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12일 화요일

터미네이터-카일 리스, 형제가 있었다

FOX TV의 '터미네이터: 사라 코너 크로니클(Terminator: The Sarah Connor Chronicles)'의 줄거리가 약간 재미있게 됐다.

데릭 리스(Derek Reese)라는 캐릭터가 난데 없이 나타나면서부터다.

데릭 리스역을 맡은 배우는 '비벌리힐즈 90210'로 잘 알려진 브라이언 어스틴 그린(Brian Austin Green - 사진)이다.

그런데, 데릭 리스가 누구냐고?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본 사람들은 '리스(Reese)'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번쩍!' 했을 것이다.

'터미네이터' 1편에 나왔던 카일 리스(Kyle Reese)와 성이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 데릭 리스는 카일 리스와 형제사이다.

그렇다면, 카일 리스는 누구냐고?

사라 코너의 아들, 존 코너로부터 '과거로 돌아가 사라 코너를 보호하라'는 명령을 받고 미래에서 온 전사다.

그런데, 카일이 사라 코너를 임신시킨다. 미래의 존 코너로부터 명령을 받고 과거로 돌아가 미혼시절의 사라 코너를 만났는데, 카일이 사라 코너를 임신시키면서 태어난 게 존 코너다. 다시 말하자면, 카일이 존 코너의 아버지가 된 것.

이제와서 '터미네이터 족보'를 만들 생각은 없으니 여기서 그만두기로 하자. '터미네이터: 사라 코너 크로니클'에 나온 '리스'가 '터미네이터' 1편에 나왔던 '리스'와 형제지간이라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현재까지 방송된 에피소드들을 보다보니 '터미네이터: 사라 코너 크로니클'도 NBC의 '바이오닉 우먼(Bionic Woman)'처럼 청소년층을 겨냥한 어드벤쳐물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생 존 코너와 고만고만한 여자 싸이보그 카메론, 그리고 '젊은 엄마' 사라 코너가 서로 시시껄렁한 조크나 주고받는 유치한 시리즈가 되는 것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

'결국 이런 시리즈였나'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스토리도 흐지부지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데릭 리스가 나오자 상황이 달라졌다. 1984년 영화 '터미네이터' 1편을 생각나게 하는 캐릭터가 나왔는데 정신이 번쩍 들 수 밖에!

타이밍 한번 좋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데릭 리스의 운명을 점치기 힘들다. 사라 코너, 존 코너, 카메론과 함께 메인 캐릭터 중 하나가 되어 계속 출연하게 될지 여부는 조금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캐릭터도 아니고 카일 리스의 형제인데 푸대접을 하겠냐는 생각도 든다.

일부는 데릭 리스와 사라 코너가 엮이는 게 아니냔 추측도 하더라.

흐음?

그렇다면, 리스 형제가 사라 코너를 돌린...(에헴!)...게 된다.

아주 흥미진진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이것도 물론 두고봐야겠지만 적어도 현재로써는 데릭 리스가 존 코너의 동생을 만들기 위해 시간여행을 한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

사라 코너가 상당히 'HOT' 한 건 맞다. 데릭 리스도 사라 코너에게 '사진보다 미인'이라고 했다.

하지만, 설마 이것 때문에 시간여행까지 하면서 찾아왔겠수?



아무튼, 데릭 리스의 등장과 함께 '터미네이터: 사라 코너 크로니클'의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진다.

2008년 2월 9일 토요일

2백만불에 목숨 걸었냐, FRIEND-O?

질문 하나 하겠다, FRIEND-O!

우연히 2백만불이 들어있는 가방을 발견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동전을 던져서 결정하자고?

좋다.

앞면: 위험한 일에 휘말릴 수 있으니 건드리지 않는다.

뒷면: 평생 2백만불 만질 기회 다시 오지 않을테니 죽든 살든 들고 간다.

앞면인가 뒷면인가?

Call it, FRIEND-O!



1980년 텍사스.

사냥을 즐기던 용접공, 르웰린 모스(죠시 브롤린)는 총상을 입은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는 곳을 우연히 발견한다.

르웰린은 이들이 타고 온 자동차에서 대량의 마약을 발견하면서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이 멕시칸 마약딜러들이란 걸 알게 된다.

거래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되면서 자동차에 마약을 그대로 쌓아둔 채로 총격전을 벌이다 다들 쭉 뻗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돈도 어딘가에 있겠지?

아니나 다를까! 르웰린은 마약딜러 시체 옆에서 현찰로 가득찬 돈가방을 발견한다.

2백만불 캐쉬!

비록 죽은 마약딜러의 돈이지만 현찰로 가득찬 가방을 그냥 두고 지나칠 사람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범죄자들의 돈에 손을 댄만큼 이에 대한 댓가를 치뤄야 했다.

마약딜러들이 '돈가방 도둑(?)'을 추적하기 시작한 것.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르웰린은 아내 칼라 진(켈리 맥도날드)을 친정집으로 피신시킨다. 아내라도 일단 피신시킨 뒤 돈가방을 회수하려는 범죄자들을 상대하려는 것.

칼라 진은 르웰린과 결혼한 '텍사스 아가씨'인데 영어 발음과 외모가 'British'한 게 신경에 거슬린다. 하지만, 'Texan Chick'이라는데 '그런가부다' 하고 넘어가야지 별 수 있겠수?



그런데 문제가 더욱 골치아파진다.

르웰린을 뒤쫓는 범죄자들 중에 '물건'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앤튼 쉬거(하비에르 바뎀)다.

Chigurh? 이 친구의 이름을 발음하기가 약간 골때린다.

얼핏 들으면 '슈가(Sugar)'처럼 들린다.



하지만, 앤튼 쉬거는 달콤한 것과는 거리가 상당히 먼 친구다.

협상이 통하지 않는 무자비한 킬러기 때문이다.

냉혈 싸이코 킬러인 게 전부가 아니다.

동전을 던져 앞면인지 뒷면인지 맞춰보라는 '게임'을 즐기고, 산소탱크를 마치 총처럼 사용하는 아주 독특한 친구다.



이런 친구가 문앞에 버티고 서 있는 걸 보고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앤튼 쉬거에게 잘못 걸리면 죽음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뚜렷한 이유가 없더라도 죽이고 싶으면 살인을 하는 친구니까.

동전 던지기 결과에 따라 살해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할 정도로 살인이란 것 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친구다.



그렇다면, 르웰린은 운이 좋은 친구일까?

2백만불이 들어있는 가방을 줏었으니 운이 좋은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의 돈가방을 되찾으려는 싸이코패스 킬러, 앤튼 쉬거를 상대해야만 한다면 그다지 운이 좋은 것 같지도 않다.



'2백만불 돈가방' 사건에 르웰린과 앤튼 쉬거만 휘말린 건 아니다.

앤튼 쉬거를 제거한다는 조건으로 고용된 카슨 웰스(우디 해럴슨)가 르웰린과 앤튼의 '2백만불 숨바꼭질'에 끼어든다.



여기에 보안관 에드 톰 벨(토미 리 존스)까지 르웰린과 앤튼 쉬거의 뒤를 쫓는다.

버려진 트럭이 르웰린의 것이란 걸 알아본 벨은 그가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직감하고 르웰린과 앤튼 쉬거를 추격한다.



여기서 눈에 띄는 건 벨의 부하로 나온 웬델(개럿 딜라헌트)다.

그를 본 순간 어디서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아주 최근에 말이다.

실제로 만나봤다는 게 아니다.

그가 출연한 영화를 아주 최근에 본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 언뜻 생각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였다.

FOX TV의 '터미네이터: 사라 코너 크로니클(Terminator: The Sarah Connor Chronicles)'에서 '크로마티'라는 이름의 싸이보그로 나온 그 배우였다.

어쩐지 아주 최근에 본 것 같더라, FRIEND-O!



여기까지가 'No Country for Old Men'의 간추린 내용이다.

그렇다. 'No Country for Old Men'은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르웰린과 앤튼 쉬거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전부인 영화다.

줄거리도 길게 늘어놓을 게 없다. 르웰린이 돈가방을 들고 사라지자 앤튼 쉬거가 그를 뒤쫓는다는 게 전부다. 영화의 줄거리를 차분하게 들여다보면 무지하게 단순하다.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는 스토리의 영화는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고 짜임새 있는 것도 아니다. 시작부터 약간 생뚱맞은 데다 살짝 어거지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다. 그저 단순하게 '이러이러한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싸이코 킬러가 나타나 쫓고 쫓기게 됐다'는 정도에서 이해하고 넘어가야지 따지고 들면 설명이 필요한 데가 꽤 될 것이다.

그런데도 잡다한 대화씬이 자주 나오면서 영화를 약간 지루하게 만든다. 스토리가 볼 게 없는만큼 대화보다는 스릴과 서스펜스를 필요로 하는 영화인데 메인 줄거리와는 별상관 없어보이는 대화씬이 영화의 흐름을 끊는다. 원작에 충실히 영화화 하면서 생긴 결과라면 할 말 없을지 모르지만 메인 줄거리와 별 상관 없는 부분은 빼도 무방하지 않았을까 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맘에 들지 않는 건 마무리다. 허무할 정도로 얼렁뚱땅 정리해버리고 끝내는 바람에 엔딩 자막이 올라가는 걸 멍하니 보면서도 영화가 끝났다는 게 실감이 가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띠잉~'한 엔딩을 연출한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문제는 결말이 너무 허무하다는 것.

천상 이 영화의 주제는 돈에 살고 돈에 죽는다는 것이다. 돈 때문에 죽고 살고, 쫓고 쫓긴다는 게 전부다. 이런 내용의 영화에 아주 그럴싸한 엔딩을 기대한 건 물론 아니다. 하지만, 이것보다는 나은 마무리를 기대했다. 스토리는 그렇다 쳐도 마지막 '한방' 없이 서두르 듯 얼렁뚱땅 마무리 지어버린 건 실망스럽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매력은 뭐냐고?

또라이 킬러, 앤튼 쉬거다.



원래 악역은 악랄해질 수록 매력적이 된다. 때문에 영화를 볼 때 마다 '이 영화의 악역은 얼마나 지독한가'를 가장 관심있게 지켜본다.

악역이 시원찮으면 '그저 흐지부지 지지고 볶다가 끝나겠구나' 한다.

하지만, 악역이 예사롭지 않으면 그 친구에게 온 신경을 집중한다. 나중엔 그를 응원까지 해준다. 닥치는대로 다 죽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악랄해질 수록 악역의 매력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앤튼 쉬거가 바로 이런 캐릭터다. 특히, 잔뜩 겁 먹은 가게주인 앞에서 동전을 던지더니 앞면인지 뒷면인지 맞춰보라고 묻는 장면은 걸작 중 걸작이다. 그 결과에 따라 가게주인의 운명이 엇갈리는 상황이었지만 "Call it, FRIEND-O!" 하는데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평범하게 들리는 몇 마디 말로 상대방을 매우 불편하고 섬짓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쿨한데 사카스틱한 유머감각까지 뽐낼 줄이야!

하지만, 'No Country for Old Men'은 앤튼 쉬거라는 캐릭터를 제외하면 볼 게 많지 않은 영화다. 앤튼 쉬거가 가장 중요한 캐릭터인만큼 그를 제외하면 남는 게 없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렇다지만 'No COuntry for Old Men'은 우스꽝스러운 헤어스타일에 무뚜뚝한 표정으로 총을 들고 돌아다니는, 어찌보면 영락없는 터미네이터처럼 보이는 앤튼 쉬거를 빼면 건질 게 너무 없는 영화다.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소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영화는 두서없이 그저 쫓고 쫓기는 게 전부다. 80년대 미국 텍사스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 영화라는 데서 오는 나름대로의 '맛'이 있긴 하지만 흔해빠진 미국 남부 터프가이들 이야기에 싸이코 킬러를 보탠 게 전부로 보일 뿐 스페셜하다고 할만한 영화로 보이지 않는다.

아카데미상 8개부문에 노미네이트 될 정도도 아닌 것 같다. 'No Country for Old Men'이 나름대로 쿨한 영화라는 것까지는 동의할 수 있어도 8개부문에 노미네이트 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특히, 작품상, 각색상, 편집상 후보에 오른 건 의외다.

8개부문 중에서 노미네이트 될만한 자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확실하게 드는 건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스페인 배우, 하비에르 바뎀(Javier Bardem)이다.

또라이 킬러, 앤튼 쉬거를 연기한 바로 '그' 배우다.



Give him the Oscar, FRIEND-O!

아무튼, 노미네이트된 8개부문 중에서 몇 개나 이기는지 두고보겠다, FRIEND-O!

2008년 2월 6일 수요일

골든 콤파스 vs 캐리비언의 해적들

'골든 콤파스(The Golden Compass)' 영화 개봉에 맞춰 소설가 필립 풀맨(Philip Pullman)의 판타지 소설 'His Dark Materials' 트릴로지를 읽었다.

작년말 개봉한 영화는 'His Dark Materials' 1권인 '골든 콤파스(영국 원제는 Northern Lights - 1995)'다.

그런데, 2권 'The Subtle Knife(1997)'로 넘어가면서부터 책의 내용을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골든 콤파스'라는 영화가 나온다는 걸 알기 전까지만 해도 'His Dark Materials'라는 시리즈를 들어본 적도 없고, 영화도 작년 12월 개봉한 '골든 콤파스' 하나가 전부인데 분명히 전에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디서 본 걸까?

2권에 나오는 윌 패리(Will Parry)라는 이름의 소년, 나침반, 그리고 또다른 세계...

윌 패리?

윌 터너?

잠깐! 윌 터너(Will Turner)라고?

그리고, 나침반?



'캐리비언의 해적들' 1편(2003)이 나왔을 때만 해도 시리즈화 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영화 하나로 스토리가 종결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3년이 지난 2006년 2편이 나오더니 생뚱맞게 잭 스패로우의 나침반 타령이다.

줄거리도 1편과 부드럽게 연결되지 않는다. 1편에 나왔던 캐릭터들이 돌아오긴 했지만 거기까지가 전부일 뿐 제목과 출연배우들을 제외하곤 1편과는 전혀 상관없는 완전히 다른 영화처럼 보였다.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1편은 동화 수준의 판타지 영화였지만 2편은 상당히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로 바뀐 것. 티아 달마(Tia Dalma), 비린내 나는 데이비 존스(Davy Jones), 그리고 그의 유령선 'Flying Dutchman' 등이 나온 덕분이 크다.



애초부터 트릴로지를 계획했다면 1편부터 3편까지 스토리, 영화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1편이 나온지 3년이 지난 뒤에 후속편을 만들면서 잘 어울리지도 않는 줄거리를 억지로 갖다붙이는 바람에 갈수록 스토리도 시원찮아지고 독창적이거나 참신한 아이디어와는 거리가 먼 시리즈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캐리비언의 해적들 2(2006)'엔 '인디아나 존스', '스타워즈' 등 다른 히트영화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온 듯한 부분들이 눈에 띈다.

'캐리비언의 해적들' 시리즈에서 'His Dark Materials'의 흔적이 눈에 띄기 시작하는 것도 '캐리비언의 해적들 2'부터다.

그리고, 콤파스 하나가 전부가 아니다.

내친 김에 몇 가지 더 알아보기로 하자.

우선, '다른 세계로의 여행'이 나온다는 공통점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His Dark Materials' 2권 'The Subtle Knife'엔 다른 세계로 이동할 수 있는 '창(Window)'을 열어주는 칼이 나온다. 바로 이 칼이 'The Subtle Knife'다.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들 3(2007)'에서도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게 나온다.



잠깐!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건 판타지 쟝르의 영화, 소설, 만화, 애니메, 비디오게임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지 않냐고?

맞다.

하지만, '저승'을 여행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면 또 다른 얘기겠지?

'The Amber Spyglass'에서는 'World of the Dead'로, '캐리비언의 해적들 3'에선 'Land of the Dead'라는 '다른 세계'로 여행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The Amber Spyglass'를 먼저 살펴보자:

"So here's where we're going: we're going to the world of the dead. We don't know where it is, but the knife'll find it. That's what we're going to do."

이번엔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들 3'을 살펴보자.

영화에선 윌 터너 일행이 캡틴 잭 스패로우를 찾기 위해 '죽은 자들의 땅(Land of the Dead)'을 찾아나선다.



'저승'을 향해 이동하는 과정 - 쉽게 말해 저승길 - 에서 목격하는 풍경도 비슷하다: 죽은 사람/유령들이 무리로 줄지어 저승을 향해 가는 장면이다.

우선, 'The Amber Spyglass'를 먼저 살펴보기로 하자:

"There's line of people all coming from the village. Dead people..."

And soon they saw them, too: twenty or so men, women, and children, all moving as Dirk Jansen had done, uncertain and shocked.

이와 아주 흡사한 장면이 '캐리비언의 해적 3'에도 나온다: 죽은 사람들이 배를 타고 'Land of the Dead'로 가는 장면이다.



'The Amber Spyglass'에선 죽은 사람들이 걸어서 이동했지만 '캐리비언의 해적들 3'에선 배를 타고 갔으니 다르지 않냐고?

그럴지도...

하지만, 'The Amber Spyglass'에도 '저승으로 떠나는 배'가 나온다. 최종 목적지까지 계속 걸어서 이동하는 게 아니라 마지막 호수를 건널 때는 커다란 배를 타는 것.

"This is just a port of transit. They go on beyond here by boat."

-중략-

"You go with them in a boat out across the lake into the mist. What happens there, no one knows. No one's ever come back."

'캐리비언의 해적들 3'에선 'The Amber Spyglass'처럼 죽은 사람들 모두가 큰 배 하나를 타고 저승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각자 작은 보트를 타고 가는 게 차이점이다. 하지만, '배를 타고 저승으로 간다'는 아이디어는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자, 그렇다면 3권 'The Amber Spyglass(2000)'를 조금 더 읽어보기로 하자.

아래는 'The Amber Spyglass'에서 라이라가 지어낸 이야기를 횡설수설 늘어놓는 부분이다:

There, they met Roger, and when Jordan was attacked by the brickburners who lived in the clay beds, they had to escape in a hurry; so she and Will and Roger captured a gyptian narrow boat and sailed it all the way down the Thames, nearly getting caught at Abingdon Lock, and then they'd been sunk by the Wapping pirates and had to swim for safety to three-masted clipper just setting of for Hang Chow in Cathay to trade for tea.



And, on the clipper they'd met the Gallivespians, who were strangers from the moon, blown down to the earth by a fierce gale out of the Milky Way. They'd taken refuge in the crow's nest, and she and Will and Roger used to take turns going up there to see them, only one day Roger lost his footing and plunged down into Davy Jones' Locker.



여기서, 굵은 글씨로 표시한 'Pirates', 'Hang Chow', 'Cathay', 'Davy Jones' Locker'를 보자.

모두 '캐리비언의 해적 3'와 관련된 단어들이다.

'해적'은 두 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Hang Chow'란 이름은 '캐리비언의 해적들 3'에 나오지 않지만 그 대신 Sao Feng이라는 중국인 캡틴이 나왔다. Sao Feng을 연기한 주윤발의 이름은 영어로 'Chow Yun Fat'이다.

'Cathay'는 중국을 의미한다.

'Davy Jones' Locker'는 바다에서 죽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는 의미로 종종 사용되는 말이므로 '캐리비언의 해적들' 시리즈에 나왔다고 해서 '무엇을 베꼈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제작팀이 'Davy Jones' Locker'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었을까 정도는 생각해볼 수 있다.

순수하게 '바다 사나이들의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일까?

아니면, 'The Amber Spyglass'를 읽으면서 책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온 것일까?

아무래도 '캐리비언의 해적들' 제작팀이 'His Dark Materials' 책을 읽은 것처럼 보이지 않수?

물론, 이 모든 게 그저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우연이라니까 생각나는 게 하나 있다.

아니다. 신승훈씨가 부른 '우연히'가 아니다.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 '골드핑거(1959)'의 한 구절이다:

"Mr. Bond, they have a saying in Chicago:

Once is happenstance.
Twice is coincidence.
The third time it's enemy action."

..........

2008년 2월 5일 화요일

베스트 수퍼보울 TV광고는?

언제부터인가 '수퍼보울 중계방송 시간대에 나오는 TV광고들이 재미있더라'는 이야기가 퍼지더니 이제는 너도 나도 코믹하고 재치있는 수퍼보울 TV광고를 내놓고 있다. 수퍼보울 광고의 인기를 의식한 TV광고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

하지만, 억지로 코믹하게 만들려고 노력한 티가 펄펄 나는 바람에 하나도 웃기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유치하게 보이는 광고만 늘어났다. 이런 광고가 늘어나는 덕분에 코믹한 수퍼보울 광고를 즐기던 '순수한 재미'는 사실상 사라졌다. '수퍼보울 광고 재밌다'니까 설치고 달려들더니 다 망쳐놓은 것.

하지만, 여전히 '수퍼보울' 하면 'TV광고'가 떠오르는 건 변함없으니 이번 수퍼보울 중계방송 시간대에 방송된 몇몇 광고들을 한번 둘러보기로 하자.

수퍼보울 광고 단골손님은 단연 버드라이트(Bud Light) 맥주다. 말하는 원숭이 등 전통적으로 바보스럽고 엉뚱한 내용이 대부분인 버드라이트 광고는 이번 수퍼보울에도 버드라이트다운 광고를 몇 개 선보였다.



현대 자동차는 두 종류의 현대 제네시스 광고를 내보냈다.



펩시는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주인공으로 하는 코믹한 내용의 광고를 내보냈다. 광고에는 달라스 카우보이스 쿼터백, 토니 로모도 잠깐 나온다.



코카콜라도 만화 캐릭터 풍선들이 거대한 코카콜라 풍선을 놓고 쟁탈전을 벌인다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냈다.



코카콜라 광고는 하나가 전부가 아니었다.

코카콜라의 두 번째 광고는 공화당 진영의 빌 프리스트(Bill Frist)와 민주당 진영의 제임스 카빌(James Carville)이 TV 토크쇼에서 격론을 벌이다가 콜라 한병 마시면서 'Good Time'을 갖는다는 내용이다.

왜 'Good Time'이냐고?

배경음악 제목이 'Good Times'니까.

가사도 광고와 딱 어울린다.

Why don't we step outside and change our view...

그러더니, 나중엔 카빌이 공화당 심볼인 코끼리를 타고 프리스트는 민주당 심볼인 당나귀를 탄 캐리커처까지 나온다.



민주당 후보 버락 오바마의 광고가 수퍼보울 시간대에 나온 것도 눈길을 끈다. 힐러리 클린턴이나 존 맥케인 등 다른 후보의 TV광고는 못봤다.



아무리 선거철이라지만 수퍼보울 시간대에 영화 광고가 빠질 리 없겠지?

눈에 띄는 영화 광고 중 하나는 제임스 매커보이(James McAvoy),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 주연의 액션영화'원티드(Wanted)'다.

'원티드'는 J. G. 존스(아트), 스토리 마크 밀라(스토리)의 동명 그래픽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으로, 원래 미국서 3월달에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6월27일로 연기됐다.



그 다음으론 디즈니 픽사의 3D 애니메이션 'WALL-E'.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하이라이트는 미국서 2월14일 개봉하는 헤이든 크리스텐슨 주연의 SF영화 '점퍼(Jumper)'다.

'점퍼' TV광고는 지난 1월 열렸던 대학 미식축구 챔피언쉽 중계방송 시간대에 나왔던 게 볼만하다.

HP광고인지 영화광고인지 살짝 헷갈리지만 뭐 따질 필요 있겠수?



그런데, 수퍼보울 광고는 평범한 수준에 그쳤다. 수퍼보울 중계를 맡은 방송사가 FOX이고 '점퍼'가 20세기 폭스사 영화인데다 미국 개봉일도 임박한만큼 수퍼보울 시간대에 대대적인 홍보를 할 것처럼 보였지만 수퍼보울 스페셜 광고는 없었던 것 같다.



수퍼보울 광고가 이게 전부였던 건 아니다.

그래도, 이중에서 베스트 수퍼보울 광고를 한번 뽑아보라고?

위에 있는 광고 중에서 베스트를 뽑으라고 하면 나는 '프리스트와 카빌의 Good Times' 코카콜라 광고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여러분들도 한번 뽑아보시구랴.

2008년 2월 4일 월요일

재미있는 수퍼보울 드라마 광고

수퍼보울 XLII를 중계한 FOX TV가 드라마 광고를 잊을 리 없다.

가장 인상적인 FOX TV 드라마 광고는 최근 시작한 '터미네이터: 사라 코너 크로니클(Terminator: The Sarah Connor Chronicles)'이었다.

특히, 터미네이터와 FOX 스포츠 마스코트 로봇이 서로 엎치락 뒤치락 하며 싸운다는 아이디어가 재밌다.

FOX 스포츠 마스코트 로봇은 FOX의 NFL 중계방송때마다 나오는 CGI 캐릭터인데, 또다른 로봇(터미네이터)이 나타나 뒤에서 갑자기 덮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눈길을 끈 수퍼보울 드라마 광고는 '프리즌 브레이크(Prison Break)'.

'터미네이터: 사라 코너 크로니클'만큼 자주 나오진 않았지만 수퍼보울 경기를 패러디한 게 재미있다.

폴라 압둘, 신곡과 함께 가수로 컴백

FOX TV의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 심사위원, 폴라 압둘(Paula Abdul)이 가수로 돌아왔다.

폴라 압둘은 수퍼보울 XLII 프리게임쇼에서 신곡 'Dance Like There's No Tomorrow'를 선보였다.





폴라 압둘이 신곡을 발표한 게 10년이 넘은 것 같다. 오랫동안 가수활동을 접었던 폴라 압둘이 아주 오랜만에 복귀한 바람에 그녀의 마지막 앨범이 언제 나왔는지 기억나지도 않는다.

그래서일까?

폴라 압둘이 가수 출신이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심사위원을 맡고있다는 것까지만 알고있을 뿐 그녀가 왕년에 한가닥 하던 가수 출신이란 걸 모르는 사람들이 있더라.

그래서 하나 준비했다.

폴라 압둘의 80년대말 히트곡중 하나인 'Straight Up' 뮤직비디오.

2008년 2월 3일 일요일

뉴욕 자이언츠 수퍼볼 우승!!!

뉴욕 자이언츠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17대14로 꺾고 수퍼볼 챔피언에 올랐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는 정규시즌 16경기를 모두 이기며 18승 무패로 수퍼볼에 올랐으나 19승0패 '퍼펙트 시즌'을 달성하지 못하고 마지막에서 무너졌다.



뉴욕 자이언츠가 수퍼볼에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꺾은 것은 수퍼볼 역사상 가장 큰 이변이라고 한다.

또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매닝형제의 2년 연속 수퍼볼 우승이다.

작년엔 인디아나폴리스 콜츠의 페이튼 매닝이 수퍼볼 챔프가 되더니 금년엔 페이튼의 동생인 일라이 매닝이 수퍼볼 챔프에 올랐다. 둘 다 포지션은 쿼터백.

수퍼볼 MVP도 2년 연속으로 매닝형제에게 돌아갔다.

'미드나잇 ???' 영화제목이 뭐 이래?

'극장서 영화를 봤는데 예고편이 더 재밌더라'는 소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나도 이런 경험을 했다.

내가 본 건 칙칙한 분위기의 호러/스릴러 영화 트레일러였다. 대충 분위기를 보니 지하철에서 사람을 토막내 죽이는 시리얼 킬러에 대한 영화인 것 같았다.

호러/스릴러 영화인만큼 트레일러에서도 긴장감이 넘쳤다.

그런데...

트레일러 막판에 영화의 제목이 나오는 순간 영화의 쟝르가 바뀌고 말았다.

그냥 한방으로 호러에서 코메디로 뒤집어지더라.

제목이 뭔데 그러냐고?

'Midnight Meat Train'!

트레일러 막판에 'Midnight Meat Train!'이라는 성우의 진지한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극장내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미드나잇 뭐라고?"
"Meat Train?"
"그럼 제목이 '한밤중의 고기 열차'야?"
"캬아 캬캬캬캬!"



도대체 이렇게 코믹한 제목이 어디서 나온 건지 궁금했다.

집에 오자마자 '한밤중의 고기 기차'에 대해 알아봤더니 클라이브 바커(Clive Barker)가 1984년 발표한 숏 스토리 제목이었다.

그렇다! 영화뿐만 아니라 같은 제목의 소설도 있었다!

우후~!!

좋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주제곡으론 뭐가 가장 잘 어울릴까?

오래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Come on, it's the choo choo. Come on, it's the choo choo train."

아니지! 아니지!

"Come on, it's the CHOP CHOP. Come on, it's the CHOP CHOP train!"



'Midnight Meat Train'은 미국서 5월16일 개봉이라고 한다.

2008년 2월 2일 토요일

'Untraceable' - 싱거운 싸이버 스릴러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시.

웬 녀석이 'Kill With Me'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살인장면을 생중계 한다.

생중계만 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Kill With Me' 웹사이트에 방문자가 많이 몰리면 몰릴수록, 살인광경을 보러 온 네티즌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희생자가 빨리 죽도록 장치를 셋업해놨다.

그런데, 녀석이 워낙 컴퓨터 도사라 FBI도 추적이 불가능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Untraceable'은 우연히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 FBI 싸이버 범죄 수사관 제니퍼(다이앤 레인)가 컴퓨터 천재 시리얼 킬러를 뒤쫓는다는 내용의 스릴러 영화다.

일단, 싸이버 범죄를 소재로 한 스릴러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까지는 이해가 간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컴퓨터를 이용한 범죄가 급증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살인광경을 인터넷으로 생중계 한다'는 것도 엽기적이긴 하지만 그럴 듯하게 들린다. 웹서핑을 하다보면 상당히 희한한 것들도 자주 눈에 띄는 데 까짓 거 '인터넷 살인 생중계'라고 안될 게 있을까?



그런데, 영화를 넌센스처럼 보이도록 만든 게 있다: 바로 살인방법이다.

살인방법이 너무 터무니없는 것.

FBI도 추적하기 힘들 정도의 컴퓨터 천재가 살인광경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한다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방법이 워낙 요란스러운 바람에 영화가 상당히 엉뚱해졌다. 나중엔 염산이 어쩌구 하는데 피식 웃음마저 나오더라.

범인이 '컴퓨터 천재 또라이'라는 것은 '추적할 수 없다', '인터넷으로 살인광경을 생중계 한다'는 정도로 충분히 보여주지 않았을까?

구태여 해괴망측한 장치까지 동원해가며 복잡하고 골치아픈 방법으로 살인을 하면서 '방문자가 늘어날수록 희생자 사망시간이 앞당겨진다'느니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지만,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단순한 싸이버 범죄나 시리얼 킬러 이야기가 아니라 상식의 선을 넘는 인터넷 공간의 도덕해이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죽는 동영상을 보기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보면서 저게 단지 픽션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사람이 죽는 동영상이 흥미거리가 된 게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이런 사진과 동영상을 수없이 봤다. 이런 것을 즐겨보는 건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호기심이 끌리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였나?

영화에서 범인이 살인광경을 생중계했던 www.killwithme.com을 찾아가봤다.

왜 갔을까?

영화에서 나온 것이니 가봤자 별 것 없을텐데 왜 갔을까?

영화에 나왔던 사이트가 실제로 있나 확인하려고 간 것일까?

아니면, 살인광경을 생중계하는 사이트를 실제로 가보고 싶었기 때문일까?



갈수록 어지러워지는 인터넷 공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은 나름 괜찮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Untraceable'은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드라마가 아닌 컴퓨터 천재 시리얼 킬러를 추적하는 스릴러다.

쟝르가 스릴러라면 당연히 스릴러 영화다워야겠지?

하지만, 여기에 문제가 있다.

컴퓨터 도사가 살인현장을 인터넷 생중계하고, FBI가 녀석을 잡기위해 노력한다는 것까진 알겠는데 '누가 왜 저런 짓을 하는가'에 대한 궁금증과 미스테리가 부족하다. 범인의 정체와 동기가 밝혀지면서 어느 정도 설명이 되긴 하지만 '살인을 우습게 생각하는 철없는 컴퓨터 천채가 장난치듯 살인현장을 인터넷으로 생중계 한다'는 기본 아이디어에 약간의 살을 붙인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Untraceable'은 복잡한 컴퓨터 이야기로 허술하고 뻔한 스토리를 살짝 가려놓은 게 전부다. 영화의 소재가 싸이버 범죄인만큼 영화관객들을 하이테크 타령에 홀리게 만든 다음 나머지는 얼렁뚱땅 넘어가겠다는 속셈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영화다.



실제 나이에 비해 늙어보이는 다이앤 레인도 머리를 긁적이게 만든다.

1965년생이면 지금 40대 초반인데 영화에서의 다이앤 레인은 50대 초반처럼 보였다.

물론, 여자들한테 '나이들어 보인다'는 소리 잘못했다간 얻어 터지는 수가 있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다이앤 레인이 실제 나이보다 늙어보이는 걸 어쩌겠수?

다이앤 레인이 10대 후반이었을 때 찍었던 1984년 영화 '스트리츠 오브 파이어(Streets of Fire)'에서의 모습이 기억난다.

다이앤 레인의 인기는 아마도 저 때가 피크였던 것 같다.



다이앤 레인은 '스트리츠 오프 파이어'에서 'Nowhere Fast'라는 곡을 부르는 인기 여가수로 나왔다.

그런데, 지금 보니 노래제목을 'Aging Fast'로 바꿔야 할 듯...

아무튼, '스트리츠 오프 파이어' 이야기가 나온 김에 다이앤 레인이 영화에서 'Nowhere Fast'를 부르던 장면을 보면서 끝내자.

2008년 2월 1일 금요일

'로스트' 시즌4부턴 플래시 포워드?

ABC의 인기 TV 시리즈 '로스트(Lost)'가 돌아왔다.

벌써 시즌4다.

'로스트'가 그렇게 재미있냐고?

사실, 나는 TV 시리즈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세월아 네월아 줄거리가 이어지는 TV 시리즈는 내 체질에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로스트'를 네 번째 시즌까지 보게 된 이유는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결말이 궁금해서'라고 해야 정확할 것 같다. 시즌1 분량밖에 안되는 스토리로 시간을 끌고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매듭지을 것인지 궁금한 것.

'로스트'의 스토리는 시즌4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시리즈를 2010년까지 끌고간다고 했으니 앞으로도 한참 남아있다.

그렇다면 시즌4에선 어떤 식으로 시간을 끌까?

시즌4 1회를 보고나니 대충 감이 잡혔다.

이번엔 플래시 포워드(Flash Forward)였다.

시즌1~3에선 플래시백으로 시간을 오부지게 끌더니 시즌4에선 미래의 일을 보여주는 플래시 포워드로 시간을 끌 모양이다.

플래시 포워드는 시즌3 마지막회에서부터 나오더니 아니나 다를까, 시즌4는 아예 플래시 포워드로 시작한다.

'로스트' 시리즈에선 플래시백이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플래시백을 없애고 섬에서 벌어지는 사건만으로 시리즈를 이어간다면 종영된지 벌써 한참일테니 말이다. '로스트' 시리즈를 시즌4까지 이어지도록 만든 일등공신이 바로 플래시백이다.

처음 얼마동안은 플래시백에 별다른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매 에피소드마다 플래시백이 빠지지 않는다는 게 서서히 신경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모든 플래시백이 시간끌기용인 것은 아니지만 몇몇을 제외한 나머지는 쓸데 없는 내용이라서 시리즈를 연장하는데 사용한 것처럼 보이기에 딱 알맞았다.

그런데, '로스트' 작가들도 플래시백 약발이 떨어졌다는 걸 느꼈나보다.

그래서 내놓은 게 플래시 포워드다.

시즌3 마지막회에 처음 나왔던 플래시 포워드 씬으로 말이 참 많았던 것도 사실인만큼 그들의 작전은 성공적이었다고 해줄만 하다.

하지만, 시즌4 첫 회를 보고나니 플래시 포워드를 어떻게 사용할 계획인지 알 것 같았다: 플래시백 대신 플래시 포워드로 시간끌겠다는 것이다.

플래시 포워드가 새로운 아이디어인만큼 당분간은 좋은 반응을 얻을 것 같다. 시즌3까지는 '로스트' 캐릭터들이 미스테리한 섬에 고립되기 이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플래시백이 전부였는데 이번엔 구출된 이후의 미래를 보여주는 플래시 포워드가 나오는만큼 '구출된 이후엔 어떻게 지낼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역시 '로스트' 시리즈는 플래시백이든 플래시 포워드든 '플래시' 들어가는 것 없인 진행이 안되는 모양이다. 섬에서 벌어지는 사건만으로는 시리즈를 이어가기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들린다.

줄거리 전개상 꼭 필요할 때만 플래시 포워드를 사용한다면 문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에피소드에 플래시백을 포함시키던 '로스트의 전통'을 이제와서 바꿀 리 없을 것 같다.

'로스트' 캐릭터들이 또다시 2개 그룹으로 나눠진다는 것도 고개를 젓게 만든다. 이것도 이전에 써먹었던 수법이다. 아무래도, 시즌4에서도 이쪽 그룹, 저쪽 그룹 이야기를 오락가락하면서 시간끌던 수법을 또 사용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시즌4 첫 회를 본 게 전부인만큼 아무래도 조금 더 지켜봐야 방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시즌4도 여지껏 해오던대로 시간 질질끄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스피드'와는 인연없는 '로스트'에 출연중인 매튜 폭스(Matthew Fox)가 영화 '스피드 레이서(Speed Racer)'에 출연한 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지만, 혹시 누가 아우? 매튜 폭스가 '로스트'로 '스피드'를 몰고올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트'가 미국서 인기높은 TV 시리즈로 불리는 게 놀라울 뿐이다.

TV 시리즈를 싫어하는 나까지 네 번째 시즌이 되도록 보고 앉아있으니 제대로 걸린 것까진 맞는 것 같다.

모두 미스테리한 섬의 저주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왠지모르게 아닌 것 같다.

내가 바로 그 '미스테리한 섬'에서 10년간을 살았다우. 멀리 산이 보일 때는 촬영장소가 어디인지 알아보겠더라.

아, 그렇다고 내가 'The Others' 출신이란 건 아니고...

2008년 1월 29일 화요일

앤서니 홉킨스를 M으로!

2008년 11월7일 제임스 본드가 돌아온다.

22번째 제임스 본드 어드벤쳐 제목은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

'콴텀 오브 솔래스' 프로듀서와 감독, 출연배우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마치 가족사진처럼 보인다.


(사진설명: 왼쪽부터 마이클 G. 윌슨(프로듀서), 젬마 아터튼(본드걸2 - 에이전트 필즈), 매튜 아말릭(악역 - 도니믹 그린), 올가 쿠리렌코 (본드걸1 - 카밀), 다니엘 크레이그(미스터 본드!), 주디 덴치(M), 마크 포스터(감독), 바바라 브로콜리(프로듀서))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 주디 덴치가 계속 M으로 출연한다는 것.

피어스 브로스난의 제임스 본드 시대가 끝나면서 M이 다시 남자로 되돌아가기를 기대했는데 '카지노 로얄'에서도 주디 덴치가 변함없이 M으로 출연하는 걸 알았을 때 적지않은 실망을 했다.

그렇다고 주디 덴치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주디 덴치가 연기한 '여성 M'도 그런대로 괜찮다고 본다.

하지만...

007 시리즈가 '카지노 로얄(2006)'에서 이언 플레밍의 원작으로 돌아가면서 '옛날 M'이 생각났다.

플레밍 소설에서의 M은 물론 남자다. 007 영화 시리즈 1탄부터 16탄까지도 남자배우가 M으로 출연했다.

피어스 브로스난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골든아이(1995)'가 나왔을 때 새로운 007 시리즈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여성 M'이었다. 원래 M은 제임스 본드에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는데 갑자기 여자로 바뀌자 당황스러웠던 것.

'여성 M'이 007 시리즈에 출연한지 10년이 지났다보니 이젠 별다른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M이 남자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접은 건 아니다. M이 원래 남자 캐릭터니까 남자배우로 다시 돌려놓는 게 정상이므로 쉽게 잊혀질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누가 M에 어울리는 것 같냐고?

앤서니 홉킨스(Anthony Hopkins)는 어떤가?

제임스 본드 팬들은 007 시리즈 초대 M, 버나드 리(Bernard Lee)가 최고였다는 데 이의 없을 것이다. 버나드 리는 1탄 '닥터노(Dr. No - 1962)'부터 11탄 '문레이커(Moonraker - 1079)'까지 M으로 출연했던 영국배우다.

앤서니 홉킨스도 영국배우이며, 나이는 현재 M을 연기하고 있는 주디 덴치(34년생)보다 3년 아래다.

앤서니 홉킨스가 M으로 캐스팅된다면 버나드 리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아주 멋진 M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2008년 1월 28일 월요일

007도 코믹북 있다!

제임스 본드라고 하면 007 영화가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이언 플레밍의 소설이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그게 다냐?

아니다.

만화도 있단 말이다!

사실, 제임스 본드 코믹북은 꽤 많은 편이다. 007 영화 시리즈가 나오기 전부터 영국 신문에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을 옮긴 만화가 연재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런 스타일의 만화만 있는 건 아니다.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가 1981년 제임스 본드 영화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를 풀컬러 만화로 옮긴 적이 있다.

표지 왼쪽 하단에 'The Official Marvel Comics Adaptation of the Spectacular Motion Picture!'라고 써있다.

마블 코믹스의 '유어 아이스 온리' 코믹북은 소설이 아닌 영화를 만화로 옮긴만큼 영화와 동일한 줄거리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제임스 본드도 '유어 아이스 온리'에서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로저 무어를 모델로 했다.

마블 코믹스가 '제임스 본드 주니어(James Bond Jr.) 시리즈'와 함께 제임스 본드 영화를 만화로 옮긴 풀컬러 코믹북을 몇 권 더 선보였던 것으로 알고있다. 하지만, 지금 내 수중에 있는 건 '유어 아이스 온리' 하나가 전부.


2008년 1월 27일 일요일

다니엘 실바 소설, 영화로도 성공할까

미국의 스파이 소설 작가, 다니엘 실바(Daniel Silva)의 소설이 곧 영화화 될 전망이다.

미국 버라이어티(Variety)의 작년 8월 보도에 의하면 유니버설 픽쳐스가 다니엘 실바의 7개 첩보소설에 대한 영화제작권을 취득했다고 한다.

유니버설이 노리는 건 실바의 소설 중에서 게이브리엘 앨런(Gabriel Allon)이라는 이스라엘 모사드 에이전트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다.

버라이어티에 의하면 첫 번째 영화는 'The Messenger'가 될 것이며, 프로듀서는 마크 고든(Mark Gordon)과 조시 맥러린(Josh McLaughlin), 감독은 피에르 모렐(Pierre Morel)에게 맡길 계획이라고 한다.

유니버설은 '본 얼티메이텀(Bourne Ultimatum)'으로 막을 내린 로버트 러들럼 원작의 제이슨 본 시리즈를 이을 새로운 스파이 프랜챠이스를 찾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버라이어티의 기사가 '본 얼티메이텀'의 미국 개봉일(07년 8월3일) 직전인 8월1일에 올라온 것도 우연이 아닌 것 같다.

만약, 모든 게 유니버설 픽쳐스의 계획대로 된다면 이들은 게이브리얼 앨런 시리즈 첩보영화 7편을 확보한 게 된다.

하지만, 다니엘 실바의 소설이 영화로 성공할만 하냐는 걸 먼저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캐릭터 게이브리얼 앨런부터 살펴보자.

게이브리얼 앨런은 그림을 복원하는 기술자다. 하지만, 1972년 뮌헨 인질사건 주모자를 없애라는 임무를 수행했던 베테랑 모사드 에이전트이며, 폭탄테러로 가족을 잃기도 했다.

70년대초부터 모사드 요원으로 활동했고, 그 때 당시에 20대 초반이었다니까 지금 나이는 적어도 50대 중반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무기사용에 능한 베테랑인 건 맞지만 젊은 에이전트는 아니다.

그렇다면, '메신저'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바티칸에 폭탄테러를 해 700여명을 사망케 한다. 이스라엘 모사드 에이전트, 게이브리엘 앨런은 테러 주모자와 그에게 금전지원을 하는 사우디 억만장자를 추적한다.

문제의 사우디 억만장자가 엄청난 그림 수집가란 사실을 알고있는 게이브리엘은 그에게 접근할 미끼로 사용할 그림을 찾기 시작하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고호의 그림을 찾는 데 성공한다.

그 다음엔, 그림과 함께 사우디 억만장자의 '아트 어드바이저'가 되어 그들의 조직에 침투할 미국인 여자 에이전트를 찾는다. 물론, 게이브리엘은 9-11 테러로 남자친구를 잃고 CIA에 들어가려 했던 경력을 가진 사라(Sarah)라는 미국여자를 발견한다.

여기까지가 책의 절반이다. 사우디 억만장자 조직 내부에 숨어있는 거물급 테러리스트를 찾아내기 위해 그의 조직에 여자 에이전트를 심는다는 얘기인데 이 작전을 준비하는 과정이 책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 이후부터는 - 당연하겠지만 - '아트 어드바이저'로 위장해 테러조직에 침투한 사라와 그녀를 주변에서 계속 모니터링하는 모사드 요원들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썩 맘에 들지 않는다.

다니엘 실바를 존 르 카레(John Le Carre), 그레이햄 그린(Graham Greene)과 비교하길래 기대가 컸다. '중동판 존 르 카레'라고도 하길래 다니엘 실바의 소설이 영화 '시리아나(Syriana)' 정도는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메신저'를 읽고나니 왠지 속은 기분이 들었다. '메신저'는 진지한 에스피오나지 소설도 아니고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스피디한 전개의 어드벤쳐 소설도 아니었다. 다니엘 실바는 전통적인 스파이 픽션 스타일의 에스피오나지와 테러리스트 소탕을 한데 섞어보고자 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선에 머무는 데 그쳤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궁금한 건 영화관객들이 중동판 스파이 이야기를 얼마나 좋아하냐는 것이다.

스파이 픽션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첩보조직 vs 첩보조직', '이중 스파이' 같은 주제가 떠오르지만 무대가 중동으로 넘어가면 '자폭테러', '지하드' 같은 Low-Tech 테러리즘으로 바뀐다. 시대가 바뀐만큼 다른 분위기의 스파이 픽션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자폭하기 좋아하는 테러범이나 쫓아다니는 스토리로 스파이 픽션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안티 사우디, 안티 아랍, 안티 이슬람 정서로 가득한 영화가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 또한 의문이다. 작년 가을 유니버설 픽쳐스가 선보였던 '킹덤(The Kingdom)'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것도 참고대상이다.

그렇다면, 과연 다니엘 실바의 게이브리얼 앨런 시리즈가 유니버설 픽쳐스의 성공적인 스파이 액션영화 시리즈가 될 수 있을까?

다니엘 실바의 게이브리얼 앨런 시리즈를 지금까지 딱 한권밖에 읽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하기 곤란하지만 현재로써는 '글쎄올시다'라고 해야할 것 같다. 한가지 분명한 건 실바의 스토리텔링 스타일이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 실바의 최신작 'Secret Servant'가 책꽂이에서 대기중인만큼 조만간 두 번째 게이브리얼 앨런 소설을 읽게 되겠지만 크게 기대되지 않는다.

물론, 영화는 소설과 완전 딴판일 수 있다. 원작에서 몇 가지만 빼오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킹덤'에 약간의 에스피오나지를 곁들인 액션영화 정도일 것 같지만 생각보다 볼만한 액션 스릴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약간 불안하다. 제이슨 본 시리즈로 스파이 액션영화에 맛을 들인 유니버설 픽쳐스가 새로운 스파이 프랜챠이스를 찾는 것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게이브리얼 앨런 시리즈는 약간 의심스럽다.

IMDB에 의하면 '메신저' 영화가 2010년 개봉예정이라니 그 때가 되면 좀 더 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으리라.

2008년 1월 25일 금요일

역시 '람보'는 액션밖에 몰라!

실베스터 스탤론이 웃통을 벗어던지고 기관총을 갈기던 람보로 돌아왔다.

람보가 도대체 언제적 얘기냐고?

마지막 람보 시리즈인 '람보3'가 개봉한 게 1988년이니 20년만에 네 번째 람보 영화가 나온 셈이다.

다 좋다고 하자. 그런데, 60이 넘은 스탤론이 람보로 돌아왔다고?

2006년엔 록키로 돌아오더니 이번엔 람보의 차례였다. 아무래도 스탤론이 '지나간 캐릭터'에 상당한 미련을 갖고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스탤론의 '지나간 캐릭터 무비' 1탄격인 '록키 발보아'는 보고싶은 생각이 그다지 들지 않아 건너뛰었다. 록키 시리즈가 제아무리 유명하다지만 이제와서 그 나이에 또다시 록키로 돌아왔다는 게 매우 수상히 보였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복서는 너무한 것 아니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보면 괴로울(?) 것 같았다.

그렇다면, '람보'는?

'록키 발보아'처럼 좋은 기억속에 남아있던 영화 시리즈를 수상하게 바꿔놓으려고 나온 영화일까?



이번엔 사정이 달랐다.

'스탤론이 람보를 연기하기에 너무 늙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스탤론의 나이가 눈에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정글에서 기관총을 갈기는 '액션 히어로'를 연기하지 못할 정도로 나이가 많다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았다.

'록키 발보아'가 나왔을 때처럼 '스탤론의 욕심이 너무 과한 게 아니냐'는 생각도 이번엔 들지 않았다. '60대의 권투선수'는 받아들이기 곤란해도 '60대의 액션 히어로'는 문제 없어 보였다. '나이들어 보인다'는 것까지는 인정하더라도 '지나치게 오버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스탤론이 예전 영화에서처럼 웃통을 벗어던지지 않는 게 눈에 띄긴 한다.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만큼 노출수위(?)를 많이 낮춘 것 같더라.

하지만, 그렇다고 60대의 람보가 '숲속에서 만난 영감님' 정도로 만만하게 보였다는 건 절대 아니다.

개기면 다죽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다른 건 몰라도 액션 하나만큼은 화끈하다고 해야겠다.

쏘고, 터지고, 날아가고, 잘리고 하는 박력 만점의 액션씬은 아주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람보 영화에서 이런 것 빼면 볼 게 뭐가 있냐'는 생각도 들지만 최근에 나오는 R등급 액션영화에서 자주 보기 힘든 폭력수위 높은 무식한(?) 장면들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씬을 하나 꼽으라면 아무래도 람보가 활로 적들을 쓰러뜨리는 부분이 될 것 같다.

람보 시리즈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무댓보로 기관총 갈기는 것과 활 쏘는 것 아닌가.

2008년 '람보'에서도 변함없이 '활'이 나온다. 처음엔 활로 물고기(메기?)를 잡길래 몹시 실망했는데 조금 지나니까 사람(!!)을 향해 쏘기 시작하더라. 그러더니 머리, 얼굴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화살이 꽂힌다.

폭력수위만 놓고 따지면 상당히 무식하다고 해야겠지만 극장안에선 낄낄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바로 이런 게 '람보식 유머' 아니겠수?



하지만, '람보'는 액션 빼면 볼 게 없는 영화다.

그걸 이제 알았냐고?

아니 뭐,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줄거리가 너무 간지럽다는 게 영화내내 신경쓰였다.

그렇다면, 말 나온 김에 줄거리를 살짝 둘러보기로 하자.

영화는 미국 콜로라도 교회에서 온 크리스챤 봉사단이 내전으로 어지러운 버마에 들어가기위해 람보를 찾아오면서 시작한다. 그들의 목적지까지 데려다 달라고 람보를 찾아온 것.



영화에 나오는 크리스챤 봉사단은 어려움에 처한 현지주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것까지는 좋지만 누구의 충고도 받아들이지 않고 고집을 굽히지 않는 융통성 없는 사람들이다. 람보가 목숨을 구해줬는데도 '우리는 살인을 막으러 왔는데 사람을 죽이면 어떻게 하냐'고 되레 람보에게 역증 낼 정도다. 입바른 소리 하는 것만 좋아하는 앞뒤 꽉막힌 일부 크리스챤들의 모습을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생각이 든다.

크리스챤 봉사단은 위험하다는데도 불구하고 버마에 기어코 들어가고야 만다. 목적지에 도착한 이들은 현지주민들을 치료해주고, 성경공부를 하고, 또 이것을 캠코더로 촬영하면서 매우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일 뿐.

"SURPRISE~!!!"



버마군인들이 마을을 습격하면서 주민들을 닥치는대로 학살하고 크리스챤 봉사단을 인질로 잡는다.

위험하니 가지 말라는 데도 말을 듣지않고 버마에 갔다가 인질이 된 것.

왠지 모르게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처럼 들리지만...

아무튼, 어쩌랴! 가지 말라는 데 가서 사고를 쳤으니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목사까지 람보를 찾아온다. 인질로 잡힌 크리스챤들을 구출하기 위해 용병대까지 이끌고 왔다.

인질로 잡힌 크리스챤 봉사단 중 하나는 람보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살상을 한 것에도 분노했는데 같은 교회 목사는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무장한 용병대를 고용했다는 게 아이러니하게 보인다.



이번 영화에서는 람보가 은퇴 후 태국에서 조용한 생활을 보내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겉으로만 봐서는 무시무시한 '액션맨'으로 보이지 않는다. '액션맨'은 고사하고 거진 히피(Hippie)에 가깝게 보인다.

그 덕분인지, 아무도 람보에게 구출을 부탁하지 않는다. 그저 배로 목적지까지 태워달라는 게 전부일 뿐. 용병들도 람보를 그저 '뱃사공' 정도로 생각한다.

미국 TV광고에 자주 출연해 낯익은 얼굴 Tim Kang도 용병대원 중 하나다.

그런데, 람보가 용병대의 도움이 필요한 캐릭터였던가?

람보는 전통적으로 혼자서 다 해치워왔는데 이번엔 용병대와 함께 구출작전을 벌인다는 게 낯설게 느껴진다.


(Tim Kang: 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 - 모자 쓴 친구)

하지만, 어찌됐든 가장 중요한 건 인질들의 생사여부다.

미국인들을 납치한 버마군인들은 닥치는대로 사람들을 죽이는 상당히 거친 녀석들이던데 과연 인질들은 생존해 있는 걸까?

영화에서도 '개까지 죽이는 녀석들인데 인질이 아직까지 살아있겠냐'는 대사가 나온다.

하지만, 버마군인들은 미국인 인질들을 해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인질을 다 죽여버리면 영화가 싱겁게 끝나니까?

'인질구출 전문'인 람보에게 구출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람보'와 같은 영화는 액션이 첫 째, 줄거리는 둘 째라는 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눈에 띄게 뻔한 '람보의 또다른 인질구출 스토리'는 약간 심했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액션이 전부인 영화라지만 억지로 짜맞춘 인질구출 스토리로 보일만큼 허술하게 만들어도 괜찮은 건 아니다. 주요 볼거리가 스토리 전개가 아닌 액션이란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내용은 볼 게 없더라도 억지로 짜맞춘 것처럼 보일 정도로 어설프게 보이면 곤란하다. 심오한 내용은 필요없더라도 평균은 해야 하는 것.

이 부분만 조금 세련됐더라면 생각보다 볼만한 액션영화가 될 뻔 했다. 하지만, '람보'는 '액션만 있고 내용은 없는 영화'가 아니라 '액션만 있고 나머지는 유치하고 허술한 영화' 수준에 그쳤다.



지나치게 액션 한쪽에만 매달리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요즘엔 직접 때려부수고 쏴야 스트레스가 풀리기 때문이다. 뭔가를 직접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든 말든 하지 극장에 쭈그리고 앉아서 스크린만 멀뚱멀뚱 보는 것만으론 스트레스 해소가 안된다. 아무리 액션이 뛰어나고 스릴이 넘친다더라도 'PLAY' 없이 'WATCH'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 내가 영화보다 비디오게임을 훨씬 더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들에겐 '람보'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왔다인 영화일 것이다.

어렸을 적 '액션 스타' 실베스터 스탤론이 '그 때 그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것 하나만으로 만족하고도 남는다는 사람들은 절대 후회할 일 없겠지?

그러나, 액션 한쪽으로 심하게 쏠리지 않은 그런대로 밸런스 잡힌 'Well-made 액션영화'를 기대한 사람들에겐 유치해 보일 것이다. 액션 볼거리만 빼고 나면 잘 만든 영화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에서까지 치사하게 줄거리 타령하면 곤란하지 않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 때려부숴!' 스타일의 화끈한 액션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람보' 트레일러 배경음악도 딱 이런 분위기다.

'F__k'em All' 스타일의 액션영화에 잘 어울리는 Drowning Pool의 곡을 '람보' 트레일러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Drowning Pool의 노래는 이런 스타일의 액션영화 배경음악으로 자주 사용되는 것 같다. 얼마 전엔 마블 코믹스의 그래픽 소설을 영화로 옮긴 '퍼니셔(The Punisher - 2004)'의 주제곡으로 'Step Up'이 사용되기도.



'퍼니셔'에 이어 이번엔 '람보'다.

'람보' 트레일러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Drowning Pool의 'Bodies'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끝내자.

"LET THE BODIES HIT THE FLOOR!"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