하라'는 얘기가 나오긴 하더라. 하지만, 어디까지나 농담이지 실제로 그렇게 했다는 얘기는 아직까지 못 들어봤다. 남녀간의 위장결혼도 여차하면 들통날 수 있는데 한술 더 떠 동성간의 결혼이니 이민국에서 더욱 수상하게 여길 게 분명해 보인다.

척 과 래리는 모두 미국인이니 영주권 때문에 위장결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마땅한 여자가 없으면...'이라는 게 키포인트다. 목적달성을 위해선 결혼을 해야만 하는데 마땅한 여자가 없으면 남자라도 할 수 없지 않냐는 얘기인데, 바로 이게 정확하게 <척 & 래리>의 줄거리와 맞아떨어진다. 남자들끼리 농담으로 주고받던 얘기가 <척 & 래리>에 그대로 나오는 것이다.

<척 & 래리>는 실제 게이커플의 이야기가 아니라 게이 행세를 할 수 밖에 없는 두 남자가 위장결혼한 사실을 탄로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줄거리다. <그린 카드>와 마찬가지로 위장결혼한 것을 숨겨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사건을 맡은 여변호사가 자꾸 이렇게 나오면 곤란하지?



게이인 척 해야만 하는 척을 괴롭히는 건 다름아닌 미녀 변호사였다!

이게 성고문이 아니면 뭐란 말이냐!



<척 & 해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흥미진진한 조연들이다.

뉴욕 경찰로 잠깐 출연하는 댄 패트릭이 그 중 하나.



미국의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을 본 사람이라면 댄 패트릭을 모를 리 없다. ESPN에서 오랫동안 스포츠센터를 진행해온 유명한 스포츠 앵커다. <척 & 래리>에선 콧수염을 달고 나와 여차하면 못 알아볼 뻔 했는데 아무리 봐도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라 자세히 봤더니 목소리도 그렇고 댄 패트릭이 분명했다. 댄 패트릭이 ESPN에서 떠난다는 기사를 얼마 전에 봤다. 댄 패트릭은 ESPN을 떠나 무엇을 할 것인지 밝히지 않았는데 혹시 영화배우로 전업하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척과 래리가 소속된 소방서의 캡틴으로 나오는 댄 애크로이드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댄 애크로이드가 뉴욕의 소방서로 돌아오니까 <고스트버스터즈>가 생각나더라.



이밖에도 리처드 챔벌레인, 빙 라임스도 있다. 하지만, 가장 의미있는 조연은 아무래도 이 친구가 아닐까?

그룹 'NSYNC' 멤버였던 Lance Bass가 <척 & 래리>에서 결혼 축가를 부르는 밴드의 리더로 나온다. 이 친구가 왜 '의미있는 조연'인가 하면 얼마전에 자신이 게이라며 커밍아웃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척 & 래리>는 게이가 아닌 남자들이 게이 시늉을 하는 게 전부인 코메디 영화인가?

얼핏 보기엔 그렇게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척 & 래리>는 게이를 좋지 않게 보던 남자들이 얼떨결에 게이 시늉을 하게 되면서 게이들을 이해하게 된다는 게 이 영화의 메인테마다. 영화를 이렇게 만들지 않았다면 '게이를 희화했다'며 진짜 게이들로부터 비난을 사기에 꼭 알맞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척 & 래리>에는 '게이에게 손가락질 하지 마라', '게이라는 걸 숨기지 말고 떳떳하게 밝히라'는 메세지가 담겨있다.



게이들의 클럽 입구에서 종교단체들이 게이들을 혐오한다는 피켓시위를 하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다. 여기서 아담 샌들러가 시위자 하나를 때려눕히는 장면이 나오는데 내가 다 후련하더라.

잠깐! 난 절대 게이가 아니다. 하지만, 난 게이들에게 대한 거부감이 없다. 비비고 달려든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구태여 거리를 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내가 실제로 아는 게이들도 한 둘이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게이 편을 든다는 건 아니다. 무조건 자기네들이 옳다며 설쳐대는, 입바른 소리 하기 좋아하는 집단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일 뿐.

내가 좀 어릴 때 게이에게 왜 동성애자를 택했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여자와 결혼 해 딸까지 있는 남자였지만 이혼 한 뒤 남자와 함께 살았다. 그의 딸이 고등학생이었으니 당시의 내 나이와 비슷했다. 이혼한 것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그 다음 파트너가 남자라는 건 이해 안된다고 하자 그는 대뜸 '여자가 뭐가 그리 좋으냐'고 했다. 그가 여자들한테 무슨 피해를 입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여자들은 골치만 아프게 하는 빌어먹을 존재'라고 했다. 그렇게 여자가 싫어져서 남자를 택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살아보니까 남자가 여자보다 낫더라고 했다. 이해가 아주 안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렇지...' 하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여자 대신 남자와 살기로 했고, 이젠 여자보다 남자가 더 좋다는데 내가 옳다 그르다 할 권한이 있나?

<척 & 래리>를 보면서 이 사람 생각이 났다. 영화에선 부인과 이혼한 게 아니라 사별한 걸로 나오고, 그것으로 인해 래리가 여자를 싫어하게 된 것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 인생에 있어서 여자는 단 하나뿐'이라며 사별한 부인을 잊지 못하는 바람에 여자 대신 남자를 선택하게 된다는 줄거리가 그 때 그 남자를 떠올리게 한 것이다.



<척 & 래리>는 아주 오랜만에 본 재미있는 코메디였다. 살짝 유치한 데도 꽤 있고 줄거리 자체도 뻔할 뻔자라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게이 스토리'기 때문에 넘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게이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소방관들이 갑자기 게이커플이 되어 어정쩡한 상황에 자꾸 놓인다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게 뭐가 웃기냐'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도 게이가 아닌 남자 둘이 게이처럼 보이기 위해 손 붙잡고 다니고, 키스까지 해야하는 위기에 처하는 게 그래도 웃기던데? 게이들이 보기엔 하나도 힘들지 않은 거겠지만 게이가 아닌 남자들에겐 엄청난 결단력을 요구하는 행위들이다. <척 &amp;amp;amp;amp; 래리>는 계속해서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기 때문에 보나마나 뻔한 얘기인데도 웃기다.

<척 & 해리>는 게이들이 보더라도 전혀 기분나쁘지 않도록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영화다. 그렇다고, 게이들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섹시한 제시카 비엘과 후터스 걸들도 눈요깃 거리로 빼놓을 수 없다. 까놓고 말해, 난 게이가 아니라서 제시카 비엘과 후터스 걸들이 아직도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누가 뭐래도 난 여자가 더 좋으니까 뭐라 하지 마슈.

2007년 7월 20일 금요일

액션영화 줄거리 비현실적이면 곤란하다

액션영화가 100% 사실적일 수 없다는 건 다들 아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무작정 막가도 괜찮다는 건 아니다. 액션영화가 지나치게 나가면 공상과학이나 판타지 영화처럼 돼버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 만화처럼 돼버린다는 것이다.

지금 여기서 말하는 건 줄거리가 허술하냐를 말하는 게 아니다. 아무리 액션이 전부인 영화라도 줄거리가 어처구니 없을만큼 심하게 나가면 김이 그자리에서 빠져버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영화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소설 또한 마찬가지다.

범죄, 수사, 첩보, 밀리터리 소설들은 리얼리즘이 필요하다. 범죄/수사 소설인데 갑자기 범인이 뱀파이어인 걸로 드러나면 김이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첩보/밀리터리 소설인데 미국에서 핵폭탄이 터지고 국방장관, CIA 국장 등 한가닥 하는 사람들이 전부 죽거나 배신자인 걸로 밝혀진다면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줄거리가 흥미진진하더라도 '이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까지 나가면 곤란하단 것이다.

톰 클랜시의 <공포의 총합>이나 로버트 러들럼의 <스코피오 일루션>이 약간 심하게 나간 스파이 소설에 속한다. 포스트 9-11인 요샌 미국서 핵폭탄 테러가 발생한다는 게 더이상 판타지가 아닐지 모르지만, 여전히 현실적이지 않은 재앙이란 생각이 든다. CIA 국장, 국무부 장관, 국방장관 등이 전부 테러조직에 포섭됐거나 그들에 의해 암살당하는 줄거리 역시 만만치 않다. '거기까지 침투했다'는 게 충격적이라고 느껴지지 않고 황당해 보인다.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저렇게까지 될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저기까지 침투했다, 핵폭탄이 터졌다는 걸 순순히 받아들이고 그런 전제하에서 진행되는 줄거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면 아무 문제 없겠지만 그게 안되면 곤란해진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소설들에는 '너무 심했다'는 리뷰가 따라붙곤 한다.

어떤 사람들은 '실제 스파이와 소설에 나오는 스파이는 천지차이', '007은 없다'고 한다. 다 아는 얘기다. MI-6란 이름 자체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국 정보부를 MI-6라고 하는 건 한국의 국정원을 중앙 정보부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정도는 오케이다. 문제는 소설과 영화에 나오는 스파이들이 하나 같이 미남이고 멋진 자동차에 미녀들을 끼고 다닌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도 사실 괜찮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이 정도의 '구라'는 괜찮다고 본다.

TV 시리즈 'Alias'는 나름대로 볼만했지만 '스토리가 좀 더 리얼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최근개봉한 <다이하드 4>도 NYPD의 이야기에 어울리지 않는 지나치게 큰 '스케일'이 분위기를 망친 케이스다. 아무리 '액션이 첫 째, 줄거리는 나중'인 영화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줄거리 자체가 아예 눈에 띄지 않는 건 아니다. <다이하드 4>의 모든 걸 지금처럼 그대로 내버려두는 대신 황당한 싸이버 테러 얘기를 빼고 그저 평범한 경찰 이야기로 바꾼다면 지금보다 나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천상 줄거리는 그리 중요치 않은 영화니까 불필요하게 신경에 거슬리는 것만 없애면 좋겠다는 거다.

여기서 문제가 하나 나온다: 대체 무엇을 가지고 '리얼하다'고 하는 걸까.

액션영화에서 말이 안되는 액션씬이 나오는 걸 가지고 뭐라 할 수 없다. 사실 난 총알이 떨어지지 않는 것도 많이 눈감아 주는 편이다. 너무 심하면 욕나오지만. 이러한 터무니 없는 액션씬은 아무리 리얼한 액션영화라고 해도 나오게 돼있다. 때로는 이런 것들이 영화를 유치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아주 심하지 않은 이상은 너그럽게 봐줘야 한다.

문제는 줄거리다. 줄거리가 아무리 중요치 않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짜임새 있는 줄거리 진행이 필요없다는 거지 닥치는대로 아무거나 말도 안되는 황당한 수준의 줄거리를 붙여놔도 된다는 건 아니다. 우지근찌근 와장창 하는 걸로 때우고 줄거리는 형식적인 거라 해도 '이건 진짜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황당한 줄거리는 곤란하다. 액션영화 팬이더라도 형사, 스파이, 밀리터리 액션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스토리가 리얼한 것을 좋아한다. 줄거리를 완전히 무시하고 액션만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런 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짜임새가 있고 재미가 있더라도 스토리가 지나치게 말이 안되는 것처럼 느껴지면 소설에 빠져들지 못한다. 책은 재미있게 읽을지 몰라도 만족도가 높지 않을 것이다.

수퍼액션 히어로와 '인간 액션 히어로'는 구분해야 한다. 아무리 뻔한 영화더라도 각자 어울리는 그럴싸해보이는 스토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럴 듯한 스토리에 빠져들도록 만드는 게 1차목표인데 너무 심하게 나가버리면 사람들이 흥미를 잃어버린다. '구라 액션'보다 '구라 스토리'가 더 치명적이다.

007 50주년엔 누가 제임스 본드일까


<본드23>가 2010년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직 <본드22>의 제목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무슨 소리냐고?

<본드22>가 2008년 11월7일 개봉이니 아직 1년도 넘게 남았는데 <본드23> 얘기할 때냐고?

<본드23>보다 <본드24>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젠 <본드23>도 아니고 <본드24> 타령이냐고?

다 이유가 있다.

<본드24>가 2012년에 나온다면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작이 되기 때문이다.

버라이어티에 의하면 'While director Marc Forster is just now working with writers on the next Bond film for 2008, there's a 2010 date for the one after that.' 이라고 한다. 마크 포스터 감독이 2008년 개봉예정인 <본드22> 작업을 막 시작했는데 <본드23> 스케쥴까지 잡혔다는 것이다. 소니가 왜 벌써부터 2010년 계획을 밝혔는지는 별로 중요치 않다. 이건 그쪽 동네 친구들 얘기일 뿐이니 관심없다. 중요한 건 <본드23>가 2010년 개봉이라는 것이다.

<본드23>가 2010년 개봉으로 정해졌다니 <본드24>는 2012년이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사실, 어지간한 본드팬들은 <본드23>가 2010년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그래야 시리즈 50주년을 기념하는 2012년에 007 영화를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현재 제임스 본드인 다니엘 크레이그의 계약이 <본드23>로 끝난다는 것이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세 편의 007 영화에 출연한다는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크레이그가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면 그의 마지막 007 영화는 2010년 개봉할 <본드23>가 된다.

크레이그가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50주년 기념작을 코앞에 두고 새로운 배우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도 된다.

헐리우드 리포터에 의하면 'Executives recently renegotiated the company's deal with star Daniel Craig to continue as 007, significantly upping his salary'라고 한다. MGM이 다니엘 크레이그와 재계약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데뷔를 성공적이라고 한다. 그의 첫 번째 007 영화 <카지노 로얄>이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번째 본드영화 하나만 가지고 다니엘 크레이그 버전 제임스 본드를 평가할 수 없다. <본드22>, <본드23>가 죽을 쑤면 다니엘 크레이그 버전 제임스 본드도 타격받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카지노 로얄> 이후에 나온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가 하나같이 별볼일 없다고 하더라도 50주년을 코앞에 두고 새로운 배우로 교체하고 싶을까?

다니엘 크레이그가 <본드27>까지 계약을 할지, <본드24>까지 하나만 더 한다고 할지, 아니면 <본드23>를 끝으로 떠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50주년 기념작이 될 <본드24 (2012)>까지는 계속한다'에 한표 던진다.

<트랜스포머스> KICK ASS!


<트랜스포머스>는 정신 바짝 차리고 보면 상당히 유치한 영화다. '변신 로보트' 장난감을 영화로 옮겼는데 심오한 줄거리와 감동을 기대한다면 상당히 곤란하다. 어린이/청소년층을 대상으로 만든 영화는 대부분 허무하게 보일 정도로 이랬다 저랬다 하면서 정신없이 줄거리를 끌고간다. 고등학생들끼리 키득거리다가 갑자기 지구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다는 식으로 분위기가 바뀌면서 상당히 오버하기 일쑤다. <트랜스포머스>도 여기에 딱 해당된다.

하지만, <트랜스포머스>는 이러한 썰렁함을 커버할만한 것들이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유머, 군침 넘어가는 여주인공과 자동차, 그리고 L.A를 다 때려부수는 로봇들이 바로 그것이다. 영화 자체는 썰렁하지만 그것 말고 다른 데 정신 팔리도록 해놨으니 좀 유치한 것들은 그려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이런 영화들은 이렇게 만들어야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내용은 좀 유치해도 가끔 웃기기도 하고 숨막히는 액션으로 압도하다가 여배우가 침 넘어가는 포즈 한번 잡아주고 말이다. 이런 게 맞아떨어지니 내용이 약간 '아동틱' 해도 지루한줄 모른다.

느닷없이 그렘린이 우정출연하는 것도 재미있다. <트랜스포머스>에서 그렘린이 돌아다는다는 게 아니다. 그렘린 그림이 붙어있는 버스(?)가 지나가는 장면이 전부. <트랜스포머스>가 스필버그 영화란 걸 보여준 것이다. 이런 류의 영화를 많이 만들어 본 스필버그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일까? <트랜스포머스>를 보고있으면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많이 만들어 본 프로가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변신 로봇들이 설쳐대는 한심한 얘기를 가지고 이정도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게 바로 기술이리라.

비록, 그렘린은 <트랜스포머스>에 나오지 않지만 그렘린 못지않게 귀여운(?) 녀석이 나온다. 바로 이녀석이다.


좀 성가시게 구는 녀석이지만 <트랜스포머스>에 나오는 로봇 중에서 가장 작은 녀석이니 귀엽다고 해줘야겠지?

이녀석만 보면 자꾸 <스타워즈> 시리즈에 나온 '드로이드 트루퍼스'가 떠오른다. 생긴 건 다르지만 소리내는 것도 비슷하고, 무엇보다도 위협적이지 않고 웃기려고 나왔다는 게 서로 비슷해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트랜스포머스>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이런 게 아니다.

1) GM 자동차를 사라. 혹시 로봇으로 변신할지 누가 아냐.

왼쪽부터: Tomkick, Camaro, Solstice, Hummer H2


Chevy Camero


Pontiac Solstice


GMC Tomkick

왠지 모르겠지만, 영화사보다 GM이 <트랜스포머스>의 흥행성공에 목을 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라도 해서 차 좀 팔아봐야지?

2) 쇼핑은 이베이(eBay)에서 해라. 참고로, eBay 모터에서 자동차도 살 수 있다. 기왕이면 GM으로 사라. 뿐만 아니라, 하스브로에서 만든 <트랜스포머스> 완구 시리즈도 살 수 있다. 이것도 모자라 이베이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역할까지 맡았다.

3) 만만한 게 L.A다. 그냥 다 박살내도 된다.

그런데, 좀 심한 감이 있다. 클라이맥스 씬이 약간 길게 느껴졌다는 거다. 영화가 스피디하게 전개돼다가 갑자기 더뎌진 것처럼 느껴졌다. 3D 로봇들의 배틀이 화려하긴 하지만 반복되는 것처럼 보였다. 3D 로봇들끼리 치고박는 걸 보면서 감탄하는 것도 잠깐인데 비슷한 장면들이 계속 반복되니까 이전처럼 흥이 나지 않았다. 이 영화는 3D 로봇들끼리 치고박는 게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영화인만큼 3D 로봇 배틀씬이 많이 나올 것까지는 각오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주요 볼거리라는 것도 알고있었다. 그런데, 도중에 약간 지치게 되는 걸 피할 수 없었다.



얼마 전 3D 프로그램, '마야'의 웹사이트에 갔더니 실사와 CG를 알아맞추는 게 있었다. 사진들을 죽 보여주면서 어느 게 CG고 어느 게 실사인지를 집어내라는 것이다. 내 기억으론 7~80% 맞췄던 것 같다. 전부는 못 맞췄지만 저 정도나마 맞출 수 있었던 건 비디오게임의 도움이 컸다. 비디오게임을 하면서 CG에 단련된 것이다. 이처럼 오랫동안 3D 비디오게임으로 눈이 단련된 사람들은 3D 로봇 배틀의 화려함에서 빨리 벗어날지도 모른다. <트랜스포머스>는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 1, 2, 3>처럼 영화보다 게임에 가깝게 보일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요새는 많은 사람들이 3D 그래픽에 단련돼있는데 3D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시시하다는 소리 듣게 될지도 모른다. 아이들로부터도 말이다.

아무래도 <트랜스포머스>의 가장 큰 수확은 Shia Labeouf와 Megan Fox일 것이다.


샤이아 라보프는 내년에 개봉될 <인디아나 존스 4>에도 캐스팅됐다. 2년 연속으로 블록버스터 영화에 나오는 것이다. <인디아나 존스 4>에선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의 아들 역으로 나오는 걸로 알려졌다. 아무래도 스필버그의 눈에 든 모양이다.

메간 폭스는 '3D Madness'가 시작되기 직전에 남성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의도된 장면에서 의도된 포즈를 한번 잡아준 건데 '스타탄생'이란 얘기까지 들린다. 사실, 저 장면에서 '나는 자동차만 봤다', '뒤에 보이는 경치만 봤다'고 하는 사람 몇이나 되겠냐. 난 다른 게 눈알에 안 들어오더라...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건 미국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다. 내가 비디오게임과 씨름을 오래 했기때문에 미국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에 감정이 많다. 미국 성우들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는 잘 한다. 그런데, 거기만 지나면 대책이 안 선다.

이 문제는 미국 비이오게이머들로부터 10년 넘게 지적받아온 것이다. 플레이스테이션이 나왔을 때부터 이 문제와 씨름했으니 진짜로 10년 넘었다.


<트랜스포머스>는 게임이 아니지만 3D 로봇들의 목소리를 녹음해야만 했다. 그런데, 도대체 미국 성우들이 목소리 더빙을 하면 왜 이렇게 썰렁하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게임을 안 해본 사람들은 잘 이해가 안될지 몰라도 영어로 더빙된 북미판 비디오게임을 해본 '게이머'들은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몇 년 전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로 유명한 스퀘어-에닉스의 Q&A 세션에 간 적이 있는데 한 미국 기자가 '북미판 게임도 일어 더빙에 영어 자막으로 하면 안되겠냐'고 질문할 정도였다. 사실 약간 황당한 질문이었기 때문에 요이치 와다 대표는 '고려해보겠다'며 웃어넘겼지만 미국 성우들이 그 '맛'을 잘 살리지 못하는 건 미국인들도 인정한다는 것이다.

<트랜트포머스>에서는 로봇의 목소리가 웅웅거렸고 대사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지만 여전히 성우들 때문에 <트랜스포머스>가 더욱 애들영화처럼 보이게(들리게?) 됐다.


<트랜스포머스>는 쿨한 영화다. 알록달록한 로봇들이 나오는 영화지만 지루하거나 한숨을 쉴만한 영화가 아니다. 영화 내내 우지끈지끈 하는 영화를 찾는다면 <트랜스포머스>가 딱이다. 아무 생각없이 시간 가는줄 모르고 볼 수 있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쿨하다'는 것 빼곤 기억나는 게 없는 이런 영화를 원한다면 <트랜스포머스>가 '왔다'다.

<트랜스포머스>의 메인 타이틀곡이라고 할 수 있는 Linkin Park의 'What I've Done' 뮤직 비디오나 보면서 끝내자. 이 노래는 카메로의 라디오에서 잠깐 나오고 마지막에 엔딩 타이틀 올라가면서 또 나온다. 그렇다면 '메인 타이틀'이 아니라 '엔딩 타이틀'이라고 해야 맞을지도 모른다.

그냥 보자...

<라타투이>, 쥐를 다시 보게되다


난 어지간해서 애니메이션을 극장서 보지 않는다. 볼 게 없어서 애니메이션까지 극장에 가서 봐야하냐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말 <라타투이(Ratatouille)> 티져 트레일러를 보고 나니까 '이건 극장에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끌렸다. 아, 내가 쥐띠를 좋아한다든가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냥 끌렸을 뿐이다.

그래서 개봉일에 맞춰 극장에 갔다. 2D, 3D를 떠나 애니메이션을 보러 극장에 간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우려했던대로 아이들한테 밟혀죽을 뻔 했다. 상영중에 수시로 극장 안을 배회하는 녀석, 뒷좌석에서 자꾸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녀석과 함께 보려니 <라타투이>가 공포영화처럼 보이더라.

물론, <라타투이>는 '공포'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영화다. 입이 참 고급인 주인공, 레미가 고급 요리사가 되는 게 줄거리이기 때문이다. 레미가 사람이 아니라 쥐라는 것은 다들 알고있으리라.

작년에 티져 트레일러만 봤을 때는 쥐가 고급 음식을 먹기위해 고급 레스토랑 주변에 어정거리다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아예 요리사가 되고자 한다는 줄거리라는 걸 알고 약간 실망했다. 이것은 좀 의외였다. 쓰레기 먹기를 거부한 레미라는 쥐가 고급 음식을 고집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웃기는데 요리사까지 된다는 건 너무 심하게 나간 것 같았다. 만화 줄거리인데 심하게 나가고 자시고가 어디 있냐고 한다면 할 말 없겠지만 말이다.


레미가 요리사가 되기까지의 우여곡절도 흥미롭긴 하다. 하지만, 레미의 모험 이야기가 Linguini라는 자격미달 요리사 이야기와 얽히면서 좀 지루해진다. 아무래도 아이들용 애니메이션인만큼 '쥐와 인간의 우정'이라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필요했을지도 모르지만 레미의 이야기에서 인간들의 이야기로 줄거리가 넘어가면서 좀 늘어지는 기분이 든다. 레스토랑 얘기엔 관심없고 레미의 무용담(?)만 보고싶은데 영화의 줄거리가 '미식쥐' 얘기에서 레스토랑 얘기로 넘어가니까 살짝 따분해진다.

하지만, '쥐와 인간이 함께 요리를 한다'는 아이디어는 재미있다.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건 프랑스 요리 'Ratatouille'와 '쥐(Rat)'를 연결시킬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음식이름은 맛있어 보여야 하는데 'Ratatouille'는 '쥐(Rat)'를 연상시킬 뿐 하나도 맛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대사에 손 들었다. <라타투이>는 동심이고 서심이고간에 어른이 재미있게 보기엔 살짝 힘든 영화라고 해야겠지만 금년 들어 본 영화들 중에서 가장 코믹한 영화인 것 같다. 좀 '아동틱'한 영화이긴 하지만 레미의 사진을 볼 때마다 킬킬거리게 만들 정도는 된다. 극장을 나와 집으로 운전하고 오면서도 혼자서 킬킬거리게 만들 정도는 된다.

배우들이 나오는 코메디 영화보다 CG 캐릭터가 뛰어다니는 3D 애니메이션이 더 웃길 때도 있다. 특히, 어린이용 영화에선 더욱 그렇다. 멀쩡한 배우들이 어린이들을 웃기려고 억지로 쇼하는 것을 보고있으면 좀 한심하게 보이지만 3D 애니메이션에는 배우가 직접 나오지 않기 때문에 거꾸로 덜 유치해보인다. 아이들을 데리고 어린이용 영화를 보러가야만 한다면 배우가 나오는 어린이 영화보다 CG 캐릭터가 나오는 애니메이션이 어른들이 버티기에(?) 수월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레미라는 은근히 골때리는 쥐새끼(?)가 날 웃겼다. 좀 아동틱 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몇 번 날 웃겼다. 웃겨야 정상인 코메디 영화를 보고도 말똥말똥했던 것에 비하면 레미가 한 수 위다. 제목이 좀 발음하기 골때린 게 문제긴 하다. 아무리 음식이름이라지만 영어가 아니다보니 어떤 여자는 아예 'Rat Movie 표 달라'고 하더라. 나도 집에서 연습을 하고 갔는데도 '라타타타...'가 나왔다. 하지만, 아이들은 '라타투이' 발음 잘 하더라. 그러니 뭐 큰 문제는 아니리라.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쥐때문에 한바탕 소동을 벌였고 아직도 이녀석들이 가끔 '방문'하는 것 같기 때문에 쥐와는 그다지 좋은 사이가 아니다. 하지만, 레미처럼 클래스 있는 쥐새끼도 있다는 걸 알고 감명받았다.

쥐새끼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