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21일 화요일

파라마운트 HD DVD 포맷만 지원한다

미국의 파라마운트 픽쳐스가 HD DVD 포맷으로만 차세대 DVD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파라마운트 홈 인터테인멘트(Paramount Home Entertainment)를 통해 배급되는 파라마운트 픽쳐스(Paramount Pictures), 드림웍스 픽쳐스(DreamWorks Pictures), Paramount Vantage, Nickelodeon Movies, MTV Films, DreamWorks Animation 영화들이 모두 해당된다.

그러나,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영화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파라마운트는 8월28일 출시하는 코메디 영화 'Blades of Glory'부터 HD DVD 단독 출시를 시작하며, 앞으로 '트랜스포머스', '슈렉 3' 등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라마운트는 블루레이와 HD DVD 포맷을 모두 지원했으나 HD DVD의 우수한 퀄리티, 낮은 제작비용, HD DVD 플레이어가 블루레이 플레이어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는 것 등을 들며 HD DVD 포맷 하나만 서포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파라마운트가 블루레이를 포기하고 HD DVD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 파라마운트는 소비자들이 가장 저렴하게 HD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HD DVD가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토시바의 HD DVD 플레이어는 미국에서 299불 미만에 판매되고 있지만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아직 299불 가격대에 판매중인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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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토시바의 $299 HD DVD 플레이어 DA-A2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블루레이가 차세대 DVD 승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미국에서는 블루레이가 HD DVD보다 2배 이상 많이 팔렸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메이져 영화사인 파라마운트가 HD DVD 포맷만 서포트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일방적인 블루레이 우세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07년 8월 20일 월요일

Vick 트러블, 결국 개싸움으로 무너지다

이젠 더이상 유죄냐 무죄냐가 문제가 아니다.

몇 년형을 선고받느냐, 만약 NFL로 돌아온다면 몇 년이나 걸릴 것이냐가 문제다.

NFL 수퍼스타, 마이클 빅(Michael Vick)이 유죄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아틀란타 팰컨스(Atlanta Falcons)의 수퍼스타 쿼터백 마이클 빅의 '개싸움 스토리'는 결국 이렇게 끝나는 것 같다.

마이클 빅은 어떻게 되든 징역형을 면키 어려운 것으로 보이며, 짧게는 최소한 1년에서 1년6개월, 길게는 최고 5년형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

NFL은 마이클 빅에게 어떠한 징계를 내릴 것인지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징계가 있을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지금 미국 스포츠 미디어들은 마이클 빅이 몇 년형을 받을 것이며, 언제쯤 다시 NFL로 돌아올 수 있을지 계산하는 데 바쁘다.

아직은 마이클 빅이 몇 년형을 받을지 알 수 없지만 대부분 1년에서 1년6개월형을 받을 것으로 보고있다. 1년형을 받으면 2 시즌만에 돌아올 수 있지만 1년6개월형을 받게되면 2 시즌을 교도소에서 보낸 뒤 NFL의 1년 출전정지 징계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3 시즌을 뛸 수 없게 되는 것.

ESPN은 마이클 빅이 NFL로 돌아올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팀이 그를 받아줄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그저 단순한 '실수' 정도가 아니라 심각한 범죄사건인데다, 불법 개싸움뿐만 아니라 불법도박까지 겹쳐 스케일이 크기 때문이다. 단순한 개싸움 도박 정도가 아니라 싸움에 진 개들을 목을 매거나 익사시켜 죽이는 데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심각한 동물학대 케이스까지 겹친 것도 마이클 빅에겐 큰 부담이다.

마이클 빅은 한 시즌에 1000야드를 뛴 유일한 NFL 쿼터백으로 기록된 러닝 쿼터백이다. 팔보다 다리로 스타덤에 오른 선수라고 할 수 있는데 수감생활과 NFL 징계를 받은 이후에도 변함없는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미국 스포츠 미디어들은 마이클 빅이 몇 년 뒤 NFL로 돌아온다 해도 주전 쿼터백으로 뛰기는 힘들 것으로 보는 것 같다. ESPN은 마이클 빅이 NFL로 돌아오는 건 가능할 것 같지만 포지션은 주전 쿼터백이 아닌 리씨버/쿼터백이 될 것이라고 했다. 타고 난 실력은 그대로 있겠지만 공백기간이 있었고 나이도 늘었을테니 주전 쿼터백으로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는 것. ESPN NFL 애널리스트로 변신한 에밋 스미스도 마이클 빅이 NFL로 컴백하더라도 주전 쿼터백은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NFL에서 가장 익사이팅한 플레이어라고 불리던 마이클 빅이 이렇게 됐다니 한심하단 말밖에 안 나온다.

2007년 8월 19일 일요일

또다른 람보영화 필요한가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터미네이터 3(Terminator 3)', 브루스 윌리스가 '다이하드 4(Live Free or Die Hard)'로 돌아오고 해리슨 포드도 '인디아나 존스 4(Indiana Jones 4)'를 촬영중이라니까 실베스터 스탤론도 람보 4(John Rambo)'로 돌아온단다.

사실, 스탤론의 '컴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말 '록키 발보아(Rocky Balboa)'로 한차례 컴백을 했기 때문. 하지만, 70년대 복싱스타만으론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이번엔 80년대 액션스타, 존 람보로 돌아온다.



'존 람보'는 스탤론이 직접 제작, 감독, 각본까지 맡았으며, 너무 당연한 소리겠지만 주인공, 존 람보 역시 스탤론이다.

줄거리도 상당히 친숙하다. '선교사 납치'가 나오기 때문이다. 2008년 2월 개봉예정인 영화 '존 람보'의 줄거리는 태국에 있는 크리스챤 봉사단체가 버마의 카렌(Karen)부족에게 의약품을 전달하기 위해 떠났다가 사고가 나자 람보가 구출작전에 나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 물론 아프가니스탄은 아니다. 아프가니스탄은 '람보 3(Rambo III)'에 나왔던 장소니까 람보 시리즈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곳이지만 이번엔 아니다. '존 람보'에선 '람보 2(Rambo II)'처럼 정글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배경이 태국, 버마니까 아무래도 정글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 좋다. 하지만, 또다른 '람보 영화'가 필요한지 모르겠다.

'록티 발보아'가 나왔을 때도 '이제와서 뭐하자는 거냐'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엔 람보 차례라니까 좀 어리둥절 해진다. 스탤론이 록키, 람보 등 굵직한 캐릭터들을 많이 탄생시킨 건 사실이지만 록키 발보아에 이어 존 람보의 컴백도 그다지 반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브루스 윌리스가 '다이하드 4'에서 존 맥틀레인으로 돌아오고 해리슨 포드까지 지금 '인디아나 존스 4'를 찍고 있는 걸 보면 이런 게 유행인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존 맥클레인, 인디아나 존스의 컴백은 그다지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데 존 람보라니까 살짝 아리송해지는 이유는 뭘까?

'존 람보' 트레일러를 보면서 생각해보자. 예고편 치고는 좀 무식한 장면들이 많이 나오지만 지금은 이것밖에 없는 것 같다:



이러다간 숀 코네리까지 다시 제임스 본드 하겠다고 돌아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지간한 사람들은 숀 코네리가 최고의 제임스 본드라는 걸 인정하겠지만 그렇다고 이제와서 그가 제임스 본드로 돌아오겠다고 한다면?

아놀드 슈왈츠네거도 '터미네이터 4' 찍는 거다. 까짓 거 싸이보그가 좀 늙으면 어떠냐. '나이먹는 최신식 싸이보그'라고 광고하면서 지팡이 짚고 5편도 찍고 6편도 찍는 거다.

PS3, 7월엔 XBOX360 제쳤다?

100불 인하된 PS3가 과연 7월엔 XBOX360를 제쳤을까?

애널리스트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Wedbush Morgan Securities의 애널리스트, Michael Pachter는 PS3가 7월 한달동안 16만대 이상 판매되면서 XBOX360를 제치고 차세대 게임 시스템 판매 2위에 올랐을 것으로 예상했다. 1위는 역시 닌텐도 Wii일 것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NPD의 7월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오피셜'인 건 아니다. 하지만, 소니가 PS3 가격인하 이후 판매량이 135%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으므로 PS3 가격인하로 인한 판매 부스트가 있었던 건 분명해 보인다. PS3가 처음으로 XBOX360를 제치고 차세대 게임 시스템 레이스에서 2위에 오를지도 모르는 것.

하지만, 문제는 닌텐도 Wii와의 차이다. 애널리스트 Michael Pachter는 닌텐도 Wii가 7월 한달동안 33만대 이상 판매됐을 것으로 예상했다. Wii가 PS3보다 여전히 2배 이상 많이 팔린 것으로 보고있는 것. PS3가 가격인하 덕분에 XBOX360를 잡고 2위에 올랐더라도 1위와의 차이는 여전히 2배 이상일 것으로 본 것이다.

NPD의 집계결과가 나와야 확실하게 알 수 있겠지만 PS3가 갈 길이 아직도 먼 것만은 사실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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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18일 토요일

영화는 되지만 게임은 안되는 것

2007년 11월 3D 애니메이션 'Beowulf'가 미국서 개봉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NC-17 버전 얘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극장서 개봉하는 일반용은 PG-13이지만 남녀 캐릭터의 정면 누드(Full Frontal Nude)가 나오는 NC-17 버전도 계획했었다고 한다. Full Frontal Nude에는 성기노출도 포함된다. 'Beowulf'는 3D 디지털 캐릭터들이 나오는 영화니까 부담없이(?) 보여주려고 했던 모양이다.

미국의 영화 레이팅에서 NC-17은 R등급보다 한 단계 높은 것으로, 17세 이하는 부모 또는 성인 보호자와 동행해도 입장이 허락되지 않는다. R등급은 '보호자'가 있을 경우 17세 이하도 입장이 허용되지만 NC-17는 예외가 없는 것. R등급은 보호자와 동행하면 17세 이하도 볼 수 있으므로 조건부 연소자 관람불가지만 NC-17은 '완전 성인용'인 것이다.

NC-17 버전 'Beowulf'도 미국의 영화 심의기관 MPAA의 반대로 없었던 얘기가 됐다고 한다. 실제 배우들의 노출연기보다 3D 디지털 캐릭터의 노출이 더 야하게 보이는 재미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모양이다. 하지만, 어찌됐든 영화에선 성기노출 얘기를 꺼내 볼 수라도 있었지만 비디오게임에선 비키니만 입어도 난리가 나는 게 공정하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대표적인 게 테크모의 'DoA: Xtreme Beach Volleyball'이다. 이 게임은 테크모의 격투게임 'Dead or Alive' 시리즈에 나온 여자 캐릭터들에게 비키니를 입혀놓고 비치 발리볼을 하도록 바꿔놓은 게 전부인 게임이다. 일부 게이머들이 올누드 합성사진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지만 게임 자체엔 누드가 아예 나오지 않는다. 벗어봤자 비키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M등급을 받았다.

미국 비디오게임 레이팅에서 M(Mature)등급은 영화에서의 R과 같다. 17세 이하가 M등급 게임을 구입하려면 부모나 성인 보호자와 동행해야만 가능하다. 나이가 어려보이는 손님이 M등급 게임을 혼자 구입하려고 하면 점원은 신분증을 요구하도록 돼있다. 신분증이 없다고 하거나 17세 이하인 것으로 확인되면 그에게 게임을 팔지 않는다. 만약, 게임을 팔았다가 적발되면 난리 난다.

M보다 하나 높은 건 AO(Adults Only)다. AO는 영화의 NC-17과 마찬가지로 17세 이하는 무조건 구입할 수 없는 완전 성인용이다. AO등급을 받은 게임은 어지간한 게임매장이나 마트에서 취급하지 않고 있으며, PS3, XB360 등의 콘솔용 게임으론 아예 나오지 않는다. 내가 오래전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콘솔 메이커들이(예: 소니) AO등급 게임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 그렇다면 영화와 게임 모두 거의 똑같은 레이팅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영화에선 NC-17 타령을 해도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게임에서 성기노출씬이 나온다고 하면 사람 잡아죽일 듯이 달려드는 인간들 투성이다. 힐러리 클린턴도 여기에 포함된다. 항상 이런 식이다. 미국의 게임 메이커들이 투덜거리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영화와 게임이 다를 게 하나도 없는데 영화에만 관대하고 게임은 안된다고 하는 게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반 영화에서도 성기노출씬이 나온다. 미국에선 보수적이라 아직은 보기 드물지만 유럽에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고 한다. 때문에 일부 미국배우들은 성기노출씬을 '유러피언 누드씬'이라고도 하더라. 아직까지 미국에선 성기노출씬이 지나치게 노골적이다 싶으면 NC-17을 받는다. '드리머즈(Dreamers)'가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엔 남성 성기노출도 여배우들의 가슴노출씬처럼 R등급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판이다. 남성 성기노출에 점점 관대해지는 것이다. 여배우들의 가슴노출만큼 남자배우들의 성기노출이 별 것 아닌 게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런데, 비디오게임에선 비키니만 입고 나와도 야하다고 난리가 난다. 실사도 아니고 3D 캐릭터인데 야하다는 것이다. 3D 캐릭터가 비키니를 입은 게 성인용 콘텐트란 얘기인데, 도대체 동의할 수가 없다.

얼마 전 터졌던 'GTA: San Andreas'의 핫커피 사건도 마찬가지다. 섹스 미니게임을 넣은 게 전부였는데 이것 때문에 발칵 뒤집어졌다는 게 넌센스처럼 보였단 것이다. 말이 섹스 미니게임일 뿐이지 노출수위를 따지면 아무 것도 아니다. R등급 영화에서 보던 것 정도밖에 안된다. 남녀 캐릭터가 섹스포즈를 하고있고 여자 캐릭터는 가슴 정도 드러난 게 전부다. 이 정도 섹스씬은 R등급 영화에선 흔해빠졌다. 그런데도 난리가 났다. 힐러리 클린턴까지 나와서 핏대를 올렸다.

아니, 17세 이상 게이머들이 이 정도도 소화 못시킬 정도로 보인단 말인가?



'GTA: San Andreas'는 M(17세 이상)등급을 받았으니 영화로 치면 R등급을 받은 것과 다름없는데, R등급 영화에선 섹스씬이 나와도 괜찮지만 M등급 게임에선 안된다는 게 말이 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R등급이나 M등급이나 둘 다 17세 이상인 건 똑같은데 영화는 되고 게임은 안되는 이유가 뭐냔 말이다.

비디오게임이 어린이들에게 노출되기 쉽다는 건 일리있는 말이다. 하지만, 비디오게임만 노출되기 쉽다는 건 좀 이해하기 힘들다. 게임에도 영화처럼 레이팅이 있으니 관리하기 나름인 것 아니냔 말이다. 그게 귀찮다는 것인가? 그게 귀찮으니까 게임은 애들이나 하는 것으로 치부하고 게임 레이팅이 있든 없든 신경쓰지 않겠다는 것인가?

영화와 비디오게임 차별은 여기서부터 비롯한다고 볼 수 있다.

게임도 레이팅이 있고 게임매장들도 신분증 확인하면서 법대로 하려고 해도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한 부모들이 오히려 신경질을 내는 걸 수차례 봤다. 아이가 달라고 하면 그냥 주면 되는 거지 신분증 내놔라, 부모 데려와라 하는 게 무슨 짓이냐고 되레 열을 내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이런 부모들은 게임 레이팅이 어찌됐든 상관 안하고 M등급 게임들도 그냥 사준다.

만약 이렇게 해서 탈이 났다면? 미성년자에게 부적합한 게임을 부모들이 사주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면? 게임 레이팅도 분명히 있고, 게임매장 점원들이 이에 대해 설명을 해줬는데도 부모가 이런 경고를 무시하고 그냥 사준 바람에 일이 터졌다면 이게 누구 책임이냔 말이다. 이게 M등급 게임을 만든 회사의 잘못인지, 게임매장의 잘못인지, 아니면 무지한 부모의 책임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비디오게임 시장이 성인층을 상대한지 10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게임은 무조건 어린이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한심할 뿐이다. 플레이스테이션1 시절부터 어린이용 게임이 줄어들고 성인 눈높이에 맞춘 게임들만 쏟아져나와 '어린이들이 할만한 게임이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는데 말이다. 미국 리서치 회사가 '게임에 돈을 가장 많이 쓰는 평균 나이'를 조사한 결과 29세로 나왔다는 건 알아도 모르는 거겠지?

게임시장이 영화와 견줄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게이머들이 어린이에서 성인층으로 옮겨간 덕분이란 것 정도는 이해하고 성인용 콘텐츠 - 높은 폭력수위 뿐만 아니라 노출도 포함한 - 가 늘어나는 걸 받아들여야 할 것 같은데 왜 이게 이렇게도 힘든지 모르겠다. 대체 언제까지 '영화는 되고 게임은 안된다'는 억지가 이어질지 모르겠다.

2007년 8월 17일 금요일

'인베이션', 지루하진 않지만 싱거운 스릴러

절대로 잠을 자선 안된다. 잠을 자는 사이 바이러스가 퍼지기 때문이다.

절대로 감정을 드러내선 안된다. 감염된 사람들은 감정이 없기 때문에 감염자들을 속이기 위해서는 감정이 없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인베이션(The Invasion)'은 대충 이런 줄거리의 영화다.

어디서 본 것 같은 내용이라고?

그럴 지도 모른다.

50년대 SF소설 'The Body Snatchers'를 기초로 한 영화는 '인베이션' 말고 여러 편 더 있다. 비슷한 줄거리의 영화가 '인베이션' 하나가 아니란 것이다. 왠지 모르게 어디서 본 듯한 내용인 것처럼 느껴진다면 이전에 만들어진 영화를 본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이전에 나온 영화를 본 기억이 없지만 '우주에서 무언가가 지구로 떨어져 인간을 감염시킨다'는 줄거리가 전혀 낯설지 않았다. 비슷비슷한 내용의 영화들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기억나지 않을 뿐이지 이전에 만들어진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영화를 본 건지 확실치 않다.

확실한 것들만 얘기하기로 하자.

'인베이션'의 주인공은 니콜 키드맨이다. 이젠 나이가 있기 때문에 조금 늦은 감이 들긴 하지만 본드걸에 잘 어울릴 것 같은 배우다.



아니나 다를까, '미스터 본드'도 나온다.



'미스터 본드'가 전부가 아니다. '카지노 로얄'에서 CIA 에이전트, 펠릭스 라이터로 나왔던 제프리 라이트(Jeffrey Wright)도 나온다.



'카지노 로얄'에서의 다니엘 크레이그와 제프리 라이트다. '인베이션'에서도 친한 사이로 나온다. 제임스 본드와 펠릭스 라이터로 나왔던 배우들이 007 시리즈 이외의 다른 영화에서 나란히 나온 적이 또 있는지 모르겠다. 확인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내 생각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007 조크'는 여기까지가 아니다. '인베이션'에서 니콜 키드맨의 아들, 올리버로 나온 아역배우의 이름이 걸작이다.

잭슨 본드(Jackson Bond).

진짜 '미스터 본드'까지 떴다.



출연배우들을 대충 훑어봤으니 영화로 돌아가보자.

아무래도 영화 자체는 배우들만큼 흥미진진하지 않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루하게 만들진 않는다. 스페이스 셔틀이 추락하면서 정체불명의 외계 바이러스가 사람들을 감염시킨다는 그다지 새롭지 않은 줄거리지만 따분하진 않다. 니콜 키드맨, 다니엘 크레이그와 같은 낯익은 배우들이 나오는데다 스토리 진행도 스피디한 덕분이다.

하지만, 서스펜스나 스릴과는 거리가 있는 영화다. 영화 쟝르는 SF/호러가 되겠지만 서스펜스가 매우 부족하다.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뻔할 뻔자이기 때문에 서스펜스나 스릴 같은 걸 찾아보기 힘들다. 뭐가 어떻게 될지 빤히 보이다보니 아슬아슬할 것도 없고 쇼킹할 것도 없다.

이렇다보니 영화가 약간 맹탕으로 보이기도 한다. 바로 코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밀려드는 잠을 뿌리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인베이션'에선 그다지 힘들지 않아 보인다. 감정을 드러내지 말아라, 잠을 자지 말라는 등 조건은 힘들고 요란해보이지만 영화에선 그게 얼마나 힘든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니콜 키드맨이 잠을 뿌리치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이 나오긴 한다. 하지만, 밀려오는 잠을 뿌리치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이 나올 게 뻔하다는 걸 다 알고있는데 이걸 보고 '힘들구나'라고 생각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감염된 사람들의 추격을 피하는 장면에선 왠지 모르게 좀비영화가 떠올랐다. '인베이션'은 좀비와는 상관없는 영화지만 무표정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자동차 위에 덥치는 장면은 영락없이 좀비영화처럼 보인다. 저들이 좀비는 아니지만 좀비영화에서 좀비들이 하던 짓(?)과 비슷해보인다.



이 영화와는 상관없지만 좀비 얘기가 나오니 이 노래가 생각난다.



뭐니뭐니해도 '인베이션'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건 마지막 부분이다. 클라이맥스가 어디인지 모르겠다는 것까진 넘어간다지만 마지막 결말이 너무 허술하다. 좀 더 자세하게 나오길 기대했는데 그냥 건너뛰더니 상황종료라고 한다. 그리곤, 곧바로 끝나버린다. 마지막 결말부분을 이것보단 재미있게 만들 수 있었을텐데 너무 허무하게 끝내버린다. 영화가 약간 맹탕이고 빤히 들여다보이는 스토리라는 것까진 넘어갈 수 있지만 뭔가에 쫓기듯 급하게 끝내버린 듯한 마지막 부분은 실망스럽다.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여러 가지 해프닝이 많았던 걸 감안하면 이 정도라도 되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인베이션'은 볼만한 영화다. 새로울 건 하나도 없고 싱거운 것도 사실이지만 니콜 키드맨, 다니엘 크레이그와 같은 유명 배우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영화 자체도 지루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보기에 나쁘진 않다.

사실, 이 영화는 영화 자체보단 출연배우들의 인기에 기대려고 한 영화라고 해야 맞을지도 모른다. '카지노 로얄 패밀리'가 모인 것도 우연이 아니리라...

2007년 8월 16일 목요일

맷 데이먼 또 제임스 본드 공격!

누가 이 친구 좀 말려줘!

이젠 영국까지 가서 제임스 본드를 공격했다.

누구긴 누구겠냐, 맷 데이먼이지...

이번엔 제임스 본드가 60년대에 틀어박힌 시대착오적인 스파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제이슨 본이란 캐릭터가 제임스 본드보다 더 낫거나 못한 캐릭터는 아니라고 했다.

BBC 뉴스의 기사 일부다:

The actor, who appears in the Bourne thrillers, said: "The Bond character will always be anchored in the 1960s and in the values of the 1960s."

The suave spy was "so anachronistic when you put it in the world we live in today", he said, but added that Bourne was no better or worse than Bond.

이건 맷 데이먼의 얘기가 크게 틀리지 않는다. 60년대 만들어진 '007 포뮬라'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다. 본드카, 본드걸, 가젯 등 제임스 본드의 모든 것이 6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60년대의 추억에 빠져 주제곡도 그 때 당시 분위기 나는 걸 고르려고 하는 것만 봐도 007 시리즈가 60년대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의 가치를 얕잡아 볼 순 없다. 제임스 본드는 어지간한 액션영화 캐릭터들과 비교할만큼 만만한 캐릭터가 더이상 아니다. 제임스 본드가 구닥다리든 시대에 맞지 않든 사람들이 그런 제임스 본드를 좋아하는 덕분에 007 시리즈가 장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007 시리즈와 비슷한 액션영화는 많다. 하지만, 제임스 본드가 없으면 007 영화가 아니다. 007 시리즈를 보는 사람들은 제임스 본드의 어드벤쳐를 원하지 그저 그런 수준의 액션영화를 원하는 게 아니다. 영화보다 캐릭터가 먼저라는 것이다.

그나마 제임스 본드니까 가젯이다, 본드카다 하면서 말도 안되는 짓 해도 그런가부다 하면서 보는 거지 다른 영화들이 이런다면 그 영화 가서 보겠는가. 이게 다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의 파워다.

맷 데이먼은 영국 기자들 앞에서 '제임스 본드는 제국주의' 레파토리를 빼놓지 않았다고 한다. 저걸로 밀고 나가기로 작심했던 모양이다. 본드가 제국주의자고 여자가 어쩌구, 사람을 죽이고 마티니가 어쩌구 하는 얘기를 순서도 안바꾸고 그대로 또 재탕했더라. 그러니 이건 재방송할 필요 없으리라.

하지만, 새로운 걸 빼놓지 않았다: 이번엔 두 캐릭터의 섹스 라이프 비교다.

맷 데이먼은 직접 대놓고 제임스 본드와 비교하진 않았지만 제이슨 본은 한 여자만 사랑하는 타잎이며, 죽은 여자친구만 생각하는 캐릭터라고 했다. 쉽게 말해 제이슨 본은 '일편단심 민들레'란 얘기다. 이여자 저여자 작업 들어가는 데 바쁜 플레이보이 제임스 본드와 비교한 것.

BBC의 원문을 보자:

"Bourne is a serial monogamist whose girlfriend is dead and he does nothing but think about her."

그리곤, 제이슨 본은 의존할 가젯들도 없고 그가 벌인 일에 대해 죄의식을 느낀다고 했다.

BBC:

He added that Bourne "doesn't have the support of gadgets, and he feels guilty for what he's done".

제이슨 본이 가젯에 의존하지 않는 캐릭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아직도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나온 영화가 세 번째 영화인데 아직도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다. 겉으로 보기엔 '제이슨 본은 이런데 제임스 본드는 저렇다'고 비교하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맷 데이먼이 '카지노 로얄'을 제대로 봤다면 본드걸, 가젯 같은 걸 따질 게 없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카지노 로얄'에선 본드의 여자가 하나밖에 나오지 않고 가젯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카지노 로얄'의 제임스 본드, 다시 말해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와 제이슨 본을 비교한다면 '
monogamist'와 'no gadget support'은 차이점이 아니라 공통점이다.

007 시리즈와 제이슨 본 시리즈를 비교하면서 '카지노 로얄'은 쏙 빼고 넘어간 이유가 뭔지 이상하다. 그런 식으로 비교해야 원하는 결과가 나와서일까?

007 시리즈는 원래 이러저러 해야 하는데 '카지노 로얄'엔 그런 게 나오지 않아 기분 나쁘다는 얘기일까?

'카지노 로얄'이 저렇게 변한 게 제이슨 본 시리즈를 베낀 덕분이란 얘긴 아니겠지?

아무튼, '미스터 본드'는 시카고 썬 타임스와 8월12일 인터뷰에서 맷 데이먼의 제이슨 본 시리즈를 극찬했다. 맷 데이먼이 잽을 날렸으니 리턴 펀치가 날아가나 했는데 '미스터 본드'가 형님노릇(?) 하기로 한 모양이다.

아래는 시카고 썬 타임스의 다니엘 크레이그 인터뷰 기사 일부다:

Just look at "The Bourne" series, which are superb movies. They've kind of brought things to a grittier way, which I really appreciate in an action hero.

제이슨 본 시리즈와 제임스 본드의 충돌(?)은 '얼티메이텀'을 넘어 다음 라운드로 넘어갈 것 같다. 4편이 나올지도 모른다니 말이다. 로버트 러들럼이 쓴 제이슨 본 트릴로지는 '얼티메이텀'으로 끝나지만 그 이후로 계속 시리즈를 이어나갈 생각인 것 같다. 러들럼 이후에 나온 2편의 제이슨 본 소설을 영화로 옮기려는 건지 아니면 완전히 다른 줄거리를 만들어낼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BBC 기사를 보면 4편을 계획중인 듯 하다.

러들럼의 트릴로지 이후에 나오게 될 네 번째 제이슨 본 영화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매든 08' 발매...빈스 영은 출전정지ㅠㅠ

EA 스포츠가 풋볼 시뮬레이션 게임 '매든 NFL 08'을 북미지역에서 발매했다.

풋볼시즌이 시작하면 풋볼 비디오게임이 나오는 건 새로울 게 없다. 올 게 온 것일 뿐이다. 매년마다 똑같기 때문이다.

'매든의 저주'도?

그렇다면 불쌍한 빈스 영(Vince Young)도 금년시즌 조지는 거란 말인가!

어지간한 게이머들이나 스포츠팬들은 '매든의 저주'가 무엇인지 다들 알고있을 것이다.

그렇다. EA 스포츠의 '매든 NFL' 비디오게임 표지모델이 됐다 하면 표지모델인 선수부터 시작해서 그가 속한 팀까지 모두 죽을 쑨다는 저주다. 그것도 그저 죽을 쑤는 것 정도가 아니라 비참하게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하는 경우까지 포함된 처절한 저주다.

'매든의 저주'는 EA 스포츠가 풋볼선수를 표지모델로 사용하기 시작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표지모델이 처음 사용된 '매든 NFL 2001'부터 저주가 시작되어 아직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

'매든의 저주' 앞에선 장사가 없었다. 에디 죠지(RB), 단테 컬페퍼(QB), 레이 루이스(LB), 마이클 빅(QB), 그리고 도노반 맥냅(QB) 등 포지션도 가리지 않고 '매든 NFL' 표지모델이 됐다 하면 무조건 잭팟이다.

금년에 오들오들 떨고있는 건 NFL 경력 1년의 애송이 쿼터백, 빈스 영이다.

물론, 아직은 시범경기 기간이라지만 '매든의 저주'는 시범경기, 정규시즌 가리지 않고 공격한다. 시범경기에 시즌엔딩 부상을 날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걱정이 됐다. 워싱턴 레드스킨스와의 시범경기에서 혹시 사고가 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단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중계방송이 시작하자 이번 경기엔 빈스 영이 뛰지 않는다고 나왔다. 갑자기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알고봤더니 팀 규칙을 어겨 헤드코치가 1경기 출전정지를 시겼다고.

해설자왈 "새로운 시즌을 저런 식으로 시작하고 시작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빈스 영은 경기 내내 사이드라인에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오락가락 하다가 집에 갔다.

빈스 영이 출전정지 당했단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매든의 저주'설이 튀어나왔다. 빈스 영이 2007년 시즌을 출전정지로 오프닝한 건 '매든의 저주' 덕분이라는 것이다.

이걸로 끝나는 것이라면 빈스 영에겐 다행스런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게 시작일 수가 있단다...

마이클 빅, 개싸움과 함께 사라지나

풋볼시즌이 드디어 시작했다.

아직 프리시즌일 뿐이지만 풋볼시즌이 시작하면서 한가지 실감하게 되는 게 있다.

금년엔 마이클 빅(Michael Vick)이 뛰는 모습을 아무래도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것.

그렇다. 아틀란타 팰컨스(Atlanta Falcons)의 스타 쿼터백, 마이클 빅이 금년시즌엔 뛰지 못할 것 같다.

부상이 문제가 아니다. 좀 어처구니 없게 들릴지 모르지만 불법 개싸움(Illegal Dogfighting) 사건 때문이다.

마이클 빅 소유의 버지니아 집에서 핏 불(Pit Bull)을 개싸움 용으로 사육하며 불법 개싸움 도박을 벌인 혐의를 받고있는 마이클 빅은 여차하면 교도소 가기 일보직전인 상황인 신세다.

수퍼스타 쿼터백으로 잘 나가던 마이클 빅이 도대체 왜 개싸움이나 구경하고 앉아있을 생각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만약, 유죄가 확정되면 NFL로부터 징계를 받는 것 정도가 문제가 아니라 몇 년간 교도소 생활을 해야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금년시즌 출전정지 당하는 것 정도는 기본이고 몇 년간 교도소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그의 선수생활도 끝나는 거나 거진 다름없다.

불법 개싸움이라고 하니까 좀 우스꽝스럽게 들리지만 절대로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처음엔 '별 짓 다하는구나' 하고 웃어넘겼는데 일이 커지는 걸 보니 장난 아니었다. PETA와 같은 동물 보호단체가 마이클 빅을 비난하는 것 정도는 예상했고 NFL의 징계, 스폰서들의 계약해지 정도까지도 예상했다. 하지만, 몇 개월도 아니라 몇 년씩 징역생활을 해야할 정도의 중죄인 것까진 몰랐다. FBI가 문제의 집 주변을 파헤칠 때부터 장난이 아니다 싶더니 결국은 수년간 징역생활 얘기까지 나오게 됐다.

이게 점점 더 피부로 느껴지는 건 풋볼시즌이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무런 의미없는 시범경기 기간이기 때문에 마이클 빅이 뛰든 안 뛰든 중요치 않다. 하지만, 한달 안으로 정규시즌이 시작한다. 아틀란타 팰컨스는 그들의 스타 쿼터백, 마이클 빅 없이 2007년 정규시즌을 시작해야 할 입장이다. 설상가상으로 아틀란타 팰컨스는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던 백업 쿼터백 Matt Schaub을 휴스턴 텍산스로 보냈다. 마이클 빅이 이렇게 될 줄 모르고 후보로 있던 Schaub을 휴스턴으로 보낸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마이클 빅이 불법 개싸움 사건에 휘말려버리자 아틀란타 팰컨스는 졸지에 마땅한 주전 쿼터백이 없는 팀이 돼버리고 말았다.

팰컨스는 디트로이트에서 시작해 마이애미를 찍고 아틀란타에 온 조이 해링턴(Joey Harrington)을 주전 쿼터백으로 세울 계획인 것 같다. 빠른 발이 주무기였던 마이클 빅과는 상당히 다른 스타일의 쿼터백이다.

마이클 빅 없는 아틀란타 팰컨스 경기는 아무래도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마이클 빅은 공을 잡기만 하면 그가 무엇을 할지 - 패스를 할지 아니면 직접 뛸지 - 예측하기 힘든 익사이팅한 선수였다. 하지만, 금년엔 마이클 빅의 플레이를 아무래도 볼 수 없을 것 같다. 현재 들리는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금년시즌 마이클 빅이 뛰는 모습을 보기 힘들 것 같다. 어쩌면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풋볼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는 이게 그다지 실감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얘기가 달라졌다.

마이클 빅이 개싸움 사건에 휘말린 건 한심한 얘기다. 하지만, 풋볼 팬들이 마이클 빅의 플레이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도 참 한심한 얘기다.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것이라면 덜 아쉬울 테지만 개싸움과 함께 사라진다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넌센스 같다.

풋볼팬들 뿐만 아니라 버지니아 테크(Virginia Tech) 출신들에게도 우울한 소식이다. 마이클 빅이 버지니아 테그 출신 쿼터백이기 때문이다. 버니지아 테크는 몇 달전 조승희가 총부림을 했던 바로 그 대학교다. 몇달 전엔 조승희가 총질을 하더니 나중엔 마이클 빅까지 개싸움 사건에 휘말린 걸보니 2007년은 버지니아 테크가 일이 꼬이는 해인가보다.

2007년 8월 13일 월요일

'괴물', 미국 RT 상반기 탑25서 7위

봉준호 감독의 '괴물(영어제목: The Host)'이 미국 영화 사이트 Rotten Tomatoes가 뽑은 2007년 상반기 탑25에서 7위에 올랐다.

1위는 디즈니의 3D 애니메이션 '라타투이'.



과연 '디 워'도 2007년 후반기 베스트에 오를 수 있을까?

'디 워'가 RT의 2007년 후반기 베스트에 오르기 위해선 흥행보다 평론가들의 리뷰 점수가 높아야 가능하다. 'RT's Mid Year Report'가 평론가들의 평점을 근거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흥행에 성공한다고 잘만든 영화라는 평을 받는 건 아니다. 흥행 성공한 영화가 무조건 잘 만든 영화인 것도 아니다. 평점 높게 받은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 '쓰레기'라는 평을 받고도 흥행 성공하는 영화가 있고, '잘 만든 영화'란 평을 받고도 흥행실패하는 영화 많다. 그렇다고 평론가, 관객 둘 중 하나에게 잘못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영화만 이런 게 아니라 게임도 마찬가지다.

자, 그렇다면 미국에선 '디 워'에 어떤 반응이 나올까?

한국에서처럼 흥행엔 성공하고 평점은 낮게 나올까? 아니면 흥행엔 실패하고 평점은 높게 나올까? 아니면 흥행도 성공하고 평점도 높게 나올까?

이것도 아니라면 흥행도 실패하고 평점도 낮게 나올까?



'디 워 (영어제목: Dragon Wars)'는 미국에서 9월14일 개봉한다.

2007년 8월 10일 금요일

'스타더스트', 동화같은 판타지 스토리

로버트 드 니로, 미셸 파이퍼, 클레어 데인스, 피터 오툴.

마녀와 에어쉽, Sky Pirates, 그리고 유니콘!

거물급 배우들과 판타지 비디오게임이 만난 셈이다. 이렇게 보면 상당히 근사해 보인다.

근사하길 바랬다.

작년에 나온 '에라곤(Eragon)' 이후로 이렇다할 판타지 영화가 없었기 때문에 '스타더스트(Stardust)'에 건 기대가 컸다. 금년엔 '카리비안의 해적 3'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전형적인 판타지 영화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판타지 영화 다운 판타지 영화'를 기다려왔다. 판타지 RPG를 떠오르게 하는 그런 판타지 영화를 기다렸다는 것이다. 이런 카테고리에 가장 가까운 영화가 '스타더스트'였으니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일단 스토리부터 대강 훑어보기로 하자.

'스타더스트'는 돌담을 경계로 잉글랜드와 다른 세계가 마주보고 있는 마을에 살고있는 청년, Tristran을 주인공으로 한다. Tristran은 같은 마을에 살고있는 빅토리아라는 여자를 좋아하는데, 어느날 밤 그들의 머리 위로 별똥별이 떨어지는 걸 보게 되고 Tristran은 그 별을 찾아 빅토리아에게 주겠다고 한다.

너무 로맨틱하다고? 동화같다고?



그런데 문제가 있다.

별똥별이 떨어진 데가 돌담 건너 편이기 때문이다. 잉글랜드가 아닌 '다른 세계' 쪽에 떨어진 것. 별똥별이 떨어진 데까지 가려면 당연히 담을 넘어 다른 세계로 가야하는데 돌담 주변에는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걸 막는 노인이 지키고 있다.

Tristran이 별똥별이 떨어진 데 도착해보니 이상하게 별은 안보이고 웬 여자가 쭉 뻗어있는데...

그녀가 바로 '별똥녀(?)', Yvaine이다.



주인공 Tristran과 '별똥녀'가 만나는 데 까지는 오케이다. 왕자와 마녀가 각자 다른 이유로 '별똥녀'를 추격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는 것도 '굳'이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는 엔진이 꺼진 것처럼 맥이 풀려버린다. 갑자기 산만해지더니 곧 지루해진다. 볼만한 액션씬 같은 것도 있어야 덜 지루하겠지만 줄거리만 진행될 뿐 기억할만한 장면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줄거리를 진행하면서 언덕도 나오고 커브도 나와야 덜 지루한데 계속 곧바로 달리기만 한다. 계속 달리긴 하는데 커브도 없는 곧바로 뻗은 도로를 달리는 기분이란 것이다.

클라이맥스 직전까지는 Tristran과 '별똥녀'가 왕자들과 마녀에게 쫓기는 얘기인데 볼거리가 많지 않다. 어떻게 보면 가장 재미있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지만 별로다. 좀 더 짜릿한 맛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밋밋하게 줄거리나 진행시키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주 맹탕인 것은 아니지만 영화가 흘러가는대로 멍하니 쳐다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정신 바짝차리고 스크린을 노려보도록 만들 정도는 아니다.



Tristran이란 캐릭터가 성장해나가는 과정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지나간다. Tristran은 처음엔 별볼일 없는 청년이었다가 나중엔 히어로로 성장한다. 판타지 소설이나 비디오게임을 해본 사람들에겐 하나도 새로울 게 없는 얘기다. '스타더스트'의 Tristran도 이런 루트를 따라가는데, 문제는 Tristran이라는 캐릭터가 한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Tristran이 분명히 주인공이고, 애송이에서 히어로가 됐다는 것까진 줄거리 진행상 알긴 알겠는데 그게 직접 느껴지지 않는다. 비디오게임에 비유하자면 '레벨업 노가다'를 한 보람이 있어야 할텐데 그게 영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라곤'에선 농촌소년에서 드래곤 라이더(Dragon Rider)로 성장하는 과정이 보이는데 '스타더스트'의 Tristran은 이전보다 조금 강해지고 세련돼졌다는 것까진 알겠지만 훌륭한 전사로 성장했다든가 하는 맛이 없다.



하지만, 절대로 딱딱한 영화는 아니다. 유머는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꽤 웃기는 데가 몇 군데 된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나사가 살짝 풀려있는 게 '카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와 비슷하다.

아, 물론 '스타더스트'에도 해적이 나온다. 캡틴도 있다. 바로, 캡틴 셰익스피어! '카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 캡틴 잭 스패로우가 있다면 '스타더스트'에는 캡틴 셰익스피어가 있다.

이 양반이 '스타더스트'에서 확실하게 망가진다. 처음엔 살짝 주책없는(?) 정도인 것 같지만 갈수록 태산이다. 사실 너무 지나친 것 같기도 하지만 드 니로가 코믹연기를 하면 왜 그렇게 웃긴지 모르겠다. '스타더스트'에서 그나마 볼만한 건 드 니로가 나오는 대목이다.



말빨 좋고 사기성도 있는 데다 검술도 뛰어나고 유머감각도 남다른 캡틴 셰익스피어는 '카리비안의 해적'의 캡틴 잭 스패로우를 떠오르게 한다. 물론, 캡틴 셰익스피어의 '연세'가 위지만 분위기는 거기서 거기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드 니로가 갑자기 쟈니 뎁 흉내를 내는 것 같지만 드 니로가 못하는 게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캡틴 셰익스피어가 제대로 활약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카리비안의 해적'과 '스타더스트'의 캐릭터를 1대1로 비교해서 Tristran이 윌 터너, Yvaine이 엘리자베스라고 했을 때 캡틴 셰익스피어가 캡틴 잭 스패로우만큼 비중있는 캐릭터였다면 훨씬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른다. 공식적으론 Tristran과 Yvaine이 주인공이라지만 이들 둘의 별다른 어드벤쳐가 없기 때문에 드 니로의 캡틴 셰익스피어가 허전한 부분을 많이 메꿔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캡틴 셰익스피어는 줄거리 진행상 중요한 캐릭터인 건 맞지만 영화에서는 잠깐 나왔다 사라지는 것에 불과하다.



드 니로가 살짝 이상한 해적 선장으로 망가졌다면 미셸 파이퍼(Michelle Pfeiffer)는 수백년을 산 마녀로 망가진다.

옛날에 한가닥 하던 배우들이 '스타더스트'에선 다들 망가지기 바쁘다.

미셸 파이퍼가 연기한 마녀, Lamia는 악역이지만 아주 심각한 악당은 아니다. '스타더스트'에 그런 악당은 나오지 않는다. 다들 건들거리는 악당들이 전부지 살기등등한 심각한 친구들은 없다. Lamia도 살짝 맛이 간 마녀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Lamia는 '카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 나온 Tia Dalma와 겹치는 데가 있다. 수리수리 마수리 분위기도 그렇고 약간 괴짜인 것도 비슷하다. 그렇고보니, 여러모로 '카리비안의 해적'과 비슷한 구석이 많은 영화다.

Lamia는 '스타더스트'에서 거진 유일하다시피한 악당이기 때문에 드 니로의 캡틴 셰익스피어보다는 비중이 큰 역할이다. 그다지 악랄한 마녀는 아니고, 까놓고 말해 살짝 주책없는 아줌마지만 그래도 마녀는 마녀니까 마법공격도 할 줄 안다.



'스타더스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명은 피터 오툴(Peter O'Toole).

피터 오툴은 일곱 명의 골치아픈 왕자를 둔 왕으로 나온다. 하지만, 왕자들만 이상한 게 아니라 왕부터 문제가 있는 '콩가루 왕가'다. 피터 오툴과 일곱 왕자들은 그다지 유쾌한 캐릭터들은 아니다. 피터 오툴은 아주 잠깐 나오는 게 전부기 때문에 길게 얘기할 게 없지만 그의 아들들은 엄밀히 따지면 악당들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하지만, '스타더스트'의 악당들이 말이 악당이지 웃기러 나온 친구들이다. 이들 왕자들은 영화 마지막까지 주인공들을 쫓아다니며 웃기다가 끝난다.



여기에다 간달프...가 아니라 영국배우, 이언 맥켈렌이 나레이션을 맡았다.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영화나 게임에 저런 목소리의 나레이션이 자주 나오지만 이상하게도 '스타더스트'에서의 것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 마치 할아버지가 옛날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다.

여기에 로맨스까지 곁들여진다. '스타더스트'는 시작부터 꽤 로맨틱한 영화다. 러브스토리가 여기저기 얽혀있기 때문이다. Tristran의 부모 이야기도 그렇고 그가 '별똥녀'를 만나게 된 것도 빅토리아를 향한 사랑을 증명해보이기 위해 별똥별을 찾아나선 덕분이므로 'LOVE'가 키워드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스타더스트'의 메인테마는 '진정한 사랑을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스꽝스러운 판타지 영화일 뿐인 것 같지만 알고보면 꽤 로맨틱한 영화다.



'스타더스트'는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다. 하지만, 기대했던만큼은 아니다. 유머도 좋고 로맨스도 좋고 다 좋다지만 도중에 맥이 빠지지 않게 만들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만 잘 다듬었더라면 괜찮았을 것 같지만 어쩌랴!


큰 기대 할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으므로 판타지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째려볼만 할 것이다. 다만, 화끈하거나 화려한 것과는 살짝 거리가 있다는 것 정도는 기억해두시라. '스타더스트'는 화려한 판타지보다는 수수한 동화에 가까운 영화란 것을...





2007년 8월 9일 목요일

'뜨거운 녀석들', 조연들만 뜨겁다!



'미스터 본드'가 나온다고 해서 극장서 보려고 했는데 동네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하지 않아 DVD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게 된 영화다. 일부러 상영하는 극장을 찾아나설 수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무리해가면서(?) 볼만한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잠깐! '미스터 본드'가 나온다고?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이 수퍼마켓 주인으로 나온다는 얘기다. 이 사실 덕분에 '뜨거운 녀석들'이란 영화가 나온다는 걸 알게됐다. 많은 사람들은 거꾸로일 수도 있지만 나처럼 골수 본드팬들은 '미스터 본드'부터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뜨거운 녀석들(Hot Fuzz)'이란 영화를 가만히 보면 주연보다 조연이 더 볼만하다. 까놓고 말해 영화 자체보다 조연들이 더 흥미진진하다. 티모시 달튼 이외로도 '낯익은 얼굴', '반가운 얼굴'이 꽤 나오기 때문이다. 영화 줄거리가 런던에서 조용한 시골마을로 옮겨간 경찰, 니콜라스 앤젤(사이먼 페그)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휩쓸린다는 것인데, 마을 주민들이 하나같이 괴짜다. 이 괴짜 마을 주민들로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나온다. '미스터 본드'도 이중 하나다.

'레이더스'에서 인디아나 존스의 라이벌, 벨락으로 나왔던 영국배우 폴 프리맨(Paul Freeman)도 '뜨거운 조연들' 중 하나.



TV 시리즈 '이퀄라이저(Equalizer)' 등으로 친숙한 영국배우 에드워드 우드워드(Edward Woodward)도 빼놓을 수 없다. 예전의 '제임스 본드처럼 보이던 모습'에만 익숙했기 때문에 '뜨거운 녀석들'에서의 우드워드를 한번에 알아보진 못했다.



'Before & Now' 코너로 만들고 싶진 않으니 여기서 그만합시다.

문제는 영화 자체가 뜨겁지 않다는 것이다. 조연들은 저 정도면 훌륭하지만 '뜨거운 녀석들'은 하나도 뜨겁지 않다. 나름대로 줄거리도 있고, 의외로 잔인한 장면들도 꽤 많이 나오며, 유머와 액션도 어느 정도 있다지만 어느 것 하나도 만족스러운 게 없다. '뜨거운 녀석들'은 잔인한 장면과 욕설만 없애버리면 영락없는 아이들 영화가 될 것이다.

잔인한 장면과 욕설 덕분에 성인을 겨냥한 영화처럼 보이지만 '뜨거운 녀석들'은 애들영화다. 초등학생이 가짜 콧수염 붙였다고 30대인 것으로 속을 사람 많지 않듯 '뜨거운 녀석들'도 살짝 위장을 한 게 전부일 뿐 본질은 애들영화라는 게 금새 들여다보인다. 여기에서 오는 허무함을 어느 정도 극복한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싱거운 녀석들'로 보일 것이다.

코메디 영화니까 유치한 건 어느 정도 감수해야겠지만 매번 바보스러운 짓으로 웃기려고 하니 영화가 한심하게 보인다. 이런 영화에서 줄거리에 기댈 수도 없는 노릇이고, 'Point Break' 오마쥬도 유치한데다 액션이란 것도 두 주인공들이 한껏 폼만 잡으면서 뻥뻥 갈겨대는 게 전부다보니 볼거리가 없다. 차라리 다른 성인용 코메디 영화처럼 섹시한 여배우들이라도 데려와 눈이라도 즐겁게 해줬다면 불만이 덜했을지 모르지만 '뜨거운 녀석들'에 '뜨거운 미녀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영화에 제대로 빠져들지 못하고 낯익은 조연들 구경하는 재미밖에 남는 게 없게 됐다. 아직도 변함없는 티모시 달튼의 카리스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인데 선뜻 떠오르지 않았던 폴 프리맨,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의 에드워드 우드워드 등을 쫓으며 '뜨거운 조연들'을 구경하는 게 전부였을 뿐이다. 그것밖에 기억에 남는 게 없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인공인 사이몬 페그와 닉 프로스트는 오케이다. 이 친구들이 영화를 말아먹은 주범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이 재능있는 친구들인 건 맞지만 아쉽게도 '뜨거운 녀석들'을 뜨겁게 만들진 못했다. 이들 혼자선 불가능했다. 티모시 달튼, 폴 프리맨, 에드워드 우드워드 등 쟁쟁한 배우들이 도움을 줬다지만 여전히 불가능했다. 코메디 영화에 샤프한 유머가 없고, 액션영화에 화끈한 액션이 없다면 배우가 누구든 상관없다. '뜨거운 녀석들'의 가장 뜨거운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런 영화에서 뭘 더 기대할 수 있냐'고 할 수 있지만 이것보단 나은 걸 원했다. 괜찮은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 정도밖에 안됐다는 데 실망이 크다. 좀 더 세련되고 깔끔한 액션/코메디를 만들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Better luck next time!

2007년 8월 6일 월요일

'언더독', 날아라! 수퍼 멍멍이ㅠㅠ



평범하던 개가 갑자기 말을 하고 날아다닌다?

그것도 모자라 범죄자를 무찌르는 '영웅'이 된다?

그다지 나쁜 내용이라곤 할 수 없다. '수퍼맨'과 같은 수퍼 액션 히어로 시리즈가 한 두개가 아니며, 이들 모두 인기가 대단하니 이번엔 개가 한번 해보겠다는 게 전부다. 뿐만 아니라, '언더독(Underdog)'은 60년대 미국 TV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라니 역사도 만만치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언더독'은 상당히 난감한 영화다.

워낙 아이들용 영화이기 때문이다.

평범하게 생긴 비글(Beagle)이 망토를 두르고 수퍼 액션 히어로 시늉을 한다는 것 자체는 웃기다. 아, 잠깐! 실제로 수퍼 액션 히어로가 맞긴 맞으니 '시늉'하는 건 아닌지도...

아무튼, 개가 사람과 말을 하고 망토를 두르고 날아다니는 건 꽤 웃기다. 애니메이션이었다면 덜 웃겼겠지만 '언더독'은 실사영화다보니 실제 개가 망토 두르고 날아다닌다는 게 상당히 코믹하다. 하지만, 이것 빼곤 웃을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심하게 아이들을 겨냥한 영화인 줄은 몰랐다. 성인들도 적당히 즐길 수 있을만한 정도의 유머는 그래도 있을 줄 알았는데 거의 없었다. 그나마 웃음이 나올까 말까 했던 장면은 두 세개 정도가 전부인 것 같다. 그 이외론 어처구니 없는 장면들이 대부분이다. 미치광이 과학자가 만든 약을 먹고 '수퍼 멍멍이'가 탄생했다는 것까진 O.K인데 워낙 애들영화 수준에 맞추다보니 성인이 보기엔 상당히 후달리는 데가 많다.



그 대신 웃음이 사라지게 만드는 장면이 있다.

영화 중간에 잠깐 나오는 '핫도그'씬이 바로 그것.

개가 주인공인 영화라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개는 음식이 아니라는 메세지를 전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핫도그'에 개를 갖다붙인 게 전부라고 할 수 있으며, 미국인들이 개를 음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까지 이해하고 넘어가지만 개를 먹는 나라가 분명히 있고, 그런 나라에도 이 영화를 수출할 생각이 있다면 '개를 먹는다'는 테마는 아예 비켜가는 게 옳지 않았냐는 게 내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여지껏 개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먹을 일이 없을 것이며, 개를 먹는 걸 그다지 좋게 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나서서 먹어라 마라 하는 것도 좋게 보지 않는다. 영화 제작진은 별 생각 안하고 넣은 장면인 것 같은데 개를 먹어본 적도 없는 녀석이 과민반응 보인 것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자.

'언더독'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짐 벨루시가 나온다는 것. 'K-9'으로 유명한 '개 영화 수퍼스타' 아닌가! 그러나, '언더독'에선 별다른 활약을 하지 않는다. 사람 중에서 주인공을 뽑으라면 짐 벨루시의 아들로 나오는 Alex Neuberger가 되지 벨루시가 아니다. '언더독'이 아이들 영화인만큼 주인공도 Alex Neuberger인 것. 차라리 주인공이 짐 벨루시였다면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끈거리지만 어쩌랴!

'언더독'은 상당히 짧은 영화지만 너무 아동틱하고 유치하다보니 도중에 지치게 된다. 러닝타임이 90분이 안되는데도 도중에 힘들어지더라. '라타투이'처럼 3D 애니메이션이라면 그려려니 하지만 어린이용 실사영화에 제대로 걸리면 상당히 괴로워진다. 애니메이션보다 더욱 견디기 어려운 게 어린이용 실사영화다.

'언더독'이 이 정도로 아이들 영화인줄 알았다면 건드리지 않았을텐데 이번엔 속았다. 아이들 영화더라도 개가 수퍼맨 흉내 내는 것부터 시작해서 성인들도 웃을 수 있을만한 것들이 꽤 나올 줄 알았는데 전형적인 애들영화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한마디로 개가 '개폼' 잡는 것 하나 빼곤 웃긴 게 없는 영화였다.



'언더독'은 애들영화로써는 그다지 나쁜 영화가 아닐 것이다. 다 좋은데 너무 지나치게 '뽀뽀뽀' 스타일이 된 게 문제일지는 몰라도. 어떻게 보면 차라리 애니메이션으로 리메이크했다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개가 망토를 휘날리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맛이 날아가므로 실사 아이디어 자체가 아주 나쁜 건 아니라고 본다.

어찌됐든, 성인들은 되도록이면 이 영화를 피하는 게 좋을 것이다. 아이들 때문에 할 수 없이 보게 된다면 몰라도 성인들이 일부러 찾아가서 볼만한 영화는 못된다는 것이다. 인간과 개의 감동적인 이야기에 대한 어린이용 영화라면 혹시 모르지만 '언더독'은 수퍼파워를 갖게 된 개가 수퍼맨처럼 하늘을 날면서 범죄를 소탕한다는 얘기다. 이런 영화가 너무 아동틱해지면 기댈 수 있는 데가 많지 않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망토를 휘날리며 하늘을 나는 '수퍼 멍멍이'를 보며 웃는 것도 잠시일 것이다. 개가 수퍼 히어로가 된다는 게 코믹할 것 같지만 영화가 너무 아동스러운 덕분에 그것도 잠시일 뿐이다. 한마디로 말해, 개에 속지말란 얘기다.

'언더독' 주제곡 분위기를 보면 이 영화가 얼마나 아동스러운지 감이 잡힐 것이다. 딱 어린이 방송시간에 나올 법한 뮤직비디오를 한번 보시라:



Beware of Dog!!!

2007년 8월 3일 금요일

'본 얼티메이텀', 이것이 마지막?



로버트 러들럼의 '에이전트 JB'가 돌아왔다. 이니셜은 같지만 제임스 본드가 아니다. 로버트 러들럼의 '에이전트 JB'는 제이슨 본(Jason Bourne).

로버트 러들럼이 쓴 제이슨 본 시리즈 소설은 '본 얼티메이텀(Bourne Ultimatum)'이 마지막이다. 로버트 러들럼의 제이슨 본 시리즈는 트릴로지였고 '본 얼티메이텀'이 마지막 3편이다. 이것으로 로버트 러들럼의 제이슨 본 시리즈는 사실상 끝나는 것이다. 총에 맞고 기억상실에 빠지더니 CIA에게 쫓기기까지 하는 억센 팔자의 에이전트, 제이슨 본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는 것.

1편은 꽤 재미있게 봤지만 2편은 기대에 못미쳤던 바람에 3편은 어떠할지 궁금했다.

3편은 2편보다는 낫지만 1편만큼 재미있진 않다. 볼만한 액션씬도 있고 제이슨 본이 자신의 과거를 하나씩 기억해내며 기억상실 스토리에 마침표를 찍는 것도 그런대로 흥미롭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동안 지루하진 않다. '섹스'와 '유머'가 없기 때문에 좀 딱딱하긴해도 차분하면서도 '프로페셔널'한 제이슨 본의 어드벤쳐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제임스 본드를 스파이 영화의 스탠다드격 캐릭터라고 한다면 맷 데이먼은 아무래도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맷 데이먼과 스파이 영화가 어울린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맷 데이먼이 제이슨 본이란 에이전트로 나온 영화를 '얼티메이텀'까지 합쳐 모두 세 편을 봤지만 여전히 맷 데이먼과 스파이 캐릭터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맷 데이먼과 제이슨 본은 딱이다. 제이슨 본은 '그런' 스파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이슨 본은 사실 스파이도 아니다. 그저 쫓기는 신세의 'ex-Agent'라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게다가 기억력도 깜빡깜빡이다. 계속 누군가가 죽이려고 쫓아다닌다. 물론, 제이슨 본 역시 프로페셔널이지만 인간적으로 동정이 가는 프로페셔널이란 게 다른 스파이들과 다르다. 맷 데이먼이 연기하는 제이슨 본이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다'며 절망적인 표정을 지을 때 전해오는 그 'Feeling'은 제임스 본드가 따라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게 바로 제이슨 본의 매력이다.

'본 얼티메이텀'에서도 맷 데이먼은 몹시 혼란스러운 제이슨 본을 연기했다. '얼티메이텀'이 러들럼의 제이슨 본 트릴로지 마지막 작품인만큼 이번 영화에선 제이슨 본도 많이 정리가 된 모습이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인 건 변함없다. '어떻게 손을 좀 써보라'며 답답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하는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다. 하지만, 여전히 프로페셔널인 것엔 변함없다. 혼란스럽다고 아주 대책없는 건 아니란 것이다. 이처럼 '수퍼 스파이'의 자질을 모두 갖추고 있으면서도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게 제이슨 본이다. 어떻게 보면 살짝 어리숙해 보이면서도 날카로움이 번뜩이든 맷 데이먼에게 왔다인 캐릭터다.

제이슨 본은 '본 얼티메이텀'에서도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전세계를 누비고 다닌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모로코, 미국 등 계속 왔다갔다 한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도 전세계를 누비고 다니지만 제이슨 본 시리즈처럼 자주 장소를 이동하진 않는다. 덕분에 살짝 정신이 없어보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줄거리를 진행하기 때문에 한눈을 팔 겨를이 없다. 게다가, 자동차들이 정신없이 뒤엉키는 수준급 액션씬 뿐만 아니라 한판 제대로 붙는 주먹싸움까지 나오면서 이전 영화보다 더욱 거칠고 화끈해졌다.




하지만, 장점은 거기까지가 전부다.

가장 큰 문제는 제이슨 본 시리즈의 줄거리 자체가 더이상 신선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전 시리즈를 본 사람들은 제이슨 본을 없애려는 게 누구인지 알고있다. 정확하게 누구인지, 어떻게 된 것인지와 같은 디테일한 부분은 3편을 보기 전엔 모른다지만 어지간한 건 이미 다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울 게 없어 보인다. 이런 식으로 줄거리가 이어질 거라면 '트릴로지'보다 TV 미니 시리즈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해서 이전 시리즈를 본 사람들만 이해가 가는 영화는 아니다. 'Identity'와 'Supremacy'를 보지 않았더라도 별다른 문제없이 볼 수 있다. 이전 시리즈를 보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줄거리가 이어진다, 반복되는 것 같다는 것에 신경쓰지 않고 즐길 수 있을테니 말이다.

앞서 나온 두 편의 제이슨 본 시리즈를 보지 않은 사람들은 조앤 알렌이 제이슨 본과 전화통화 하다가 화들짝 놀라는 장면을 보고 '저거 또 써먹는거냐'는 생각도 들지 않을 것이다.



'본 얼티메이텀'에서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들이 꽤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본 얼티메이텀'에는 묘하게도 007 시리즈에서 봤던 장면들이 상당히 많이 눈에 띈다. 007 시리즈를 어지간히 본 사람들은 '본 얼티메이텀'을 보면서 '저건 어떤 007 영화에서 나왔던 것'이라는 걸 집어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둘 다 같은 쟝르의 영화니까 비슷한 장면들이 나올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저 엇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비슷한 장면들이 자주 눈에 띈다. 액션씬, 스턴트뿐만 아니라 007 시리즈에 나왔던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도 나온다.

'카지노 로얄'에서 제이슨 본을 봤다고 한 사람들은 '본 얼티메이텀'에서 007 시리즈를 못보고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카지노 로얄'에서 제이슨 본의 흔적을 찾는 것보다 '본 얼티메이텀'에서 007 시리즈의 흔적을 찾는 게 훨씬 쉽기 때문이다. 어떤 것은 거의 오마쥬 수준이니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본 얼티메이텀'에서 가장 부족한 건 여자 캐릭터일 것이다. Franka Potente가 제이슨 본 시리즈를 떠난 뒤 여주인공이라고 부를만한 캐릭터가 없기 때문이다. 1편이 가장 맘에 드는 이유 중 하나로 뚜렷한 여주인공이 있었다는 걸 빼놓을 수 없다.

'Ultimatum'은 'Supremacy'에서와 마찬가지로 Franka Potente를 대신할 여자 캐릭터가 나오지 않는다. 모든 제이슨 본 시리즈에 출연한 Julia Stiles가 이번에도 '니키'라는 캐릭터로 나오지만 여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비중이 커진 건 아니다. 남자 주인공과 반드시 '얽혀야' 제대로 된 여자 주인공이란 얘기는 아니지만 '니키'로는 부족해보였다.

대개의 경우 무슨 영화가 나왔다, 누가 주인공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여자 주인공은 누군지 궁금해지기 마련인데 '본 얼티메이텀'에선 마땅한 여자 캐릭터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게 약간 섭섭(?)하다. '본드걸에 중독됐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



'본 얼티메이텀'은 100% 만족스러운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이 정도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잘만든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줄거리에 좀 더 짜릿한 부분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 본 시리즈는 줄거리가 큰 몫을 차지하는 영화라고 해야 맞을텐데 엄청난 반전이나 새로운 내용 없이 디테일한 부분들에만 의존하는 것이 전부라는 게 아무래도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이미 판이 다 짜져 있는 상태에 몇몇 빈칸을 채우는 게 전부기 때문이다. 빈칸 채우기 식도 나름대로 흥미롭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떻게 보면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미스테리'가 전혀 미스테리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1편에선 줄거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2편부턴 미스테리는 빈칸 채우기가 전부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도망자'가 주인공이라는 것 하나밖에 남는 게 없는 영화가 됐다. 3편에선 이 지루한 줄거리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지만 여전히 '기억상실증에 걸린 도망자'가 전부인 건 이전과 다를 게 없다. 물론, 액션씬이 있다는 걸 빼놓을 수 없지만 제이슨 본 시리즈의 매력 포인트는 액션이 아니라 복잡 미묘해보이는 줄거리라고 해야 옳다.

제이슨 본 시리즈라고 하면 대부분 '심각한 스파이 영화'라고 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줄거리 때문이고, 그만큼 본 시리즈는 줄거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인데 1편 이후론 줄거리가 그다지 흥미롭지 않다. 얼핏보면 엄청난 비밀이 있고 내용도 무지하게 심각한 것처럼 보이지만 알맹이를 까보면 별 것 아닌 얘기란 결론을 내리게 된다. 1편 하나로 끝났다면 '훌륭한 줄거리'라고 했겠지만 2, 3편을 보고나면 그 소리가 안 나온다. 복잡하고 심각한 내용의 영화인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어 놓은 것에 넘어가 그 분위기에 깔리면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도록 만들어 놓은 게 맞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1편 이후의 줄거리는 솔직히 기대에 못 미친다.



하지만, 이젠 더이상 없다. 로버트 러들럼이 사망하기 전에 쓴 제이슨 본 시리즈는 'Identity', 'Supremacy', Ultimatum' 3개가 전부다. 이로써 기억상실증에 빠진 CIA 에이전트 이야기는 끝났다. 여지껏 기억상실증에 빠진 제이슨 본이 1/3씩 기억을 회복하는 얘기였는데 이제 다 알았으니 이 얘기는 끝난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마지막?

아직은 속단하기 이르다. 로버트 러들럼이 사망한 뒤 다른 작가가 제이슨 본 소설 시리즈를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새삼스러운 얘기도 아니다. 당장,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부터 다른 작가들에 의해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새로운 소설가가 넘겨받으면 분위기가 상하기 일쑤다. '오리지날보다 못하다'는 얘기도 끊임없이 나오게 돼있다. 러들럼 이후에 나온 새로운 본 시리즈를 읽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고 할 순 없지만 새로운 제이슨 본 시리즈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제이슨 본이란 캐릭터는 기억상실증에 빠진 도망자였는데 그렇다고 계속해서 제이슨 본을 도망자로 만들면 사람들이 식상할테니 그렇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제임스 본드처럼 변신시키면 제이슨 본까지 '제국주의자'가 될테니 말이다. 러들럼의 트릴로지 이후에 나온 본 시리즈는 미국을 공격하는 테러리스트가 나오는 내용이라고 하니 아무래도 러들럼의 오리지날 제이슨 본 트릴로지보다 더욱 제임스 본드 또는 '미션 임파시블' 시리즈에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만약, 러들럼 이후에 나온 소설들까지 영화화 된다면 말이다.

러들럼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대부분 정보부에 좋지않은 감정을 가진 캐릭터들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로버트 러들럼의 또다른 소설, 'Scorpio Illusion'에 나왔던 Tyrrell Hawthorne도 정보부의 실수로 아내가 살해당했다면서 정보부를 불신하는 캐릭터였다. 그러니, 제이슨 본도 기억상실과 CIA에게 당한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 정보부를 불신하는 이전 에이전트가 새로운 사건에 휘말린다는 식으로 시리즈가 이어진다고 해서 크게 이상할 건 없을 것 같다. 새로 나온 제이슨 본 소설의 내용을 훑어보니 Tyrrell Hawthorne의 뒤를 잇는 것처럼 보이던데, 비록 이전의 제이슨 본과는 다른 캐릭터가 되겠지만 제이슨 본 시리즈를 이어가려면 그렇게 해도 별 상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 'Jason Bourne Will Return'이란 자막이 나왔는지 확인하지 않은 게 아쉽다.

엔딩 크레딧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본 얼티메이텀'에서도 모비(Moby)의 'Extreme Ways'가 엔딩 타이틀곡으로 사용됐다. '본 얼티메이텀'엔 새로운 리믹스 버전이 사용된 것 같지만 노래는 같은 거니까 이걸로 대신합시다.

2007년 8월 2일 목요일

마음에 드는 게임이 없다

PS3, XBOX360. 닌텐도 Wii 등 새로 나온 게임 시스템들은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에 드는 게임이 없다. 다들 비슷하게 보일뿐 개성 있어보이는 게임이 없다.

PS3와 XBOX360 게임들을 둘러보면 더욱 그렇다. 거의 대부분이 1인칭 시점 액션게임으로 보일 정도로 FPS 투성이다. 앞으로 발매될 예정인 게임들을 봐도 '배틀필드', '메달 오브 오너', '킬존', '언리얼', '헤일로', '레인보우 식스', 'Turning Point: Fall of Liberty' 등 1인칭 시점 게임들이 몰려있다. 저런 류의 게임들이 워낙 많이 나오다보니 이젠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많다. 속편도 무지하게 많아서 2편이 나왔는지 3편이 나왔는지 따라가기도 힘들다. 아직까지도 2차대전 배경의 1인칭 시점 게임들이 팔린다는 게 신기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WWII 게임들도 끊임없이 나온다.

온라인 게임들도 그렇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경쟁적으로 콘솔용 온라인 게임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 덕분에 콘솔게임다운 게임들이 줄어들고 PC게임에 가까운 게임들이 많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요즘 나오는 콘솔게임들의 분위기가 이전의 것과 거리가 있어보인다는 것이다. 게임콘솔로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있게 된 게 PS2, XBOX 시절 얘기인데 지금은 게임콘솔이 아니라 온라인 게임 시스템으로 불러야 할 만큼 온라인 게임쪽으로 심하게 쏠려있다.

XBOX360가 세계 최대 게임시장이라는 북미지역에서 매월 15만대 정도밖에 팔리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볼 때다. 물론, 최근엔 불량문제도 있었다지만 전적으로 그것때문이라고 할 순 없다. 왜 콘솔 게이머들이 XBOX360 구입을 망설이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XBOX360를 맹렬히 추격하는 게 있다. 바로 PS3다. 일단, PS3는 비싼 가격때문에 북미지역에서 매월 8만대 정도밖에 팔지 못했다. 지금은 60GB PS3 가격이 100불 떨어졌으니 어떻게 됐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판매량이 2배 가량 느는 정도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봤자 매월 16만대 정도라는 얘기다. 100불 싸져봤자 여전히 500불이기 때문에 게임콘솔 가격치고는 비싸다는 데 변함없기 때문인 듯 하다.

문제는, PS3로 발매될 예정의 소프트웨어 리스트를 보면 더더욱 구입의욕이 떨어진다는 것. 많은 게임들이 XBOX360와 겹치거나 비슷한 성향이기 때문에 '이럴 바엔 뭐하러 PS3를 구입하냐'는 말이 나온다. 소니 CEA는 E3에서 퍼스트/서드파티 게임들을 발표했지만 그 중에서 기억해둘만한 게임이 별로 없다. PS2의 성공에 지대한 공헌을 한 Rockstar의 갱스터 시뮬레이션(?) 'GTA' 시리즈도 이젠 더이상 소니 편이 아니다. 여전히 '그랜 터리스모', '메탈기어 솔리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가 있다지만 손에 꼽히는 프랜챠이스 타이틀 몇 개 쥐고있는 게 전부란 얘기밖에 안된다. 게다가, '메탈기어 솔리드 4'는 언제든지 XBOX360 버전으로 발매될 수 있으며 '파이널 판타지 XIII'은 '파이널 판타지 XII'보다 더욱 다르게 바뀌는 바람에 '궁금하긴 하지만 내가 원하던 스타일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적어도 내가 볼 때는 이들 모두 시스템 셀러로써의 가치가 예전보다 낮아졌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래픽만 좋으면, 그럴싸해 보이기만 하면 되는 줄 안다. 하지만, 게이머들도 많이 약아졌다. 그래픽으로 '와우' 소리 나오게 만드는 걸 새로운 시스템 나올 때마다 매번 써먹기 힘들다.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갈수록 그 효과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PS2 동시발매 타이틀로 나왔던 EA의 '매든 NFL 2001'이 그래픽으로 북미 게이머들을 흥분시켰던 적이 있다. 북미지역에선 '매든 NFL 2001'이 시스템 셀러였던 것. 그러나, XBOX360 버전으로 나온 '매든 NFL'은 그래픽으로 게이머들을 감탄하게 만드는 데 실패했다. EA는 용감하게 'Actual game graphic'이라면서 실제 게임 플레이 장면을 TV광고에 넣었지만 반응은 '웃긴다' 였다.

게임 소프트웨어의 트렌드화도 문제다. 이 덕분에 게임들이 죄다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메이커들은 트렌드를 이용해보려고 한다지만 게이머들의 눈엔 아이디어 고갈에 몸부림 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GTA' 시리즈가 인기끌자 얼마나 많은 갱스터 게임들이 쏟아져 나왔는지 보라. 액티비젼의 'True Crime', EIDOS의 '24 to Life', EA의 '대부' 등 '갱스터 주인공 + 자유도'의 게임들이 무더기로 나왔다. 심지어, 일본회사 세가까지 '야쿠자'라는 게임을 내놨을 정도다. 이런 식으로 우르르 몰려다니기 좋아하는 게임업계가 지금은 온라인 게임 쪽에 몰려들어 '온라인 this, 온라인 that' 하고 있다. 그냥 날로 먹을 거리 찾고있는 것이다.

이쯤 됐으면 아직도 PS2가 PS3, XBOX360보다 많이 팔리는 이유가 뭔지 생각해보게 된다. 왜 닌텐도 Wii가 잘 나가는지도 말이다. 이게 단지 가격 때문일까?

그나마 콘솔게임다운 게임들이 PS2에 많기 때문이다. 차세대 게임 시스템들이 나오긴 했지만 콘솔 게이머들의 취향에 맞는 게임들은 아직도 PS2에 많다는 것이다. 가격도 이젠 저렴한데 게임은 계속 나오고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도 방대하다. 여기에 닌텐도 Wii가 가세했다. 전통적인 콘솔게임 스타일과 독특한 게임 플레이 방식을 조합한 닌텐도 Wii가 인기를 끄는 것이다. 가격도 경쟁 시스템들에 비해 가장 저렴하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드코어 게이머', '온라인 게임' 타령하면서 오버하는 사이에 닌텐도 Wii가 이들을 밀어버리고 북미지역에서 매월 평균 35만대 정도 꾸준히 판매하면서 하드웨어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책임은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엉뚱한 데서 삽질한 데 있다. 가격도 수상하고 게임들도 전통적인 콘솔 게이머들이 보기엔 이상한 게 많아진 덕분이란 것이다.

과연 언제쯤 콘솔 게이머들이 구입하지 않고 못배길 정도의 '섹시한' 게임들이 많이 눈에 띄게 될지 모르겠다. 지금은 절대 섹시하지 않다. 아무리 봐도 서지 않는단 말이다...ㅠㅠ