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베이 패커스와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경기를 아주 힘들게 봤다.
인터넷으로 NFL.COM의 문자중계와 NFL LIVE 동영상을 동시에 쳐다보며 아주 힘들게 봤다.
스크린이 너무 J만하지 않냐고?
원한다면 풀 스크린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풀 스크린 화질 퀄리티가 좋지 않아 J만한 화면으로 보는 게 차라리 나은 것 같더라.
그렇다고 풋볼경기 전체를 인터넷으로 중계한 것도 아니다.
툭하면 NFL LIVE 데스크로 옮겨가고, 나중엔 중계방송을 제쳐두고 경기와는 무관한 NFL 필름 다큐멘타리까지 틀어줬다. 그린베이 패커스와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경기가 진행중인데 조 몬타나가 나오는 옛 경기 화면을 틀어주더란 말이다.
NFL이 왜 이따위 짓을 하고 있냐고?
NFL 네트웍이라는 자체 채널을 만들어 정규시즌 중계방송까지 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NFL 네트웍을 만든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케이블 회사가 NFL 네트웍을 기본채널 그룹에 넣지 않고 스포츠 프리미엄 패키지에 넣으면서 시작됐다. 결국은 NFL과 케이블 회사간의 돈문제다.
하지만, 이 덕분에 피해를 보는 건 케이블 유저 NFL 팬들이다. TV를 소유한 미국 전체 가구 중 2/3는 NFL 네트웍을 통해 중계방송되는 경기를 볼 수 없다고 한다. NFL 네트웍 경기를 볼 수 있는 1/3은 위성방송 DirecTV 유저 아니면 컴캐스트의 스포츠 프리미엄 패키지 유저들이다.
NFL 네트웍을 지지하는 달라스 카우보이스 구단주, 제리 존스는 며칠전 기자회견에서 '(NFL 네트웍을 볼 수 있는)위성TV로 바꾸라'고까지 했다.
NFL 네트웍 하나 때문에 스포츠 프리미엄 패키지를 사라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 하나 때문에 케이블에서 위성으로 바꾸라는 것 역시 넌센스처럼 들린다. TV를 자주 보는 사람들은 케이블과 위성의 여러 가지 장단점들을 비교해서 선택할지 모르지만 NFL 네트웍 하나 때문에 교체를 고려하라는 건 좀 웃긴다.
하지만, NFL이 이것을 더이상 웃기지 않게 만들고 있다.
처음엔 시범경기가 전부였지만 작년부터인가 NFL 네트웍에서 정규시즌 경기까지 중계방송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NFL 네트웍이 안 나오는 사람들은 정규시즌 경기를 보고싶어도 못 보도록 만든 것이다.
오늘 있었던 달라스 카우보이스와 그린베이 패커스의 경기를 예로 들어보자.
이 경기는 NFL 네트웍을 통해서만 중계방송 된 목요일 저녁 스페셜 풋볼경기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NFL 네트웍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기 때문에 달라스와 그린베이 지역에선 NFL 네트웍이 아닌 다른 채널을 통해서도 중계방송 됐다. NFL이 욕을 덜 먹기 위해 '배려'한 것이다. 달라스와 그린베이 시민들마저 NFL 네트웍때문에 경기를 못 보게 된다면 욕을 삼태기로 먹을 것 같으니까 해당지역 두 곳에만 예외를 둔 것.
하지만, 텍사스와 위스콘신주를 제외한 나머지 48개주 주민들은 NFL 네트웍 없인 경기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NFL이나머지 48개주 풋볼팬들에 대한 '배려'를 잊은 건 아니다.
NFL.COM의 NFL LIVE가 그것.
그런데, NFL LIVE를 통해 경기 전체를 중계방송하면 사람들이 NFL 네트웍 채널에 관심갖지 않을 것 같으니까 경기실황을 중계하다 NFL LIVE 스튜디오로 돌아오고, 나중엔 경기와는 상관없는 다큐멘타리까지 틀어놓는 걸 반복했다. 인터넷으로 경기를 중계해준 건 맞지만 100% 중계해주지 않고 감질나게 찔끔찔끔 보여준 것이다. '시원하게 중계방송을 보고싶으면 NFL 네트웍으로 보라'는 게 NFL이 하고싶은 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NFL 네트웍 때문에 풋볼경기를 보지 못하는 48개주 풋볼팬들의 분노를 무시할 순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치사하게 이게 뭐냐는 생각이 든다.
NFL 네트웍 홍보를 하고싶은 것까진 이해 못하는 게 아니지만 그렇다고 인터넷을 통해 이런 식으로 감질나게 장난칠 정도로 쪼다들은 아니지 않냐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종목이 미식축구고, 바로 여기에 NFL이 버티고 있는데 매경기 모두 인터넷으로 중계방송 해줘도 시원찮을 판인 것 같은데 이게 뭐하는 짓이냔 거다.
NFL 정규시즌 경기를 미식축구에 별관심 없는 영국에 가서 하지 않나, 미국의 2/3가 못본다는 걸 알면서도 정규시즌 경기를 NFL 네트웍으로 가져가지 않나, 최근들어 NFL이 하는 걸 보면 정이 안간다.
하지만, 며칠전 세상을 떠난 워싱턴 레드스킨스 세이프티, 숀 테일러를 추모하는 건 올바르게 하고있는 것 같다.
테일러 사망후 열린 첫 NFL 경기인 달라스와 그린베이 경기에서 헬멧 뒤에 붙은 '21'이란 번호가 눈에 띄었다.(사진)
바로, 숀 테일러의 번호다.
달라스 카우보이스와 워싱턴 레드스킨스는 수십년간 치열한 라이벌 관계였지만 매년마다 두 번씩 마주하는 상대다보니 카우보이스 선수들에게도 숀 테일러 사건이 남의 얘기 같지 않을 것이다.
숀 테일러도 달라스 카우보이스 헬멧에 자신의 넘버가 붙게 될 줄은 몰랐을지도...
잠깐!
다 좋은데 경기결과에 대한 얘기는 왜 없냐고?
달라스 카우보이스 팬이라면 이 경기의 결과는 안봐도 다들 알 수 있었을 것이다.
90년대부터 지금까지 그린베이가 달라스 홈에서 이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건 점수차다.
달라스가 그린베이를 텍사스 스테디움에서 꺾을 때마다 항상 10점차 이상으로 이겼다는 것.
2007년 결과도 딱 여기에 맞아떨어졌다.
파이널 스코어 = 37:27
그렇다. 딱 10점차다.
경기 내내 3점차, 7점차가 나는 걸 보면서 '또 10점차로 이기는구나' 했다...ㅋㅋ
27대24로 그린베이가 3점차로 따라붙었을 때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터치다운을 하면 34대24로 다시 10점차가 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달라스가 터치다운을 했다. 그런데, 그린베이가 필드골을 차면서 34대27을 만들었다.
오 그래? 그렇다면 달라스가 필드골을 하나 더 차겠구만...ㅋㅋ
예상대로 달라스가 마지막 필드골을 차면서 파이널 스코어는 37대27.
라스베가스 라인에 달라스가 그린베이에게 7점을 줬던데, 만약 내가 돈을 걸었다면 달라스에 걸었을 것이다. 10점차로 이길 게 분명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해서,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11승1패가 됐다. 뉴잉글랜드, 인디아나폴리스, 샌디에고가 11승1패라면 '그런가부다' 하겠지만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11승1패라니까 아직까지 좀 얼떨떨하다. 토니 로모가 툭하면 한 경기에 터치다운 패스를 4개씩 던질줄 누가 알았으랴!
빌 파셀스가 달라스 카우보이스 헤드코치일 때 탑 드래프트 픽 쿼터백들의 몰락을 얘기했던 게 기억나는데 이제 보니 드래프트 되지도 않았던 토니 로모의 성공 가능성을 보고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만 해도 '아무리 그렇다 해도 쿼터백은 탑 드래프트 픽이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는데...
2007년 11월 30일 금요일
2007년 11월 28일 수요일
숀 테일러, 아쉬움만 남긴채 떠나다
워싱턴 레드스킨스(Washington Redskins) 세이프티, 숀 테일러(Sean Taylor: 1983~2007)가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와의 NFL 정규시즌 10째주 경기에서 부당당했다는 것까진 알고 있었다.
덕분에, 숀 테일러는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와의 11째주 경기를 뛰지 못했다.
탬파베이 버캐니어스(Tampa Bay Buccaneers)와의 12째주 경기도 뛰지 못했다.
숀 테일러는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덕분에 마이애미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여자친구, 어린 딸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부상도 경기의 일부인만큼 여기까지는 별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 월요일 뉴스에선 완전히 다른 부상을 얘기하고 있었다.
총상이었다.
월요일 새벽 괴한(들)이 숀 테일러의 집에 침입해 테일러에게 총을 쏘고 도주했고, 허벅지 부근에 총상을 입은 테일러는 출혈과다로 중태라는 것.
숀 테일러는 화요일 새벽 결국 세상을 떠났다.
1월1일 새벽 신년파티를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총에 맞아 사망한 덴버 브롱코스(Denver Broncos)의 주전 코너백 대런트 윌리암스(Darrent Williams)에 이어 금년들어 두 번째로 NFL 선수가 총에 맞아 사망하는 어이없는 사건이 터진 것.
난 워싱턴 레드스킨스 팬이 아니다. 하지만, 숀 테일러 이 친구는 참 맘에 들었다. 레드스킨스에서 가장 맘에 드는 선수를 하나 꼽으라고 하면 주저없이 '숀 테일러'라고 했을 것이다.
그의 사생활이 조금 정신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음주운전으로 걸리기도 했고 총을 들고 설치다가 오랫동안 교도소 생활을 할뻔도 했다.
하지만, 풋볼필드에서의 숀 테일러는 '괴물'이었다. 세이프티치고 몸집이 상당히 컸기 때문에(키 6피트2인치, 몸무게 212파운드 - NFL.COM) 항상 눈에 띄는 선수였다. 마이애미 대학(University of Miami)에서 뛸 때부터 눈여겨 봤을 정도다. 숀 테일러는 라인배커(Linebacker) 사이즈의 큰 덩치로 보는 사람조차 뼈가 시릴 정도의 거친 태클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빅태클이라면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의 로이 윌리암스(Roy Williams)도 끼지 않냐고?
물론이다. 로이 윌리암스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로이 윌리암스는 태클전문일뿐 패스수비에 취약한 반면 숀 테일러는 빅태클뿐만 아니라 DB(Defensive Back)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패스수비에도 능했다. 2007년 시즌 숀 테일러는 10경기동안 5개의 인터셉션을 기록중이었다. 테일러의 시즌 최다기록이다.
그렇다. 숀 테일러는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이대로였다면 'NFL 올스타'격인 프로보울(Pro Bowl) 플레이어로 선정되는 것도 무난해 보였다.
하지만, 이젠 더이상 숀 테일러의 무시무시한 빅태클을 구경할 수 없게 됐다. 더이상 숀 테일러의 거칠고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를 구경할 수 없게 됐다.
2007년 11월 NFL팬들은 엄청난 플레이메이커 하나를 잃었다.
그래서 숀 테일러의 2007년 시즌 하이라이트를 한번 모아봤다. 07시즌 첫 째주부터 '마지막'까지의 하이라이트를 모아봤다.
덕분에, 숀 테일러는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와의 11째주 경기를 뛰지 못했다.
탬파베이 버캐니어스(Tampa Bay Buccaneers)와의 12째주 경기도 뛰지 못했다.
숀 테일러는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덕분에 마이애미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여자친구, 어린 딸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부상도 경기의 일부인만큼 여기까지는 별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 월요일 뉴스에선 완전히 다른 부상을 얘기하고 있었다.
총상이었다.
월요일 새벽 괴한(들)이 숀 테일러의 집에 침입해 테일러에게 총을 쏘고 도주했고, 허벅지 부근에 총상을 입은 테일러는 출혈과다로 중태라는 것.
숀 테일러는 화요일 새벽 결국 세상을 떠났다.
1월1일 새벽 신년파티를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총에 맞아 사망한 덴버 브롱코스(Denver Broncos)의 주전 코너백 대런트 윌리암스(Darrent Williams)에 이어 금년들어 두 번째로 NFL 선수가 총에 맞아 사망하는 어이없는 사건이 터진 것.
난 워싱턴 레드스킨스 팬이 아니다. 하지만, 숀 테일러 이 친구는 참 맘에 들었다. 레드스킨스에서 가장 맘에 드는 선수를 하나 꼽으라고 하면 주저없이 '숀 테일러'라고 했을 것이다.
그의 사생활이 조금 정신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음주운전으로 걸리기도 했고 총을 들고 설치다가 오랫동안 교도소 생활을 할뻔도 했다.
하지만, 풋볼필드에서의 숀 테일러는 '괴물'이었다. 세이프티치고 몸집이 상당히 컸기 때문에(키 6피트2인치, 몸무게 212파운드 - NFL.COM) 항상 눈에 띄는 선수였다. 마이애미 대학(University of Miami)에서 뛸 때부터 눈여겨 봤을 정도다. 숀 테일러는 라인배커(Linebacker) 사이즈의 큰 덩치로 보는 사람조차 뼈가 시릴 정도의 거친 태클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빅태클이라면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의 로이 윌리암스(Roy Williams)도 끼지 않냐고?
물론이다. 로이 윌리암스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로이 윌리암스는 태클전문일뿐 패스수비에 취약한 반면 숀 테일러는 빅태클뿐만 아니라 DB(Defensive Back)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패스수비에도 능했다. 2007년 시즌 숀 테일러는 10경기동안 5개의 인터셉션을 기록중이었다. 테일러의 시즌 최다기록이다.
그렇다. 숀 테일러는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이대로였다면 'NFL 올스타'격인 프로보울(Pro Bowl) 플레이어로 선정되는 것도 무난해 보였다.
하지만, 이젠 더이상 숀 테일러의 무시무시한 빅태클을 구경할 수 없게 됐다. 더이상 숀 테일러의 거칠고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를 구경할 수 없게 됐다.
2007년 11월 NFL팬들은 엄청난 플레이메이커 하나를 잃었다.
그래서 숀 테일러의 2007년 시즌 하이라이트를 한번 모아봤다. 07시즌 첫 째주부터 '마지막'까지의 하이라이트를 모아봤다.
2007년 11월 23일 금요일
'힛맨' - 문어머리가 전부가 아니다
비디오게임을 영화로 옮기면 하나 같이 쓰레기가 된다.
어지간한 게이머들에겐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닐 것이다.
'레지던트 이블', '사일렌트 힐', '블러드 레인', '모탈컴뱃', '스트릿 파이터', '데드 오어 얼라이브' '얼론 인 더 다크', '툼 레이더' 모두 게임을 영화로 옮겼다가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간 영화들이다.
영화를 비디오게임으로 옮겨도 하나 같이 쓰레기가 된다.
영화의 인기에 의존해 재미를 보려는 얇팍한 수준의 게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온 '300' 비디오게임부터 시작해서 빅네임 영화 프랜챠이스 계약에 열을 올렸다가 죽쒔던 EA의 영화 라이센스 비디오게임들도 빼놓을 수 없다. 작년에 나온 '다빈치 코드' 비디오게임도 불후의 쓰레기 명작 중 하나로 꼽힌다.
때문에, 비디오게임을 영화로 옮기거나 영화를 비디오게임으로 옮기는 것을 좋게 보지 않는다. 네임밸류 빼고나면 볼 것 하나도 없게 만들어 놓고 팔아먹을 생각만 하는 게 전부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이런 영화가 나왔다. 이번엔 EIDOS의 액션/어드벤쳐 타이틀 '힛맨(Hitman)'의 차례.
EIDOS 비디오게임 캐릭터가 스크린 데뷔를 한 건 에이전트47이 처음이 아니다. '툼 레이더' 시리즈의 라라 크로프트가 있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안젤리나 졸리가 라라 크로프트로 나왔던 그 영화 시리즈 말이다. 이것도 EIDOS 비디오게임이다.
'툼 레이더' 비디오게임 시리즈를 해 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안젤리나 졸리의 영화는 '툼 레이더' 게임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라라 크로프트라는 캐릭터의 스타일리쉬한 부분 몇 가지만 갖다 붙여놓고 나머지는 안젤리나 졸리가 마약복용후 환각상태에 빠져있는 듯한 제정신 아닌 라라 크로프트를 아주 멋지게 오버연기 하면서 망쳐놓은 게 전부다.
결국, '툼 레이더' 영화 시리즈는 2편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2편이 흥행실패하자 영화사측이 그 이유를 '툼 레이더' 비디오게임 판매저조때문이라고 하는 바람에 한바탕 시끄러웠던 것도 기억난다.
사실, 크게 틀린 얘긴 아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영화 '툼 레이더 2'가 개봉 전후로 '툼 레이더: 엔젤 오브 다크네스'라는 첫 번째 플레이스테이션2 버전 '툼 레이더' 타이틀이 출시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 게임이 버그 투성이였던 것. PS2로 나온 첫 번째 '툼 레이더' 타이틀이었기 때문에 기대가 컸지만 느려짐 현상부터 시작해서 험악할 정도로 힘든 콘트롤 등 수많은 문제점들 덕분에 쫄딱 망하고 말았다. '툼 레이더' 시리즈를 단 한편도 거르지 않고 모조리 끝장을 봤던 '툼 레이더 매니아'인 나도 'TR: 앤젤 오브 다크네스'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게임이 나의 마지막 '툼 레이더' 게임이 됐다. 그 이후에도 새로운 'TR' 게임들이 나왔지만 플레이스테이션1 시절의 추억으로 끝내기로 결심했던 것.
자, 그렇다면 에이전트47은?
안젤리나 졸리의 영화버전 라라 크로프트처럼 티모시 올리판트의 영화버전 에이전트47도 망가졌을까?
내가 볼 땐 그렇다.
가장 큰 문제는 티모시 올리판트를 에이전트47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는 것.
안젤리나 졸리? 라라 크로프트? 풋볼 사이즈의 빵빵한 가슴? 큰 눈? 두툼한 입술?
안젤리나 졸리는 라라 크로프트와 비슷한 구석이 많았기 때문에 안젤리나 졸리가 라라 크로프트역으로 캐스팅 됐다는 데 큰 불만이 없었다. 라라 크로프트가 영국 캐릭터인만큼 영화배우도 영국인이었다면 더욱 자연스럽지 않았겠냐는 이야기는 있었다. 안젤리나 졸리가 억지로 영국식 액센트로 연기를 했다는 것도 '툼 레이더' 팬들의 지적을 받았다.
그렇다면, 티모시 올리판트의 에이전트47은?
삭발했다는 것 하나 빼곤 게임에서의 에이전트47과 비슷한 데를 찾기 힘들다. 에이전트47이라고 하면 선이 굵은 얼굴의 터프가이가 떠오르지만 티모시 올리판트는 상당히 날카롭게 보이는 얼굴이란 데서부터 서로 매치가 안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게임에서의 에이전트47과 조금 다르게 보이더라도 나름대로 개성있는 에이전트47을 연기했다면 문제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분도 만족스럽지 않다.
다른 액션영화의 캐릭터를 흉내낸 것처럼 보일 뿐 어떠한 캐릭터를 만들고자 한 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비디오게임 캐릭터를 영화로 옮겨왔고 제목도 '힛맨'이지만 '트랜스포터(The Transporter)' 리믹스 버전 정도로 보이기 때문이다.티모시 올리판트가 삭발까지 하고 나오다보니 '트랜스포터' 시리즈의 제이슨 스태덤과 더욱 비슷해 보인다.
줄거리도 볼 게 없다. 대통령 암살, CIA, FSB, 인터폴 등 오만 잡것(?)들이 다 나오지만 거창하기만 할 뿐 에이젠트47과 어울리는 내용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에이전트47이 '암살자'인 건 맞지만 이런 이야기와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미스테리한 줄거리와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결합시켜 보려고 노력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비디오게임을 영화화 한 작품들이 하나같이 한심하다보니 '힛맨'은 뭔가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자 한 것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럴싸하게 보이도록 억지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게 문제다. 덕분에,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유치해 보일 뿐이다.
사실, 영화 자체만 놓고 따지면 이전에 나온 '비디오게임 영화'들에 비해 괜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험악할 정도의 쓰레기 영화는 아니라는 것. 적어도 평균은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톱 클래스 액션영화 축에 들 정도는 아니다. 액션과 스턴트도 볼 게 별로 없고 줄거리도 시시하기 때문이다. 다른 액션영화에서 이것 저것 빌려온 것을 조립해 놓은 것처럼 보이는 평범한 2류급 액션영화 정도는 되겠지만 그 이상은 절대 아니다. 섹시한 여배우도 나오고 눈길을 끌만한 섹시한 자동차 Audi S5도 나오지만 이런 것들로 어떻게 해보려는 어정쩡한 액션영화들이 워낙 많은 덕분에 새로울 게 없다.
물론, 주인공이 문어머리에다 뒷통수에 바코드가 문신으로 새겨진 친구라는 게 다른 2류급 액션영화들과 차별되는 부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힛맨' 비디오게임 시리즈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영화에서 제대로 살리지 못했으니 '문어머리'만으로 재미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티모시 올리판트는 큰맘 먹고 삭발했을지도 모르지만 에이젠트47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실패했다. 에이전트47을 연기하려면 당연히 삭발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있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비디오게임 '힛맨'을 영화화했다는 걸 잊게 되는데 이럴 바에는 차라리 머리를 기른 채로 나오는 게 더 자연스러웠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문어머리가 전부 아니냐고 한다면 할 말 없겠지만...
그렇다. '힛맨'도 결국 그렇고 그런 수준의 영화다. 이전 '비디오게임 영화'들처럼 도저히 못봐줄 정도인 건 아니지만 여전히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에 그쳤다. '혹시나' 하며 봤지만 '역시나' 였다. '힛맨'도 비디오게임을 영화로 제대로 옮기는 방법을 모른 채 만든 영화로 보일 뿐이다.
과연 언제쯤 비디오게임을 제대로 옮긴 영화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지간한 게이머들에겐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닐 것이다.
'레지던트 이블', '사일렌트 힐', '블러드 레인', '모탈컴뱃', '스트릿 파이터', '데드 오어 얼라이브' '얼론 인 더 다크', '툼 레이더' 모두 게임을 영화로 옮겼다가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간 영화들이다.
영화를 비디오게임으로 옮겨도 하나 같이 쓰레기가 된다.
영화의 인기에 의존해 재미를 보려는 얇팍한 수준의 게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온 '300' 비디오게임부터 시작해서 빅네임 영화 프랜챠이스 계약에 열을 올렸다가 죽쒔던 EA의 영화 라이센스 비디오게임들도 빼놓을 수 없다. 작년에 나온 '다빈치 코드' 비디오게임도 불후의 쓰레기 명작 중 하나로 꼽힌다.
때문에, 비디오게임을 영화로 옮기거나 영화를 비디오게임으로 옮기는 것을 좋게 보지 않는다. 네임밸류 빼고나면 볼 것 하나도 없게 만들어 놓고 팔아먹을 생각만 하는 게 전부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이런 영화가 나왔다. 이번엔 EIDOS의 액션/어드벤쳐 타이틀 '힛맨(Hitman)'의 차례.
EIDOS 비디오게임 캐릭터가 스크린 데뷔를 한 건 에이전트47이 처음이 아니다. '툼 레이더' 시리즈의 라라 크로프트가 있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안젤리나 졸리가 라라 크로프트로 나왔던 그 영화 시리즈 말이다. 이것도 EIDOS 비디오게임이다.
'툼 레이더' 비디오게임 시리즈를 해 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안젤리나 졸리의 영화는 '툼 레이더' 게임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라라 크로프트라는 캐릭터의 스타일리쉬한 부분 몇 가지만 갖다 붙여놓고 나머지는 안젤리나 졸리가 마약복용후 환각상태에 빠져있는 듯한 제정신 아닌 라라 크로프트를 아주 멋지게 오버연기 하면서 망쳐놓은 게 전부다.
결국, '툼 레이더' 영화 시리즈는 2편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2편이 흥행실패하자 영화사측이 그 이유를 '툼 레이더' 비디오게임 판매저조때문이라고 하는 바람에 한바탕 시끄러웠던 것도 기억난다.
사실, 크게 틀린 얘긴 아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영화 '툼 레이더 2'가 개봉 전후로 '툼 레이더: 엔젤 오브 다크네스'라는 첫 번째 플레이스테이션2 버전 '툼 레이더' 타이틀이 출시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 게임이 버그 투성이였던 것. PS2로 나온 첫 번째 '툼 레이더' 타이틀이었기 때문에 기대가 컸지만 느려짐 현상부터 시작해서 험악할 정도로 힘든 콘트롤 등 수많은 문제점들 덕분에 쫄딱 망하고 말았다. '툼 레이더' 시리즈를 단 한편도 거르지 않고 모조리 끝장을 봤던 '툼 레이더 매니아'인 나도 'TR: 앤젤 오브 다크네스'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게임이 나의 마지막 '툼 레이더' 게임이 됐다. 그 이후에도 새로운 'TR' 게임들이 나왔지만 플레이스테이션1 시절의 추억으로 끝내기로 결심했던 것.
자, 그렇다면 에이전트47은?
안젤리나 졸리의 영화버전 라라 크로프트처럼 티모시 올리판트의 영화버전 에이전트47도 망가졌을까?
내가 볼 땐 그렇다.
가장 큰 문제는 티모시 올리판트를 에이전트47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는 것.
안젤리나 졸리? 라라 크로프트? 풋볼 사이즈의 빵빵한 가슴? 큰 눈? 두툼한 입술?
안젤리나 졸리는 라라 크로프트와 비슷한 구석이 많았기 때문에 안젤리나 졸리가 라라 크로프트역으로 캐스팅 됐다는 데 큰 불만이 없었다. 라라 크로프트가 영국 캐릭터인만큼 영화배우도 영국인이었다면 더욱 자연스럽지 않았겠냐는 이야기는 있었다. 안젤리나 졸리가 억지로 영국식 액센트로 연기를 했다는 것도 '툼 레이더' 팬들의 지적을 받았다.
그렇다면, 티모시 올리판트의 에이전트47은?
삭발했다는 것 하나 빼곤 게임에서의 에이전트47과 비슷한 데를 찾기 힘들다. 에이전트47이라고 하면 선이 굵은 얼굴의 터프가이가 떠오르지만 티모시 올리판트는 상당히 날카롭게 보이는 얼굴이란 데서부터 서로 매치가 안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게임에서의 에이전트47과 조금 다르게 보이더라도 나름대로 개성있는 에이전트47을 연기했다면 문제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분도 만족스럽지 않다.
다른 액션영화의 캐릭터를 흉내낸 것처럼 보일 뿐 어떠한 캐릭터를 만들고자 한 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비디오게임 캐릭터를 영화로 옮겨왔고 제목도 '힛맨'이지만 '트랜스포터(The Transporter)' 리믹스 버전 정도로 보이기 때문이다.티모시 올리판트가 삭발까지 하고 나오다보니 '트랜스포터' 시리즈의 제이슨 스태덤과 더욱 비슷해 보인다.
줄거리도 볼 게 없다. 대통령 암살, CIA, FSB, 인터폴 등 오만 잡것(?)들이 다 나오지만 거창하기만 할 뿐 에이젠트47과 어울리는 내용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에이전트47이 '암살자'인 건 맞지만 이런 이야기와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미스테리한 줄거리와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결합시켜 보려고 노력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비디오게임을 영화화 한 작품들이 하나같이 한심하다보니 '힛맨'은 뭔가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자 한 것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럴싸하게 보이도록 억지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게 문제다. 덕분에,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유치해 보일 뿐이다.
사실, 영화 자체만 놓고 따지면 이전에 나온 '비디오게임 영화'들에 비해 괜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험악할 정도의 쓰레기 영화는 아니라는 것. 적어도 평균은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톱 클래스 액션영화 축에 들 정도는 아니다. 액션과 스턴트도 볼 게 별로 없고 줄거리도 시시하기 때문이다. 다른 액션영화에서 이것 저것 빌려온 것을 조립해 놓은 것처럼 보이는 평범한 2류급 액션영화 정도는 되겠지만 그 이상은 절대 아니다. 섹시한 여배우도 나오고 눈길을 끌만한 섹시한 자동차 Audi S5도 나오지만 이런 것들로 어떻게 해보려는 어정쩡한 액션영화들이 워낙 많은 덕분에 새로울 게 없다.
물론, 주인공이 문어머리에다 뒷통수에 바코드가 문신으로 새겨진 친구라는 게 다른 2류급 액션영화들과 차별되는 부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힛맨' 비디오게임 시리즈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영화에서 제대로 살리지 못했으니 '문어머리'만으로 재미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티모시 올리판트는 큰맘 먹고 삭발했을지도 모르지만 에이젠트47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실패했다. 에이전트47을 연기하려면 당연히 삭발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있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비디오게임 '힛맨'을 영화화했다는 걸 잊게 되는데 이럴 바에는 차라리 머리를 기른 채로 나오는 게 더 자연스러웠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문어머리가 전부 아니냐고 한다면 할 말 없겠지만...
그렇다. '힛맨'도 결국 그렇고 그런 수준의 영화다. 이전 '비디오게임 영화'들처럼 도저히 못봐줄 정도인 건 아니지만 여전히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에 그쳤다. '혹시나' 하며 봤지만 '역시나' 였다. '힛맨'도 비디오게임을 영화로 제대로 옮기는 방법을 모른 채 만든 영화로 보일 뿐이다.
과연 언제쯤 비디오게임을 제대로 옮긴 영화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2007년 11월 21일 수요일
'Enchanted', 007년 최고의 코메디
유쾌한 판타지 영화를 본 뒤 '캐릭터들이 전부 동화에서 곧바로 뛰쳐나온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던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화에서 곧바로 나온 것처럼 보였다는 게 전부지 실제로 나온 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캐릭터들이 진짜로 동화를 박차고 나온다면?
동화와 같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세계에서 '추방'당한 캐릭터들이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로 오게 된다면?
그것도 다른 데도 아니고 우질나게 바쁘고 불친절한 도시, 뉴욕에 오게 된다면?
디즈니의 코메디/뮤지컬 'Enchanted'는 이렇게 시작한다.
'Enchanted'의 줄거리를 살짝 훑어보기로 하자.
지젤(에이미 애덤스)은 동물들을 불러놓고 멋진 왕자와의 결혼 얘기나 하는 '예비 공주님'이다.
어디로 보나 영락없는 '동화세계의 지지배'다.
에드워드 왕자(제임스 마스덴)는 지젤을 만나자마자 곧바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는 친구다.
눈이 맞자마자 바로 다음날로 결혼식이란다.
그런데, 이들의 결혼식을 방해하려는 자가 있다.
바로, 에드워드 왕자의 양어머니, 나리사(수잔 서랜든)다.
지젤과 에드워드의 결혼을 저지하기 위해 지젤을 뉴욕으로 '떨어지게' 만든 장본인이다.
이 아줌마 덕분에 지젤은 뉴욕으로 오게 된다.
만화 세계에서 쫓겨나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로 왔으니 당연히 만화 캐릭터가 아닌 사람으로 변신했을 수밖에...
자, 그렇다면 에드워드 왕자는 어떻게 할 건데?
결혼 좀 쉽게 해보나 했더니 결혼식 직전에 신부가 사라졌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찾으러 가야겠지?
아무튼, 월컴 투 뉴욕이다.
그런데...
동화의 세계에서 튀어나온 친구들이라서 한가지 고질적인 버릇이 있다.
틈만 났다 싶으면 노래를 부르는 것!
기회가 왔다 싶으면 저렇게 길바닥에서 노래를 불러 제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친年'인줄 알 것이다.
평범한 뉴요커, 로버트(패트릭 뎀시)의 눈에도 저런 행동을 하는 지젤이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지젤이 전부가 아니다.
틈이 나는대로 노래를 불러야 하는 친구가 하나 더 있기 때문이다.
지젤과 에드워드의 '동화 이야기'는 지지리도 사실적인 뉴욕시로 이어진다.
지젤과 에드워드 모두 '이상한 곳'에 오게 됐다는 것까진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 뭐가 어찌 돌아가는 건지 파악이 안되고 있는 친구들이다보니 뉴욕시에 와서도 동화세계에서 하던 대로 그대로 생활한다.
아, 물론 노래는 틈만 나면 부른다. 이들의 고질적인 노래 부르기 버릇 덕분에 영화까지 뮤지컬 비스무리해졌다. 'Enchanted'의 쟝르가 뮤지컬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들이 수시로 노래를 부르던 것을 현실세계로 옮겨놓자 영락없는 뮤지컬처럼 보인다.
자꾸 노래를 부르는 지젤을 로버트가 말리면서 '노래를 부를 필요까진 없지 않냐'고 할 때 한참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상황이 웃겨서라기 보다 내가 뮤지컬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로버트가 말했기 때문이다:
말로 해도 되는 데 왜 노래까지 부르고 난리야?
노래만 부르면 다행이게?
만화의 세계에서 동물들을 불러모으던 기술이 뉴욕에서도 통할줄이야!
그러나...
뉴욕시에서 불러모을 수 있는 동물의 종류가 다양하진 않겠지?
그렇다면, 뉴욕을 대표하는 동물이 무엇일까 하나 뽑아보기로 하자.
그렇다. 바로 쥐다.
뉴욕에서 동물들을 불러봤자 만화의 세계에서처럼 컬러풀한 동물은 기대할 수 없는 법. 지젤이 부르니까 뉴욕에 사는 동물들이 모이긴 했는데 쥐, 비둘기, 바퀴벌레, 파리떼가 온다.
'Enchanted'는 이런 식이다. 동화의 세계에서 온 지젤과 에드워드가 낯선 도시, 뉴욕에서 겪는 문화적 충격을 코믹하게 그린 판타지 영화인 것.
아무래도 아이들을 겨냥한 영화인만큼 성인들까지 웃기기엔 살짝 곤란해 보이는 부분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 전체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유치한 수준의 유머가 전부인 건 아니다. 동화속의 캐릭터들이 지독하게도 사실적인 뉴욕시에 나타났다는 설정부터 재미있는데다 이 와중에 벌어지는 여러 가지 해프닝들 또한 흥미진진하다.
동화속 캐릭터가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로 뛰쳐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동화속에서 뛰쳐나온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정신이상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런 걸 따지지 말고 생각해 보자. 동화속에서 뛰쳐나온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지 않냔 말이다.
게다가, 생각보다 상당히 로맨틱하다.
왕자와 공주 얘기가 나올테니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그래도 로맨스보다는 유머 위주일 줄 알았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로맨스 비중도 만만치 않았다.
지젤과 에드워드 왕자의 로맨스 스토리가 전부였다면 아무래도 동화수준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이혼남, 로버트의 스토리가 얽히면서 사정이 많이 달라진다. 여전히 동화같은 얘기인 것엔 변함없지만 '만난지 하루만에 결혼하는' 동화책 로맨스 수준이 전부가 아닌 것.
유머도 좋고 로맨스도 좋다지만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뭐니뭐니해도 에이미 애덤스의 공주연기다.
처음엔 공주역할을 맡기엔 어딘가 살짝 부족한 데가 있어보였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있으면 '에이미 애덤스=동화속 공주'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순진하고 맹한 데가 있으면서도 밝고 천진난만한 동화속 공주역할에 에이미 애덤스가 이렇게 잘 어울릴 줄 몰랐다.
아무래도 나이가 좀 있기 때문에 '노처녀 공주'처럼 보인 것도 사실이지만 뮤지컬 배우처럼 노래와 춤도 잘하는 게 '디즈니 공주님' 역할에 딱이었다.
애덤스 이외의 배우들도 모두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어린 딸을 둔 로버트역으로 나온 패트릭 뎀시도 생각보다 패밀리 영화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에드워드 왕자로 나온 모델출신 배우 제임스 마스덴의 희극연기도 훌륭했다. 마녀 나리사로 나온 수잔 서랜든은 길게 얘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저 그녀의 모습만 봐도 웃음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스타더스트'에서의 미셸 파이퍼는 상대가 안된다.
살짝 아쉬웠던 부분을 꼽으라고 하면 특수효과 퀄리티가 약간 의심스러웠다는 게 될 것이다. 하지만, 'Enchanted'는 특수효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으려는 스타일의 영화가 아니다. 이런 영화를 보고싶다면 '트랜스포머스'나 '베오울프'를 보면 되는 거다. 때문에, 'Enchanted'의 특수효과 퀄리티가 약간 수상하단 것 정도는 거의 신경에 쓰이지도 않는다. 특수효과 같은 건 이 영화에서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왕자님과 공주님이 뉴욕에 들이닥쳤는데 지금 특수효과가 문제겠수?
'Enchanted'는 금년에 본 코메디 영화 중에서 최고로 재미있게 본 영화다.
금년이래봤자 이젠 한달 하고 며칠 정도 남은 게 전부니까 그 사이에 대단한 코메디 영화가 또 나오진 않겠지?
한가지 확실한 건, 금년에 본 영화들에 나온 여자주인공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게 누구냐고 하면 주저없이 지젤을 꼽겠다는 것이다. 2007년 최고의 여배우를 누구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는 얘기 안해도 알 수 있으리라.
아, 물론 이런 영화에 좋은 주제곡이 없다면 허전하겠지?
'공주영화'에 딱 어울리는 가수, 캐리 언더우드의 'Ever Ever After'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끝내자.
하지만, 동화에서 곧바로 나온 것처럼 보였다는 게 전부지 실제로 나온 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캐릭터들이 진짜로 동화를 박차고 나온다면?
동화와 같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세계에서 '추방'당한 캐릭터들이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로 오게 된다면?
그것도 다른 데도 아니고 우질나게 바쁘고 불친절한 도시, 뉴욕에 오게 된다면?
디즈니의 코메디/뮤지컬 'Enchanted'는 이렇게 시작한다.
'Enchanted'의 줄거리를 살짝 훑어보기로 하자.
지젤(에이미 애덤스)은 동물들을 불러놓고 멋진 왕자와의 결혼 얘기나 하는 '예비 공주님'이다.
어디로 보나 영락없는 '동화세계의 지지배'다.
에드워드 왕자(제임스 마스덴)는 지젤을 만나자마자 곧바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는 친구다.
눈이 맞자마자 바로 다음날로 결혼식이란다.
그런데, 이들의 결혼식을 방해하려는 자가 있다.
바로, 에드워드 왕자의 양어머니, 나리사(수잔 서랜든)다.
지젤과 에드워드의 결혼을 저지하기 위해 지젤을 뉴욕으로 '떨어지게' 만든 장본인이다.
이 아줌마 덕분에 지젤은 뉴욕으로 오게 된다.
만화 세계에서 쫓겨나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로 왔으니 당연히 만화 캐릭터가 아닌 사람으로 변신했을 수밖에...
자, 그렇다면 에드워드 왕자는 어떻게 할 건데?
결혼 좀 쉽게 해보나 했더니 결혼식 직전에 신부가 사라졌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찾으러 가야겠지?
아무튼, 월컴 투 뉴욕이다.
그런데...
동화의 세계에서 튀어나온 친구들이라서 한가지 고질적인 버릇이 있다.
틈만 났다 싶으면 노래를 부르는 것!
기회가 왔다 싶으면 저렇게 길바닥에서 노래를 불러 제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친年'인줄 알 것이다.
평범한 뉴요커, 로버트(패트릭 뎀시)의 눈에도 저런 행동을 하는 지젤이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지젤이 전부가 아니다.
틈이 나는대로 노래를 불러야 하는 친구가 하나 더 있기 때문이다.
지젤과 에드워드의 '동화 이야기'는 지지리도 사실적인 뉴욕시로 이어진다.
지젤과 에드워드 모두 '이상한 곳'에 오게 됐다는 것까진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 뭐가 어찌 돌아가는 건지 파악이 안되고 있는 친구들이다보니 뉴욕시에 와서도 동화세계에서 하던 대로 그대로 생활한다.
아, 물론 노래는 틈만 나면 부른다. 이들의 고질적인 노래 부르기 버릇 덕분에 영화까지 뮤지컬 비스무리해졌다. 'Enchanted'의 쟝르가 뮤지컬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들이 수시로 노래를 부르던 것을 현실세계로 옮겨놓자 영락없는 뮤지컬처럼 보인다.
자꾸 노래를 부르는 지젤을 로버트가 말리면서 '노래를 부를 필요까진 없지 않냐'고 할 때 한참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상황이 웃겨서라기 보다 내가 뮤지컬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로버트가 말했기 때문이다:
말로 해도 되는 데 왜 노래까지 부르고 난리야?
노래만 부르면 다행이게?
만화의 세계에서 동물들을 불러모으던 기술이 뉴욕에서도 통할줄이야!
그러나...
뉴욕시에서 불러모을 수 있는 동물의 종류가 다양하진 않겠지?
그렇다면, 뉴욕을 대표하는 동물이 무엇일까 하나 뽑아보기로 하자.
그렇다. 바로 쥐다.
뉴욕에서 동물들을 불러봤자 만화의 세계에서처럼 컬러풀한 동물은 기대할 수 없는 법. 지젤이 부르니까 뉴욕에 사는 동물들이 모이긴 했는데 쥐, 비둘기, 바퀴벌레, 파리떼가 온다.
'Enchanted'는 이런 식이다. 동화의 세계에서 온 지젤과 에드워드가 낯선 도시, 뉴욕에서 겪는 문화적 충격을 코믹하게 그린 판타지 영화인 것.
아무래도 아이들을 겨냥한 영화인만큼 성인들까지 웃기기엔 살짝 곤란해 보이는 부분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 전체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유치한 수준의 유머가 전부인 건 아니다. 동화속의 캐릭터들이 지독하게도 사실적인 뉴욕시에 나타났다는 설정부터 재미있는데다 이 와중에 벌어지는 여러 가지 해프닝들 또한 흥미진진하다.
동화속 캐릭터가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로 뛰쳐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동화속에서 뛰쳐나온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정신이상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런 걸 따지지 말고 생각해 보자. 동화속에서 뛰쳐나온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지 않냔 말이다.
게다가, 생각보다 상당히 로맨틱하다.
왕자와 공주 얘기가 나올테니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그래도 로맨스보다는 유머 위주일 줄 알았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로맨스 비중도 만만치 않았다.
지젤과 에드워드 왕자의 로맨스 스토리가 전부였다면 아무래도 동화수준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이혼남, 로버트의 스토리가 얽히면서 사정이 많이 달라진다. 여전히 동화같은 얘기인 것엔 변함없지만 '만난지 하루만에 결혼하는' 동화책 로맨스 수준이 전부가 아닌 것.
유머도 좋고 로맨스도 좋다지만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뭐니뭐니해도 에이미 애덤스의 공주연기다.
처음엔 공주역할을 맡기엔 어딘가 살짝 부족한 데가 있어보였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있으면 '에이미 애덤스=동화속 공주'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순진하고 맹한 데가 있으면서도 밝고 천진난만한 동화속 공주역할에 에이미 애덤스가 이렇게 잘 어울릴 줄 몰랐다.
아무래도 나이가 좀 있기 때문에 '노처녀 공주'처럼 보인 것도 사실이지만 뮤지컬 배우처럼 노래와 춤도 잘하는 게 '디즈니 공주님' 역할에 딱이었다.
애덤스 이외의 배우들도 모두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어린 딸을 둔 로버트역으로 나온 패트릭 뎀시도 생각보다 패밀리 영화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에드워드 왕자로 나온 모델출신 배우 제임스 마스덴의 희극연기도 훌륭했다. 마녀 나리사로 나온 수잔 서랜든은 길게 얘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저 그녀의 모습만 봐도 웃음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스타더스트'에서의 미셸 파이퍼는 상대가 안된다.
살짝 아쉬웠던 부분을 꼽으라고 하면 특수효과 퀄리티가 약간 의심스러웠다는 게 될 것이다. 하지만, 'Enchanted'는 특수효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으려는 스타일의 영화가 아니다. 이런 영화를 보고싶다면 '트랜스포머스'나 '베오울프'를 보면 되는 거다. 때문에, 'Enchanted'의 특수효과 퀄리티가 약간 수상하단 것 정도는 거의 신경에 쓰이지도 않는다. 특수효과 같은 건 이 영화에서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왕자님과 공주님이 뉴욕에 들이닥쳤는데 지금 특수효과가 문제겠수?
'Enchanted'는 금년에 본 코메디 영화 중에서 최고로 재미있게 본 영화다.
금년이래봤자 이젠 한달 하고 며칠 정도 남은 게 전부니까 그 사이에 대단한 코메디 영화가 또 나오진 않겠지?
한가지 확실한 건, 금년에 본 영화들에 나온 여자주인공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게 누구냐고 하면 주저없이 지젤을 꼽겠다는 것이다. 2007년 최고의 여배우를 누구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는 얘기 안해도 알 수 있으리라.
아, 물론 이런 영화에 좋은 주제곡이 없다면 허전하겠지?
'공주영화'에 딱 어울리는 가수, 캐리 언더우드의 'Ever Ever After'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끝내자.
2007년 11월 16일 금요일
'베오울프', 영화의 미래를 보여주다
'요샌 3D 캐릭터도 상당히 리얼해 보이는데 꼭 영화배우가 나와야 영화인가?'
이런 생각을 한번쯤 해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정확히 몇 년전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스타워즈' 시리즈로 유명한 조지 루카스 감독은 곧 3D 캐릭터가 영화배우를 밀어낼 것이라고 했다. 조만간 영화배우들이 전부 실업자가 될 것이란 의미는 아니지만 3D 캐릭터가 영화배우를 대신하게 될 날이 곧 올 것이란 얘기였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3D 캐릭터가 영화배우를 밀어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3D 모델 퀄리티가 예전에 비해 상당히 좋아졌다지만 실제 영화배우의 모습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들의 눈을 만족시키기엔 아직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게임은 무조건 어린이용', '3D 애니메이션도 무조건 어린이용'이라고 생각하는 맹꽁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게임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등급이 있고 게임 중에도 성인용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게임이라고 하면 전부 어린이용인 것으로 생각한다.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다. 3D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무조건 아이들이나 좋아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카툰식 캐릭터가 아니라 사실적인 캐릭터가 나오더라도 3D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비디오게임'과 '애니메이션' 2가지를 한데 합쳐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결국, 풀 3D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려면 기술적인 한계에 도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은 어린이용이라는 고정적인 생각을 갖고있는 사람들과도 부딪쳐야 하는 것.
로버트 저메키스의 풀 3D 애니메이션 영화 '베오울프(Beowulf)'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베오울프'를 보고 있으면 제작팀이 무엇을 증명하려고 노력했는지 한눈에 보인다:
'베오울프'는 어린이용 3D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어린이용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에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벗기기' 아닐까?
베오울프가 전라상태로 그렌델과 싸우는 것부터 의도된 연출로 보인다. 베오울프가 전라로 격투를 한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지만 아무리 봐도 '이래도 아이들용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거냐'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알몸으로 격투를 해야만 한 베오울프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을 뿐.
이 날씨에 불X이 많이 시렸을 텐데...ㅠㅠ
그런데, 베오울프 혼자서 벗고 설치는 것만으론 부족했다고 느꼈나 보다.
왜냐면 안젤리나 졸리도 3D 누드파티(?)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오호라! 그러니까 다 내밀고 얘기하자 이거지?
안젤리나 졸리가 섹시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 없다.
애니메이션에 섹시한 여자 캐릭터가 나오는 게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건 아무리 봐도 순수한 의도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안젤리나 졸리를 빼닯은 3D 캐릭터의 누드를 보면서 흥분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성인 관객들을 유혹(?)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넣은 것으로 보일 뿐이다.
여기까지는 넘어갈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앤써니 홉킨스는 뭐냔 말이다!
늙은 왕으로 나온 3D 앤써니 홉킨스까지 스트립쇼(?)를 한단 말이다!
그렇다! '베오울프'에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전부 벗는다.
그렇다고 성기 등 재미있는 동네까지 죄다 나오는 것도 아니다. 안젤리나 졸리는 금색 페인트를 칠한 '보디페인팅 상태'로 재미있는 데를 죄다 가리고 나오며, 베오울프의 전라 격투씬도 성기노출 장면이 나오지 않도록 교묘하게 편집했다.
이런 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고?
맞다.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베오울프' 제작팀은 이런 것에서 뭔가를 기대했던 것 같은 눈치다. 성기노출씬이 그대로 나오는 언컷(Uncut)버전이 나온다던 이야기가 괜히 나온 건 아니리라. 'Unrated' 스페셜 에디션 DVD 같은 걸 통해 결국은 나올지도 모른다.
성인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목표인데 헨타이처럼 보여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어?
문제는 세 캐릭터가 나와서 낯 간지러운 수준의 스트립쇼를 하는 것만 신경 쓰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나중엔 음식을 만들고 있는 이름모를 여자 캐릭터의 가슴이 출렁거리는 것도 클로즈업 하더라.
이쯤되니까 어이가 없어지더라. 이걸 유머라고 넣은 건 아닐 게 아니냔 말이다. '야하다', '애들 보라고 만든 애니메이션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걸로 보일 뿐이다.
비디오게임에서라면 어떻게서든 이해를 해보려고 노력해 볼 수 있겠지만 '베오울프'는 아무리 애니메이션이더라도 극장서 개봉한 영화인데 이렇게 유치하게 만들어도 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더라.
잠깐! 비디오게임이라고?
그렇다. 바로 비디오게임이다.
'베오울프'는 판타지 영화가 아니라 판타지 비디오게임처럼 만든 것 같다.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한 게 목표였던 것까지는 알겠는데 아무리 봐도 극장용 영화가 아니라 비디오게임 중간에 들어가는 컷씬(Cut Scene)처럼 보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거의 모든 걸 M등급(17세 이상 이용가) 비디오게임 수준에 맞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폭력수위도 그렇고 '섹시'한 캐릭터가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테크모의 'DoA: 익스트림 비치 발리볼'에서 '섹시'를 빌려와 캡콤의 '귀무자(Onimusha)'의 '액션'과 결합시킨 다음 배경만 기원후 5세기 덴마크로 바꿔놓으면 '베오울프'가 되는 것처럼 보이는 건 나 뿐일까?
그렇다면, '베오울프'는 게이머들을 위한 영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베오울프' 제작팀은 성인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게 목표였지만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정확한 방법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이렇다보니 M등급(17세 이상 이용가) 비디오게임 유저들의 눈에 들면 성인 눈높이에 맞춘 셈이라는 식의 기준을 정하고 여기에 맞춰 '베오울프'를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3D 애니메이션'이라니까 '비디오게임'이 떠올랐고, '성인용'이라니까 'M등급 게임'이 떠오르자 이 두가지를 결합시켜버린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베오울프'가 기저귀를 떼기 위해 몸부림 친 게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다. 위해서 말한 것처럼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보다 3D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무조건 아이들용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게 훨씬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더라도 꼭 저렇게 눈에 띌 정도로 간지럽게 만들 필요는 없지 않았냐는 생각은 해보게 된다.
3D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하면 '슈렉', '마다가스카', '해피 피트', 그리고 최근에 개봉한 '비 무비(Bee Movie)'와 같은 아동틱한 것이 많다보니 이들과 차별화 시키려다 이렇게 된 것 같다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차별화 방법이 영 맘에 안든다.
바로 이것이 '베어울프'를 보면서 가장 불편했던 부분이다. 덕분에, 초반엔 영화에 제대로 빠져들기 힘들었다. 영화가 관객들을 제대로 이끌어 줬다면 적응시간이 짧아졌겠지만 '베오울프'는 아니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흘러갈 거냐'는 생각이 들 뿐 진지하게 볼 수 없었다.
성인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와 같은 3D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했다면 시작부터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면 해결될 문제다. 관객들이 3D 애니메이션이라는 걸 잊고 빠져들 수 있을테니 말이다. 단지 그래픽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그래픽은 아직까진 실사수준에 못미치더라도 판타지 영화를 그대로 3D로 옮겨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3D 세계라는 것만 제외하면 일반 영화와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베오울프'는 방법을 잘못 택했다. 3D 애니메이션이다보니 일반 영화처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잘못하다간 '베오울프'도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으로 몰리면서 성인들이 외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청 컸던 것처럼 보인다. 이렇다보니 오버를 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아이들은 성인들보다 3D세계에 쉽게 빠져들지만 성인들이 진지하게 애니메이션을 보도록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하지만, 등장 캐릭터들이 스트립쇼를 한다고 성인 관객들이 진지해지는 건 아니다. 성인 관객 눈높이에 맞춰야 성인들이 진지하게 볼 수 있다는 것까진 맞지만 캐릭터들이 툭하면 벗고 돌아다니고 출렁거리는 여자 캐릭터 가슴이나 클로즈업 하는 게 '성인 눈높이'인 건 아니다. '베오울프' 제작팀이 원한 게 무엇인지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 방법이 틀렸단 것이다.
하지만, 일단 고비를 넘기고 나면 많이 나진다. 영화에 빠져들기까지 걸린 시간이 생각보다 길다는 게 문제라는 거지 그게 아주 불가능하다는 건 아니다.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간지러운 부분들이 지나간 이후부터는 3D 애니메이션이란 걸 잊고 제대로 '베오울프'를 즐길 수 있었다.
'베오울프'의 줄거리는 '바바리안'을 연상시키는 전사, 베오울프가 몬스터들을 때려잡는다는 게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단순한 줄거리지만 여느 판타지 영화와 비교하더라도 손색없을만 하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한 게 아니라 영화를 3D로 만드는 게 목표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3D 애니메이션으로 성인 관객들까지 사로잡으려다보니 초반엔 우왕좌왕도 했지만 방향까지 완전히 잘못 잡은 건 아니었다.
'베오울프'는 미래의 영화가 어떠할지 살짝 보여준 영화다. 몇 년전 조지 루카스가 말했던 '3D 캐릭터들이 영화배우를 대신하는 날'이 오면 이런 식이 될 것이라는 걸 로저 저메키스가 '베오울프'를 통해 직접 보여주고자 한 것 같다. 전체적으로 보면 썩 만족스럽지 않은 영화였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전진한 것만은 사실이라고 본다.
아직은 완벽한 수준이 아니지만 날이 갈수록 실사수준에 근접해가는 3D 캐릭터들을 '영화배우'로 받아들이는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아직까지는 영화배우가 안나오는 '영화'엔 관심없다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언젠가는 '꼭 실제 영화배우가 나와야만 하는 법은 없는 것 같다'는 쪽으로 바뀔 것이라고 본다. 결국, 시간문제일 뿐이다.
앞으론 액션/어드벤쳐, 공상과학, 호러, 코메디 등 다양한 쟝르의 3D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파이널 판타지'에 이어 '베오울프'까지 3D 애니메이션 영화는 판타지 쟝르가 전부였는데 앞으론 쟝르가 다양해졌으면 한다.
한가지 더 추가한다면, 다음부턴 '어린이용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오버하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베오울프'에서처럼 까놓고 보여줘야 '어린이용 아니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매번 이런 사람들을 기준으로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냔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한번쯤 해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정확히 몇 년전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스타워즈' 시리즈로 유명한 조지 루카스 감독은 곧 3D 캐릭터가 영화배우를 밀어낼 것이라고 했다. 조만간 영화배우들이 전부 실업자가 될 것이란 의미는 아니지만 3D 캐릭터가 영화배우를 대신하게 될 날이 곧 올 것이란 얘기였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3D 캐릭터가 영화배우를 밀어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3D 모델 퀄리티가 예전에 비해 상당히 좋아졌다지만 실제 영화배우의 모습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들의 눈을 만족시키기엔 아직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게임은 무조건 어린이용', '3D 애니메이션도 무조건 어린이용'이라고 생각하는 맹꽁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게임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등급이 있고 게임 중에도 성인용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게임이라고 하면 전부 어린이용인 것으로 생각한다.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다. 3D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무조건 아이들이나 좋아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카툰식 캐릭터가 아니라 사실적인 캐릭터가 나오더라도 3D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비디오게임'과 '애니메이션' 2가지를 한데 합쳐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결국, 풀 3D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려면 기술적인 한계에 도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은 어린이용이라는 고정적인 생각을 갖고있는 사람들과도 부딪쳐야 하는 것.
로버트 저메키스의 풀 3D 애니메이션 영화 '베오울프(Beowulf)'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베오울프'를 보고 있으면 제작팀이 무엇을 증명하려고 노력했는지 한눈에 보인다:
'베오울프'는 어린이용 3D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어린이용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에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벗기기' 아닐까?
베오울프가 전라상태로 그렌델과 싸우는 것부터 의도된 연출로 보인다. 베오울프가 전라로 격투를 한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지만 아무리 봐도 '이래도 아이들용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거냐'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알몸으로 격투를 해야만 한 베오울프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을 뿐.
이 날씨에 불X이 많이 시렸을 텐데...ㅠㅠ
그런데, 베오울프 혼자서 벗고 설치는 것만으론 부족했다고 느꼈나 보다.
왜냐면 안젤리나 졸리도 3D 누드파티(?)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오호라! 그러니까 다 내밀고 얘기하자 이거지?
안젤리나 졸리가 섹시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 없다.
애니메이션에 섹시한 여자 캐릭터가 나오는 게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건 아무리 봐도 순수한 의도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안젤리나 졸리를 빼닯은 3D 캐릭터의 누드를 보면서 흥분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성인 관객들을 유혹(?)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넣은 것으로 보일 뿐이다.
여기까지는 넘어갈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앤써니 홉킨스는 뭐냔 말이다!
늙은 왕으로 나온 3D 앤써니 홉킨스까지 스트립쇼(?)를 한단 말이다!
그렇다! '베오울프'에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전부 벗는다.
그렇다고 성기 등 재미있는 동네까지 죄다 나오는 것도 아니다. 안젤리나 졸리는 금색 페인트를 칠한 '보디페인팅 상태'로 재미있는 데를 죄다 가리고 나오며, 베오울프의 전라 격투씬도 성기노출 장면이 나오지 않도록 교묘하게 편집했다.
이런 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고?
맞다.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베오울프' 제작팀은 이런 것에서 뭔가를 기대했던 것 같은 눈치다. 성기노출씬이 그대로 나오는 언컷(Uncut)버전이 나온다던 이야기가 괜히 나온 건 아니리라. 'Unrated' 스페셜 에디션 DVD 같은 걸 통해 결국은 나올지도 모른다.
성인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목표인데 헨타이처럼 보여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어?
문제는 세 캐릭터가 나와서 낯 간지러운 수준의 스트립쇼를 하는 것만 신경 쓰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나중엔 음식을 만들고 있는 이름모를 여자 캐릭터의 가슴이 출렁거리는 것도 클로즈업 하더라.
이쯤되니까 어이가 없어지더라. 이걸 유머라고 넣은 건 아닐 게 아니냔 말이다. '야하다', '애들 보라고 만든 애니메이션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걸로 보일 뿐이다.
비디오게임에서라면 어떻게서든 이해를 해보려고 노력해 볼 수 있겠지만 '베오울프'는 아무리 애니메이션이더라도 극장서 개봉한 영화인데 이렇게 유치하게 만들어도 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더라.
잠깐! 비디오게임이라고?
그렇다. 바로 비디오게임이다.
'베오울프'는 판타지 영화가 아니라 판타지 비디오게임처럼 만든 것 같다.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한 게 목표였던 것까지는 알겠는데 아무리 봐도 극장용 영화가 아니라 비디오게임 중간에 들어가는 컷씬(Cut Scene)처럼 보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거의 모든 걸 M등급(17세 이상 이용가) 비디오게임 수준에 맞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폭력수위도 그렇고 '섹시'한 캐릭터가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테크모의 'DoA: 익스트림 비치 발리볼'에서 '섹시'를 빌려와 캡콤의 '귀무자(Onimusha)'의 '액션'과 결합시킨 다음 배경만 기원후 5세기 덴마크로 바꿔놓으면 '베오울프'가 되는 것처럼 보이는 건 나 뿐일까?
그렇다면, '베오울프'는 게이머들을 위한 영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베오울프' 제작팀은 성인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게 목표였지만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정확한 방법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이렇다보니 M등급(17세 이상 이용가) 비디오게임 유저들의 눈에 들면 성인 눈높이에 맞춘 셈이라는 식의 기준을 정하고 여기에 맞춰 '베오울프'를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3D 애니메이션'이라니까 '비디오게임'이 떠올랐고, '성인용'이라니까 'M등급 게임'이 떠오르자 이 두가지를 결합시켜버린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베오울프'가 기저귀를 떼기 위해 몸부림 친 게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다. 위해서 말한 것처럼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보다 3D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무조건 아이들용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게 훨씬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더라도 꼭 저렇게 눈에 띌 정도로 간지럽게 만들 필요는 없지 않았냐는 생각은 해보게 된다.
3D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하면 '슈렉', '마다가스카', '해피 피트', 그리고 최근에 개봉한 '비 무비(Bee Movie)'와 같은 아동틱한 것이 많다보니 이들과 차별화 시키려다 이렇게 된 것 같다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차별화 방법이 영 맘에 안든다.
바로 이것이 '베어울프'를 보면서 가장 불편했던 부분이다. 덕분에, 초반엔 영화에 제대로 빠져들기 힘들었다. 영화가 관객들을 제대로 이끌어 줬다면 적응시간이 짧아졌겠지만 '베오울프'는 아니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흘러갈 거냐'는 생각이 들 뿐 진지하게 볼 수 없었다.
성인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와 같은 3D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했다면 시작부터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면 해결될 문제다. 관객들이 3D 애니메이션이라는 걸 잊고 빠져들 수 있을테니 말이다. 단지 그래픽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그래픽은 아직까진 실사수준에 못미치더라도 판타지 영화를 그대로 3D로 옮겨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3D 세계라는 것만 제외하면 일반 영화와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베오울프'는 방법을 잘못 택했다. 3D 애니메이션이다보니 일반 영화처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잘못하다간 '베오울프'도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으로 몰리면서 성인들이 외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청 컸던 것처럼 보인다. 이렇다보니 오버를 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아이들은 성인들보다 3D세계에 쉽게 빠져들지만 성인들이 진지하게 애니메이션을 보도록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하지만, 등장 캐릭터들이 스트립쇼를 한다고 성인 관객들이 진지해지는 건 아니다. 성인 관객 눈높이에 맞춰야 성인들이 진지하게 볼 수 있다는 것까진 맞지만 캐릭터들이 툭하면 벗고 돌아다니고 출렁거리는 여자 캐릭터 가슴이나 클로즈업 하는 게 '성인 눈높이'인 건 아니다. '베오울프' 제작팀이 원한 게 무엇인지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 방법이 틀렸단 것이다.
하지만, 일단 고비를 넘기고 나면 많이 나진다. 영화에 빠져들기까지 걸린 시간이 생각보다 길다는 게 문제라는 거지 그게 아주 불가능하다는 건 아니다.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간지러운 부분들이 지나간 이후부터는 3D 애니메이션이란 걸 잊고 제대로 '베오울프'를 즐길 수 있었다.
'베오울프'의 줄거리는 '바바리안'을 연상시키는 전사, 베오울프가 몬스터들을 때려잡는다는 게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단순한 줄거리지만 여느 판타지 영화와 비교하더라도 손색없을만 하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한 게 아니라 영화를 3D로 만드는 게 목표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3D 애니메이션으로 성인 관객들까지 사로잡으려다보니 초반엔 우왕좌왕도 했지만 방향까지 완전히 잘못 잡은 건 아니었다.
'베오울프'는 미래의 영화가 어떠할지 살짝 보여준 영화다. 몇 년전 조지 루카스가 말했던 '3D 캐릭터들이 영화배우를 대신하는 날'이 오면 이런 식이 될 것이라는 걸 로저 저메키스가 '베오울프'를 통해 직접 보여주고자 한 것 같다. 전체적으로 보면 썩 만족스럽지 않은 영화였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전진한 것만은 사실이라고 본다.
아직은 완벽한 수준이 아니지만 날이 갈수록 실사수준에 근접해가는 3D 캐릭터들을 '영화배우'로 받아들이는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아직까지는 영화배우가 안나오는 '영화'엔 관심없다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언젠가는 '꼭 실제 영화배우가 나와야만 하는 법은 없는 것 같다'는 쪽으로 바뀔 것이라고 본다. 결국, 시간문제일 뿐이다.
앞으론 액션/어드벤쳐, 공상과학, 호러, 코메디 등 다양한 쟝르의 3D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파이널 판타지'에 이어 '베오울프'까지 3D 애니메이션 영화는 판타지 쟝르가 전부였는데 앞으론 쟝르가 다양해졌으면 한다.
한가지 더 추가한다면, 다음부턴 '어린이용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오버하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베오울프'에서처럼 까놓고 보여줘야 '어린이용 아니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매번 이런 사람들을 기준으로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냔 말이다.
2007년 11월 9일 금요일
'로스트 라이언즈', 말이 너무 많다!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았으면 영화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로스트 라이언즈(Lions for Lambs)'를 본 뒤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로스트 라이언즈'라는 제목도 순전히 거짓말이다.
사자 나온단 말이다!
아무튼, 영화로 돌아가자.
'로스트 라이언즈'는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첫 째는 캘리포니아 대학교수 스테판 맬리(로버트 레드포드)의 이야기다.
둘 째는 공화당 상원의원 재스퍼 어빙(톰 크루즈)과 방송사 여기자 재닌 로스(메릴 스트립)의 이야기다.
세 째는 미 육군에 입대해 아프가니스탄에 배치된 스테판 맬리 교수의 제자 2명의 이야기다.
이쯤 됐으면 어지간한 사람들은 위의 세 가지 이야기가 만나게 될 것이란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로스트 라이언즈'는 딱 여기까지 볼만하다. 3개의 멀티 플롯라인을 하나로 모이게끔 셋업하는 데까지는 흥미진진한 편이다. 하지만, 수다 토너멘트를 하듯 대화만 열나게 하는 영화로 변신하면서 맥이 풀려버린다. 오죽하면 영화를 보다 말고 양말이라도 벗어 입을 콱 막아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겠는지 생각해 보면 된다.
정치얘기하는 영화니까 대화가 많은 건 이해해야 하지 않냐고?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로스트 라이언즈'는 대화가 많은 정도가 아니다. 재스퍼 어빙과 재닌 로스는 재스퍼의 D.C 사무실에서 시작부터 영화의 거의 마지막 부분까지 열나게 수다를 떨다가 끝나고, 캘리포니아의 대학교수 스테판 맬리도 농땡이 까는 대학생 토드(앤드류 가필드)를 붙잡고 열나게 수다를 떤다. 아프가니스탄 작전에 투입된 맬리교수의 두 제자도 크게 다를바 없다.
'로스트 라이언즈'는 캘리포니아, D.C, 아프가니스탄에서 2명씩 짝을 지어 처음부터 끝까지 수다를 떨다가 끝나는 영화라고 보면 된다. 대화가 많은 정도가 아니라 대화 빼면 남는 게 없는 영화라는 것이다.
아무리 대화가 많더라도 정치영화니까 그래도 흥미로운 게 많지 않냐고?
그렇기를 바랬다.
그러나...
흥미진진한 줄거리가 전개되면서 굵직굵직한 문제제기를 하는 식이었다면 별 문제 없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로스트 라이언즈'도 원래는 이런 식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3개의 플롯이 하나로 합쳐진 다음부터는 대화가 전부다. 영화를 계속 끌어줄만한 흥미로운 줄거리도 사라지고 모든 게 대화에 묻혀버린다.
대학교수와 대학생, 정치인과 기자, 아프가니스탄의 군사작전 이야기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 것은 아무래도 아프간 군사작전이었다. 세 플롯이 여기로 모이기 때문에 영화의 메인 줄거리를 쫓아가다 보면 당연히 아프간 군사작전을 중심으로 줄거리가 전개될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전투씬이 많은 액션영화가 될 것을 기대한 건 아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대학교수와 공화당 상원의원 모두 아프간에서 개시된 새로운 군사작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만큼 줄거리가 아프간 군사작전을 중심으로 바짝 조여질 것으로 생각했다. 대학교수가 학생에게 설교를 하고 공화당 상원의원과 기자가 전쟁을 주제로 서로 잽을 주고받는 것까지는 당연히 나오겠지만 세 플롯이 모인 아프간 군사작전이 메인 이벤트인 것엔 변함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메인으로 생각했던 줄거리는 흐지부지 되고 대학교수와 학생간의 대화내용, 정치인과 기자간에 주고받는 인터뷰 내용이 메인으로 둔갑한다. 처음엔 이들의 대화내용이 흥민진진해 보이지만 대화가 상당히 길어지면서부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까진 좋은데 메인은 이게 아니지 않냐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게 메인이었다.
지긋지긋할 정도의 대화를 통해 뭔가 메세지를 전달하려고 한 것까지는 맞다. 하지만, 기나 긴 대화가 유일한 전달방법이다보니 대화내용을 듣다가 지치게 만든다. 뭔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있는 영화라는 데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끝이 없어 보이는 대화를 유일한 전달방법으로 할 필요는 없지 않았냐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고도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세지를 전달할 다른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3개의 플롯라인이 하나로 합쳐진다는 메인 줄거리를 계속 진행하면서 곳곳에 '메세지'를 심어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방법을 찾아내는 게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하는 일인 줄 알았는데 '로스트 라이언즈'를 보고나니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주 앉아서 수다를 떠는 것 하나로 모든 걸 다 해결하려고 했느니 말이다.
'로스트 라이언즈'는 영화를 보라고 만든 게 아니라 자기네들끼리 나누는 대화내용을 들으라고 만든 영화다. 하고싶은 말 다 하겠다는 것 딱 하나 빼고 나머지는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만든 영화다. 영화가 재미있든 없든 상관 안하겠다는 식으로 만든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목적은 단 한가지: 자기네들이 하고 싶은 말 다 쏟아놓는 것이다.
전달하고픈 메세지는 그대로 남겨놓더라도 이것보다는 영화를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지만 '로스트 라이언즈'를 보고 있으면 과연 이 사람들이 '영화의 재미' 따위에 신경을 쓰기나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재미가 전부라는 건 아니다. 오락영화는 재미가 전부라고 할 수 있겠지만 '로스트 라이언즈'는 오락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건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다.
유명한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묵직한 주제를 다룬다는 것에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바로 이것이 '로스트 라이언즈'의 최대무기이기도 하다. 포장 하나는 멋지게 했다. 톰 크루즈, 로버트 레드포트, 메릴 스트립 정도라면 1류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이 정치영화에 함께 나왔다니까 괜시리 묵직한 영화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체는 그게 아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쉬지 않고 움직이던 배우들의 입밖에 기억나는 게 없는 영화다.
정치인과 기자의 인터뷰 내용에 관심이 많다면 TV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을 찾아 보면 된다.
대학교수와 학생간에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게 흥미진진해 보이는 사람은 학생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진지한 대화를 나눌 교수를 직접 찾아보면 된다.
육군에 자원입대한 2명의 대학생 이야기? 이보다 훨씬 진한 감동이 전해지는 전쟁영화가 많으니 잘 찾아보면 된다.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는 토론이 테마 아니냐고? 토론? 그 흔해빠진 토론? TV를 켜도 토론, 사람들끼리 만나도 토론, 인터넷에서도 토론, 여기도 토론, 저기도 토론판이다.
'로스트 라이언즈'를 극장까지 가서 볼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다.
'로스트 라이언즈'는 정치에 관심이 많고 정치관련 TV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사람/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 만든 영화인 것 같은데 정작 정치 TV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사람들이 볼 땐 새로울 게 하나도 없는 영화로 보일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그럴싸 하지만 실제로는 별 것 없는 영화로 보일 수도 있는 것.
공화당, 민주당, 반전영화다 닝기미다 하는 것은 다 둘 째 문제다.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 메세지가 옳다, 그르다 하는 것도 문제가 아니다. '로스트 라이언즈'의 가장 큰 문제는 영화 자체에 있다. 영화 보다말고 양발 벗어들고 스크린 앞으로 돌진하는 사태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하는 말인데, 정치에 별로 관심없는 사람들은 '로스트 라이언즈'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정치에 관심 있더라도 대화가 전부인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들 또한 보지 않는 게 상책이다.
그렇다고해서 아주 남는 게 없는 영화는 아니다. 난 적어도 하나는 건졌다.
그게 뭐냐고?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사의 리턴이다!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UA 로고가 다시 돌아왔다.
제임스 본드 팬들에겐 매우 정겨운 로고다.
'로스트 라이언즈'는 기대에 못미쳤지만 오랜만에 UA 로고를 본 걸로 만족하련다...
'로스트 라이언즈(Lions for Lambs)'를 본 뒤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로스트 라이언즈'라는 제목도 순전히 거짓말이다.
사자 나온단 말이다!
아무튼, 영화로 돌아가자.
'로스트 라이언즈'는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첫 째는 캘리포니아 대학교수 스테판 맬리(로버트 레드포드)의 이야기다.
둘 째는 공화당 상원의원 재스퍼 어빙(톰 크루즈)과 방송사 여기자 재닌 로스(메릴 스트립)의 이야기다.
세 째는 미 육군에 입대해 아프가니스탄에 배치된 스테판 맬리 교수의 제자 2명의 이야기다.
이쯤 됐으면 어지간한 사람들은 위의 세 가지 이야기가 만나게 될 것이란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로스트 라이언즈'는 딱 여기까지 볼만하다. 3개의 멀티 플롯라인을 하나로 모이게끔 셋업하는 데까지는 흥미진진한 편이다. 하지만, 수다 토너멘트를 하듯 대화만 열나게 하는 영화로 변신하면서 맥이 풀려버린다. 오죽하면 영화를 보다 말고 양말이라도 벗어 입을 콱 막아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겠는지 생각해 보면 된다.
정치얘기하는 영화니까 대화가 많은 건 이해해야 하지 않냐고?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로스트 라이언즈'는 대화가 많은 정도가 아니다. 재스퍼 어빙과 재닌 로스는 재스퍼의 D.C 사무실에서 시작부터 영화의 거의 마지막 부분까지 열나게 수다를 떨다가 끝나고, 캘리포니아의 대학교수 스테판 맬리도 농땡이 까는 대학생 토드(앤드류 가필드)를 붙잡고 열나게 수다를 떤다. 아프가니스탄 작전에 투입된 맬리교수의 두 제자도 크게 다를바 없다.
'로스트 라이언즈'는 캘리포니아, D.C, 아프가니스탄에서 2명씩 짝을 지어 처음부터 끝까지 수다를 떨다가 끝나는 영화라고 보면 된다. 대화가 많은 정도가 아니라 대화 빼면 남는 게 없는 영화라는 것이다.
아무리 대화가 많더라도 정치영화니까 그래도 흥미로운 게 많지 않냐고?
그렇기를 바랬다.
그러나...
흥미진진한 줄거리가 전개되면서 굵직굵직한 문제제기를 하는 식이었다면 별 문제 없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로스트 라이언즈'도 원래는 이런 식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3개의 플롯이 하나로 합쳐진 다음부터는 대화가 전부다. 영화를 계속 끌어줄만한 흥미로운 줄거리도 사라지고 모든 게 대화에 묻혀버린다.
대학교수와 대학생, 정치인과 기자, 아프가니스탄의 군사작전 이야기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 것은 아무래도 아프간 군사작전이었다. 세 플롯이 여기로 모이기 때문에 영화의 메인 줄거리를 쫓아가다 보면 당연히 아프간 군사작전을 중심으로 줄거리가 전개될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전투씬이 많은 액션영화가 될 것을 기대한 건 아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대학교수와 공화당 상원의원 모두 아프간에서 개시된 새로운 군사작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만큼 줄거리가 아프간 군사작전을 중심으로 바짝 조여질 것으로 생각했다. 대학교수가 학생에게 설교를 하고 공화당 상원의원과 기자가 전쟁을 주제로 서로 잽을 주고받는 것까지는 당연히 나오겠지만 세 플롯이 모인 아프간 군사작전이 메인 이벤트인 것엔 변함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메인으로 생각했던 줄거리는 흐지부지 되고 대학교수와 학생간의 대화내용, 정치인과 기자간에 주고받는 인터뷰 내용이 메인으로 둔갑한다. 처음엔 이들의 대화내용이 흥민진진해 보이지만 대화가 상당히 길어지면서부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까진 좋은데 메인은 이게 아니지 않냐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게 메인이었다.
지긋지긋할 정도의 대화를 통해 뭔가 메세지를 전달하려고 한 것까지는 맞다. 하지만, 기나 긴 대화가 유일한 전달방법이다보니 대화내용을 듣다가 지치게 만든다. 뭔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있는 영화라는 데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끝이 없어 보이는 대화를 유일한 전달방법으로 할 필요는 없지 않았냐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고도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세지를 전달할 다른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3개의 플롯라인이 하나로 합쳐진다는 메인 줄거리를 계속 진행하면서 곳곳에 '메세지'를 심어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방법을 찾아내는 게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하는 일인 줄 알았는데 '로스트 라이언즈'를 보고나니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주 앉아서 수다를 떠는 것 하나로 모든 걸 다 해결하려고 했느니 말이다.
'로스트 라이언즈'는 영화를 보라고 만든 게 아니라 자기네들끼리 나누는 대화내용을 들으라고 만든 영화다. 하고싶은 말 다 하겠다는 것 딱 하나 빼고 나머지는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만든 영화다. 영화가 재미있든 없든 상관 안하겠다는 식으로 만든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목적은 단 한가지: 자기네들이 하고 싶은 말 다 쏟아놓는 것이다.
전달하고픈 메세지는 그대로 남겨놓더라도 이것보다는 영화를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지만 '로스트 라이언즈'를 보고 있으면 과연 이 사람들이 '영화의 재미' 따위에 신경을 쓰기나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재미가 전부라는 건 아니다. 오락영화는 재미가 전부라고 할 수 있겠지만 '로스트 라이언즈'는 오락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건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다.
유명한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묵직한 주제를 다룬다는 것에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바로 이것이 '로스트 라이언즈'의 최대무기이기도 하다. 포장 하나는 멋지게 했다. 톰 크루즈, 로버트 레드포트, 메릴 스트립 정도라면 1류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이 정치영화에 함께 나왔다니까 괜시리 묵직한 영화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체는 그게 아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쉬지 않고 움직이던 배우들의 입밖에 기억나는 게 없는 영화다.
정치인과 기자의 인터뷰 내용에 관심이 많다면 TV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을 찾아 보면 된다.
대학교수와 학생간에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게 흥미진진해 보이는 사람은 학생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진지한 대화를 나눌 교수를 직접 찾아보면 된다.
육군에 자원입대한 2명의 대학생 이야기? 이보다 훨씬 진한 감동이 전해지는 전쟁영화가 많으니 잘 찾아보면 된다.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는 토론이 테마 아니냐고? 토론? 그 흔해빠진 토론? TV를 켜도 토론, 사람들끼리 만나도 토론, 인터넷에서도 토론, 여기도 토론, 저기도 토론판이다.
'로스트 라이언즈'를 극장까지 가서 볼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다.
'로스트 라이언즈'는 정치에 관심이 많고 정치관련 TV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사람/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 만든 영화인 것 같은데 정작 정치 TV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사람들이 볼 땐 새로울 게 하나도 없는 영화로 보일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그럴싸 하지만 실제로는 별 것 없는 영화로 보일 수도 있는 것.
공화당, 민주당, 반전영화다 닝기미다 하는 것은 다 둘 째 문제다.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 메세지가 옳다, 그르다 하는 것도 문제가 아니다. '로스트 라이언즈'의 가장 큰 문제는 영화 자체에 있다. 영화 보다말고 양발 벗어들고 스크린 앞으로 돌진하는 사태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하는 말인데, 정치에 별로 관심없는 사람들은 '로스트 라이언즈'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정치에 관심 있더라도 대화가 전부인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들 또한 보지 않는 게 상책이다.
그렇다고해서 아주 남는 게 없는 영화는 아니다. 난 적어도 하나는 건졌다.
그게 뭐냐고?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사의 리턴이다!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UA 로고가 다시 돌아왔다.
제임스 본드 팬들에겐 매우 정겨운 로고다.
'로스트 라이언즈'는 기대에 못미쳤지만 오랜만에 UA 로고를 본 걸로 만족하련다...
'로스트'의 다니엘 킴, 음주운전 덜미
미국 ABC의 TV 시리즈 '로스트(Lost)'에 출연중인 다니엘 대 킴(Daniel Dae Kim)이 지난 10월말 하와이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와이'와 '음주운전'이라는 키워드와 개인적으로 상당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잘 아는 술집에 가면 '지금 어디서 HPD(Honolulu Police Department)가 음주단속중이니 다른 데로 돌아서 가라'는 정보를 알려주기도 하는데 참 안타깝다(?).
내가 아는 사람 하나는 음주운전으로 잡히자마자 수갑 채우라고 양손 내밀었다지?
내 친구녀석들 중에도 음주운전 안 걸려 본 녀석이 없다.
나도 음주운전으로 여러 번 걸렸고 음주운전 사고도 낸 적 있다. 사고로 자동차가 바디샵에 들어가 있는 사이 바디샵에서 임시로 빌려준 차를 끌고 또 술 먹으러 나갔던 넘이다. 그런데, 음주운전으로 벌금을 물거나 교도소에 간 적은 없다. 경찰단속에 걸린 적은 있지만 다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운 좋게도 매번 음주측정기가 없는 경찰한테 걸린 덕분에 '거꾸로 숫자 세기', '앞으로 10걸음-뒤로 돌아-다시 10걸음 걷기', '경찰 플래시 라이트 눈동자로 쫓기' 같은 테스트로 넘어갈 수 있었다.
HPD: 술 냄새가 무지하게 나는 걸?
나: 아냐. 딱 한잔 했다니까.
HPD: 한잔이 아니라 한병이겠지?
나: 한잔이라니까!
HPD: 술잔이 아니라 술병 냄새가 나는데?
나: 네 코가 잘못된 거라고!
HPD: 알았어. 그럼 앞으로 10걸음 갔다가 뒤돌아서 다시 10걸음 걸어서 제자리로 돌아와봐.
나: 오케이! 이거 꼭 모델 된 것 같넹. I'm too sexy for my body~♫ 찍고 돌고, I'm a model, you know what I mean~♫
이쯤 놀아줬더니 '멀쩡하네' 하더라.
캬아 캬캬캬캬!
아무튼, 이것 말고 더욱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로스트' 출연배우 중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게 다니엘 대 킴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
다니엘 대 킴의 '음주운전 선배'들은 '로스트' 시즌 2에 리비(Libby)라는 캐릭터로 출연한 씬디아 와트로스(Cynthia Watros)와 애나 루씨아로 나온 미셸 로드리게즈(Michelle Rodriguez).
그런데, 두 여배우가 '로스트' 촬영중에 음주운전에 걸렸다는 것에서 끝난 게 아니다.
둘 다 '로스트'에서 쫓겨난 것.
미국에서 2006년 5월에 방영된 '로스트' 시즌 2 막판 에피소드들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리비(씬디아 와트로스)와 애나 루씨아(미셸 로드리게즈)는 동시에 죽는다. 두 여배우는 2005년 12월 같은날 음주운전에 걸리더니 같은 에피소드에서 사이좋게(?) 총에 맞아 죽은 것. 'Drunken Sistars'의 최후는 비참했다.
하와이서 촬영하다보니 'Girls of Summer'가 되고 싶었나본데 그래도 너무 많이 마시면 곤란하지 않겠어?
아무튼, 두 여배우는 이렇게 '로스트'를 떠났다.
음주운전 때문에 두 여배우가 쫓겨난 것인지는 모르겠고 우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음주운전 사건에 연루된 여배우 둘이 나란히 '로스트'를 떠나게 된 것까지는 사실이다.
때문에, 다니엘 대 킴도 여차하면 쫓겨날지도 모른다. '사고'를 친 배우는 시리즈에서 쫓아낸다는 식이 맞다면 다니엘 대 킴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로스트' 시즌 4가 시작하면 Sun(김윤진)이 과부가 되는지를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하와이'와 '음주운전'이라는 키워드와 개인적으로 상당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잘 아는 술집에 가면 '지금 어디서 HPD(Honolulu Police Department)가 음주단속중이니 다른 데로 돌아서 가라'는 정보를 알려주기도 하는데 참 안타깝다(?).
내가 아는 사람 하나는 음주운전으로 잡히자마자 수갑 채우라고 양손 내밀었다지?
내 친구녀석들 중에도 음주운전 안 걸려 본 녀석이 없다.
나도 음주운전으로 여러 번 걸렸고 음주운전 사고도 낸 적 있다. 사고로 자동차가 바디샵에 들어가 있는 사이 바디샵에서 임시로 빌려준 차를 끌고 또 술 먹으러 나갔던 넘이다. 그런데, 음주운전으로 벌금을 물거나 교도소에 간 적은 없다. 경찰단속에 걸린 적은 있지만 다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운 좋게도 매번 음주측정기가 없는 경찰한테 걸린 덕분에 '거꾸로 숫자 세기', '앞으로 10걸음-뒤로 돌아-다시 10걸음 걷기', '경찰 플래시 라이트 눈동자로 쫓기' 같은 테스트로 넘어갈 수 있었다.
HPD: 술 냄새가 무지하게 나는 걸?
나: 아냐. 딱 한잔 했다니까.
HPD: 한잔이 아니라 한병이겠지?
나: 한잔이라니까!
HPD: 술잔이 아니라 술병 냄새가 나는데?
나: 네 코가 잘못된 거라고!
HPD: 알았어. 그럼 앞으로 10걸음 갔다가 뒤돌아서 다시 10걸음 걸어서 제자리로 돌아와봐.
나: 오케이! 이거 꼭 모델 된 것 같넹. I'm too sexy for my body~♫ 찍고 돌고, I'm a model, you know what I mean~♫
이쯤 놀아줬더니 '멀쩡하네' 하더라.
캬아 캬캬캬캬!
아무튼, 이것 말고 더욱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로스트' 출연배우 중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게 다니엘 대 킴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
다니엘 대 킴의 '음주운전 선배'들은 '로스트' 시즌 2에 리비(Libby)라는 캐릭터로 출연한 씬디아 와트로스(Cynthia Watros)와 애나 루씨아로 나온 미셸 로드리게즈(Michelle Rodriguez).
그런데, 두 여배우가 '로스트' 촬영중에 음주운전에 걸렸다는 것에서 끝난 게 아니다.
둘 다 '로스트'에서 쫓겨난 것.
미국에서 2006년 5월에 방영된 '로스트' 시즌 2 막판 에피소드들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리비(씬디아 와트로스)와 애나 루씨아(미셸 로드리게즈)는 동시에 죽는다. 두 여배우는 2005년 12월 같은날 음주운전에 걸리더니 같은 에피소드에서 사이좋게(?) 총에 맞아 죽은 것. 'Drunken Sistars'의 최후는 비참했다.
하와이서 촬영하다보니 'Girls of Summer'가 되고 싶었나본데 그래도 너무 많이 마시면 곤란하지 않겠어?
아무튼, 두 여배우는 이렇게 '로스트'를 떠났다.
음주운전 때문에 두 여배우가 쫓겨난 것인지는 모르겠고 우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음주운전 사건에 연루된 여배우 둘이 나란히 '로스트'를 떠나게 된 것까지는 사실이다.
때문에, 다니엘 대 킴도 여차하면 쫓겨날지도 모른다. '사고'를 친 배우는 시리즈에서 쫓아낸다는 식이 맞다면 다니엘 대 킴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로스트' 시즌 4가 시작하면 Sun(김윤진)이 과부가 되는지를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
2007년 11월 7일 수요일
카지노 로얄 vs 여왕폐하의 007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데뷔작 '카지노 로얄'이 개봉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말도 참 많았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007 시리즈가 판타지 액션에서 벗어나 플레밍의 원작으로 돌아왔다고 '007 영화 답지 않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플레밍의 원작에 비교적 충실하게 영화화 했는데 '007 영화 답지 않다'고?
플레밍의 원작에 비교적 충실하게 영화화 했는데 '제임스 본드가 많이 달라졌다'고?
그렇다. '카지노 로얄'은 이런 잡음에 시달렸다. 본드팬들이 '카지노 로얄'에서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을 발견할 때 저런 주장을 하던 사람들은 제이슨 본 시리즈를 발견했다. '카지노 로얄' 이전에 나온 007 영화가 20편이나 있으니 이들과 우선 비교하는 게 순서인 것 같지만 제이슨 본 시리즈와 연결시겼다. '카지노 로얄'과 '여왕폐하의 007' 사이에 비슷한 곳이 여러 군데 있는데 이것은 건너 뛰고 제이슨 본 시리즈를 비교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액션이 사실적이다, 제임스 본드가 피를 흘린다, 가젯이 안나온다, 분위기가 진지하다는 이유를 들면서 '카지노 로얄'이 이전 007 시리즈와 다르다는 것만을 강조하려는 게 목표였으니 제이슨 본 시리즈와 비교하는 게 왔다였을 것이다.
하지만, '카지노 로얄'의 제대로 된 비교대상은 제이슨 본 시리즈가 아니라 '여왕폐하의 007'이다. '카지노 로얄 개봉 1주년 기념(?)'으로 본드팬들은 '카지노 로얄'에서 무엇을 봤는지 대충 훑어보기로 하자.
1. 아스톤 마틴 DBS
아스톤 마틴은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 떼어놓을 수 없는 자동차다. '골드핑거'에 나왔던 아스톤 마틴 DB5가 특수장치가 탑재된 첫 번째 '본드카'로 기록된 이후 아스톤 마틴 자동차는 '썬더볼', '여왕폐하의 007', '리빙데이라이트', '골든아이', '투모로 네버 다이스', 'The World is Not Enough', '다이 어나더 데이', '카지노 로얄'에 등장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여왕폐하의 007(1969)'에 나온 아스톤 마틴 DBS다.
아스톤 마틴 DBS는 '카지노 로얄(2006)'에도 나온다. 긴 세월차가 있는만큼 많이 달라졌지만 DBS라는 이름은 변함없다.
또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글러브박스에 총이 들어있다는 것.
'여왕폐하의 007'의 아스톤 마틴 DBS 글러브박스엔 라이플이 들어있다.
'카지노 로얄'의 아스톤 마틴 DBS 글러브박스엔 권총이 들어있다.
'여왕폐하의 007'과 '카지노 로얄'에 나온 아스톤 마틴은 둘 다 DBS인데다 글러브박스에 총이 들어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아래 사진은 CORGI의 다이캐스트 모델 아스톤 마틴 DBS.
2. 사표
'여왕폐하의 007'엔 이전 007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이 나온다.
제임스 본드가 사표를 쓰는 것!
제임스 본드가 사표를 쓰면 어쩌겠다는 거냐고?
007 시리즈는 또 어떻게 되는 거냐고?
본드가 사표를 쓰지 않았으니까 아직까지 시리즈가 이어지는 것 아니겠수?
그런데, 본드가 '카지노 로얄'에서 또 사표를 쓴다!
'여왕폐하의 007'에선 영화가 1969년작이보니 미스 머니페니에게 사직서를 써달라고 부탁하지만 2006년작 '카지노 로얄'에선 이메일로 사표를 쓴다. 좋게 얘기하면 세월차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소니 바이오 노트북 광고였다.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가 007 영화 시리즈를 통해 '수퍼 액션 히어로'처럼 변질된 건 다들 아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여왕폐하의 007'과 '카지노 로얄'에서의 제임스 본드는 열받으면 사표쓰고 나가겠다는 식으로 나오기도 하는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3. M의 집
'여왕폐하의 007'에서 재미있는 장면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본드가 M의 집을 찾아가는 것이다. 007 시리즈에 M의 집이 나온 건 '여왕폐하의 007'이 처음이다.
M이 나비 채집에 열심인 평범한 노인의 모습으로 007 시리즈에 '노출'된 것도 '여왕폐하의 007'이 처음이다.
영화에서 M의 집이 나오는 건 '여왕폐하의 007'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카지노 로얄'에서 M의 집이 또 나온 것!
제임스 본드가 열받으면 사표쓰고 007 짓거리 집어치우겠다고 나온 것과 마찬가지로 M도 밤낮 사무실에서 본드에게 '이거 해와라, 저거 해와라' 하던 데서 벗어나 가정살림을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주디 덴치는 파격적인 '베드씬'(?)까지 선보였다.
'여왕폐하의 007'와 '카지노 로얄'에선 제임스 본드와 M의 관계가 다른 영화에서와 다르다. 사무실에서 무뚝뚝하게 브리핑만 받고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4. 본드걸 수난시대
'여왕폐하의 007'은 제임스 본드가 장가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본드와 결혼한 트레이시가 신혼여행길에 블로펠드에 의해 살해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007 시리즈에서 메인 본드걸이 죽는 영화는 '여왕폐하의 007'이 처음이다.
그런데, 억센 팔자의 본드걸이 돌아왔다.
트레이시에 이어 저세상으로 간 메인 본드걸 넘버2는 '카지노 로얄'의 베스퍼.
베스퍼는 본드의 아내까지는 아니지만 본드가 특별한 생각을 했던 여자다.
결론은 이렇다:
스쳐지나가는 본드걸들은 장수하지만 본드가 특별한 마음을 가지면 다들 죽는다.
5. 카리스마 넘치는 콧수염의 사나이
'여왕폐하의 007'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콧수염의 사나이, 드라코가 본드에게 도움을 줬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카지노 로얄'에도 카리스마 넘치는 콧수염의 사나이가 나온다.
바로 매티스.
'여왕폐하의 007'에서 드라코로 나온 Gabriele Ferzetti와 '카지노 로얄'에서 매티스로 나온 Giancarlo Giannini 모두 이탈리안 배우라는 공통점도 있다.
본드팬들은 '카지노 로얄'에서 Giancarlo Giannini를 봤을 때 많은 캐릭터들이 오버랩 됐을 것이다. Giannini가 연기한 매티스가 왠지 모르게 상당히 낯익어 보이고, 왜 Giannini를 선택했는지도 짐작이 갔을 것이다.
왜일까?
본드를 돕는 카리스마 넘치는 콧수염의 사나이가 '여왕폐하의 007'의 드라코가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본드를 도와주는 카리스마 넘치는 콧수염의 사나이는 1963년작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에도 나온다.
터키에서 본드를 맞이하는 케림 베이(Pedro Armendariz)다.
'카리스마'와 '콧수염'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또다른 배우가 있다.
1981년작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에서 본드를 돕는 콜롬보로 나온 토폴(Topol)이이다.
여기에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콧수염의 사나이들이 나온 007 영화 모두 이언 플레밍 원작에 충실한 영화라는 것.
007 제작팀은 원작에 충실한 007 영화의 패턴을 거진 그대로 '카지노 로얄'로 옮겨왔다. 다시 말하면, 007 제작팀이 '카지노 로얄'로 파격적인 변신을 꾀했거나 엄청난 모험을 한 게 아니란 것이다. 007 제작팀은 45년동안 007 시리즈에 써왔던 수법을 다시 사용한 게 전부일 뿐이다.
우주선이 또다른 우주선을 납치한다는 황당한 줄거리의 '두번 산다(1967)' 바로 다음에 '여왕폐하의 007(1969)'이 나왔고, 스페이스셔틀을 타고 우주정거장에 가서 광선총 배틀을 한 '문레이커(1979)' 다음 영화가 '유어 아이스 온리(1981)'였으며, 투명 자동차가 나왔던 '다이 어나더 데이(2002)' 바로 다음 영화가 '카지노 로얄(2006)'이었다는 것도 잊어선 안된다.
영화배우가 피어스 브로스난에서 다니엘 크레이그로 바뀐 것도 놀랄 게 없다. 007 제작팀은 이미 80년대에 티모시 달튼을 캐스팅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로저 무어에서 티모시 달튼으로 교체된 것이나 피어스 브로스난에서 다니엘 크레이그로 교체된 것이나 똑같은 얘기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티모시 달튼이 제대도 끝맺지 못한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이어받은 게 전부다.
대부분의 본드팬들은 제작팀이 '카지노 로얄'을 어떻게 만들려고 했는지, 다니엘 크레이그가 어떠한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려고 했는지 어렵지 않게 파악했을 것이다. '카지노 로얄'이 전혀 낯설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007 영화를 처음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두번 산다', '나를 사랑한 스파이', '문레이커', '다이 어나더 데이' 같은 007 영화 뿐만 아니라 '위기일발', '여왕폐하의 007', '유어 아이스 온리', '라이센스 투 킬'과 같은 원작쪽에 가까운 영화도 봤다면 '카지노 로얄'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카지노 로얄'은 1969년 '여왕폐하의 007'처럼 플레밍 원작의 냄새가 물씬 풍기도록 만든 게 전부다. 내용은 '카지노 로얄'이지만 영화는 '여왕폐하의 007'을 보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만든 것이다.
'여왕폐하의 007'를 떠올리도록 유도한 이유는 간단하다:
투명 자동차를 타던 제임스 본드는 가고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가 돌아왔다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카지노 로얄'은 이전 007 시리즈와 크게 다른, 유별나게 생뚱맞은 영화가 맞는 걸까?
말도 참 많았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007 시리즈가 판타지 액션에서 벗어나 플레밍의 원작으로 돌아왔다고 '007 영화 답지 않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플레밍의 원작에 비교적 충실하게 영화화 했는데 '007 영화 답지 않다'고?
플레밍의 원작에 비교적 충실하게 영화화 했는데 '제임스 본드가 많이 달라졌다'고?
그렇다. '카지노 로얄'은 이런 잡음에 시달렸다. 본드팬들이 '카지노 로얄'에서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을 발견할 때 저런 주장을 하던 사람들은 제이슨 본 시리즈를 발견했다. '카지노 로얄' 이전에 나온 007 영화가 20편이나 있으니 이들과 우선 비교하는 게 순서인 것 같지만 제이슨 본 시리즈와 연결시겼다. '카지노 로얄'과 '여왕폐하의 007' 사이에 비슷한 곳이 여러 군데 있는데 이것은 건너 뛰고 제이슨 본 시리즈를 비교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액션이 사실적이다, 제임스 본드가 피를 흘린다, 가젯이 안나온다, 분위기가 진지하다는 이유를 들면서 '카지노 로얄'이 이전 007 시리즈와 다르다는 것만을 강조하려는 게 목표였으니 제이슨 본 시리즈와 비교하는 게 왔다였을 것이다.
하지만, '카지노 로얄'의 제대로 된 비교대상은 제이슨 본 시리즈가 아니라 '여왕폐하의 007'이다. '카지노 로얄 개봉 1주년 기념(?)'으로 본드팬들은 '카지노 로얄'에서 무엇을 봤는지 대충 훑어보기로 하자.
1. 아스톤 마틴 DBS
아스톤 마틴은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 떼어놓을 수 없는 자동차다. '골드핑거'에 나왔던 아스톤 마틴 DB5가 특수장치가 탑재된 첫 번째 '본드카'로 기록된 이후 아스톤 마틴 자동차는 '썬더볼', '여왕폐하의 007', '리빙데이라이트', '골든아이', '투모로 네버 다이스', 'The World is Not Enough', '다이 어나더 데이', '카지노 로얄'에 등장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여왕폐하의 007(1969)'에 나온 아스톤 마틴 DBS다.
아스톤 마틴 DBS는 '카지노 로얄(2006)'에도 나온다. 긴 세월차가 있는만큼 많이 달라졌지만 DBS라는 이름은 변함없다.
또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글러브박스에 총이 들어있다는 것.
'여왕폐하의 007'의 아스톤 마틴 DBS 글러브박스엔 라이플이 들어있다.
'카지노 로얄'의 아스톤 마틴 DBS 글러브박스엔 권총이 들어있다.
'여왕폐하의 007'과 '카지노 로얄'에 나온 아스톤 마틴은 둘 다 DBS인데다 글러브박스에 총이 들어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아래 사진은 CORGI의 다이캐스트 모델 아스톤 마틴 DBS.
2. 사표
'여왕폐하의 007'엔 이전 007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이 나온다.
제임스 본드가 사표를 쓰는 것!
제임스 본드가 사표를 쓰면 어쩌겠다는 거냐고?
007 시리즈는 또 어떻게 되는 거냐고?
본드가 사표를 쓰지 않았으니까 아직까지 시리즈가 이어지는 것 아니겠수?
그런데, 본드가 '카지노 로얄'에서 또 사표를 쓴다!
'여왕폐하의 007'에선 영화가 1969년작이보니 미스 머니페니에게 사직서를 써달라고 부탁하지만 2006년작 '카지노 로얄'에선 이메일로 사표를 쓴다. 좋게 얘기하면 세월차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대로 얘기하면 소니 바이오 노트북 광고였다.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가 007 영화 시리즈를 통해 '수퍼 액션 히어로'처럼 변질된 건 다들 아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여왕폐하의 007'과 '카지노 로얄'에서의 제임스 본드는 열받으면 사표쓰고 나가겠다는 식으로 나오기도 하는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3. M의 집
'여왕폐하의 007'에서 재미있는 장면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본드가 M의 집을 찾아가는 것이다. 007 시리즈에 M의 집이 나온 건 '여왕폐하의 007'이 처음이다.
M이 나비 채집에 열심인 평범한 노인의 모습으로 007 시리즈에 '노출'된 것도 '여왕폐하의 007'이 처음이다.
영화에서 M의 집이 나오는 건 '여왕폐하의 007'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카지노 로얄'에서 M의 집이 또 나온 것!
제임스 본드가 열받으면 사표쓰고 007 짓거리 집어치우겠다고 나온 것과 마찬가지로 M도 밤낮 사무실에서 본드에게 '이거 해와라, 저거 해와라' 하던 데서 벗어나 가정살림을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주디 덴치는 파격적인 '베드씬'(?)까지 선보였다.
'여왕폐하의 007'와 '카지노 로얄'에선 제임스 본드와 M의 관계가 다른 영화에서와 다르다. 사무실에서 무뚝뚝하게 브리핑만 받고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4. 본드걸 수난시대
'여왕폐하의 007'은 제임스 본드가 장가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본드와 결혼한 트레이시가 신혼여행길에 블로펠드에 의해 살해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007 시리즈에서 메인 본드걸이 죽는 영화는 '여왕폐하의 007'이 처음이다.
그런데, 억센 팔자의 본드걸이 돌아왔다.
트레이시에 이어 저세상으로 간 메인 본드걸 넘버2는 '카지노 로얄'의 베스퍼.
베스퍼는 본드의 아내까지는 아니지만 본드가 특별한 생각을 했던 여자다.
결론은 이렇다:
스쳐지나가는 본드걸들은 장수하지만 본드가 특별한 마음을 가지면 다들 죽는다.
5. 카리스마 넘치는 콧수염의 사나이
'여왕폐하의 007'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콧수염의 사나이, 드라코가 본드에게 도움을 줬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카지노 로얄'에도 카리스마 넘치는 콧수염의 사나이가 나온다.
바로 매티스.
'여왕폐하의 007'에서 드라코로 나온 Gabriele Ferzetti와 '카지노 로얄'에서 매티스로 나온 Giancarlo Giannini 모두 이탈리안 배우라는 공통점도 있다.
본드팬들은 '카지노 로얄'에서 Giancarlo Giannini를 봤을 때 많은 캐릭터들이 오버랩 됐을 것이다. Giannini가 연기한 매티스가 왠지 모르게 상당히 낯익어 보이고, 왜 Giannini를 선택했는지도 짐작이 갔을 것이다.
왜일까?
본드를 돕는 카리스마 넘치는 콧수염의 사나이가 '여왕폐하의 007'의 드라코가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본드를 도와주는 카리스마 넘치는 콧수염의 사나이는 1963년작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에도 나온다.
터키에서 본드를 맞이하는 케림 베이(Pedro Armendariz)다.
'카리스마'와 '콧수염'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또다른 배우가 있다.
1981년작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에서 본드를 돕는 콜롬보로 나온 토폴(Topol)이이다.
여기에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콧수염의 사나이들이 나온 007 영화 모두 이언 플레밍 원작에 충실한 영화라는 것.
007 제작팀은 원작에 충실한 007 영화의 패턴을 거진 그대로 '카지노 로얄'로 옮겨왔다. 다시 말하면, 007 제작팀이 '카지노 로얄'로 파격적인 변신을 꾀했거나 엄청난 모험을 한 게 아니란 것이다. 007 제작팀은 45년동안 007 시리즈에 써왔던 수법을 다시 사용한 게 전부일 뿐이다.
우주선이 또다른 우주선을 납치한다는 황당한 줄거리의 '두번 산다(1967)' 바로 다음에 '여왕폐하의 007(1969)'이 나왔고, 스페이스셔틀을 타고 우주정거장에 가서 광선총 배틀을 한 '문레이커(1979)' 다음 영화가 '유어 아이스 온리(1981)'였으며, 투명 자동차가 나왔던 '다이 어나더 데이(2002)' 바로 다음 영화가 '카지노 로얄(2006)'이었다는 것도 잊어선 안된다.
영화배우가 피어스 브로스난에서 다니엘 크레이그로 바뀐 것도 놀랄 게 없다. 007 제작팀은 이미 80년대에 티모시 달튼을 캐스팅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로저 무어에서 티모시 달튼으로 교체된 것이나 피어스 브로스난에서 다니엘 크레이그로 교체된 것이나 똑같은 얘기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티모시 달튼이 제대도 끝맺지 못한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이어받은 게 전부다.
대부분의 본드팬들은 제작팀이 '카지노 로얄'을 어떻게 만들려고 했는지, 다니엘 크레이그가 어떠한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려고 했는지 어렵지 않게 파악했을 것이다. '카지노 로얄'이 전혀 낯설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007 영화를 처음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두번 산다', '나를 사랑한 스파이', '문레이커', '다이 어나더 데이' 같은 007 영화 뿐만 아니라 '위기일발', '여왕폐하의 007', '유어 아이스 온리', '라이센스 투 킬'과 같은 원작쪽에 가까운 영화도 봤다면 '카지노 로얄'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카지노 로얄'은 1969년 '여왕폐하의 007'처럼 플레밍 원작의 냄새가 물씬 풍기도록 만든 게 전부다. 내용은 '카지노 로얄'이지만 영화는 '여왕폐하의 007'을 보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만든 것이다.
'여왕폐하의 007'를 떠올리도록 유도한 이유는 간단하다:
투명 자동차를 타던 제임스 본드는 가고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가 돌아왔다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카지노 로얄'은 이전 007 시리즈와 크게 다른, 유별나게 생뚱맞은 영화가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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